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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법·선박건조금융법 이슈진단(10)
정기선사의 화물인도 정시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545호] 2019년 01월 30일 (수) 13:33:01 김인현 교수 komares@chol.com
   
김인현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前 선장

2016.9월 한진해운 사태에서의 해상법 학자의 무기력과 참담함은 지금도 필자의 기억에 생생하다. 정기선의 생명은 정시에 화물을 수하인의 손에 넘겨주어야하는 것인데, 한진해운의 선박들은 채권자들의 선박가압류를 피하기 위하여 외항에 대기하였다. 입항하는 선박에 대하여도 하역업자들이 밀린 하역비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하역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하역이 되지 않았다. 이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화주들이 자신들의 화물을 제때에 수령하지 못하는 소위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서 한진해운의 신용은 땅에 떨어지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필자는 정기선해운에서 정시성은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정시성이 깨어지고 물류대란이 일어나게 된 현실에 크게 좌절했다.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자 제도를 구상하여 발표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마지막 항차 하역기금제도”로 명명되어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2016년 12월 경에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제는 한국해운의 정기선사들이 이의 필요성에 대하여 둔감해져 보인다. 다만, 2019.1.15.제정된 “비상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한 해운 및 항만기능유지에 관한 법률”(이하 비상사태 법) 따라 정기선사가 도산시 하역작업이 이루어질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 법에서 규율하는 범위는 필자가 생각하는 제도보다 범위가 협소하다. 이외에도 마지막 항차의 하역이 보장되도록 하는 몇 가지 추가적인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정기선사들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고 대화주관계에서 한국정기선사의 신뢰성을 고양하기 위하여도 필요한 제도라고 본다. 

 
마지막 항차 하역보장 기금
마지막 항차에 실린 화물은 안전하게 제때에 수하인의 수중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본 제도의 목적이다.
 (1) 정기선사들은 법률의 규정에 의거하여 기금에 가입하여야 한다. 기금의 가입에 거부감이 있는 선사들을 위해 기금제도와 유사한 공제나 보험가입도 허락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제도는 사고가 없는 경우에도 보험료가 항상 지출이 되지만, 기금은 사건이 있는 경우에만 지출이 된다는 점에서 기금으로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2) 하역회사들은 기금에 대하여 하역비 직접청구권을 가져야한다. 하역회사들은 정기선사에 대한 하역비지급 청구권에 더하여 기금에 대하여 청구권을 가져야 안심하고 하역작업을 할 것이다. 외국의 하역회사도 우리 기금에 대하여 청구권을 가질 것인지 문제되는 바, 입법취지상 이 경우에도 우리 정기선사의 물류의 흐름과 관련되므로 적용된다고 본다.

(3) 기금제도의 운영을 위하여 미리 상당액수의 기금을 적립해둘 필요는 없다.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기금운영기구는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보증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된다. 대출금은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면 거의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 회생채권으로 분류되면 기금으로서는 결손이 많이 생기게 된다. 선대규모의 크기에 따라 회원사들로부터 기금이 사후적으로 갹출된다. 
(4) 대상채권은 하역회사의 하역비용에 국한된다. 마지막 항차의 하역비용에만 국한될 것인지 아니면 이전 항차의 밀린 비용도 담보될 것인지 문제된다. 밀린 하역비에 의하여도 선박은 가압류되므로 이것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경우 정기선사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된다. 도선료, 예선료 등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5) 정기선사를 대신하여 하역비상당의 기금액을 지급한 기금은 정기선사에 대한 하역회사의 채권을 가지게 된다. 그 권리를 대위하여 회생절차에 정기선사의 채권자로서 참여한다. 채무자회생법에 가능하면 폭넓게 하역비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인정하도록 한다. 40일 전에부터 발생한 하역비채권도 공익채권으로 인정하면, 하역회사는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고 대집행을 한 기금도 마찬가지이다.
(6) 우리나라에 기항한 외국정기선사가 회생절차를 자국에서 시작한 경우 우리나라 하역회사는 이 기금을 이용할 수 없다.  

(7)  해운법 제27조의 2에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둔다.
① 외항화물정기운송사업자는 회생절차 개시 마지막 항차의 하역비 지급을 보장하는 기금제도에 가입하여야 한다. ② 하역회사는 제1항의 하역비에 대하여 기금운영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다. ③ 하역회사는 제1항의 제도에 가입한 자가 하역작업을 요구한 경우 이전의 미지급 하역비에도 불구하고 지체없이 하역작업을 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 따라 하역업자에게 미지급하역비를 대신 지급한 기금운영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해당운송인에 대한 하역회사의 하역비 청구권을 대위한다. ⑤ 제1항의 운영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8) 비상사태 법은 국가비상사태와 선박회사가 도산시 해운 및 항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국가필수선박의 지정과 항만운영협약체결을 통한 항만작업지속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하역업자 등과 항만운영협약을 체결하고 유사시나 도산시에서 관련 업무 종사명령을 내리면 이들은 이 지시를 따라야한다(제10조 제2항). 따르지 않으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제18조). 정부는 이들에게 손실보상을 한다(제13조).
필자의 제안은 하역회사에게 기금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비상사태법은 하역회사에게 정부의 하역작업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필자의 제안은 외국하역회사에게도 기금청구권이 인정되므로 외국에서의 우리 정기선사의 하역작업에도 유용하게 적용되지만, 비상사태 법은 협약이 체결된 국내하역회사에게만 적용되는 점에서 다르다. 필자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하역비채권을 공익채권으로
회생절차의 목적의 하나는 채권자를 차등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채무자의 재산은 한정되어있고 채권자의 채무를 모두 변제할 수 없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을 몇가지로 분류하여 우선 분배받도록 하고 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각종 채권은 3가지 중 하나로 분류된다. 회생채권, 회생담보권 그리고 공익채권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공익채권이 되면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보다 우선 변제되고(제180조 제1항), 언제나 수시로 변제가 가능하다(제180조 제2항). 마치, 회생절차의 개시가 없었을 때와 동일한 효력을 채권자가 가진다. 그러므로 채권자들은 가능하면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채무자회생법은 물품공급채권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한다. 즉, 20일전부터 발생한 물품공급대금채권도 공익채권이 되어 보호된다(제179조 제1항 8의2호)  선박연료유나 선용품공급자들이 가지는 채권이 그 예이다. 하역작업이나 연료유공급이나 모두 채무자의 영업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필수적이다. 예선료, 도선료, 하역비와 같은 서비스 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외상채권의 기간도 해운업계의 관례에 따라 40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는 아래와 같이 개정되어야한다. 이렇게 되면 하역비 지급이 보장되므로 하역회사가 굳이 하역작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회생절차 내에서의 금융제공
한진해운 사태 초기에 하역비등을 현금으로 지급하기 위한 조치들이 마련되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을 포기한 상태라서 더욱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를 위하여 채무자회생법은 DIP(Debtor in Possession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정하는 제도) 금융(관리인이 금융을 제공받는 것)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회생절차개시 신청 후 그 개시전은 물론 회생절차 개시 후에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금의 차입을 할 수 있다(제179조 제1항 12호 및 제1항 5호). 회생절차 내에서는 DIP 금융제공자는 공익채권 중에서도 최우선변제권을 가진다. 제180조 제7항은 채무자의 재산이 공익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명백한 경우 제179조 제1항 5호 및 12호의 청구권 중에서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차입한 자금에 관한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해야한다고 정한다. 그런데, 한진해운과 같이 파산으로 가게 되면 우선적 공익채권이 아닌 것이 되므로 채무자의 재산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지원을 꺼리게 된다. 그러므로, 파산으로 가는 경우에도 최우선변제권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양진흥공사가 DIP 금융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정시성보장을 위한 제도가 확립되면 화주들의 우리 정기선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게 되고, 정기선사들의 운송계약물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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