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승선을 위해 도선점에 접근하던 양 선박이 충돌한 사건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13. 7. 2. 05:30경(UTC +8시간)
○사고장소 : 북위 01도 15분 36초·동경 103도 57분 24초
                (싱가포르항 동쪽도선점B 인근 해상)
 

<사고 개요>
○호는 총톤수 36,604.00톤(길이 215.98 x 너비 32.20 x 깊이 18.30 m), 출력 8,914㎾ 디젤기관 1기를 주기관으로 설치한 제주시 선적의 강조 산적화물선으로 1995. 12. 1. 일본국 소재의 쓰네이시조선소(Tsuneishi Shipbuilding Co., LTD)에서 건조·진수되었으며, (사)한국선급으로부터 2011. 2. 23.부터 2016. 2. 22.까지 유효한 선박검사증서를 가지고 있는 선박이다.
이 선박은 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석탄을 운송하였으나 사고 항차에는 브라질 파라나구아항에서 콩 59,707.158톤을 적재하고 중국 킹조우항으로 향하던 중으로, 2013. 5. 27. 20:13경 브라질 파라나구아항에서 선장을 포함한 선원 20명을 태우고 출항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Cape Town)을 돌아 약 2달간 항해한 이 선박은 연료유를 공급받기 위해 싱가포르에 기항할 예정이었으며, 이 선박이 말라카해협을 거쳐 싱가포르해협을 통해 싱가포르에 접근하던 2012. 7. 2. 02:50경(UTC +8시간, 현지시각, 이하 현지시각으로 한다.) 선장은 조타실에 올라가 같은 날 03:00경부터 직접 조선하였다.
같은 날 03:30경 선장은 싱가포르 VTS에 동쪽도선점B(Eastern Boarding Ground B)에 도착 2시간 전임을 보고 하였다.

같은 날 05:10경 1등항해사, 2등항해사, 조타수가 보조하는 가운데 싱가포르 통항분리대를 따라 동쪽으로 약 6.0노트로 감속하여 항해하던 선장은 상대선인 A호를 포함한 3척의 선박이 서쪽으로 항해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거리가 있어 충분히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싱가포르 통항 분리대를 가로질러 싱가포르 동쪽도선점B로 접근하기 위하여 좌현 변침하였다.
좌현 변침하여 진침로 005도, 속력 5.0노트로 항로를 가로질러 싱가포르 동쪽도선점B에 접근하던 선장은 상대선 A호도 싱가포르 동쪽도선점B를 향해 진침로 270도, 4.0노트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같은 날 05:17경 선장은 싱가포르 VTS로부터 도선사가 예정대로 05:30경 승선할 것이라는 초단파대무선전화(VHF)를 수신하였으며, 상대선 A호에게도 같은 시각 도선사가 승선할 것이라고 통보하는 것을 청취하였다.
같은 날 05:20경 선장은 상대선 A호로부터 좌현 쪽으로 변침해 달라는 요청을 초단파대무선전화(VHF)를 통해 받고 좌현 쪽으로 전타하였으나 선박이 도선사 승선을 위해 주기관이 정지되어 있고 화물을 가득 적재한 만선 상태이어서 타효가 잘 듣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 선박은 도선사 승선준비 등으로 분주하여 상대선에게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지 못하였다.

같은 날 05:25경 선장은 이 선박이 싱가포르항 동쪽도선점B에 도착하여 좌현 현측으로 도선사를 승선시키는 중임에도 상대선 A호가 우현 쪽에서 계속 접근하자 기적으로 경고신호를 취명하였으며, 싱가포르 VTS에서도 초단파대무선전화(VHF)를 통해 상대선 A호에게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즉각 행동하시오.”라고 교신하는 것을 청취하였다.
같은 날 05:27경 선장은 상대선 A호가 계속 접근하자 급박한 충돌의 위험을 느끼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좌현 전타한 상태에서 기적으로 경고신호를 취명하며 주기관을 반속 전진에 이어 전속전진으로 가동하였다.
그러나 이 선박이 천천히 좌회두하며 전진하던 2013. 7. 2. 05:30경 싱가포르항 동쪽도선점B 인근 북위 01도 15분 36초·동경 103도 57분 24초 해상에서 시침로 351도, 속력 4.0노트이던 ○호의 우현 거주구역 20m 전방부위와 상대선 A호의 정선수부가 선수미선교각 약 80도로 충돌하였다.
 

[그림 1] 충돌상황도
[그림 1] 충돌상황도

당시 ○호에는 승선 중이던 싱가포르 도선사가 막 조타실로 들어오는 시점이었다.
한편, A호는 총톤수 38,871.00톤(길이 225.00 × 너비 32.00 × 깊이 19.30 m)의 바하마(Bahamas) 낫소(마셜제도(Marshall Islands)선적의 강조 산적화물선으로, ○호의 선박항해기록장치(VDR, Voyage Data Rec
order)의 기록에 따르면 2013. 7. 2. 05:00경부터 진침로 270도, 속력 3.5노트로 싱가포르항 동쪽도선점B로 접근하던 중이었으며, 싱가포르항 도선선이 O호에 도선사를 승선시키고 A호에 접근하던 중 앞서와 같이 충돌하였다.
사고 당시 기상은 맑은 날씨에 남풍이 초속 약 4m로 불었으며, 파고는 0.5m 내외이고 시정은 7마일 정도였다.
 
<사고발생 원인>
1)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고는 싱가포르항의 항계 내에서 도선사의 승선을 위해 동쪽도선점B로 접근하던 ○호와 A호 간에 발생한 충돌사고로 싱가포르 VTS로부터 같은 시간에 도선사 승선을 통보받은 양 선박이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였음에도 조기에 피항동작을 취하지 아니하고 방심한 채 도선사를 승선시키는 데 집중하다가 충돌한 것으로 통상의 항법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COLREGs, 1972」제2조(책임) 규정에 의한 선원의 상무(Ordinary Practice of Seamen)가 적용된다.
선원의 상무란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하는 두 선박의 기본적인 유형인 ‘추월’ ‘마주치는 상태’ ‘횡단하는 상태’ 등으로 구별하여 피항 원칙을 명시한 항법 규정 외, 나머지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는 각각의 상황에 따른 세칙을 마련하는 대신 선원의 관행이나 경험 그리고 선박운용술에 근거하여 선원으로서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의무이다.

이 충돌사건의 경우 양 선박이 같은 시간에 도선사를 승선시키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도선사 승선 지점으로 접근하는 상황으로 누구나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양 선박 모두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대로 진행하다가 도선사 승선지점에서 서로 충돌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충돌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 양 선박은 지속적으로 상대선을 주의 깊게 경계하여야 하고 충돌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조기에 피항하여야 하며, 초단파대무선전화로 상대선의 의도를 확실히 파악하고 안전하게 조선하고, 상대방의 행위가 의심스러울 경우 필요하면 선박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는 등 어떠한 경우에도 충돌의 위험성이 사라질 때까지 극히 주의하여 항행하였어야 한다.
 

2) 선교자원관리(BRM, Bridge Resource Management) 미흡
선교자원관리는 항해사들에게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 모두를 가능한 최대로 활용하도록 하여 성공적인 항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교자원관리방안이다.
그러나 ○호는 싱가포르에 입항하기 위해 도선사 승선지점으로 접근하며, 선장이 직접 지휘하는 가운데 1등항해사, 2등항해사, 조타수 등 충분한 인원이 조타실에서 선장을 보좌하고 있었으나 선장은 각 항해사에게 적절하게 업무를 배분하지 아니한 까닭에 상대선으로부터 초단파대무선전화를 통해 좌현 쪽으로 변침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좌현 쪽으로 전타하였다. 그럼에도 당시 선박의 사정으로 인해 타효가 잘 듣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사실은 즉시 항해사를 통해 상대선에 통보하였어야 하나 도선사를 승선시키는 데 집중하느라 아무런 통보도 하지 못하였으며 이는 선교의 지휘자인 선장이 적절히 선교자원관리를 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3) 초단파대무선전화(VHF) 사용의 문제점
충돌의 위험이 눈앞에 닥쳐올 때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피항동작을 취하여야 하는데도 초단파대무선전화로 상대방을 호출하는 행위는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게 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A호는 급박한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여 즉각적인 피항동작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상대선인 ○호에게 일방적으로 좌현 쪽으로 변침할 것을 요청한 후 상대선의 확답을 듣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도선점을 향해 진행하였으며, ○호도 상대선으로부터 좌현 쪽으로 변침할 것을 요청받은 후 자선의 상태가 좌회두하기 적절하지 않음을 즉시 통보하지 아니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피항 시기를 놓쳐 충돌하게 되었다.
 

<시사점>
1) 선박이 항해 중 충돌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 극히 주의하여 항행하여야 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충돌의 위험이 확실하게 제거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상대선의 피항동작을 예단하고 항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상대선과 통항 방법에 대하여 합의할 경우 확실한 상대선의 동의를 얻을 때까지 합의된 것이 아니므로 초단파대무선전화로 서로 통항 방법에 대하여 합의하고자 할 때에는 항해혼란이나 착오를 초래할 수 있는 통상의 항법에 반하는 통항 방법을 가능한 한 지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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