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운송량의 증가와 선박 1척당 수송량의 대형화 추세

IHS Markit 이대진 수석 컨설턴트
IHS Markit 이대진 수석 컨설턴트

필자는 한진해운의 해운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현재 IHS Markit의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해양무역(Maritime & Trade) 부문 수석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 거래소, 중국 ICBC 은행, 서울, 도쿄에서 열린 다양한 해운 시장 세미나의 주요 연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항만 개발, 발틱 거래소 인덱스 항로 분석(AIS analysis), 한·중·일 해운 조선 산업 분석, 건화물 해상 운임 전망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였다. -편집자 주-

앞으로 분기별 시리즈로 전개될 ‘빅데이터로 본 해운시장’에서는 IHS Markit가 직접 수집 및 보유하고 있는 선박위치정보(AIS) 데이터 및 화물 수출입 데이터 그리고 IHS Markit 경제, 기술, 군사, 에너지, 원자재, 금융부문의 분석데이터를 활용하여 해운시장의 주요 흐름을 짚어보고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화물 시장 이야기로 시작한다.

건화물 편 (1)
건화물 운임시장의 벤치마크인 발틱 드라이 인덱스(BDI)는 2016년 상반기 역사상 최저점을 통과한 후 작년 한 해 상당한 회복을 경험하였다. 향후 건화물 운임에 대한 시장의 센티멘트를 나타내는 운임선도거래(FFA)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많은 해운시장 참여자들이 건화물 시장을 다시금 주시하고 있다. 과연 건화물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약 10년간의 장기 하락 추세를 드디어 벗어난 것일까?

특히 건화물선 중 가장 큰 선형이자 산업 원자재의 핵심인 철광석 운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운임이 다른 작은 자매 선형들 (파나막스, 핸디막스) 대비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무엇이 이러한 시장 회복을 견인하였는지 그리고 향후 건화물 운임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첫 번째, 공급 측면에서 낮은 선박 인도량을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는 인도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해체량이 2016년보다 많이 줄어서 선복 증가량 자체는 여전히 3%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원자재 수입량 증가를 들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중국 정부가 철강생산을 줄이고 석탄 소비를 줄이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국의 철광석과 석탄 수입량은 늘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석탄의 경우 몽골과 러시아의 석탄 내륙 운송량이 무역상승분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어서 해상 무역량 자체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만으로는 대형 건화물선인 케이프사이즈의 급격한 운임 상승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떤 추가 요인이 실제 시장 변화를 견인한 것일까?

필자는 전통적인 국가 수출입 물동량과 선박 공급량 증감에 따른 수급 분석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두 가지 요인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에 SGX-Baltic Exchange와 IHS Markit이 공동으로 개최한 Advanced freight Seminar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발표*하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보크사이트 데이터를 통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보크사이트 장거리 운송의 증가
알루미늄의 주요 원료인 보크사이트는 중국이 전 세계 수입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전통적으로 중국에 해당 원자재를 공급해 왔으나 인도네시아가 2014년 정치적으로 해당 미제련 광물의 수출을 금지하거나 줄이게 되면서 중국은 알루미늄 원자재 확보에 있어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호주가 수출량을 늘리고 말레이시아가 대체지로 부상하면서 감소분을 어느 정도 만회하려 했으나, 말레이시아마저 환경오염을 이유로 수출량을 대폭 줄이면서 중국은 수입처 다변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그리고 대량의 보크사이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던 기니를 주목하게 된다.

그 결과, 기니는 2017년 기준 약 2,700만톤을 수출하면서 호주를 제치고 중국에 보크사이트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가 되었다. 비록 2013년 인도네시아가 수출한 약 4,800만톤의 보크사이트 수출량 자체를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지만 약 4배 길어진 운송 거리를 고려할 때, 톤마일(물동량 x 운송 거리)로 환산하면 2013년의 인도네시아 보크사이트 수출로 인한 선박 수요를 오히려 배 이상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크사이트 선적의 대형화
선박 운송 거리의 증가는 또 다른 재미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잘 알다시피, 항해시간이 길고 연료 소모가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는 효과를 더 크게 발휘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동서항로에 집중되어있고, 브라질의 발레社가 중국 등지에 철광석을 수출하기 위해 18만DWT의 스탠다드 케이프사이즈 선형보다 약 2배 큰 30~40만DWT의 초대형광탄선을 대거 사용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운송 거리와 선박 대형화가 상당한 연관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기니는 주요 항구인 캄사르(Kamsar)에서 보크사이트를 대부분 수출하고 있는데, 시장에는 이미 해당 항구에서의 보크사이트 선적에 최적화된 캄사르막스(Kamsarmax, 82~82만DWT)라고 불리는 선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의 보크사이트 수출은 캄사르막스로는 원가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이에 케이프사이즈(Capesize) 선박의 운영을 위해 수심이 좀 더 깊은 정박지에 대형 보크사이트 환적 설비투자를 하였고, 2016년에 완성하게 된다.

실제로 2013년에서 2017년까지 선박 위치 추적 데이터(AIS)에 의하면 해당 기간 내에 Panamax/Kamsarmax 선형의 입출항량은 변함없지만, 2016년 이후 Capesize 선적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중국향 수출량 증가 기간과 일치하며, 기니의 보크사이트 운송 증가분이 기존 Kamsarmax가 아닌 케이프사이즈 수요로 이동하였음을 증명한다.

끝으로 미국 및 콜롬비아의 극동향 석탄 수출 증가와 더불어 타 화물대비 케이프사이즈의 주요 화물인 호주 및 브라질산 철광석의 물동량이 여전히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건화물 수송의 대형화 및 원거리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보크사이트의 운송패턴 변화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해운시장의 다이나믹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Neo-Pamanax가 생긴 것처럼 Neo-Kamsarmax라고 새로 이름 지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문의: IHS Markit 한국대표 메일 (SueJeong.Hur@ihsmark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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