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FO 단기 수요 늘지만 HSFO 수요도 무시 못한다”

 
 

국내 정유업계, “스크러버 증가로 저황연료 수요 불투명, 시장상황 지켜봐야”
 

정유업계는 IMO의 2020년 환경규제가 임박함에 따라 0.5% 저유황 선박연료유(LSFO)의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올해 안으로 탈황설비, 블렌딩, MGO 등을 통해 규제적합유를 생산,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이 점점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기존 HSFO(벙커C유)의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선박연료유의 수급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외 주요 정유사들의 저유황유 공급계획 및 준비상황을 점검해 본다.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들은 내년 IMO의 황산화물 규제 시행에 따른 저유황유 수요 급증에 대비해 1-2년 전부터 유황분 0.5% LSFO의 생산과 공급을 위한 사전준비를 완료했으며, 연내 상업 생산과 공급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하나둘씩 발표하고 있다.

먼저 BP는 LSFO, MGO 뿐 아니라 스크러버 탑재 선박을 위한 HSFO 개발을 위해 그간 IMO, 고객, 파트너사들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해왔으며, 최근 자사가 개발한 0.5% 저유황유를 사용한 선박의 시험운항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BP는 전 세계 10곳의 LSFO 공급항만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씨애틀, 파나마(발보아/크리스토발), 남아프리카(케이프 타운, 더반, 리차드베이), 오만(살랄라), ARA, 중국, 홍콩, 싱가포르, 호주(프리맨틀, 글래드스톤, 브리스번), 뉴질랜드가 포함됐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능한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엑손모빌과 쉘도 저유황유 공급계획을 내놓았다. 엑손모빌은 오는 3분기부터 북미와 서유럽, 지중해,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규제적합유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규제적합유는 이미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공급지로는 유럽(엔트워프, 로테르담, 제노바, 마르세이유)과 아시아(싱가포르, 람차방, 홍콩) 주요 항만을 택했다. 엑손 측은 “모든 연료유는 엄격한 테스트 절차를 거쳐 고품질을 보장한다. 선원들이 벙커링과 핸들링, 스토리지에 있어서 실행 가이드를 준수한다면, 완전한 호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쉘 역시 미국(프리포트, 뉴올리언스, 휴스톤)과 유럽(로테르담, 앤트워프, 바르셀로나, 피레우스, 덴마크 해협), 아시아(싱가포르), 중동(푸자이라), 남아프리카(더반, 리차드베이), 인도양(모리셔스)에서 저유황유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MGO의 경우 전 세계 주요 벙커링 항만에서 공급이 가능하다. IMO 규제가 임박해오면서 최근에는 LSFO 생산을 늘리기 위해 네덜란드의 일부 운영이 중단됐던 정제시설의 재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엑손과 쉘의 경우 자사가 개발한 LSFO 연료에 대한 특허권 확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업계 표준 연료를 구축하여 타 정유사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간다는 계획이다.

中 시노펙, 日 코스모 등
0.5% 저유황 선박유 연내 생산

아시아 리딩 정유업체들도 저마다 선제적인 계획을 세우고 0.5% 저유황 선박연료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은 4월말-5월초부터 저유황유의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기생산된 LSFO는 중국 외항선들에 테스트용으로 공급된 바 있으며, 앞으로 상해항, 저우산항 등 중국 동부 항만 전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아직 초기 공급물량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지역의 선박연료유 수요는 1,200만톤이었으며 이중 동중국 항만지역의 비중이 60%를 차지했다. 시노펙은 앞으로 고황연료의 생산은 줄이고, MGO, 가솔린,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정제시설 합리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 3대 정유사인 코스모오일은 탈황설비 확대를 통해 0.5% 저유황유를 오는 10월부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항만에서 LSFO가 필요한 선주들은 저황 MGO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국영 정유사 CPC도 180CST의 0.5% 유황분 저황연료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지룽, 타이중, 쑤아오, 화롄, 카오슝 5곳 항만에서 판매되는 LSFO의 일일 가격은 489/mt달러라고 공개한 바 있다.

국내 4대 정유사,
“IMO 규제는 새로운 기회, 2020년 수요 불투명”

국내 정유업계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 환경규제가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 올해 안으로 저유황 선박연료유의 생산 및 공급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선주협회는 2020년 약 1,350척의 국적선에서 1,121만톤의 저유황유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적선의 운항 패턴에 따라 약 29%는 국내에서, 71%는 해외에서 공급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327만톤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박의 스크러버 탑재가 늘어나면서 기존 HSFO의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는 2020년 이후 선박연료유의 수요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LSFO의 구체적인 생산량이나 상업 판매계획까지는 아직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2020년부터 LSFO와 MGO에 대한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이나 스크러버 선박이 증가하면서 기존 HSFO 수요도 장기적으로 증가할지 감소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S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국내 ‘빅4’ 정유사들은 국내 정유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저유황유 수요증가에 대응하여 탈황시설을 신설하고 고도화 설비를 갖추거나 블렌딩 0.5% 연료유를 수입하는 등 올해 하반기부터 저유황유를 생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생산하던 HSFO의 수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규제가 시행되는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선사들이 늦어도 10월부터는 저유황유 연료 전환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나, 현재 시장 분위기는 일부 정유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준비와 대응이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유업계의 준비상황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별한 애로사항도 없고 업체별 변동사항도 없다. 시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유사들은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각사가 적절하게 개별대응한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탈황설비 연내 가동·일 4만배럴 저유황유 생산

국내에서 탈황설비를 신설하여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을 투자한 신규 탈황설비를 울산 복합단지에 건설 중이다. 동 설비는 생산량 일 4만배럴 규모의 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로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올해 말 탈황설비를 조기 완공하여 2020년 규제 시행 이전에 저유황 연료유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IMO 환경규제에 맞춰 확대되는 저유황 선박연료유 시장에서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인 항만공급지 및 생산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저유황유의 공급항만과 생산규모는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 연내 탈황설비 조기완공 후 상업생산 시기는 규제 시점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사는 부산, 여수, 평택 등지에 저장기지를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탈황설비 투자 뿐 아니라 국내 기업 최초로 해상 벙커링을 통한 LSFO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을 통해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SKTI는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반제품을 투입해 LSFO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해상 블렌딩은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어려움이 큰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일부 기업만 하고 있는 분야로 알려졌다.

SKTI는 해상 블렌딩을 통해 연간 100만톤 수준의 LSFO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IMO 규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저유황중유보다 황함량이 낮은 초저유황중유(유황분 0.1% 이하) 마케팅 물량을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품질 저유황유 제품의 글로벌 판매망도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요급증이 예상되는 MGO의 경우 중국과 싱가포르로 시장을 확장함으로써 한국-중국-싱가포르를 잇는 해상유 물류 트레이딩 모델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기존에 생산해왔던 HSFO의 공급을 위해서 스크러버 설치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SKTI는 지난 3월 21일 해운업계 및 조선기자재업계와 스크러버 설치 상생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상생펀드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노후 컨테이너선박 19척의 스크러버 설치 비용 1,500억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우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대출을 통해 600억원을 현대상선에 지원한다. SKTI 등 투자자들은 45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나머지 비용을 충당한다.

에쓰오일
HSFO 수요감소에 대응한 고도화 프로젝트

에쓰오일(S-OIL)은 IMO 환경규제로 인한 HSFO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고유황 벙커C유 등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공장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상업 가동하고 있다. RUC는 일 7만 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다.

회사 측은 RUC 상업가동 이후 벙커C유와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비중이 12%에서 4%로 하락하고, 등·경유 등 경질유 생산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IMO 2020 시행에 따른 수익성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RUC와 ODC 프로젝트로 고유황 중질유의 생산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2020년 IMO의 황산화물 규제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LSFO의 구체적인 항만공급지역은 알 수 없다. 에쓰오일의 정제관련시설이 위치한 울산항 등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올해 4분기 저유황유 공급 시스템 갖춰”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4분기 안에 전국에 IMO 규제에 대응하는 저유황 선박연료유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저유황유의 생산능력은 100% 가까이 확보돼 있다. 우리는 HSFO 보다 LSFO나 MGO의 생산설비가 잘 갖춰져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전국의 물류센터에 공급할 수 있게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8월 생산능력이 일 8만배럴에 달하는 '아스팔텐 제거공정(SDA)’을 완공했다. 동 설비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걸러내 DAO(아스팔텐이 없는 기름)를 추출하는 공정이다. SDA에서 생산된 DAO를 고도화 설비 원료로 투입하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생산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설비를 통해 규제 시작 이전인 올해 10월부터 국내에 저유황 연료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선박연료유 수요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MO의 환경규제로 단기간에 LSFO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HSFO도 스크러버 때문에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정확한 LSFO의 공급물량을 말하기 힘들다. 현재 HSFO와 LSFO의 비중이 7:3이라면 나중에는 비슷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기존 공장연료 사용 저유황유 판매
GS칼텍스는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새롭게 짓는 대신 기존에 생산하던 저유황유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저유황유 생산설비 계획은 없지만, IMO 제도시행에 맞춰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저유황 선박용 연료유 공급을 늘리는 등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저유황유 수요증가에 대응해 기존 자사 공장 연료로 사용되는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유는 판매함으로써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17년 보령LNG터미널을 통해 연 300만톤의 LNG를 직도입해왔다. 아울러 스크러버 설치로 인해 기존 벙커C유가 필요한 선박들의 HSFO 수요에도 적절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GS칼텍스의 여수공장은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일 27만 4,000배럴의 고도화설비를 갖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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