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선원, 안정화방안 제안

 
 

오늘의 한국해운이 있기까지 해기사를 포함한 선원들의 공로가 작다고 말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하에서도 해기사출신들은 신성모 국무총리서리,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박옥규 해군참모총장, 이시영 한국해양대 창립자와 같은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해방이후 설립된 한국해양대학의 졸업생들은 승선할 배들이 적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1970년대부터 김윤석, 서병기 등과 같은 선각자들이 일본 산코 라인에 선원송출을 시작함으로써 한국의 원양선원사회에는 큰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1970년에서 1990년대까지는 해외송출선원들의 전성기였다. 이들은 파독광부와 간호사, 월남파방 군인들보다 더 큰 외화가득을 이루어내었다(1996년 년간 5억 4천만불까지 획득). 승선경험을 갖춘 해기사들은 1980년대 이후 범양상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장금상선 등 해운회사의 경영진으로 진출하여 큰 역할을 해왔다. 한국선원사회는 현재 큰 위기에 봉착해있다. 위기의 모습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위기상황
첫째, 해기사를 포함한 승선선원수가 급감하였다. 특히 송출을 나간 선원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원양상선선원대의 구성 중에서 해외취업선원은 1987년 5만명에서 현재 3000명으로 축소되었다. 뿐만아니라 국적선(국취부나용선포함)에 근무하는 우리 선원들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2017년말 현재 원양상선 해기사 약 6100명, 부원 1000여명). 과거에는 한 배에 20명 전원이 한국선원이 승선하던 것이 지금은 선장, 기관장(소위 투톱) 혹은 선장, 기관장, 1등 항해사, 1등 기관사(소위 포톱)만 한국선원이고 나머지는 다른 국적의 선원이 혼승하고 있다(2017년 말 외항상선 선장 1022명, 1등 항해사 950명, 2등 항해사 667명, 3등 항해사 571명; 3등 항해사는 선장의 1/2이므로 나머지는 외국선원임을 알수 있다). 현재 2등 항해사가 국적선에 타고 있지 않으니 장차 1등 항해사 및 선장은 배출되지 못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선장 자원도 없어질 것이고 해기전승이 막을 내리게 되고 육상해운관련 직군에 종사할 자원도 고갈되게 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이다. 

둘째, 2015년 한국해양대학과 목포해양대의 해기사 입학정원이 증원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2016년 한진해운 사태로 60여척 선박공급이 사라져버려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공급은 대폭 늘어났지만 수요는 줄어들고 말았다. 과거 해양대출신이 가지 않던 중소형선박 회사로 졸업생들이 몰리면서 해사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이 힘들어졌다.  

셋째, 최근 발생한 대형 인사사고들에서 선주와 유족들 사이에 유족보상금을 두고 큰 갈등이 생겨났다. 유족 보상에서 일부 유족들이 과거 관행과 다른 높은 액수를 요구하여 타결이 되지 않자, 이를 기화로 선주들은 한국선원들에 대한 고용을 유보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선원의 재해로 인한 사망시 유족이 합당한 보상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선주들의 보험사는 법률로 정한 금액만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선원법이나 민법을 기준으로 정한 금액이상을 선주가 지급하면 그를 초과하는 금액은 보험이 되지 않으므로 선주로서는 보상받지 못하는 손해가 되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니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대책
한국선원의 국적선 승선숫자가 줄어든 이유는 저임금을 선호하는 한국선주들의 경향과 젊은 해기사들의 승선기피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을 위해서는 선박과 선원이 있어야 한다. 우수한 선원이어야 하고, 우리 국적 선원들이 승선하면 더 좋다. 이들은 장차 해기경험이 필요한 육상직에 종사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선원직이 사양산업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무역 의존도가 높고 선박을 통한 무역이 90% 이상 이루어지는 국가이므로 우리나라 상선대는 유지되어야한다. 그 상선대는 적정한 숫자의 우리 선원들이 우리 선박을 운항하도록 해야 한다. 현 위기상황을 타개할 몇가지 제도적인 보완책을 살펴본다.

첫째, 예비역 해기사제도를 도입하여 해기사를 배출 유지하자. 
해운은 완전한 국제경쟁체제하에 놓여있다. 각국의 선주들은 다른 국가의 선주들과 치열하게 원가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임금이 싼 선원들을 승선시켜왔다. 선원법에 의하면 한국선박은 한국선원을 태워야 한다. 우리 국적선등 사선을 운항하는 우리 선주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우리도 국제선박등록법을 제정하여 외국선원의 승선이 가능하도록 하여주었다(제 5조). 이 제도는 한국선주들에게 공급이 부족한 직급 및 저임금의 외국 해기사 및 부원의 승선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순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한국적 선박이라도 투톱이나 포톱인 선박이 생겨날 정도로 남용되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되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국가필수국제선박(제8조) 및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도입된 국가필수해운제도의 개념을 확대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해양대학에 학생들이 해군예비역장교(ROTC)로 편입되었듯이, 현재 실시되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에 추가하여, 예비역해기사제도를 도입하여 이들은 1등 항해사/기관사 2년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국적선사가 특별히 관리하는 것이다. 최소 7년간의 장기근무를 자원하는 학생들에게는 (i) 우리 선주들이 외국선원을 태울 경우와 비교하여 높아진 임금의 차액의 1/2은 선주가 1/2은 국가가 보전한다. (ii) 톤세 제도는 한국선원을 일정한 수만큼 승선시킬 것을 조건으로 한다. 원래 영국에서 시작된 톤세 제도는 영국선원을 태우는 선사를 지원해주는 제도로서 출발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톤세 제도는 그렇지 않게 운용되고 있다. (iii) 이들 학생들은 1등 항해사/기관사 2년까지 대략 졸업후 7년간은 반드시 의무승선을 해야 한다. 조기하선을 하면 그동안 보전받았던 국가지원금은 반납해야한다. (iv) 선정된 학생은 반드시 국적선에 승선해야할 의무를 가진다. 국적선사는 이들의 국적선 승선을 보장해야 한다. (v) 그 학생은 1등 항해사 2년을 마치고 육상근무를 할 경우에라도 반드시 해기면허는 보유하면서 유사시 국적선에 승선할 의무를 부담한다. 해사고등학교학생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한국선원들의 재해보상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선원법상 재해보상은 승선 중이기만 하면 직무가 아닌 원인으로 사망해도 상당한 유족보상이 지급되는 점에서 아주 좋은 제도이다. 그런데, 선원법상의 재해보상(제 99조)과 함께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도 청구가 가능한 우리 법제도 하에서 젊은 선원들이 사망하면 민법상 청구가 더 많은 배상이 가능하다. 또한 선원법은 정액으로 정하여져 있지만 민법의 경우 위자료가 추가되는 등 변동성이 크다. 선원의 사망사고시 선주와 선원유족 사이에 민법상 유족보상의 관철 여부로 갈등이 많이 생겨난다. 미국의 경우 우리 선원법에 해당하는 Jones 법에서 정한 청구만이 가능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는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Jones 법상 청구액은 우리 선원법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도 선원법 제99조상의 정액배상의 수준을 상당히 높이면서 민법상 청구는 불가하도록 해서 다툼의 소지를 없애고 안정화시키면 선원과 선주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셋째, 선원에 대한 일자리 창출 및 외화 가득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자.
우수한 해기사 양성교육기관을 가진 우리나라는 얼마든지 외국선주들의 선박에 우리 선원들을 다시 승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선박에는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특수선박은 여전히 우리가 타국에 비하여 비교우위에 있다. 이들 해기경험을 갖는 자들을 육상 해기직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우수한 도선사를 일본에 진출시키는 방안도 검토하자. 우수한 선장/기관장들을 베트남 등 해기교육기관에 실습교수나 외국 선박관리회사의 관리 선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장차 무인선박이 도래할 때 육상의 관리인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송출 나가는 선원들에게 위 예비역 해기사제도와 유사하게 제도를 운영하여 해외선주로부터 수령하는 임금 중의 일정부분은 국내 선원단체의 기금으로 보전해줄 수 있다면 다시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도선법상의 응시연령을 선장경력 2년으로 더 낮추자.
도선사는 선박관련 최고 전문직이라는 명예와 함께 고수입을 보장하는 직업으로 해기사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도선법 제5조가 개정되어 도선사시험응시 자격이 6천톤 이상 선박의 선장경력 3년으로 낮추어진 것은 젊은 해기사들을 장기승선시키는 아주 좋은 유인이 될 것이다. 이를 더 낮추어 2년으로 하여 젊은 항해사들의 장기승선을 유인해야한다.
선원의 수요자인 한국의 선주, 정부, 해기사양성학교, 그리고 선원사회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원 특히 해기사의 양성과 유지에 힘을 합쳐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한국 해운산업 유지발전을 위한 100년 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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