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 적취율 제고, 해운업 위기극복 핵심”

4월 4일 국회도서관, 해운산업 현황 및 대책 발표, 해운 관계자 100여명 참석
국적선사 적취율 20% 수준... “구체적 인센티브 마련돼야”

 
 

국내 해운산업을 조기에 회복하고 원양·근해선사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적선의 적취율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해운산업 발전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원양 국적선사의 국적화물 적취율이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유 등의 전략물자 수송률도 50%밖에 안된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기영 SM상선 상무도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국내화주에게 특별한 혜택(benefit)을 부여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화주 인센티브안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설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이미 해운재건에 대한 답은 나온 것 같다. 해양수산부가 국적선 적취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동 사안을 차기 상임위원회에서 반드시 질의토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 SM그룹 우오현 회장, SM상선 김칠봉 사장, 김석구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 한홍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직무대행,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등 해운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해운재건 추진방향(윤현수 해수부 과장) △한국해운산업 재건대책(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어 김인현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영석 계명대 교수,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동해 해양금융종합센터 센터장,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권기현 상무, 이상식 현대상선 상무가 패널로 나와 토론을 진행했다.

윤현수, 선박·화물확보, 경영안정지원 등 3대 해운발전방향 제시
윤현수 과장은 해운산업의 동향과 전망 및 국내 해운산업 현황을 짚고 이를 토대로 해운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시장은 얼라이언스가 3개로 재편되고 대형선사간 M&A를 통해 선사 대형화와 시장과점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요 해운국은 이러한 추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덴마크는 국가신용보증을 통해 머스크에 62억불, 중국은 코스코에 150억불, 독일은 하팍로이드에 12억불을 각각 지원한 바 있으며, 중국은 공공화물 몰아주기 및 폐선보조금 제도, 일본은 항로유지 보조금제도 등을 통한 비금융정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편 2012년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1,163을 기록한 반면, ’16년엔 711을 기록해 저시황이 지속됐다. 윤 과장은 “작년의 경우 폐선률 증가, 수급불균형의 완화, 경제회복 등으로 일부 운임이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 초부터 미주동안을 줌심으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며 해운시황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국내 컨테이너 해운선사의 재무구조가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며 “특히 높은 원가구조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좋지 않아 해외선사에 비해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금융조달이 어려운 부채비율 400% 이상의 선사가 전체의 40% 이상이며, 단기 차입금을 포함한 유동부채는 ’15년 18조원대비 ’16년 12조원으로 다소 개선됐으나, 선박금융을 포함한 고정대출은 상환기간이 10-15년 가량 걸려 단기간에 부채비율을 낮추기 힘든 재무구조를 띄고 있다. 그 밖에도 그는 해운산업의 선대 노후화, 세계 해운선사대비 낮은 선복량, 낮은 수준의 자국화물 적취율을 등을 한국해운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윤 과장은 이를 바탕으로 △고효율·친환경·저비용 등의 ‘선박확보’ △우량화주, 장기운송계약, 공정계약 등의 ‘화물확보’ △유동성확보, 채무관리를 위한 ‘경영안정지원’ 등 해운기업 발전의 3대 발전방향을 정하고 해양진흥공사 설립, 노후선 폐선보조금, 선화주 상생, KSP 운영지원, K-GTO육성 등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선박확보’는 24억불 규모의 선박지원 신조프로그램과 캠코 펀드로 S&LB중고선 도입 등의 기존 지원체제를 유지하면서,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선박펀드 투자보증, S&LB를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화물확보’의 지원을 위해 선화주 상상펀드와 함께 ‘종합심사 낙찰제도’를 도입하고 최저가 낙찰제도로 인한 덤핑 수주 등을 방지해 운임안정 및 안정적인 운송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윤현수 과장은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입찰시 낙찰 단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체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무, “국적선 적취율, 중·장기적으로 70%까지 상향 목표”
김영무 부회장은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해운업의 과오를 되돌아보고 해외선사의 위기극복 사례를 소개한 뒤 해운재건 대책안에 대한 사견을 밝혔다.

그는 “한진해운이 파산할 당시 우리나라는 조선 1위, 해운 5위임에도 상생보다는 각자도생한 결과 해운·조선업 모두 위기를 맞았다”면서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경쟁력 강화보다 채권회수에 몰두하고 정부는 둘 중 한 개 선사만 선택해 지원하는 식의 방안을 채택했다. 그 결과물이 한진해운의 파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해외선사는 해운업 위기 속에서도 신규자금의 확보와 신용자금을 등을 지원하며 선복과잉 속에서도 신조발주, 선사간 M&A 등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선복과잉은 모든 항로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히면서 “머스크는 트리플E 등의 경쟁력있는 선박을 만들며 공급과잉 속에서도 이익을 창출했다. 공급과잉이기 때문에 선박발주를 하면 안된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일본의 컨테이너 선사(ONE) 통합에 대해서 그는 “일본도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 자국 선사간의 출혈적 경쟁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국토교통성은 선사 통합으로 상환이율의 인하 및 기간 연장을 지원하고 재무성은 재산세·취득세·법인세를 인하했다. 경제산업성은 정부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NYK와 미츠비시종합상사, MOL과 미츠이종합상사 등의 선·화주는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선사에 자사화물의 적취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상호신뢰를 통한 글로벌 해운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금융기관도 선사지분을 보유해 선사의 유동성 위기시 금리인하 및 상환기간 연장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해운을 지원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결국 국내 컨테이너 선사도 협력체계를 갖추고 하나의 원양컨테이너 선사에 2-3개의 연·근해 선사로 재편하는 등의 단일한 운영을 통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원양컨테이너 부문은 초대형 친환경 선박확보를 통해 경쟁력를 확보하고 국내외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M&A를 통한 ‘원 메가캐리어’로 나가야한다. 선복량은 200만teu 이상이 필요하다. 근해 컨선사는 KSP를 통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단일운영회사를 통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한 세제혜택 및 금리인하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그는 선사의 안정적인 화물확보를 위해 “국적선 적취율을 중·장기적으로 최고 70%까지 상향 추진하고 전략물자도 모두 국적선박이 수송할 수 있게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원양 컨선사의 국적화물 적취율은 공컨테이너를 포함해 12%이며, 근해선사는 60%이다. 원유, LNG, 석탄, 철광석 등의 국내 전략물자 적취율은 51%에 머물러 있다. 이를 위해 해수부, 선주협회, 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월 수출입화물의 국적선 수송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해수부와 선주협회는 화물우선적취권 제도, 우수선화주 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종합토론>
한종길, “정기선사 뭉친 코리아 원 팀 필요”

국내 선사간 통폐합이 필요하고 특히 정기선 부분에서 하나의 한국해운선사로 나가는 것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외국회사와 M&A를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과당 경쟁체제에서 외국회사와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말이 통하는 국내기업간의 협력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한국해운주식회사’라는 통합 국적정기선사를 구성해 선사 경영통합을 이뤄낼 것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한 정기선사가 하나로 뭉치는 코리아 원팀을 구성하고 여기에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쉽고 효율적인 길이라 생각한다. 이 체제가 갖춰진 상태에서 화주와 조선, 항만공사 등의 국책기관이 참여해 선·화주협력, 해운항만 조직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식, “우리 목표, 2M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
부산항에서 물동량이 가장많은 선사가 머스크, MSC, CMA-CGM, 그 다음이 현대상선이다. 2M에게도 현대상선에게도 국내 컨테이너 화물시장은 가장 중요한 곳이다. 현대상선도 물량을 많이 처리하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선대 확충을 못해 부산항에서의 2M 물동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M은 현대상선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 본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최소 100만teu의 선대를 확보하게 되면 자체 선대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하며,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화주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2M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근해선사와는 전략적인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장할 수 있는 것은 2020년 환경규제 시점에 맞게 최대한 선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동해, “해운선사, 불확실한 시장변화에 따른 리스크 전략 세워야”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면 기존 정책금융을 기피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데, 기존 금융기관과 진흥공사의 주력상품이 다르다. 전자는 선순위 위주의 대출이고 후자는 투자와 S&LB 보증이다. 따라서 각 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층도 차이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 공사가 설립되면 경기불황에 관계없이 상시지원 체체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 간담회에 참여해 봤지만 해운기업의 실패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 없다는 것이다. 선박금융입장에서 볼 때, 해운기업의 고비용 용·대선에 대한 경영안전과 비전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 불황속에서도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과 같이 급속도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 성공과 실패 사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경영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구성했는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또한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가 없다. 국제적인 변수나 시장변화에 영향을 받는 해운업이라는 건 동의하지만 수요를 받는 기업에서도 철저한 성패를 분석하고 리스크 방지를 위한 시스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권기영, “국내화주에 실질적 혜택 부여할 수 있는 정책 마련”
지난 5년동안 상위해운선사의 물동량 분석자료에 따르면, 머스크, MSC, CMA-CGM, 하파그로이드, OOCL, 완하이 등의 물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급 선사인 완하이도 수익을 내고 있다. 즉, 대형선이 필요하다는 전략과는 별개로 다른 전략도 함께 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견으로, 선사 경쟁력 차원에서 대형선 발주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고객에 대한 부분도 소홀히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적선 적취율이 여전히 2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국내화주에게 특별한 혜택(benefit)을 부여해야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정상적인 자유시장경제체제라면 기업에 자율권을 줘야지만 지금은 민간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돌아가는 혜택과 운임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져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정책이 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하영석, “선박대형화 + 선사·해양진흥공사 상생 필요”
우리나라가 세계 무역대국 6위인데, 상위 5개국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선사를 갖추지 않은 나라가 없다. 결국 해운산업의 기반이 조성되지 않으면 무역대국의 타이틀도 없어진다는 소리다. 해운재건의 전제조건은 선박의 대형화라 생각한다. 질로 승부를 볼게 아니라 원가경쟁력으로 시장 점유를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선사와 해양진흥공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서로 간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춰 호·불황기에 불협화음이 발생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한다.

김인현, “해운 국제공조체제 갖춰 자율적인 상생구도로 만들어야”
오늘의 화두는 정기선의 적취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로 귀결되는 것 같다. 1990년대 중반 조양상선이 호황을 누릴 때 미주라인 적취율이 50%에 육박했다. 50%를 달성한 과거이력이 있기 때문에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적선 적취율 50%는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취율제고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먼저 선주협회나 해수부 등이 머스크나 MSC 측에 선박과잉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국내해운에 대한 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선복량 조절에 대해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크게 보면 화물을 갖고 있는 화주이지 않나? 내일이라도 당장 2M의 지사장들과 논의하길 바란다.

또한 해운시황에 따른 국가 간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경기는 좋아졌다가 또 나빠지기 마련이며, 그 불황 속에서 어느 정기선사는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게될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을 화주가 진정으로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조선강국이고 금융·화주도 많이 밀집된 곳이니 해운과 관련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민간분야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데 어느정도의 한계점은 있을 것이나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각 국이 자율적으로 선박발주량을 조절하고 상생할 수 있는 구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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