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콤파스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서병규 원장이 나와 ‘선원 교육훈련과 연수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서 원장은 해양수산부 법무담당관, 연안개발과장,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허베이스피릿호 피해보상지원단 기획팀장을 맡기도 하였다. 틈틈이 해양레저 활동도 벌여 최근 카약을 타고 악천후 속에 대마도까지 항해한 바 있다. 종전에는 해운정책은 곧 선원정책이라고 할 정도로 선원인력 양성이 해운업 발전에 관건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장기 해운불황으로 인해 해운정책이 금융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원인력 양성의 중요도가 예전만 못하다. 그러한 인식이 최근 바뀌고 있다. 사람 즉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장기계획을 세워 투자하고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우수한 선원인력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선원교육훈련의 현장인 해양수산연수원의 역할과 계획을 들어본다.

1. 해양연수원 현황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1965년 설립된 원양어업기술훈련소와 1983년 설립된 한국해기연수원이 1998년 통합하여 한국해양수산연수원으로 발족하였다. 해양수산연수원의 기능은 해양수산업 종사자의 교육 훈련과 해양수산 기술의 국제교류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해기사, 수산질병관리사 등 국가자격시험 관리업무도 맡고 있다. 해양연수원의 조직과 시설 및 장비는 정원이 165명으로 영도 용당캠퍼스, 목포의 서해분원, 인천지소에 근무하며, 실습용 선박 3척(상선용 2척, 어업용 1척)과 운항 시뮬레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예산은 632억원이며, 그 중에 311억원은 시설비와 실습선 운영비, 훈련장 건설 등에 사용된다. 주요 사업계획은 연간 교육인원 3만6,000명과 시험접수 2만8,430명이며, 실습선 2척의 건조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해양플랜트 훈련장을 서해분원에 건설하려고 한다.

2. 선원시장 여건변화와 전망

최근 선원시장의 여건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있다. 경제적 요인은 우선 육상기업과 임금격차가 축소하고, 취업기회가 다양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3국 선원들의 진출과 외항선과 내항선과의 임금문제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내항선원들은 외항선원들에 비해 아주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은 자국 내항선사에 고용된 선원들은 외국의 외항선사에 고용된 선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편이다. 또한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선원시장이 축소되고 직업안전성이 저하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무역량의 관계변화가 해운성장의 둔화요인이 되고 있다. 2002년~2007년까지는 경제성장률 3.4%에 무역량 증가율은 7.6%로 2배 이상이었으나 2015년부터는 경제성장 2.5%에 무역량 3.0%에 그쳐 경제성장이 무역량과 해운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의 해운시장 육성정책 등은 긍정적 요소이다. 사회적 요인은 대형사고 빈발로 선원직 기피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시 선사에 대한 무한책임 추궁에 따라 국내 해운선사들의 내국인 선원 기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또한 승선예비역제도 축소 논의 등 제도적 지지기반이 위축되고 있고,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이 복합근무 즉 혼승에 따라 갈등이 발생하여 이문화 수용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이동 감소도 선원시장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기술적 요인으로는 항해 통신기술의 발달로 업무부담 감소와 고립감 해소라는 장점은 있으나 세대간 기술지식 격차가 발생하고 정원감소와 규제강화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하는 단점이 생긴다. 아울러 다양한 선종의 특화와 선상시설 증가로 업무가 복잡난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 이슈화 하고 있는 무인자율운항선박과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해운시장과 선원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다르고 시간차도 생기기 때문이다.

3. 선원시장 전망

선원시장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 요소가 우세하다. 선원시장에 대한 쟁점들을 정리한 후에 긍정적인 요인을 강화한다면 변화에 대한 수용도 가능해질 것이다. 해운산업은 거대한 서비스 산업으로 지속적인 기회 창출이 가능하다. 해기사 출신들의 비해상 업무 진출경로는 다양한 편이다. 기술 발달로 선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여건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가지고 있어, 향후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의식개선과 분위기 조성이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

선원시장의 여건변화에 따라 시급히 논의해야 할 과제는 우선 해운업에 대한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는 해운계, 금융계, 화주의 입장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해운업의 위치에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독자생존과 성장이다. 다음은 무역지원을 위한 산업, 그리고 안보 차원의 중요성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해운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필수산업이라는 주장은 무역업계의 논리와 상치될 수 있다. 해운호황일 때는 국내 화주들을 홀대하다가 불황이 오면 그제야 상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내항 및 외항해운업 선원에 대한 영역구분과 내외국인 종사자의 처우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해기사 출신의 진로 설계와 목표 제시도 필요하므로 평생선원과 함께 중도 하선자에 대한 해운경영 수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4. 해양수산연수원의 대응방안

해양수산연수원의 대응방향은 우선 인식과 관점의 전환이다. 첫째, 선원재교육기관에서 해운산업 지원기관으로 전환하고, 내국인 선원 재교육 위주에서 내외국인 교육으로 확대하는 등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 해기사 위주의 교육에서 비해기 분야 인재교육으로 확대하여 해양플랜트, 해양환경조사, 첨단 수산양식 장비조작 등도 교육시켜야 한다. 셋째, 수동적인 수요 대응에서 능동적인 수요 창출로 전환하여 법정교육 뿐만 아니라 비법정교육 수요도 적극 발굴해야 하며, 사회적 여건과 기술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 선박 등장에 따른 영향 검토, 선원송출국협의체 구성, 해양교육 기회 확대 등 해양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test bed)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하여 신기술동향 도입 및 국가정책 반영, 인프라를 활용한 국제기여 등으로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무역과 산업구조 면에서 해운업의 성장성과 지리적 장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국가안보적 특수성 등 해운업에 대한 필요성은 항존한다. 그러나 개인소득의 증대, 해기사 직업의 매력도 저하, 인구감소, 기술변화 등으로 선원의 지속적인 적정공급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해양수산연수원은 기존 기능의 내실화, 해운산업 지원을 위한 교육구조 전환, 미래기술 변화에 따른 대응 및 비해운 분야의 인력양성에도 힘쓸 것이다.

해양수산연수원은 해사관련 교육기관인 해양대학과 해사고교보다 더욱 미래 상황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향후 해운경기가 계속 좋아지지 않고 조만간 자동화선과 자동운항선박이나 무인선의 등장이 예측되면, 현재 재학 중인 중고생이나 초등학생들은 해사고교와 해양대학을 목표로 정하거나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해양수산연수원도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해상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나갈 작정이다.

5. 질의와 답변

해양수산연수원의 최초의 교육은 누가 하였나? 자체적으로 했다. 그후 커리큘럼, 강사진, 교육장비들을 보강하여 정상적인 교육 훈련을 시켰다. 일본 크루즈업계의 위탁교육은 어떻게 하게 됐나? 일본의 자국내 교육은 일정상 어려움이 있었고, 필리핀에서의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어 한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우리 연수원의 1인당 교육비는 19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앞으로도 계속 시행할 예정이다. 세월호사고도 그렇고 지난 영흥도 낚싯배 해난사고를 보아도 연안 해운업체에 대한 안전교육이 부족하다. 대책은 있는지? 현행 규정을 살펴보면, 20톤급 이하 선박은 사각지대이다. 선원법과 선박법에 의하면, 20톤급 이상 선박은 교육대상이지만, 그 이하는 그런 규정이 없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해양수산부도 외항선원 위주에서 앞으론 내항선 안전교육도 강화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무인선과 관련하여 이에 따른 선원수급 대책은 있는가? 이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사적으로는 깊이 논의하고 있다. 이는 ‘고양이 방울달기’로 해운업계로선 배출선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에 방관하는 편이고, 해사관련 교육기관들은 최근에 승선학과 정원을 힘들게 늘려 놓았기에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력수급 문제는 방심할 수가 없다. 해양수산연수원은 교육대상이 줄어들 것을 감안하여 선제적으로 정원을 축소하여 교육일정을 짰다. 통계를 보면, 정규 교육기관 보다 해양수산연수원이 실시하고 있는 오션폴리텍 출신 선원들의 승선율이 더 높은 편이다. 교육기관의 학생 정원과 관련하여 해양수산연수원이 조정 역할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축전 평창올림픽

지구촌의 겨울축전 평창동계올림픽이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주제로 2월 9일 개막되어 17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차기 개최지 베이징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평창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도시 평창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놀이와 드론으로 시현한 개·폐막식도 장관이었거니와 막판에 북한이 참가하여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하자 모든 관중들은 환호했다. 개최지 선정에서 밴쿠버와 소치에 밀려 통한의 눈물을 흘렸으나 다시 도전하여 3수 끝에 이루어낸 쾌거였기에 감동과 보람은 3배였다. 지금까지 동계 스포츠는 일부 선진국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여 국민들의 관심이 덜한 편이었으나 우리 선수들이 효자종목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선전하자 열기가 점차 고조되었다. 경기결과도 비교적 좋았다. 당초의 목표인 4위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불모지인 썰매종목 스켈레톤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가 대견스러웠고, 500미터 빙속경기의 이상화 선수도 정말 자랑스러웠다. 국민적 기대에 대한 중압감과 부담을 떨쳐내고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 선수는 진정한 빙속 여제였다. 너무 힘들어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이겨낸 이상화 선수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동안 흘린 땀과 성실한 자세는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오래 기억할 것이다. 3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맞수 이상화 선수와 경쟁하여 금메달을 따낸 일본의 고다이라 선수에게도 갈채를 보낸다.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선수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모습에서 세계가 감동하였다. 서로를 존경하며 격려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 영웅들이었다. 은퇴하지 않고 베이징대회에서 다시 만나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소했던 컬링 경기에서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며 선전하는 여자선수들을 보며 국민들은 경탄했다. 마늘의 고장 의성 출신이라 마늘소녀들(garlic girls)라고도 불린 우리 팀킴(Team Kim)은 두뇌와 손기술이 필요한 컬링의 진수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캐나다의 남자피겨 선수 패트릭 챈도 기억에 남는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떠나야 하는 고별 무대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할렐루야’라는 배경음악에 맞추어 동작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아 마치 구도자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연기로 하늘을 우러르며 자신에게 재능을 준 하늘에 감사하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후회도 없고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 그에게 메달의 유무와 색깔은 의미가 없었다. 이렇듯 비록 메달은 따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바로 진정한 승자였다. 그런 면에서 여자팀추월 경기는 아쉬움을 더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쇼트트랙 선수였던 동생의 몫까지 달린 노선영 선수가 체력저하로 막판에 뒤쳐졌을 때 동료선수가 조금만 기다렸다가 밀어주며 결승선에 함께 들어왔더라면 세계가 감동했을 텐데......... 이제 평창·강릉의 겨울축전도 끝났다. 아무쪼록 평화의 제전 평창올림픽이 전쟁이 없는 지구촌,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예정된 전쟁’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이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학장을 역임한 그레이엄 앨리슨이 쓴 책으로, 한반도의 긴장상태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헌팅턴의 저서 '문명의 충돌과 세계질서의 개혁(Clash of Civilization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의 속편이라 할 정도로 예리한 분석과 통찰로 향후 열강의 충돌 가능성과 이로 인한 세계질서 재편을 예시하였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과 한반도의 운명을 다룬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루키디데스의 함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 함정에 빠진다면 한반도는 3차 세계대전의 화약고가 될 것이다.” “인류의 재앙이 될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싶어진 까닭이다. ‘루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세력이 기존의 지배세력 자리를 차지하려고 위협해올 때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혼란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예로 들며 “이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른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발발한 수많은 전쟁들은 거의 루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며, 패권국과 신흥강국이 부딪칠 경우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은 75%이고, 미중전쟁과 한반도의 운명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중심인물로 중국의 시진핑과 트럼프 대통령을 들었다. 이들 두 사람은 모두 지기를 싫어하고 각자 자기 나라가 위대해지기를 바라는 깊은 열망의 화신들이라고 소개한다. 세계 1인자가 되기 위해 투쟁하는 두 인물 사이에는 불길한 유사성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자기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야심에 따라 행동한다. 둘째, 상대국을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가장 주된 방해물로 여긴다. 셋째, 자신의 독특한 리더십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넷째, 스스로를 조국을 부흥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다섯째,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벅찬 국내 과제를 천명했다. 여섯째, 민족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을 자극하여 나라 안의 부패를 척결하고 자국의 역사적인 임무수행을 방해하려는 상대국의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에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들 열강이 루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인류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대참극 3차 세계대전의 촉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 책이 ‘예정된 전쟁’이다. 이 책의 서문은 “아! 일이 이렇게 될 줄 진작 알았더라면......” 당시의 독일총리 베트만홀베크가 탄식한 말로부터 시작된다. 세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었던 1차 세계대전의 살육이 마침내 멈추었을 때, 모든 참전국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싸움을 통해 지키려던 것을 잃어버린 참담함을 느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해체되고, 독일황제는 축출당하고, 러시아의 차르 역시 왕좌에서 내려와야 했고, 프랑스는 한 세대 동안 피를 흘렸고, 영국은 부와 젊은이들을 잃었다. 대체 왜, 무엇을 얻기 위해 싸웠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 전쟁 당사국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질문이었다. 이렇듯 역사상 수많은 전쟁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암흑과 파괴의 블랙홀로 빠져들어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도저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공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루키디데스 함정을 피하려면, 생각하기 힘든 것을 기꺼이 생각할 줄 알고, 상상하기 힘든 것까지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래야만 결국 역사의 포물선을 구부려놓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핵은 결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생존이 걸린 화급한 당면과제이다. 각종 국제제재 속에서도 벼랑끝 전략으로 오직 핵무기만을 개발해온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에 해법이 더욱 어렵다. 미국과 중국은 시시각각 루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들어가고 있고,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위협 아래 생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가물거린다. 평화의 문을 열어줄 열두 개의 열쇠를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나, 더 높은 권위를 지닌 제3자가 전쟁을 치르지 않고 경쟁관계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정상적 행동을 제약하는 더 큰 경제, 정치, 안보 제도에 단단히 묶일 수 있다. 셋, 능수능란한 정치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낸다. 넷,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섯, 문화적 공통성이 갈등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섯,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핵무기만은 예외다. 일곱, 상호확증파괴(MAD) 탓에 전면전은 정말 미친 짓이 되었다. 여덟, 따라서 핵 강국들 사이의 전면전은 더 이상 타당한 선택이 아니다. 아홉, 그럼에도 핵 강국 지도자들은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열,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는 전쟁비용을 높이기에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열하나, 동맹국이 치명적인 자력이 될 수 있다. 열둘, 국내 상황이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구체적 해법은 구조적인 현실로부터 시작하고, 역사적 교훈을 적용시키며, 모든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제 모든 선택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기에, 평창올림픽 이후에 전개될 한반도의 위기상황에 대해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부디 루키디데스의 함정과 북핵문제가 해결되어 ‘예정된 전쟁’이 아닌 ‘예정된 평화’가 한반도에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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