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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의 경제학(6)
운임선도거래(FFA) 시장의 의미
[538호] 2018년 06월 29일 (금) 14:53:45 고병욱 komares@chol.com
   

고병욱
경제학 박사(http://blog.daum.net/valiance)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에서 운임, 선가 등은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운송수요는 그 때 그 때의 경기상황, 곡물 수확량 등에 따라 변하는데, 해운서비스의 공급은 단기간에는 거의 고정되어 있어 운임의 등락으로 수급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2008년 초호황 때 하루 20만 달러에 달하던 철광석 운반선의 용선료가 수개월 만에 99% 급락한 2,000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변동성은 극히 일부의 투기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해운시장 참여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시장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해운산업의 선구자들은 이 같은 해운시장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냈다. 장기운송계약, 전용선 계약은 운송원가에 선사의 마진(margin)을 보장하여 스팟(spot) 시장의 변동과는 상관없이 안정적인 운송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스팟 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낸 제도가 운임선물시장 또는 운임선도거래시장이다.

운임파생상품시장(선물시장 또는 선도거래시장)의 운영 원리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예를 들어, 다음 달에 물건을 운송해야 하는 화주와 운송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선주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화주는 기대치 보다 높은 운임이 형성되어 운송원가 부담이 커질 것을 걱정한다. 선주는 기대치 보다 낮은 운임이 형성되어 운항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서로 다음 달의 운임에 대한 기대치는 다르겠지만, 걱정거리는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운임이 오르면, 화주는 손해, 선주는 이익이고, 운임이 내리면, 화주는 이익, 선주는 손해를 보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정반대의 이해관계 때문에 운임파생시장을 만들 수 있다. 운임이 오르면 이득을 보는 선주가 화주에게 이득을 넘겨주고, 운임이 내리면 이득을 보는 화주가 선사에게 이득을 넘겨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손익을 상쇄시켜주는 제도를 만들면, 결과적으로 운임의 등락은 화주, 선주 모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같은 미래시장에 대한 거래가 운임파생상품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운임파생상품시장은 1985년에 BIFFEX(Baltic International Freight Futures Exchange)의 운임선물거래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철광석 등의 건화물을 실어 나르는 대표적 13개 항로의 평균을 구해 선물거래를 할 수 있는 지수를 만들었다. 즉 이 운임지수(당시에는 BFI라고 불렀지만, 1999년부터 이름을 BDI(Baltic Dry Index)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를 기준으로 해서 운임 등락에 따라 화주와 선주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돈을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13개 항로의 종합지수로 운임의 등락을 결정하면서, 개별 항로의 화주와 선주가 직접 겪게 되는 운임과는 차이가 나면서 실제 운임변동의 위험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BDI라는 종합지수를 대신하여 개별 항로의 운임에 기초해서 미래 운임에 대한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같은 개별 항로의 미래 운임에 대한 거래가 운임선도거래(FFA, Foward Freight Agreement)이다.

이 같은 운임선도거래시장은 화주와 선주에게 운임변동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부수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먼저, 미래 운임을 알려주는 역할(운임예시기능)을 한다. 한 달 전, 일 년 전에 미리 FFA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화주, 선주, 금융기관 등 FFA 시장 참여자는 미리 미래 운임에 대해 예측하고 거래에 참여하게 된다. FFA 시장에서 미래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 그에 비례해서 FFA 계약운임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에는 내리게 된다. 실제로 과거의 자료를 활용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FFA 운임은 실제 스팟운임을 평균적으로 잘 예시(discovery)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그 때 그 때에 따라 예측에 오차는 생기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런 오차가 0에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화주와 선주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해운시장 참여자들이 FFA 시장에서 형성된 미래 운임을 보고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FFA 운임이 오르면 미래에 운송서비스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서 준비할 수 있고, FFA 운임이 떨어지면 그에 상응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메카니즘으로 인해 해운시장에서 선박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보면, 미래 운임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게 되면, 선주들은 상대적으로 운임이 낮은 지금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미래에 계약을 하고자 하면서 현재의 선박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운임이 오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를 과민반응(overshooting)이라고 한다. FFA 시장과 스팟시장을 활용할 때 유념해 두어야 하는 현상이다.

영국, 싱가포르 등은 스팟시장과 FFA 시장이 동시에 발달한 국가이다. 특히 FFA 시장의 발전으로 해운관련 지식서비스 산업 또한 크게 발전하고 있는 점은 해운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FFA 시장을 활성화하여 해운중개업은 물론이고, 선박투자와 관련된 해운금융산업의 발전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우리나라는 FFA 시장 활성화를 통한 해운산업 발전전략을 어떻게 도모해야 하는가?

싱가포르, 스웨덴 등은 영국에 있는 볼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에서 생산되고 있는 BDI 등의 해상운임지수를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으로 하여 자국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해운파생상품을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아시아 지역의 특화된 해운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운파생상품을 도입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볼틱해운거래소의 해운지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운파생상품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미 검증된 지표를 활용해 한국에서 해운파생상품 거래시장을 조성해서, 이와 관련된 해운중개업, 해운지식서비스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주, 선주, 금융기관들의 시장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고, 해운중개업 등의 관련 산업도 발전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런 선제적 시장 조성을 먼저 하고, 동아시아 지역에 특화된 해운파생상품 거래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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