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랙킹 루트인 ‘해파랑길’을 찾는 트랙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올해초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가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해왔다. 이번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2018년 어느 가을날에 문득 갑자기 해파랑길에 필이꽂혔다.
아마도 떠나고 싶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아련한 기대감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하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고 일상의 시간이 자꾸만 나를 현실에 묶어두고서 안주하기를 강요하였다. 하지만 일탈이다...

 

 2019년초
한물결 산행길에 후배 해두에게 말했다.
 나  : 올해 난 해파랑길 걸을 거야.
 해두: 형님 나도 같이 갈께요...
그렇게 우리는 떠남의 동행을 약속하고서 하루 하루 도시의 삶에서 기대와 호기심으로 기다렸다.

 

 2019년 3월 1일 금요일 맑음
전날 먼저 부산으로 오며 배낭을 꾸리는데 2박3일 일정에 이거 저거 넣다보니 꽤나 배낭이 무거워졌다..
이렇게 해서 3일을 걸을 수 있을까 싶었다. 빼자.. 비움이 최선이다
비상식도 하나 준비 않고 다만 옷가지 몇 개 꾸려서 떠났다.
물론 해파랑길 병풍지도는 챙기고..

 

오전 10시
27번 버스를 타고 오륙도 해맞이공원으로 가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따스한 봄날을 느끼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아!! 해파랑길 가는 사람이 이래 많나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구경꾼이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봄날 나들이..연인들의 봄날 데이트..중년 아지매의 짧은 트레킹..

 

오전 10시 40분
저 버스 종점에서 오늘 새벽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후배 해두가 걸어왔다.
반가웠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가는 길이기에 안심이랄까 오륙도 스카이워크 잠시 걷고서 떠나려는데
젠장 시작부터 스탬프 찾느라 허둥지둥..
관광안내소 옆에서 밑으로 동해남해 분기점 앞으로 이동 인증 스탬프 찍고
인증샷 여러장 남기고 바다를 뒤돌아본다.
역시..바다는 내 마음의 고향
가슴을 열고 바다내음을 한껏 폐부에 담다.
이제 시작이야
후회없이 마지막 발걸음까지 잘 걸을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01코스  오륙도해맞이공원 - 미포  17.8km / 5시간
관광안내소 옆 목계단으로 오르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시작하는 이기대 해안길..
오래전에 한번 다녀갔던 길이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새로운 풍경에 잘 정비되어서 큰 무리없이 걸을 수 있었다
오고가는 사람들 밝은 표정에 한결 여유롭고 농바위 치마바위를 거쳐 여울마당까지 좋기는 한데 왠지 인공적인 맛에 조금은 아쉬움
그냥 자연 그대로 둘 수는 없는 것일까
구름다리를 건너며 작은 꼬마 소녀에게 사진을 부탁하다.
천진스러움에 사뭇 부러움이 인다.
참 좋은 시절이야..


동생말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 뒤돌아 보며 도시길로 들어선다.
앞엔 광안대교. 전날 러시아 선박이 들이. 받았다는데
다리 안전엔 괜찮을까..음주항해는 눈에 보이는게 없남
아스팔트 길을 걸으며 횟집을 보니 괜히 허기가 인다.
광안리 해수욕장..모래사장에 사람이 많다.
여러 번 기억되는 곳이지만 언제나 있고 싶은 바다가걷자..
민락동 수변공원을 돌아서 민락교 밑 분식집에서 늦은 점심
주인여자랑 수다 조금 나누다 다시 걷는다.

 

 
 

마린시티..부산에서 야경이 좋은 곳
뉴욕 야경만큼 항상 도시의 꿈을 꾸게 만든다.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또 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낮 시간..우뚝 솟은 바벨을 생각하게 한다.
동백섬..누리마루 쪽을 돌아 조선호텔 뒤쪽으로 해서
해운대 백사장에 들어선다.
역시 사람은 많아 한가로운 바다는 언제 보게 될까
미포선착장 삼거리..2구간 스탬프 찍는 곳이 안보이네
지도를 확인하니 지나쳤네 뒤돌아 1km는 가야 되네
바쁜데 짜증..해운대 관광안내소 내 인증 스탬프 찍고 또 다시 미포로 이동
구간 끝인데 봐두었던 토요코인에 방이 없네
연휴 주말이라 모두 뭘할까..어데서 자나
에라이 내친 김에 시간도 아직 해가 남아있고 해서 더 걷기로 한다
달맞이길 올라가며 해운대 해수욕장을 바라다 보다.
길을 걷는 건 지나가면 그뿐이란 걸
좋던 싫던 그냥 지나온 길 뿐이란걸 알게 된다.
 

02코스  미포 - 대변항  16.3km / 5시간
중간에서 문탠로드로 내려서다.
숲길이어서 햇살을 피할 수 있어 좋았지만 왠지 둘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
혼자 걸으면 조금 무서울까
오르락 내리락 밤에 미등이 켜지면 운치가 있겠다 싶지만 왜 그냥 해안길 녹슨 철길로 빼지 않았는지
가쁜 숨을 쉬며 송정 해수욕장에 들어선다.
옛날 어릴적 한참 사춘기 시절에 사랑 열병을 앓으며
비 오는 날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먼바다를 바라보던 소년 그 소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오후 7시..2시간반쯤 더 걸었으니 내일은 좀 수월하겠군
SONGJUNG 이란 글자를 배경으로 사진 한컷
민박을 물으니 여기도 방이 없네
 

 
 

연휴라 방 잡기 힘드네 겨우 쪽방 4만원에 배낭을 내려놓다.
다행이야 몸을 누일 수 있어서..
민박집 주인 소개로 횟집에서 막회 5만원에 소주한잔
하루를 돌아보며 이런 저런 얘기로 기분 UP
돌아와 뜨건한 방에 누웠는데 우풍이 장난이 아니었다..에고
 

2019년 3월 2일 토요일 맑음 구름 조금
새벽 5시 생각보다는 일찍 일어나다..아마도 낯선 곳에서의 불안?
재첩국으로 요기하고서 2코스 길을 나서다.
밤의 어둠이 내려앉은 해변가는 어스럼한 불빛에도 침잠한다.
아침이 밝아오는 죽도공원에서 붉은 해를 바라보며
괜히 한바퀴 도는 듯한 코스..누군가는 생각이 있어 이렇게 설계했겠지.
이어지는 마을 앞 바닷가길
개발로 황량하고 해안길 들어서는 안내가 없어 좀 당황.
그래도 7부능선길 따라 바다를 보며 걸으니 좋으네
해동용궁사..아침부터 사람으로 북새통..그래 보긴 해야제
우린 그냥 관통해서 멀리서 인증샷..

동암항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가니 유명한 기장 더 아난티 리조트
부티가 나는게 언젠간 아이들이랑 한번 오고 싶어졌다.
끝자락에서 벤치에 앉아 신발 벗고 쉬다.
한껏 여유로움..길을 걸으며 느끼는 호사
부드러운 바닷바람에 그냥 이대로 잠이 들었으면..
 

03코스 대변항 - 임랑해변  20.5km / 7시간30분
오랑대를 돌아 서암항
걷자 걷는게 남는거다..드디어 대변항..아침 10시
인증 스탬프 찍고는 해안을 따라 걷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촉이 왔다.
해파랑길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아닌 게비여..왔다 갔다..세븐일레븐이 어디있남??
아..공사중이라 트럭이 막아서 보이지 않아 지나쳤네.
3km 는 족히 허비한 것 같았다..제길
해안길을 버려두고 내륙길로 들어선다..누가 이래 무식하게 맹글었나
미역은 바닷가에서만 말리는 줄 알았는데 산속에도 말리네
봉대산..이건 등산이여..겨울인데 덥다..

헥헥 거리며 정상쪽에 오르니 또 이상하다는 생각..촉이 왔다
지도를 보자 죽성리 해송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건 가로질러 와 버렸네
다시 가야하나..근데 우린 표식보고 따라왔는데,
고민하다 다음에 와서 검정하기로 하고 계속 GO
하기야 이 더운데 내려갔다 다시오면 미친 넘
산길 내려가니 기장읍내, 기장군청은 와 그리 크노..웬만한 시청만 하네
하기야 요즘 뜨는 동네이니 세수가 많겠지
일광해수욕장, 이 길을 걸으면 참으로 정겨운 이름들을 만난다.
내 젊음의 한 시대에 친구들이랑 기억되던 그런 장소들
동해남부선 완행열차에 몸을 실던 대학시절
나 돌아갈래!!!

계속되는 바다 해안길,
바라볼수록 너무도 아름다운 동해안.
칠암 짚불꼼장어 기억을 지나 드뎌 임랑해변
임랑행정 봉사실 앞에서 인증 스탬프 찍고 인증샷..
이제 숙소를 잡아야 되는데, 여기는 시골이라 여름에 민박이지 지금은 아냐
할배 말에 해변끝 다리 건너갔으나 없네 원룸임대를 착각하셨구먼
길천사거리.. 할 수 없이 택시회사사무실로 가서 물으니 없고 기장이나 진하로 가야 된다네
우리 사전엔 후퇴는 없으니 택시 타고 진하해수욕장으로 전진.. 15분만에 도착..
하하 내일 우린 이길을  6시간 걸어서 다시 오겠지

빅토리아 모텔 5만원에 여장을 풀다.
밤의 진하 주변을 응원차 방문한 지인의 차를 타고 한바퀴
예전 온산공장에 근무할 때 강양항에 회 먹으러 많이 왔는데,
지금은 명선교가 놓여 둘러가진 않지만 진하쪽이 번화하고 강양은 쇠락
세월의 흔적이여..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긴시간 걸어서인지 세상모르고 잤다 (2019. 3. 5)
 

04코스 임랑해변 - 진하해변  19.1km / 7시간40분
좯좯 2019년 3월 3일 일요일 흐림
또 새벽 5시..다시 길천사거리로 가야 되서 일찍 일어나다.
밖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고 바다 바람은 차다.
가로등 불빛을 길잡이 삼아 걸으며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715번..어제 택시기사님이 알려준대로 버스를 타고 차장 밖 바다 풍경을 보며 돌고 돌아 종점전 길천사거리 내린다(삶이 이렇게 도돌이인가 생각해본다)
7시 10분 아침을 안먹어서 살짝 배가 고픈 듯 하였지만 위장 속이 가벼우니 차라리 발걸음이 가볍다..
이정표시가 조금 헷갈렸지만 이내 봉태산 속으로 들어선다.
마을 동산마냥 쉽게 걸으며 아침 산공기로 배 채우다.
온곡교를 지나며 표시를 놓쳤다 표시가 전봇대 뒤에 있어서..
삼거리에서 왔다 갔다 동네 주민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네

제법 시간을 지체 하고나서야  표시를 발견하였다.
지도를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했는데..
효암천이라지만 오염되어 볼품없는 개천이라 이런 건 왜 깨끗하게 정비하지 않는지 해파랑길을 걸으며 참 많이 드는 생각이고 바다도 산도 오염되어버려 우리가 진지하게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것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마을길을 걸어서 신리항에 도착하다

입구에 수미강(?)이란 음식점..메이퀸에 나왔다나..
도다리 쑥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봄을 한껏 느끼다.
서생이란 정겨운 이름에 기억을 더듬으며 걷는 바닷길
파도가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파도소리가 자꾸만 머물라고 유혹한다.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 길이 피곤한 몸을 달래주고 어느 듯 간절곶..
등대를 바라보며 사진도 한컷
소망우체통은 생각보담 허접했어 조금 실망감 그리고 많아진 인파
또다시 도시가 가까워진다는 사실
송정항 솔개공원을 지나며 처음으로 해파랑길을 걷는 남자를 만나다.
대바위공원에서 진하해수욕장을 바라보며 4코스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좋았어
어젯밤 머물렀던 모텔을 지나 투썸 건너편에 인증 스탬프를 찍다.

12시 40분
생각보담 일찍 마치게 되어 어찌할까 하다가
다음 여정을 편하게 시작하려고 좀더 걷기로 하다
화야강을 따라 쭉 이어진 뚝방길이 지루하게 보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터벅터벅 걸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았다.
인적이 더문 길을 처음 걸으며 옛날 온산공장에 근무할 때 왜 여길 안 와봤지 했다 새로 난 길인가??
세월이 흐르면 이 길에도 꽃나무가 자라고 4월이 되면 벚꽃잎이 흐드러지겠지
온산읍 둔치공원에 들어서며 덕신대교
오후 3시 서울행 KTX 시간 땜에 해파랑길 부산구간 걷기를 마치다.
덕신 동네..사택을 둘러보고 옛적 살던 기억을 되돌려 추억에 잠겨보고
거리는 많이도 변해버려 좀은 이방인 같다는 생각..
해파랑길 첫 발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행 GO.. (201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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