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콤파스에 경희대 경영대학 박주석 교수가 나와 “빅 데이터 전문가가 바라본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발표하였다. 가치의 바다라는 블록체인(block chain)”과 이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실체가 궁금하여 4월의 주제로 올렸다. 박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KAIST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박사(MIS 전공)를 취득하였다. 한국빅데이터학회 회장, 한국EA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와 한국경영정보학회 부회장, 한국데이터베이스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경영정보시스템’이 있으며, ‘데이터 기반 경영’을 출간할 예정이다.

3번의 정보혁명

지난 50년의 인류역사를 IT 관점에서 바라보면, 3번의 정보혁명이 일어났다. 첫 번째는 1960년대에 시작된 하드웨어혁명이 통신혁명을 거쳐 유비쿼터스혁명으로 이어졌고, 두 번째는 하드웨어혁명이 소프트웨어혁명에서 데이터혁명으로, 세 번째는 하드웨어혁명이 인터넷혁명을 거쳐 2020년대의 블록체인혁명으로 발전해 왔다.

1990년대 인터넷혁명 이후, 실세계(real world)의 많은 물리적 업무(physical process)들이 인터넷 세계의 가상업무(cyber process)로 전환되었다. 종이(paper) 기반 사회에서 업무가 혁신(reengineering)되어 인터넷 기반 사회로 전환했는데, 여기에는 TTL(Trusted Third Party)이라는 공인된 제3자의 협력이 필요했다. 지금까지는 전통적 중앙집중형 거래원장이 필요하여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모든 거래들을 기록하였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물리적 움직임이 아닌 전자적 움직임으로 바뀌었고, 전자상거래가 일반화 되면서 인증 및 보완이 중요해졌다. A라는 사람이 B에게 전자상거래를 하는 프로세스는 두 사람의 공개키를 사전에 저장하고 평문을 작성하여 암호화하여 암호문을 전송하고 상대의 비밀키로 복호화 하여 평문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혁명 시대의 도래

2010년 이후 블록체인 기법을 이용하여 많은 중앙집중형(centralization) 가상업무들이 분산형(decentralization) 가상업무로 전환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 사회가 모델 혁신하여 블록체인 기반 사회로 바뀌어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 및 신뢰 네트워크가 탄생하였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물리적인 움직임이 전자적인 움직임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듯 물리적 거래가 가상화되자 중앙집중적인 원장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1986년 전국어음교환관리소와 은행지로관리소가 통합되어 지급결제 전문기관인 비영리법인 금융결제원이 출범하였다. 금융결제원은 원활한 자금결제와 정보유통을 목적으로 금융전산망을 갖추어 CD공동망, 타행환공동망, 전자금융공동망, 어음교환, 지로 등의 지급결제 시스템과 공인인증 등 금융 분야의 핵심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맡고 있다. 원활한 금융거래를 위해서는 금융결제원과 같은 자금결제에 대한 공인인증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당사자 간의 거래정보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보관하는 분산장부(distributed ledger) 기술이 가능한 블록체인을 이용하였기에 금융 및 외환거래와 국제교역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최초의 블록체인 사례-비트코인

화폐는 물물교환-금속화폐-신용화폐-전자화폐-가상화폐로 진화되어 왔다. 최초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Bitcoin)은 2009년 1월 일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수학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하였다. 그러나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그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 언론매체들은 그를 개인이 아닌 특정단체라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Bitcoin: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에 직접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상화폐 개념을 제안하였다. 이는 1998년 암호학자 웨이다이(weidai)가 구상했던 암호통화(cryptocurrency)인 비머니(b-money) 개념에 기반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발행기관이 없는 탈집중화 된 통화로 암호 시스템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며, 네트워크로 개인 간에(peer-to-peer, 이하 P2P) 환전할 수 있어 금융기관과 같은 중계기관이 없이 오픈소스(open source)로 운영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또한 공개키 암호화 방식을 기반으로 전자지갑 소지자 간에 매매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모든 비트코인 이용자는 주소 역할을 하는 공개키와 거래승인시 전자서명에 이용하는 비밀키로 구성된 한 쌍의 킷값을 갖고 있다. 거래정보 검증을 위해 10분 동안 발생한 거래를 모아 묶은 형태를 블록이라 하며, 개념적으로 불록들이 순차적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한 예로 송금 방식을 소개하면, A가 B에게 송금요청을 하면-해당 거래정보가 담긴 하나의 블록이 생성되고-네트워크 상의 모든 참여자에게 블록을 전송하고-각 참여자가 해당 블록을 승인하면-각 참여자의 기존 블록체인에 추가 결합하여-실제로 송금이 완료된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비트로 되어 있기 때문에 복사나 위변조 되어 이중이용(double spending)될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긴다. 이러한 이중이용을 막기 위해 타임스탬프(timestamp)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90개의 블록이 만들어져 암호학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채굴자인 마이너(miner)들이 91번째 블록을 생성하는 중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어떤 마이너가 74번째 블록에 들어 있는 거래기록을 조작하려면, 74번 블록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90번 블록부터 역으로 모든 작업을 다시 수행하여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즉 17개 블록을 만드는데 소요된 모든 컴퓨팅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더욱이 그는 이 작업을 다른 마이너들이 91번째 블록을 완성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보통 하나의 블록이 생성되는 데는 10분이 소요된다. 비트코인의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한 까닭은 보안(security)이 서버(server)에 의한 집중이 아닌 P2P 네트워크인 분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발행기관이 없고 채굴(mining)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발행되므로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비트코인이 추가로 발행되거나 경제상황에 따라 발행량이 조정되지 않는다. 채굴자(miner)는 고도의 수학적 암호를 풀고 일정한 수량의 비트코인을 얻는다. 채굴자가 수학적 암호를 한번 풀려면 6,700조 가량의 해시를 계산해야 한다. 해시 함수(Hash function)란 컴퓨터 암호화 기술의 일종으로 임의 길이의 입력값을 고정된 출력값(해시값)으로 바꾸는 수학공식이다.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카드 코어(quad-core 2GHz) 중앙처리장치가 초당 1,000만해시를 계산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비트코인을 한번 채굴하려면 6억7,000만초(약 21년)의 시간이 걸린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4년마다 50%씩 감소된다. 2009~2012년까지는 암호를 풀 때마다 BTC50이 채굴되었고, 2013년부터는 50%가 감소한 BTC25가 채굴되고 있다. 비트코인 발행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어 최대 BTC2,100만까지만 발행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2041년까지 BTC2,092만이 채굴될 것이므로 그 이후부터 채굴량은 매우 적어진다. 비트코인 채굴곡선은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 자원이 채굴되는 형태와 비슷하다. 초기에는 금이나 은 같이 귀금속 자원이 많이 채굴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매장량이 점차 줄어들어 채굴속도가 느려지고 최종적으로 자원이 고갈되는 형태를 띠게 된다. 개인은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정화폐로 비트코인을 환전하는 것이 비트코인을 얻는 손쉬운 방법이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변동환율을 적용하는 곳과 고정환율을 적용하는 곳으로 나뉜다.

가상화폐의 발전

비트코인은 투자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가격도 급등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은 계속 줄고 있으며, 실제 생활에도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다. 다만, 미국의 비트페이(BitPay)와 일본의 GMO 등 비트코인 PG(Property Management)회사들이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이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비트코인에는 많은 단점들도 발견되었다. 초기 개발자가 매 10분마다 거래내역을 모아, 이를 거래 입증에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들이 나눠 갖도록 설계한 까닭에 단 한번의 거래 입증에 최소 10분이 소요되는 문제가 가장 컸다. 더욱이 거래당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므로 이체 수수료가 대부분 무료인 인터넷/모바일 뱅킹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또한 총량이 고작 2,100만개에 불과하고 이마저 대형 보유자들이 꼭 쥐고 내놓지 않아 시장에 깔려 거래되는 물량은 극히 적다. 그러다 보니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 내지 급락하는 사태를 자주 보였다. 이처럼 부족한 성능과 물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여 새로운 프로토콜을 연구 발표하였다. 그 중에 리더리움이 있다. 모건 스탠리가 발표한 세계 10대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리플(Ripple), 라이트코인(Litecoin), 이더리움(Ethereum), 대시(Dash), 도지코인(Dogecoin), 뱅크세어(BanxShares), 스텔라(Stellar), 비트세어(BitShares), 메이드세이프코인(MaidSafeCoin) 순이다. 그 중에 이더리움은 새로운 관점의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구현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는 4단계가 있는데, 비트코인이 분산장부와 P2P 신뢰비즈니스 네트워크인 2단계까지 왔다면, 이더리움은 스마트계약 플랫폼과 컴퓨터까지 활용하는 4단계에 진입하였다.

2014년 비탈릭 뷰테린에 의해 만들어진 이더리움은 총량을 비트코인의 5배인 1억개 이상으로 늘리고 거래체결 속도도 1분 내외로 줄였다. 최근 3년간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여 2017년 11월에 체결속도를 평균 20초 내외로 크게 줄였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전통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코인 위에 스마트 계약을 얹었다. 스마트 계약은 이더리움의 네트워크가 사람 간의 합의가 반드시 이행되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내일 아침 9시 이전에 서울의 강수량이 10mm 이상일 때는 A가 B에게 1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하자. 반대로 10mm 미만일 때는 B가 A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어느 한쪽이 돈을 주기 싫어 도망갈 수도 있으므로 계좌에서 돈을 미리 빼놓을 수가 있다. 그러면 A와 B는 상대방의 변심이나 부재를 걱정할 필요 없이 계약에 돈을 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보험사가 하던 일을 스마트 계약이 대신 할 수 있고 은행이 하던 대출업이나 증권사가 하던 거래의 중재기능도 스마트 계약이 대체할 수 있다. 이러한 이더리움의 장점으로 블록체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폭등했다. 이더리움 프로토콜은 스마트 계약 외에도 개인이나 기업과 작은 모임들이 자기 이름을 딴 코인(coin)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이 기능을 이더리움 내에서는 ‘ERC-20 토큰’이라고 부른다. 이 기능을 쓰면 까다로운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 없이 누구나 자기 토큰(token)을 만들어 이더리움 전자지갑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어 이더리움 인기상승에 한몫을 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 토큰을 이용한 ICO(Initial Coin Offering)가 2017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ICO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하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코인이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금을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로 받기 때문에 국경에 상관없이 전세계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간단한 홈페이지와 간략한 컨셉 백서(whitepaper)만으로 수십억 내지 수천억 가치의 이더가 모금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해서 2017년 11월 1만2천이 넘는 토큰이 이더리움 위에 생겨났다. 같은 해 1월부터 10월까지 IOC에 투입된 자금은 20억달러(2조2천만원)에 이른다. 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 투자액이 아니라 순수 IOC에 유입된 금액이다.

가상화폐 발전의 허와 실

가상화폐 발전에는 허와 실이 있다. 세계 5대 브랜드에 속했던 코닥의 몰락과 부활이다. 1880년 세계 최초의 롤필름을 개발하여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코닥이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하였으나 기존 시장에 미련이 남아 미적거리며 출시를 미루다가 시장에서 낙오되어 2012년 1월 파산신청을 하였다. 그후 코닥은 절치부심하여 2018년 1월 가상화폐 ‘코닥코인’ 발행과 함께 이를 이용해 사진 저작권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코닥원’을 발표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진가들이 코닥원에 사진을 올리면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저작권을 판매해 수입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스톡 플랫폼과 유사하나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저작권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구매자가 사진을 인화하면 판매자에게 코닥코인으로 저작권료가 지불되는 시스템이다. 사진의 모든 거래내역이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영구적으로 기록되며, 이미지가 인터넷에서 무단 도용되는 경우도 찾아낼 수 있다. 이 기술은 공정한 라이선스가 보장되며 가장 손쉽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판명되어 코닥의 주가가 전날보다 10%나 폭등하였다.

암호화폐 부작용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지난 4~5년 전부터 다단계 조직들이 비트코인 소스 코드를 가져다 이름만 바꿔 다양한 코인을 팔고 다녔다. 그들은 트레이딩 봇을 돌려 수익을 내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뒤에 들어오는 투자자의 돈을 앞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식의 전형적인 폰지(Ponzi) 사기이다. 우리나라엔 2017년 3월 전후로 개인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폭등하여 하루 거래량이 코스닥을 넘는 일까지 생겼다. 하루 수십 내지 수백 %가 오르내리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는 2017년 9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위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만들고,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가 부여된 가상통화의 발행을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는 앞서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앞으로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가 부여된 토큰의 IOC를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렇듯 양국 정부의 발표로 이미 국내외에서 ICO를 준비하던 업체들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에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성과를 통해 이익의 일부 또는 전부를 토큰에 분배하는 일종의 배당권을 설계하여 넣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화폐 열풍으로 혼란이 극에 달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블록체인의 기술은 이미 금융분야에서 그 효용성이 입증되었고, 지금은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산업, 클라우드 컴퓨팅, 자동인식, 예측 및 정량분석, 로봇 등인데, 특히 분산장부(DLT)는 회계학 구조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도구가 될 것이다. IDG(International Data Group)의 2018년 IT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이미 여러 업종의 다수 기업과 최소 3개국 정부가 시범운영하고 있거나 실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배치를 실시하고 있다. 초기 사용 사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관리와 식품 안전성 개선, 신원확인, 부동산거래 수행, 의료기록 및 보험거래 처리 등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은 분산(distributed), 원본의 무결성(immutable), 시간적 순서의 무결성(timestamped record)이며, 블록체인의 본질은 가치의 인터넷(internet of value)과 신뢰의 인터넷(internet of trust) 구현이다. 1980년대 말이 인터넷 시대였다면, 2010년대 말기는 블록체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록체인 기술의 미래는 이더리움에 의해 달성한 블록체인4를 넘어서 5기인 블록체인 경제에 이르러 제2의 인터넷, 가치의 인터넷을 실현할 것이다. 인류는 1세대 ‘정보의 바다’에서 2세대 ‘가치의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망에서 일련의 거래들을 처리할 때 비즈니스 정보의 일부를 공유해야 하는 여러 당사자들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각 당사자는 해당 정보가 변경되거나 삭제되지 않았음을 확신해야 한다. IDC의 블록체인 전략 연구이사 빌 페언리는 “진실을 보여주는 버전이 있어야 한다."라며, 그것이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해운물류업에도 가치있게 활용되기를 바란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Reality is not what it seems.)’ 얼핏 종교 서적 같은 인상을 받지만, 실은 과학소설이다.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소개처럼 우주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카를로스 로벨리는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로서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벨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양자이론과 통합한 새로운 시각에서 현대 물리학계의 최신 흐름을 소개하고, 20세기 물리학 혁명을 일으킨 핵심이론은 물론, 최근에 도입된 참신한 아이디어까지 그 근원과 여정을 섬세하게 다루어 우주를 새로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러 이론들을 단순 나열하기 보다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변화를 묘사하듯, 우주에 관한 새로운 그림을 향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나 결합하여 새로운 이론이나 아이디어로 나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설명하였다. 숨막힐 듯 경이로운 실제의 광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탐색하도록 이끈다. 학창시절에 배운 현대 물리학 책에서 만났던 과학자들과 재회하여 그들과 대화하며 그의 이론들을 확인하고 음미하고 성찰하는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운동과 관성, 열역학, 파동설, 입자론 그리고 블랙홀과 빅뱅, 우주의 탄생 등등. 오랜만에 맛보는 과학의 인문학적 해석에 대한 감탄과 희열이다. 보이는 세상이 실재가 아닌 불가지하고 신비한 우주! 과학의 답은 확정적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답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은 확실한 해답이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찾는 일이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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