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나용선)의 명(明)과 암(暗)

 
 

해상기업이란 선박을 이용하여 운송업에 종사하는 상인을 말한다. 해상기업이 운송에 이용하는 선박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자신이 직접 소유하는 선박을 운송에 이용하는 경우, 타인 소유의 선박을 빌려서 그 선박을 운송에 이용하는 경우(용선)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용선에는 선체용선(나용선), 정기용선이 대표적이다. 선체용선은 선박만을 용선자가 소유자로부터 빌려서 5-10년이상 사용하고 선박을 소유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용선자가 자신이 스스로 선원을 고용하고 관리감독한다. 정기용선은 선원까지 승선한 채로 선박을 빌려서 사용하고 선박을 소유자에게 되돌려준다. 모두 임대차의 성격을 가진다.

이 선체용선 중에서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BBCHP)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가 있다. 이는 임대차의 성격을 갖는 선체용선이지만, 용선기간의 만료시에 용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점에서 단순 선체용선과 다르다. 용선자는 용선을 할 때부터 소유권을 취득할 의사를 가지고 용선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선가를 수십등분하여 용선료대신 할부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할부금을 납부하면 선가의 지급이 완료되고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용선자는 자신의 선박이라는 관념하게 선박을 운항하게 된다. 그렇지만, 형식적으로 등기부에는 여전히 해외의 특수목적회사(SPC)가 소유자로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 상법상 국취부선체용선도 엄연한 선체용선으로 본다. 그러므로 용선기간동안에도 소유권은 해외의 SPC가 가진다(모든 국취부선체용선이 해외의 SPC인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예외없이 그러하다).
 

장점
해외의 SPC와 결부된 국취부선체용선은 해상기업에게 아래와 같은 장점을 부여한다. 
첫째, 한국의 용선자는 선박을 당장 자신의 소유로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지만 선박을 연불로 구입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과거에는 중고선을 도입하는 경우에 이러한 방식이 많이 활용되었고, 우리 해상기업의 선박소유에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는 선박금융을 일으켜 선박을 건조하고 보유하는 방법으로 국취부선체용선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은행이 자신이 선박을 소유하고 있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소유권을 넘겨받는 형식이 선호된다. 선가가 급등하면 선사는 선가차액에 대한 이익을 보게 된다. 

둘째, 선적을 해외에 둠으로써 용선기간동안 한국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편의치적국의 법의 적용을 받는 효과가 있다. 한국선적이 되면 한국법의 적용을 받아서 불리한 경우에 이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각종 선박안전법도 원칙적으로 기국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조금 느슨한 편의치적의 선박안전행정의 적용을 받는 효과가 있다. 세금이나 외환관리에서 유리하다. 금융권이 선박건조자금을 대여하면서 선박에 대한 저당권자가 되는데 저당권의 실행이나 선박우선특권에서 우리나라보다 파나마 등이 유리하다.     
셋째,  운송계약에서 용선자가 채무자가 되어도 국취부선체용선 선박은 가압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만 가압류가 가능하고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채무자의 재산이지만 등기부상 타인의 재산이므로 국취부선체용선된 선박은 가압류나 강제집행의 대상이 아니되므로 유리하다(그러나, 중국에서는 그 대상이 된다).  

넷째, 국취부선체용선 선박은 우리나라 단행법에 의하여 마치 국적선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국취부선체용선이라도 국제선박등록을 하면 세금, 선원의 고용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도선법에 의하면 국취부선체용선도 도선면제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국내간 화물운송의 경우 한국적선만 운항이 허용되지만, 국취부선체용선 선박에게도 이것이 허용된다. 
다섯째, 금융을 제공하는 자들이 쉽게 금융을 해주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신조선을 건조하고자하는 경우 자기자본은 10%이고 나머지는 금융을 일으켜야한다. 60%는 선박자체를 담보로 선순위 금융이 제공된다. 이 경우 금융회사는 자신이 대여한 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데, 실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고, 제3국에 SPC를 설치하도록 하여 자신이 SPC의 소유선박에 저당권자가 되거나 SPC의 각종 권리를 양도받는다. 이렇게 실제소유자의 운항상 리스크로부터 선박을 분리하여 자신의 채권의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 이렇게 해외의 SPC와 결부된 국취부선체용선은 우리 해상기업으로 하여금 선박의 신조가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단점
국취부선체용선에 대한 해상기업의 관점에서의 단점과 그 대책을 보도록 한다.
첫째, 회생절차에서 자신이 소유권을 가지는 경우보다 국취부선체용선된 선박은 채무자가 되는 해상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무자인 해상기업이 소유하는 선박은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고 영업에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채무자회생법 제58조). 현재 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국취부선체용선된 선박은 해상기업의 소유로 보지않으므로 논란이 된다. 

해상법에서는 국취부선체용선의 법적성질을 임대차로 본다. 소유권은 여전히 해외의 SPC가 가진다. 한편, 국취부선체용선은 금융리스로 볼 수 있다. 용선자는 은행으로부터 선박의 건조자금을 대출받아서 자신의 선박을 건조하는데 대출대금 회수를 위한 담보로서 건조중인 선박을 은행에게 제공하게 된다. 해외에 SPC를 세워서 SPC가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조선소와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선체용선자와 SPC가 선체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용선료로서 대출금을 변제한다. 실질은 결국 용선자가 은행으로부터 대금을 빌려 자신의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용선자가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국취부선체용선 선박은 채무자인 용선자의 소유로 인정되어 모두 회생에 활용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고, 조사인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하여 회생여부를 결정할 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한진 샤먼호의 경우 창원지방법원은 채권자와 금융제공자 보호의 관점에서 여전히 소유권은 해외의 SPC에 있다고 보았고, 동 선박은 한진해운의 소유가 아니므로 압류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한진해운이 사선이라고 본 61척 중에서 국취부선체용선이 54척이었는데 모두 채권자로부터의 가압류나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 것이다(실제로 한진해운의 관리인이 용선계약의 해지를 선택하였지만, 이행선택을 했어도 그러한 위험은 상존하였다). 이런 법원의 입장이 석연치 않은 것은 용선기간동안 상당한 선가를 지급하여 사실상 1/3, 1/2 혹은 심지어 9/10까지 선가가 납입되었음에도 지분만큼의 소유권도 주장하지 못하여 회생절차에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이다. 채무자회생법에 국취부선체용선도 채무자의 재산으로 간주하고, 채권자들도 달리 보호하는 규정을 두어야할 것이다.  

둘째, 국취부선체용선은 부채비율을 상승시킨다. 회계법상 국취부선체용선은 금융리스로 보기 때문에 자산의 항목에 잡히면서도 부채의 항목에 또 잡히게 된다. 부채비율은 부채에 자본을 나누는 것이므로, 부채비율의 상승을 가져온다. NYK와 같은 일본의 대형선사들은 선체용선의 비중은 아주 낮고 장기 정기용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적정한 수의 선박을 자신이 직접소유하고, 나머지는 소위 owner사로 부터 장기 정기용선(operator)을 하고 있다. 정기용선은 운임수입으로 용선료를 지불하면 되므로 부채비율과 무관하게 된다. 정기용선을 하는 것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에 유리하고 일본의 선사들은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예와 같이 국취부선체용선의 비중을 줄이고 직접 소유하는 선박과 장기 정기용선 선박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나라 법정에서 선박관련 소가 제기되면 국제사법에 의하여 선적국법이 적용되므로 우리 해상기업에 불리한 경우도 많다. 국취부선체용선은 한국의 용선자가 선박을 운항하므로 한국에 기항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기항시 채권자들이 선박우선특권에 기하여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를 시도할 수 있다. 파나마법은 우리나라보다 더 광범위하게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박유류를 공급한 자들은 유류공급채권에 대하여 파나마법상 선박우선특권을 가지므로, 국취부선체용선된 선박에 대하여도 임의경매가 가능하다. 우리 법은 그렇지 않다. 한국국적이라면 임의경매가 불가하다. 우리 국제사법을 법정지법주의로 수정해서 한국법이 항상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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