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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해상법·선박건조금융법 이슈진단(8)
정기선사 회생에 맞춘 도산법 개정의 필요성
[543호] 2018년 11월 30일 (금) 11:08:21 김인현 교수 komares@chol.com
   

김인현 교수

고려대 로스쿨, 前 선장

상법과 도산법이 지향하는 이념은 기업의 유지로 동일하다. 상법은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을 통하여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국부가 창출되고 일자리가 마련된다. 그래서 기업이 도산되지 않도록 한다. 해상기업이 누리는 책임제한제도가 대표적인 상법상 기업유지제도이다. 도산법은 부채가 많아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회생절차라는 제도에 들어오게 하여 부채를 탕감하여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산법의 지향점도 기업의 유지에 있다고 보게 된다. 
이러한 도산법의 지도이념에 따라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이후 우리나라 해운회사는 회생절차에서 대부분 살아남아서 지금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그렇지 못하고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왜 이런 차이가 나게 되었는가? 이는 채무자인 한진해운이 정기선사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즉, 도산법제도가 정기선사의 회생에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져있고, 이를 간과한 해운계와 해상법학계가 이에 미쳐 대처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한진해운의 회생절차에서 달성되었어야 할 일들>
  한진해운은 매출은 8조-10조원을 유지하면서 수년간 변화가 없었지만, 수십척의 정기용선을 시장가보다 높게 빌렸었기 때문에 지출이 많아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선박소유자에게 용선료의 감액을 요구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마지막 수단으로 정기용선자로서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통하여 용선료 채무를 1/10정도로 줄이게 되면 한진해운은 살아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는 3가지로 분류된 채권자로서 채권신고를 해야한다. 회생채권, 회생담보권, 공익채권 세가지가있는데, 회생채권이 되면 특별히 보호받지 못하고 통상 원래 채권의 1/10만 인정받게 된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중에서도 언제나 전액을 변제받게 되므로 문제가 없다. 

정기용선된 선박은 정기용선계약의 결과인데, 용선계약은 우리 법원에 의하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 본다. 그래서 관리인은 이 계약을 지속할지 아니면 해지할 지를 결정할 수 있다. 지속할 것을 결정하게 되면, 그 용선계약의 용선료는 공익채권이 되어 그대로 지급되어야 한다. 반면에 해지를 결정하게 되면, 해지한 날로부터 용선기간의 만료일까지의 용선료 미지급액 만큼은 선박소유자로서는 손해를 입게 되므로 이는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선박소유자가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만 인정된다. 선박소유자는 자신의 선박을 찾아가게 되고 장차의 약정되었던 용선료는 회생채권으로 되어 불리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의 용선료는 약정된 용선료보다 훨씬 낮은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진해운으로서는 이렇게 비싼 용선료를 지급해야할 선박을 쳐내어버리고 현재 시장가격의 낮은 선박을 확보해서 운송을 하게 되면, 그간의 적자를 면하게 되게 되었을 것이다.
한진해운의 관리인은 대부분의 정기용선계약 해지를 선택하여 선박소유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그는 낮은 가격의 정기용선을 하지 못하였다. 여기에 한진해운이 회생하지 못한 일부 이유가 있다. 소위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발생하여 한진해운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영업이 불가할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역대란>
정기선이란 선박의 일정이 미리 공표되어 공표된대로 선박이 운항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공표된 일정을 화주(수출자, 송하인)들이 신뢰하고 수입자(수하인)와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 점이 정기선운항이 부정기선운항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따라서 정기선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해진 일자와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해주어야 한다. 정기선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구비하는 등 노력을 다한다.

2016.8.31.부터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하였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미국서부에 전하여지자, 미국의 하역회사들은 밀린 하역료의 정산 및 당장의 하역을 위한 하역비의 정산을 한진해운에게 요구하게 되었다. 현금이 없는 한진해운은 이를 지급할 수 없었고 선박가압류의 위험에 처한 선박은 외항에 대기하거나 다른 항구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몇일이 지나고 한척씩 한척씩 외국의 항구에서 압류 혹은 가압류된 선박이 나타나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하게 되었다. 납기를 맞추지 못한 화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고 화주스스로가 하역비를 지급하면서 선박에서 화물을 하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몇 백억원의 하역비가 준비되지 않는 한진해운에 대하여 화주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채권자인 산업은행등 한국정부도 한진해운의 회생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임이 전해지자 한진해운의 정기선사로서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급기야 얼라이언스에서도 한진해운을 퇴출시켜버렸다.
이렇게 되어 화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 한진해운이 다시 영업을 하기는 어려워졌고, 회생절차 초기에 다른 회사들이 회생절차내에서 한진해운을 인수하는 것이 타진되었지만, 물류대란의 손해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루머에 이 회사들도 인수를 포기하게 되었다.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
이런 사정은 정기선에 특유한 사항이다. 만약 한진해운이 부정기선이었다면, 하역대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화주는 단일 기업이라서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기선의 경우 회생절차에서는 이 특징에 맞추어서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법제도를 가져야한다.
첫 번째 처리해야할 것이 마지막 항차의 하역비의 처리이다. 통상 정기선사는 60일정도의 외상채권을 가지고 있다. 60일전에 발생한 하역비를 정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현재 항차의 하역비 뿐만아니라 60일 이내에 발생한 하역비채권도 하역회사가 정기선사에게 지급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압류금지조치(stay order)로도 처리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역회사들이 하역을 거부하는 것은 선박에 대한 압류/가압류와 다르다. 법원이 하역거부행위를 막고 하역이행을 명하고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하기 때문에 현금지급이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채무자 회생법에 60일 이내에 발생한 하역비는 공익채권으로 인정하면 하역회사들은 회생절차에서도 언제나 이를 수령할 수 있으므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채무자 회생법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 법은 필요품이 20일전에 공급된 것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는데(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8의2호), 필요품 뿐만아니라 서비스의 공급도 포함시키는 문제와 그 기간을 20일에서 60일로 연장하는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이렇게 서비스로 확장하면 도선사, 예선업자 등의 채권도 포섭되어 채무자에게 유리하게 된다.
필자가 여러차례 주장한 것이지만, 하역기금을 조성하여 하역회사가 직접청구권을하역기금에 대하여 가지도록 하면 하역회사가 실력행사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운도산시 공통된 사항>
부정기선사 및 정기선사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국취부선체용선에 대한 취급이다. 우리나라 선사들은 유독 국취부선체용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선체용선계약의 결과로서 선체용선자는 동 선박을 보유하면서 운항에 활용하고 있다. 법원은 동 용선계약도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 이해하면서, 선박의 소유권은 해외의 특수목적법인(SPC)가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창원지방법원 2017.2.23.자2016라308결정). 따라서, 동 선박은 채무자 소유의 선박이 아닌 것이 되었다. 채무자 회생법에 따르면 강제집행의 금지대상이 되는 채무자 재산은 채무자 소유의 것으로 한정해서 보는데, 국취부선체용선은 채무자 소유가 아닌 것으로 이해되고, 따라서 채무자 회생법 제58조의 적용밖에 있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채권자들은 대한민국 혹은 선박이 기항하고 있는 국가의 법에 따라서 가압류 혹은 선박우선특권의 집행대상이 되게 되었다. 즉, 이런 입장에 의하면 한진해운이 국취부선체용선으로 가지고 있던 선박은 선박우선특권의 집행대상이 되게 되는 것이다.

선박연료유를 제공한 연료유공급업자가 한진 샤먼호를 선박우선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자 법원은 이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당시 한진해운이 운항하던 많은 선박들은 국취부선체용선이었는데, 모든 임의매의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것은 관리인은 물론이고 한진해운을 인수하려던 의사를 가지고 있던 다른 회사들에게는 아주 불리한 여건이 되어버렸다.
국취부선체용선은 용선계약이 종료시 채무자가 소유권을 가지게 될 것이 예정되어있음로 그 지분만큼은 소유권자 유사의 지위를 인정해주어야 할 것인데 전혀 그렇지 못하는 것은 회생절차법의 정신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 회생법 제58조의 채무자의 재산에 선박의 경우 국취부선체용선도 포함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법원이 취하고 있는 쌍방미이행쌍무계약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강제집행에서 면하게 됨으로써 채무자회생법이 지향하는채무자의 회생에 이바지하게 된다. 관리자가 이행을 선택하여 용선계약이 지속된다고하더라도 채무자의 채권자들이 선박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게 된다면, 회생은 달성되지 못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쌍방미이행쌍무계약에서 관리자에게 이행을 선택하게 한 취지와도 일관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이행이 선택된 국취부선체용선된 선박은 쉽게 가압류 혹은 임의경매의 대상이 되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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