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화물 선적중단 및 사업축소…현대중 IRISL 신조선 인도 연기

KOTRA 이란 비상대책반 가동, 산자부 대책반 민과 킥오프 회의
 

 
 

이란제재가 3년여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해운선사들도 줄줄이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잠정중단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각 산업군별 또는 수출 품목별로 90일, 180일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며, 해운분야는 180일의 유예기간(2018년 11월 4일까지)이 적용된다. 글로벌 선사들은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당장 직접적 영향 없어, 상황 주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이란 진출 글로벌 기업들은 이란 사업의 지속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성급히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란의 무역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만약 성급한 사업철수로 이란의 신뢰를 상실할 경우 향후 수익창출 기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미국의 제재 유예기간이 완료될 때까지는 최종 결정을 미루는 모양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핵협정 수정을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란 핵합의 지키기에 나선 유럽의 경우 지난 6월 4일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상태다. 현재까지 이란의 사업철수 및 중단을 공식 발표한 기업들로는 프랑스 정유사 토탈(Total), 덴마크 해운선사 머스크(Maersk), 미국 보잉(Boeing), 프랑스 자동차기업 PSA 등이 있는 반면 프랑스의 자동차기업 르노(Renault)의 경우 이란에서의 사업유지 방침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국내 해운업계는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나 앞으로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선주협회는 이란 기항 선사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고 선사들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지속적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선사들에 미치는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향후 상황변화를 계속 주시하며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OTRA는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비상대책반’을 가동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인호 산업부 차관을 반장으로 한 대책반을 구성하여 정유사와 플랜트산업협회 등 민간 업계 등과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략물자관리원 등은 공동으로 5월 25일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재개 관련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머스크라인, MSC, 현대상선 등 특정화물 선적 중단
글로벌 정기선사들은 이란행 특정화물에 대한 선적을 이미 중단한 상황이다. 머스크라인과 MSC, CMA CGM 등은 미국 재무부가 열거한 제재 명단에 따라 특정 품목의 화물을 더 이상 적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머스크와 MSC는 환적허브인 UAE 제벨알리항에서 제3자 소형 피더선박으로 이란행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라인의 유조선 부분은 미국의 제재 재개에 발맞춰 이란 내 고객사와의 계약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머스크 측은 “이란 내 머스크의 입지는 제한적이며, 향후 사업활동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운항하는 글로벌 선사라면, 미국의 제재가 재개됐을 때 이란에서 계속 사업이 불가능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MSC의 경우 대이란 사업의 영업활동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특정화물의 선적을 중단했으며 동시에 이란사업 축소방침을 밝혔다. 하팍로이드는 이란행 피더서비스 2개 중 1개를 이미 중단했으며 오는 11월 전에 나머지 서비스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하팍로이드 역시 머스크, MSC처럼 이란행 화물을 UAE의 제벨알리항에서 3자 피더선박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CMA CGM도 이란 서비스 철수 방침을 밝혔으며, 특히 이란선사 IRISL과의 사업협력 관계를 철회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현대상선도 대이란 제재 품목으로 지정된 화물이 선적되지 않도록 국내외 화주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며, 이란 항만 기항 및 환적을 통한 운송 가능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한국-중동 익스프레스 서비스는 이란의 반다라바스항을 기항하며, 1만 3,154teu급 현대드라이브 호가 투입되고 있다. 

탱커 선사들의 경우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재개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탱커 선사들은 세계 5위의 원유생산국이 시장에서 제외됨에 따라 기존 운항 선박을 중동 및 서아프리카 지역의 다른 원유 생산국으로 대체 투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4월 기준 일일 260만배럴을 수출했다. 대수출국은 주로 중국, 일본, 인도, 한국 등이다.
빔코(Bimco)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제재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복량 과잉으로 운임 압박을 받고 있는 대형 원유탱커 및 프로덕트 탱커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선사 IRISL 신조선 10척 연기 가능성

이란선사 IRISL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신조선도 인도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RISL은 지난 2016년 이란 금수조치 해제 이후 노후선 대체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1만 4,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4만 9,000dwt급 탱커 6척에 대한 신조발주 계약을 체결했다. 건조가는 약 7억 6,000만달러였다.
신조선들은 올해 2분기까지 IRISL에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오더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선박의 건조가 완료됐으나, 미국 제재가 예고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측은 IRISL에게 선박 인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IRISL은 이란 국영 컨테이너선사로 컨테이너선을 포함하여 드라이벌크선, 케미컬 탱커 등 120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글로벌 얼라이언스 가입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국영탱커선사 NITC도 또 다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NITC는 세계 탱커 선대의 5%를 운항하고 있으며 38척의 VLCC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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