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놓인 연안해상교통... 대중교통화 설왕설래”

1월 29일 국회의원 회관, 국회·정부 및 연안해운 산‧학‧연 관계자 130여명 참석
연안운송, 국가교통망에 편입돼야... 지자체 권한 및 법제도 등 대중교통화 공감대 형성 미진

 
 

연안 도서민의 1일 생활권 항로를 보장하고, 일반국민이 도서 지역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연안해상교통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연안해상교통의 대중교통화는 국가 및 지자체 재정문제, 사회적 합의, 제도적 문제 등의 현실적인 장애요인 때문에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지 못한 형국이다.

1월 29일 국회의원 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연안해상교통 대중교통화 추진’ 국회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적자·생활항로에 준공영제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준공영제 도입을 통해 운영자의 서비스 개선과 안전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실장도 “국가보조항로 외에도 일부 항로에 운영비를 지원해 적자에 따른 항로 단절을 예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지정토론자로 나선 박준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중교통화는 세금의 사용과 직결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김용태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장은 “중장기적으로 연안교통을 대중교통에 편입하게 되면, 지자체 부담, 사회적 합의, 해운법외 별도의 법안 마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기태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장도 “공영이냐 준공영제 등은 정부의 간섭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윤영일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KMI, 대한교통학회 주관한 가운데,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양창호 KMI 원장, 최기주 대한교통학회 회장, 박준영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연안해운 관련기관, 업계, 단체 종사자 13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연안해상교통의 가치를 진단하고 정부 국정과제인 연안해상교통의 준공영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이 모색되는 자리로 구성됐다.

양창호 원장은 개회사에서 “연안해상교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박 노후화와 선원의 고령화이다”고 밝히면서 “연안해상교통을 대중교통화시켜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영일 국회의원은 “연안해상교통은 누가봐도 도서민에게 대중교통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지난 달 미세먼저저감 대책으로 시행했던 대중교통무료시행에 대한 비용이 약 150억원인 반면, 정부가 연안해상교통을 위한 예산 책정액은 약 117억이다. 연안해상교통에 대한 불평등이 어디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화가 되지 못한 현실을 꼬집었다.

 

 
 

김시곤, 연안여객 운임 KTX 2배 이상, 연안선 이용자에 환급하는 방식의 준공영제 도입
“연안여객수송망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첫 번째 주제를 발표한 김시곤 교수는 ‘국가교통망의 위상정립과 연안해상교통체계 정상화 방안’의 발제를 통해 △국가교통계획과 연안해상교통의 위상 △연안여객 운영실태 및 문제점 △여객선에 의존하는 연안해상교통 정상화 방안 △대체수단 활용한 연안해상교통 정상화 방안 등의 순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국내교통계획의 최상위계획인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의 근거로 교통부문별 계획이 수립되고 있으며, 해운·항만과 관련한 교통계획은 ‘항만기본계획’에 포함돼있다. 김 교수는 “항만기본계획은 화물수송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연안여객 운영에 관한 사항은 전혀 언급돼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연안여객수송망이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5년말 기준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연안여객의 항로수는 112개, 연안여객선은 169척으로 항로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선박 척수는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특히 목포, 여수, 마산, 인천의 항로가 전체 연안교통의 75%를 차지한 가운데, 연안여객 수송인원은 2007년 1,263만명에서 10년간 34% 증가해 2017년에는 1,69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연안여객의 운임수준은 타 교통수단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표에 따르면, 운임조사를 시행한 대상선박 154척의 평균 운항거리는 62km, 대인평균운임은 18,069원으로 조사됐으며 km당 단위운임은 362.9원/km으로 산출됐다. 반면 항공의 경우는 209.6원/km, KTX는 164.4원/km, 수도권 전철 125원/km, 시외버스 116.1원/km, 고속버스 62.4원/km 등으로 타 운송수단에 비해 연안해상교통 수단의 운임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시곤 교수는 “고 운임과 적자항로 등으로 선사와 이용객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며 “더 이상 연안여객의 준공영제 도입은 미뤄선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연안여객이용의 활성화를 위해 선사 등의 운영자가 아닌 이용자에게만 환급해주는 ‘개인별 맞춤식 대중교통 요금정책’이 필요하다”며 연안해상교통 준공영제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준공영제 방식은 버스 등의 운영자가 정부에 보조금을 요구하고 이용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운영자가 요구하는 만큼 왜곡된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운영자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그가 제안한 ‘개인별 맞춤식 요금정책’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은 운영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는 그에 맞는 요금을 지불하고 그 요금만큼 정부에 환급을 요구하면 정부가 사용자에 직접 요금을 주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김 교수는 여객선에 편중된 교통수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거리 도서에 소형공항 건설 △위그선(수면비행선) 등의 도입을 통해 도서민과 여행객이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고도 제언했다.

김태일, “연안해상교통 고려한 국가교통체계로 구축돼야”
다음 발제자로 나선 김태일 실장은 ‘내항여객운송사업 대중교통화’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김 실장은 서두에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대중교통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으나 연안해운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국가의 법률적 지원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연안해운에 대한 각종 정책의 추진력이 미약한 것이다. 교통수단의 사각지대에 놓인 연안해상교통을 고려한 국가교통체계가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연안해운 운영체계와 시설에 대한 문제점도 이어서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여객의 수요가 많은 일반항로의 경우 민영제로 운영되지만, 1-2개 선사만 운항을 하고 있는 독과점체제이다. 반면 보조항로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운영하지만 수요가 적어 선사 입장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현재 정부가 이에 대한 손실보상을 지원해 사실상 준공영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그림)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해상교통은 일반적으로 선박 외에는 대체교통수단이 없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부족해 공급자 중심의 시장지배구조로 굳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연안선사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신조를 기피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노후선을 도입하며 연안 선박의 노후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김 실장은 “특히 선가가 높은 카페리 및 초쾌속선은 해외 중고선 도입이 일반적이다”고 언급했다.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20년 이상의 연안선은 총 23척에서 2016년에는 46척으로 2배이상 급증했다. 여객선 시설은 항만, 어항 등의 부수 시설로 인식돼 개발 우선순위에 밀려있는 실정이며 열악한 시설로 인해 안전사고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일 실장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연안해상교통의 대중교통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보조항로의 개편을 통해 운영비 및 운임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장기적 전략으로 내항여객운송 등의 현대화를 위해 △보조항로 개편 △선박현대화·선원 처우 개선 △접안시설 개설 △운임지원을 통한 대중교통요금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김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보조항로의 개편을 통해 단순히 손실보상을 하는 것을 넘어 정부 및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인 공영제로 나가는 것이 옳다”며 “공적 운영사가 직영하게 되면 항로 단절 시 일반항로에 공공선박을 투입할 수 있고, 선박 현대화를 조속히 실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주제발표 후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홍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직무대행, 홍선기 목포대 교수, 박준식 연구위원, 김용태 과장, 김기태 과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연안해상교통의 대중교통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한홍교, “연안해상교통 = 사각지대... 도로·철도 등의 SOC 측면으로 들여다 봐야”
연안해상교통은 사각지대에 놓여져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수출입 화물이나 외항해운 등에 가려져 있고 국민의 관심측면에서는 바다라는 격리공간으로 인식돼 이미 멀어져 있다. 연안여객을 사업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지원의 틀에 갇혀 있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이제는 연안해운도 도로나 철도의 개념으로 보고 SOC측면에서 접근하면 이런 논쟁은 불필요할 것이며, 도로에 준하는 수준으로 분석하면 모든 것이 쉽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홍선기, “준공영제 확대, 지자체 비용 줄이는 쪽으로 진행돼야”
일반인이 도서지역에 갈 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도서민이 가거도에 간다면 5-6,000원 정도에 갈 수 있으나 4인 가족 여행객이 1박 2일 일정으로 가게 되면 그 비용은 약 100만원 선이다. 열악한 선박을 타고 외딴 섬에 가서 고생하다가 온다고 생각한다면 큰 비용을 들여서 누가 가겠나? 선박, 항로 등의 분야를 떠나서 도서민 주민을 살리고 섬 복지·관광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또한 연안해상교통이 공영제화하는 것은 예산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고 보지만, 이제부터라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주제로 인식됐으면 좋겠다. 준공영제 확대는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가야한다. 그런 점에서 김시곤 교수가 주창한 사용자 환급제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김태일 실장이 제기한 독과점 문제는 오랫동안 그 지역의 유지 수단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지여 주민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은 KMI나 해수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이다. 지자체와 정부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통합논의를 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박준식, “대중교통화 사회적 합의 필요, 재정지원 시스템 갖춰야”
대중교통화의 기본원칙은 총괄원가보상제다. 원가를 낮추려면 자체수입이 충분하거나, 국가재정지원을 통한 보조금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연안교통은 수송실적의 한계로 인해 자체 수입으로는 원가를 낮출 수 없는 구조이다. 결국 보조금 문제로 직결된다. 그러나 국가보조금도 국민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명화’이다. 일반버스의 경우 버스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요금, 노선 등에 대한 추적관리가 용이하다. 전산화를 통해 객관화된 정보로 정부는 재정지원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확하게 손실보상을 지원해 줄 수 있다. 연안해상교통도 일반 대중교통 수준만큼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쉽게 관리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한다.

김용태, “해운법령 하 연안운송 체계, 제도적 한계 있어”
연안운송은 해운법에 따라 제도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도서민의 경우 7,000원까지만 내면 거리에 상관없이 연안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으며,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27개 항로는 전적으로 국가보조항로로 운영해 민간운영사에 손실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즉, 해운법상 연안운송 체계는 도서민의 교통권 확보가 주안점인 것이며, 일반인 이용객에 대한 정책이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해운법은 산업 지원법이며 이에 따라 재정당국도 도서민과 일반인을 구분해 인식하고 있으며, 여객사업의 운영은 지자체에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연안해운이 제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기엔 한계가 있다.

공공성 강화측면에서는 연안해운의 대중교통화로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단기적으로 국가에서 재정부담을 일시에 들여 공영제 또는 준공영제로 모든 선사를 통폐합에서 할 수 있다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연안여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공론화를 위한 자리도 만들어지고 있어 결국 공공성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 생각하나 다만 그 속도가 관건이다. 현재 정부는 보조항로, 준공영제 항로 등으로 국가의 지원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연안교통을 대중교통에 편입하는게 타당한지, 기존 해운법이 아닌 연안교통을 떼어 법제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려고 한다.

김기태, “적자·보조항로 지원, 준공영제 개념과 달라, 지자체 권한 이양 등의 문제 고민해야”
해수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적자·보조항로에 운영비 지원 등의 경우 준공영제 개념과 다소 이질감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벽지노선 손실보상, 공영버스 지원 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단순히 운영적자를 보조하는 것은 준공영제라고 보기 힘들다. 버스의 경우 노선개편, 수익금 관리, 서비스평가 등은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고 단순한 버스운영만 민간사업자가 맡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자체와 버스운송업체 간 협약에 따라 유지되고 있는데 해수부의 경우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에 대한 부분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중앙정부나 공사, 지방정부 등의 운영주체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도서민의 이동권 보장은 맞지만 관광객의 이동권과 맞물려 있어 정책적으로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고 지원 할 것인지도 고려할 사항이다.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대중교통 시설별 육성방안과 촉진방안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항공과 해운의 경우 육성방안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두 분야가 포함될 경우 교통수단 이용촉진을 위한 대중교통 환승이 교통수단 간에 유기적으로 잘 맞물릴 수 있도록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해수부 자체적으로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연안해상교통을 발전시키기 위해 새롭게 연안해운법을 재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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