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시설 사용허가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4두1628 판결1)-
 

Ⅰ. 사안의 개요
(1) 사단법인 한국수산업경영인 경상북도연합회는 2006. 6. 27. 원고 경북수산 영어조합법인營漁組合法人이 연안항인 구룡포항 항만구역 내에 위치한 국가 소유의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6리 954-2 잡종지 32,896㎡ 중 일부(이하 ‘이 사건 대지’) 지상에 철근콘크리트조 3층 규모의 수산물종합유통센터(이하 ‘이 사건 건물’)를 신축할 수 있도록 피고 포항시장에게 어항구漁港區 해제(병포리) 및 지정(구룡포6리)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2007. 6. 29.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는 내용의 어항구 지정 승인을 받아 2007. 8. 9. 이를 고시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대지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 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으로부터, 2008. 9. 30. 비관리청 항만공사 시행허가를, 2008. 11. 4. 위 항만공사 실시계획의 승인을 받았다.
(3) 이어서 원고는 2008. 11. 7. 포항시 남구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신축허가를 받았다가 이를 취하하였고, 다시 건축허가 신청을 하여 2009. 8. 19. 건축허가를 받았다가 2009. 10. 14. 이를 취하하는 등 수차례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그중 일부에 관하여 허가를 받았다가 이후 신청을 모두 취하하였다.

(4) 그리고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2009. 3. 16. 사용기간을 2009. 3. 16.부터 2010. 3. 15.까지로 정한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받았고, 위 사용기간 만료 후인 2010. 9. 13. 다시 사용기간을 2010. 9. 16.부터 2011. 9. 15.까지로 정한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받았다.
(5) 원고는 이 사건 건물 신축을 위하여 다시 2011. 9. 23. 남구청장에게 건축허가신청을 하고, 위 항만시설 사용허가 기간 만료 후인 2012. 2. 23. 피고에게 이 사건 대지에 관한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2. 3. 9. 이 사건 대지 주변의 여건 변화, 특히 구룡포항에서의 각종 행사의 증가, 그로 인한 관광객 급증과 주차공간 등 공공시설 부족 심화, 구룡포항 내에서의 차량 통행을 위한 이 사건 대지의 이용 필요성, 피고 포항시장의 수산물상설할인판매장 건립 계획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이 사건 대지에 관한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할 경우 항만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만시설 사용을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리고 남구청장은 2012. 3. 27. 원고에게 보완사항(항만시설 사용허가기간 만료에 대한 기간 연장)이 이행되지 않았고 항만시설 사용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하였다.

(6) 원고는 위와 같이 비관리청 항만공사 시행허가 및 그 실시계획의 승인을 받은 후 수차례에 걸쳐 항만시설 사용허가와 건축허가를 받고서도 이 사건 처분이 내려질 무렵까지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이 사건 대지는 최초 항만시설 사용허가 당시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대지는 주차장, 과메기 판매 행사장, 수산물 수송차량의 통행로 내지 포항과 구룡포 사이를 오가는 시내버스 회차지 등으로 사용되어 왔고, 구룡포항은 과메기 축제,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 잔치, 문화거리축제, 백일장 등의 연중행사로 인하여 방문객이 급증하였으며, 그 결과 주차공간 등 공공시설이 매우 부족하게 되었다. 포항시는 이 사건 대지 인근에 지역 어민들을 위하여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수산물상설할인판매장 건립을 추진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각 처분 이후 실제로 수산물판매장이 개점하였다.
 

Ⅱ. 관련 법령 및 소송의 경과
(1) 구 항만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항만법’) 제30조 제1항은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는 국토해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항만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국토해양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항만의 개발계획 및 관리·운영에 지장이 없으면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거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며, 행정절차법에 의한 처분의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2) 제1심3)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심4)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하에서는 항만시설 사용허가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Ⅲ. 거부처분과 재량권 행사의 적절성
1. 재량행위

(1) 어느 행정행위가 기속행위羈束行爲인지 재량행위裁量行爲인지는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고,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정의 형식이나 체재 또는 문언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5) 또한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6)
(2)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항만시설 사용허가는 특정인에게 사용권을 설정하는 행위로서 항만법과 그 시행령에 허가 기준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허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한다.7)
 

2.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행정행위를 기속행위와 재량행위로 구분하는 경우 기속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그 법규에 대한 원칙적인 기속성으로 인하여 법원이 사실인정과 관련 법규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일정한 결론을 도출한 후 그 결론에 비추어 행정청이 한 판단의 적법 여부를 독자의 입장에서 판정하는 방식에 의하게 된다.8)
이와 달리,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기속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와는 달리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당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하며,9)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하여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진다.10)
 

3.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의 판단기준
(1) 위에서 본 항만법의 체제 및 형식과 문언, 항만시설사용의 목적, 항만시설 사용허가행위의 성질과 유형 등에 비추어 보면,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를 심사하는 경우 법원은 항만법 제30조 제2항의 허가 요건에 관한 사실인정과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받으려는 당사자가 그 허가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한 뒤 그 결론에 비추어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정하여야 한다.
(2) 처분의 적법 여부는 행정처분을 할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11)
 

4. 대상사안의 검토
(1)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신축을 위하여 항만시설인 이 사건 대지를 사용하도록 허가할 경우에는 구룡포항 내의 이 사건 대지를 포함한 항만시설을 이용하여 수산물을 수송하는 지역 어민들과 구룡포항을 경유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지역민들의 교통 편의성이 저해되고, 구룡포항에서 연중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이 사건 대지 인근에 건립되는 수산물판매장 등을 포함하여 구룡포항 일대를 방문하는 다수의 지역민들, 외지 방문객들의 주차난과 교통 혼잡이 가중되는 등 연안항인 구룡포항의 관리·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2) 그러므로 원고의 위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은 항만법 제30조 제2항에서 정한 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이 사건 처분 이후에 항만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는 사정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Ⅳ. 신뢰보호의 원칙의 위반 여부
1. 합법성과 신뢰보호의 원칙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넘어 공공질서를 위하여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할 경우 합법성의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우월한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적용된다.12) 어떠한 경우에 합법성의 원칙보다 구체적 신뢰보호를 우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신뢰보호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위법행위와 관련한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및 그와 같은 신뢰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13)
 

2. 신뢰보호원칙의 적용요건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①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②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③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④ 행정청이 그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⑤ 그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14)
여기서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행정조직상의 형식적인 권한분장에 구애될 것은 아니고, 담당자의 조직상의 지위와 임무, 당해 언동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및 그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15)
 

3. 대상사안의 검토
피고가 원고에게 두 차례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해줄 것이라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Ⅴ. 행정절차의 준수 여부
1. 행정절차법의 규정

구 행정절차법(2012. 10. 22. 법률 제11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은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의 제목,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과 주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의견제출기한 등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고, 제22조 제3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제1항에서 정한 청문을 하거나 제2항에서 정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경우 외에는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2.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
(1)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16)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17) 여기서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행정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처분상대방이 이미 행정청에 위반사실을 시인하였다거나 처분의 사전통지 이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은 아니다.18)
(2) 신청에 따른 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아직 당사자에게 권익이 부과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어서 여기에서 말하는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처분의 사전통지대상이나 의견청취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19)
 

3. 대상사안의 검토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항만시설인 이 사건 대지의 사용을 불허한 이 사건 처분은 당사자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효과를 수반하는 이른바 수익적 행위를 구하는 원고의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에 해당할 뿐, 행정절차법 제21조에서 말하는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처분에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른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이 없다.
 

Ⅵ.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영어조합법인이 연안항 항만구역 내에 위치한 국유지 지상에 수산물종합유통센터를 신축하기 위하여 두 차례에 걸쳐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받았으나, 세 번째 사용허가를 신청할 당시에는 연안항의 관리·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항만시설 사용허가 거부처분이 적법하였다고 판시하여,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의 심사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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