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CMA CGM…미래 정기선 업계의 사업모델 변화 이끈다

 
 

역시너지 리스크 상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해결될까

글로벌 리딩 컨테이너 선사들이 사업전략을 선회했다. 지금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로 덩치 키우기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글로벌 물류 인테그레이터(integrator-통합사)’로 변신을 꾀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컨테이너 수급 밸런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미래 해운시장의 사업모델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 대형선사들의 초대형 메가 컨테이너선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드류어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대량발주한 이후 1월 현재까지 대형 선사들의 초대형 컨선의 신조발주 계약은 성사된 것이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브로커를 통해 올초 OOCL과 CMA CGM의 초대형 컨선 발주 검토설이 흘러나오긴 했으나, 아직은 머스크라인과 에버그린·양밍이 각각 10척의 피더선을 신조발주한 것이 전부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에 대해서도 별 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2020년 이후 2만teu급에 달하는 초대형 컨선에 대한 신조발주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드류어리는 전망했다.

세계 1위 머스크라인의 오더북은 현재 3척(3만 4,160teu)에 불과하다. 2M 파트너이자 라이벌인 MSC가 23척의 오더북(40만teu)을 유지하며 선복량 차이를 좁혀오는 것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는 머스크의 경영전략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더 이상 단일 컨테이너 해운업의 운송모델이 아니라 전 공급망에 통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스템적 변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사업에 대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고 있다.

초대형 컨선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익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해운기업들은 컨테이너 박스를 운송한다는 사업모델에서 두드러진 차별점을 갖지 못했다고 말한다. 독특한 셀링포인트를 확보하지 못하고 차별화에 따른 프리미엄도 누리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리딩 선사들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한 해상운송이 아니라 화주에게 어떠한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물류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초대형 선박의 경쟁적인 발주를 통한 덩치 키우기와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수요자의 변화에 대응한 통합 물류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트투포트 운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엔드투엔드 공급 솔루션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도다.

특히 선사들은 메가 컨선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머스크 아시아 운항본부장 마이클 한씨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컨테이너를 지구 반대편까지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해운업의 미래”라며 “고객들은 단순히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것 뿐 아니라 더 많은 다른 것들을 원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광양항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그는 “머스크는 앞으로 컨테이너 물류에서 글로벌 통합회사로 역할하고자 한다. 선박과 물류의 통합 네트워크를 갖춰 직접 오퍼레이터 역할을 하면서 고객들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컨테이너 수급 밸런스 긍정 영향 기대

선사들의 초대형 컨선 신조발주가 주춤하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컨테이너 수급 밸런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드류어리는 “여전히 공급중심의 시장이고 지표는 타이트하지만 공급부문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궁극적으로 2022년 선사들의 수급 밸런스 전망이 밝다. 운임 상승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2020년 IMO의 저황연료 규제도 잠재적으로 시장의 선복량 공급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았다. 선박들이 스크러버 개조장착을 위해 일시적으로나마 서비스에서 제외되고, 저속운항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새로운 선복량 공급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비효율적인 노후선의 퇴출이 늘어 선박해체 물량도 한층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2018년보다 절반 이하인 2.5% 증가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선대는 2018년말 기준 5,284척(2,230만teu)이다. 이는 전년대비 5.7% 증가한 규모다. 2018년에는 165척(130만teu)이 추가된 반면 66척(11만 1,000teu)이 스크랩됐다.

머스크, “3-5년 내 경쟁사는 페덱스와 UPS

엔드투엔드 글로벌 물류 인테그레이터로서 사업방향을 선회하며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선사들로는 머스크, CMA CGM 등이 있다. 이들은 컨테이너 해운 뿐 아니라 항만과 물류사업의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두 선사들은 이미 초대형선 발주와 운영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려왔으나 미래에 지속적인 수익성으로는 연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현재는 오히려 사이즈 레버리지와 함께 공급망 서비스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인수, 투자 뿐 아니라 기존 물류사업을 메인 정기선 사업에 통합함으로써 추진되는 모양새다.

머스크는 오는 3-5년 안으로 페덱스, UPS에 버금가는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 통합회사(global logistics integrator)로 변신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머스크의 소렌 스코우 CEO는 “네트워크 및 자산 기반 글로벌 통합물류회사를 목표로 하여 현재 해상운송업 뿐 아니라 트럭, 공급망관리, 창고 운영 등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육상기반 물류업체의 인수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부로는 해상운송과 물류자회사 담코의 공급망 부문을 합치면서 엔드투엔드 서비스체제의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디지털 중심 사업 모델도 통합하고 있다. e-페이 솔루션을 빠르게 도입, 확대하고 있으며, 디지털 포워더 트윌(Twill)을 아시아-유럽항로에 도입했다. 머스크 측은 “우리의 셀프 서비스 솔루션에 적응해나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비전은 글로벌 인테그레이터가 되어 고객들의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CMA CGM, 세바 인수·온라인 플랫폼 강화 등 화주 중심 전략

CMA CGM도 머스크와 유사하게 화주 중심 전략으로 경영방향을 틀고, 맞춤형 물류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3PL기업인 세바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자사 물류업체 CMA CGM Log와 인수합병하는 등 물류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CMA CGM은 런던게이트 터미널에 냉동 창고시설을 건설, 운영 중이며 향후에도 맞춤형 엔드투엔드 물류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동사는 온라인 영업 플랫폼을 강화하며 중소형 화주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말 온라인 프레이트 마켓 플랫폼인 ‘프레이토스’와 계약을 체결한 첫 외항선사로 이름을 올린 CMA CGM은 중국-미주 노선의 온라인 부킹, 고정 운임, 선복 확보 등의 서비스로 직접 중소형 화주와 영업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4월 1일에는 유럽 피더 자회사들을 ‘컨테이너십스’라는 한 브랜드로 통합하여 유럽 트럭, 철도, 바지 등 복합운송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선사들의 글로벌 물류 인테그레이터 전략에 따른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투자 및 추진 작업의 규모가 방대할 뿐 아니라 서로 사업의 속성과 방향이 상이한 이질적인 사업부문을 통합할 경우 발생하는 역시너지도 잘 살펴야 한다.

드류어리는 “지난 10년간 유사한 통합 전략이 있어왔다. 전 세계 무역공급망의 글로벌화와 가속화에 대응하여 해운과 물류사업의 통합 바람이 불었으나 그 누구도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각기 개별적이고 이질적인 사업모델의 통합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 경영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뿐 아니라 가장 핵심사업인 해운업에서 멀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드류어리는 그 이전과 달리 디지털 기술의 접목이 통합 물류회사로의 전망을 밝게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 거래의 디지털화와 자동화 작업은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팍 “해운업 본질에 충실”, 현대상선 “규모의 경제 실현

반면 ‘글로벌 인테그레이터’와는 상반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는 선사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하팍로이드 등은 핵심 해운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하팍로이드의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CEO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사이즈가 아니라 고객 지향성이다. 고객들은 더욱 신뢰감 있는 공급망을 기대하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화물들을 선박에 싣기 위해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팍로이드처럼 핵심 해운업에 충실한다는 전략을 택한 선사들은 네트워크 최적화, 매출 관리, 높은 운항 신뢰성, 서비스 품질 제고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강화를 위해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차별화된 ‘전략’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드류어리는 “이 같은 전략은 만일 선사들이 파산하거나, 공급망에서 붕괴됐을 경우에서 아주 호재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리딩선사들의 글로벌 인테그레이터 전략이 매우 성공적이라면, 핵심 해운업에 집중했던 선사들은 인수대상이 되거나, 2급 선사로 밀려날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다소 모호한 용어인 ‘서비스 품질’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게임에서 승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전략적으로 노리는 선사도 있다. 현대상선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월 한국 조선소 3곳에 3조원 규모로 2만 3,000teu급 12척, 1만 5,000teu급 8척을 대거 발주한 바 있다. 신조선의 인도예정일은 2020년 1분기이다. 현대상선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2022년까지 100만teu 선복량을 확보하고, 100억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상위 선사들이 몇 년 전부터 초대형 선박을 경쟁적으로 발주하여 대형화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후발주자로 뛰어들게 됐다. 이미 시장의 공급량 초과 상황에서 초대형 컨선의 계속된 신조발주는 해운업계의 수급개선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MSC 올해 신조 선복량 33만teu 가장 많아

그렇다면 이미 2-3년 전에 초대형선의 발주를 끝낸 올해 선사들이 인도 받기로 돼 있는 신조 선복량은 어느 정도일까?

알파라이너 통계에 따르면, 먼저 머스크는 올해 신조선 6척의 인도를 통해 선복량 7만 3,600teu를 확보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글로벌 불경기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오더북 확대에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가장 많은 선복량을 확보하는 선사는 MSC로 나타났다. 동사는 올해 20척, 33만teu의 선복량을 추가하면서 올해말 360만teu를 확보하게 된다. 2M 파트너이자 세계 1위 머스크와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SC는 올해 하반기에 2만 3,000teu급 8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며 이들 중 일부는 2M의 6개의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박들은 IMO의 2020년 환경규제에 대비하여 스크러버 시스템을 재장착하기 위해 6주 정도 서비스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MSC는 올해 선박 개조 프로그램을 통해 1만 4,000teu급 선박을 1만 7,000teu급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오션 얼라이언스 파트너인 코스코와 에버그린이다. 세계 3위 코스코는 지난해 OOCL 인수 이후 광폭의 성장세를 지속해나가고 있으며 올해 18만 1,000teu의 추가 선복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4위에 랭크돼 있는 얼라이언스 파트너인 CMA CGM과의 선복량 격차를 넓혀나가고 있다.

7위 에버그린은 올해 13만 4,000teu를 추가하면서 THE 얼라이언스 파트너인 하팍로이드(5위)와 일본 ONE(6위)과의 선복량 차이를 좁힐 것으로 보인다. 하팍로이드의 경우 신조발주에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으며 현재 오더북이 없는 상태이다. ONE는 지난해 4월 출범한 이후에 현재 3척을 발주해놓고 있으며 지속적인 사업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선사 얼라이언스 간에도 선복량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2M얼라이언스 MSC와 오션얼라이언스 파트너들의 공격적인 신조발주에 반해 THE 얼라이언스에서는 불과 양밍 1개사가 1만 4,200teu급 4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리딩 선사들은 해운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통합물류회사로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면, 앞으로 미래 정기선 업계의 시장모델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해운업 부문에서 충분히 잘해왔던 것은 더 이상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리딩 선사들의 인테그레이터 전략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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