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만남의 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경제협력방안을 포함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제안하였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3개 장 13개 조항으로 이루어 진 ‘판문점선언’이 선포되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성명 제6조는 ‘남과 북은 ~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북경제협력 가운데 우선적으로 남북물류협력 및 물류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핵심도 한반도의 체계적인 물류망과 산업 및 관광벨트의 구축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경협이 가능한 항만개발과 국제고속철도 구축이 우선 협력 분야로 거론된다. 물류망은 안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어야만 중장기적으로 물류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며,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법·제도적인 정비, ICT 기술이 융합된 물류시스템 운영능력이 있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남북물류체계 구축의 시발점은 신뢰의 구축
판문점선언에 따른 남북고위급회담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남북당국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과 물류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국민적 동의를 받기가 어렵다. 북한의 행동 패턴을 볼 때, 신뢰성, 안정성, 효율성을 가진 남북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차적으로 남북경협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항만 및 철도인프라 중심으로 구축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항만이나 철도인프라가 정치적, 군사적 이유로 이용이 중단이나 폐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제적인 반향이 크며 국제사회의 협력투자가 가능한 분야에서 물류인프라의 범위와 투자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글로벌 물류통로의 핵심이 되는 항만과 철도는 이용자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한번 국제적 신뢰를 잃으면 더 이상 물류통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남북물류의 3통 문제
물류는 정확한 제품을(right product), 적기에(right time), 정확한 목적지로(right place) 가장 저렴한 비용(with least cost)으로 이동시키는 활동이다. 물류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물류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운송수단, 사회간접자본, 물류인프라, 물류관련 법·제도, 물류정보시스템 등을 갖추지 못한 물류 불모지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항만개발과 유라시아 국제철도망 구축 등 하드웨어적 물류인프라 구축에 앞서 물류분야의 선결 과제가 있다. 그것은 개성공단 운영경험에 비추어 통행, 통관, 통신의 3통의 문제로 남북물류활동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적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경제특구로 출입의 자유이다. 경제협력이나 물적·인적자원의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통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북한 전역은 물론, 특구 또한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경제특구인 개성공단의 출입 시 시간제한이 있었고, 출입질서 유지와 관련된 규제도 남북한 합의에 의해 조정되기보다 북한 측의 일방적으로 조치가 취해진 사례가 많았다. 두 번째로 본사와 국내외 거래처들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 이메일, 팩스, 전화 등 통신수단 사용의 제약이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남측 근로자들의 휴대폰 반입을 규제하여 회사와 가족들과의 자유스러운 소통을 막는 것은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세 번째로 통관의 까다로움과 복잡성이다. 원부자재의 신속한 통관은 기업 생산성에 직결되지만 공단출입 인원 및 물품을 규제하는 법과 규정이 총 48개 이를 정도로 통관이 까다롭다. 통관 시 요구하는 서류도 물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9종 이상으로 복잡하며, 50%이상 되는 높은 검사비율 또한 통관을 지연시키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북한이 3통을 개성공단 입주업체를 통제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한 것이지만 물류의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남북물류 활성화를 위해 이들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
 

해상운송 확대를 위한 북한 항만개발
남북은 1991년 12월 31일 개최된 제5차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여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고, 해로 및 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하였다. 1992년 9월 17일 열린 제6차 회담에서는 남측의 인천항, 부산항, 포항항과 북측의 남포항, 원산항, 청진항 사이에 해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리고 2004년 8월 남북해운합의서를 체결하여 남북한 항로를 민족간 내부항로(연안항로)로 합의하였다. 남북간 해상운송물동량은 1994년 140만 톤에서 2007년 2,500만 톤으로 증가하였다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이후 급속히 줄어들었다. 남북 해상운송 시 주로 이용되었던  북한의 항만은 남포, 해주, 청진항이었다. 남북간에 개설되었던 정기선 항로는 부산-나진항로와 인천-남포항로가 있다. 부산-나진항로는 남북한 최초의 정기선 항로로 1995년 개설되었고, 인천-남포항로는 1998년 개설되어 각각 주 1항차의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특히 나진항 개발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추진으로, 북한이 30%, 러시아가 70%의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 ‘라선콘트란스’가 설립되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2014년 11월 러시아산 석탄 4만500톤이 하산과 나진항을 거쳐 포항항으로 1차 시범운송되었다.  2015년 4월에는 러시아 쿠즈바즈 탄전의 석탄 14만톤이 포항과 광양으로 2차 시범운송 되었고, 동년 11월에 12만톤이 석탄이 3차 시범운송 되었으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의 여파로 나진항을 이용한 해상운송이 전면 중단되었다.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물류협력의 우선 과제는 ‘라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 50%에 대한 매입을 재추진하여 나진항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나진항은 중국의 ‘창지투 개발계획’에 편승하여 동북 3성의 동해 출구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바, 한중러의 국제적인 경협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항만이다. 이와 더불어 평양의 수출입 관문항으로 남포항의 개발이 필요하다. 남포항은 남북 화물 운송에 가장 중요한 서해안의 교두보로 2007년 인천-남포항간 물동량은 1만 1,304TEU까지 증가하였지만 항만시설의 낙후, 장비의 노후화, 배후시설의 부족 등으로 중심항만으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남포항에서는 지속적인 하역 지연 등으로 평균 2~3일의 체선이 발생하고 있으며, 연계수송의 미비로 과도한 물류비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6년 7월 남포항 부두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였으나 대내외적 요인으로 현재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및 북중 교역의 중심 항만으로서 남포항의 발전 잠재력은 매우 크기 때문에 항만시설 현대화 사업과 더불어 항만 내 거점 유통물류단지의 조성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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