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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의 경제학(9)
대기업 물류자회사와 3자 물류산업의 발전방향
[541호] 2018년 10월 02일 (화) 17:02:00 고병욱 komares@chol.com
   
고병욱
경제학 박사(http://blog.daum.net/valiance)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재도약과 발전을 위해 선사와 화주 간의 상생문화가 정착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대기업 물류자회사와 국적 컨테이너 선사 간의 협력은 이 같은 선화주 상생노력의 시금석으로 간주될 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해운업계에서는 물류자회사의 수요 독과점적 지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국회에 물류자회사의 제3자 물량 취급을 원천적으로 막는 해운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여기서는 물류자회사가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규제방안, 그리고 제3자 물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정책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물류자회사가 모기업의 물량을 기반으로 제3자 물량까지 더해 선사들에게 부당한 운임인하, 계약 불이행 등의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되었다. KMI가 한국선주협회의 도움을 받아 근해 컨테이너선 수출항로에서 이 같은 운임인하로 인한 선사의 수익성 악화를 계산한 바에 따르면, 연간 최소 1,290억 원 상당의 선사 매출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사 수익성 악화로 그 영향이 끝나지 않는데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선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 수출입 화주에게 더 높은 운임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대형 제조기업의 국제 물류경쟁력은 더욱 커지게 되고, 중소 제조기업의 국제 물류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은 쉽게 관찰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어렵고, 바로잡기도 쉽지 않다.
또한 물류자회사가 제3자 물류시장에서 영업을 확대하면서 중소 제3자 물류기업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우선 경쟁이 가열되면서 물류회사들의 단가가 떨어지고, 나아가 물류자회사가 재하청을 주면서 국제물류주선시장의 거래질서가 문란해지고 있다. 또한 물류자회사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제3자 물류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 소위 시장잠식효과(market-stealing effect)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자회사의 해운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조치를 강구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다. 이는 물류자회사가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모기업의 국제 물류서비스 파트너로서 모기업 서비스를 위해 우선 설비 및 전문인력에 대한 막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선제투자는 일종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fixed cost)이기 때문에 물류자회사의 처리 물량이 많아지면, 전체 평균비용이 하락하는 소위 규모의 경제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즉 물류자회사가 시장점유율을 제고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면서도, 이 같은 물류자회사의 규모의 경제효과 또한 고려하는 정책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물류자회사의 국내 물류시장에서의 영업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선주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5년 7대 물류자회사의 국내 수출 컨테이너의 자사 물량이 37.6%, 제3자 물량이 62.4%로 나타났다. 여기서 물류자회사의 제3자 물량 취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물류자회사의 규모의 경제효과를 배제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즉 모기업인 수출제조기업의 국제 물류경쟁력에도 큰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 그러나 앞서 세가지 측면에서 설명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영업확대에 따른 피해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절충점으로서 우선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국내 제3자 물량의 비중을 50% 수준에서 제한하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선 물류자회사는 국내 물류시장에서 일부 영업을 제3자 물류기업에게 양보해야 하기 때문에 제3자 물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물류자회사의 수요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경우, 행정적 제재로서 시정조치와 매출액의 3%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벌칙으로 공정위 고발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도 있다. 문제는 특정 선사가 신고하여 사후 감독으로 물류자회사의 시장 지위 오남용을 규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데 있다. 특정 선사의 경우 이러한 공정위에 대한 신고로 사실상 물량 유치가 어려워져 선사의 생존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물류자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즉 공정위 또는 해양수산부 내에 상시적으로 물류자회사의 시장지위 오남용을 감시하는 조직의 신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3자 물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는 원래 제도 도입 당시에는 인증기업으로부터 제3자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에게 법인세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소 제3자 물류기업이 오히려 인증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장의 쏠림현상으로 중소 제3자 물류기업이 도산할 우려가 있어, 실제 법안에서는 이러한 화주 지원책이 반영되지 못했다. 따라서 여기서는 ‘기업 규모를 반영한 제3자 물류업체 이용 화주의 세제지원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언급해야 하는 것은 기존의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와는 달리 제3자 물류기업이 별도의 인증 없이 화주의 세제 지원과 연계되어 지원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 규모별로 차등하여 제3자 물류업체를 지원함으로써 규모가 큰 제3자 물류기업이 오히려 큰 역차별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정의에 해당되는 제3자 물류기업은 전년도 물류비 대비 증가액의 100분의 3의 비용을 화주가 소득 공제받도록 하는 반면,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큰 제3자 물류기업은 기업 규모에 비례하는 만큼 적은 규모(예를 들어 100분의 2) 만큼 이용 화주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2월에 설명한 독일의 질서 자유주의에 따르면(조타실의 경제학 2018년 2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우리의 경제행위가 사회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경제 질서가 형성될 필요가 있고, 이 책임을 정부가 지게 된다. 물류자회사의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는 행위가 사회적 선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규제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선화주 상생의 문화가 우리 해운산업계에 뿌리내리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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