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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한국을 꿈꾸며
[533호] 2018년 01월 30일 (화) 13:24:44 하영석 komares@chol.com
   

하영석
계명대학교 교수
(기획정보처장,
前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

해양력의 중요성
역사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바다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루었다. 최근 중국정부는 “국가적 목표를 성취하는 핵심중의 하나는 해양력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하여 해양력(Sea Power 또는 Maritime Power)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구의 3/4이 바다이며, 전 세계 물동량의 90%가 바다를 통해 운송되고 있는 현상에서 해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16세기 영국의 군인이며 탐험가이자 시인인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 1524~1618)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을 지배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고 마침내 세계를 지배한다(For whosoever commands the sea commands the trade; whosoever commands the trade of the world commands the riches of the world, and consequently the world itself)”는 말로 해양지배력과 해상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과거에는 해양지배력이 해양군사력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에 막강한 해군력을 갖춘 국가들이 해양을 지배하였다. 16세기 유럽은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이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해상무역의 강국으로 등장하였다. 15세기에 탐험의 선구자적인 국가는 포르투갈이었으나 16세기 말 스페인에 합병되었고,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1588년 칼레해전에서 섬나라인 영국에게 패해 해상패권을 넘겨주고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17세기에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가 신 해양강국으로 등장하였고, 이후 산업혁명으로 기술력과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국이 18~19세기의 해양 패권을 차지하였다. 이와 같이 과거의 해양력은 주로 해군력에 의해 결정되는 형태였으나 근대에 들어와 그 개념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해양력의 결정요소
해양력은 구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요소들의 결합체로 요소들 간의 상호 의존성이 매우 큰 개념이다. 또한 해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 국가의 해양 정책 및 발전전략이 타국가의 국민과 산업 및 군사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양력은 대외 연계성과 상호 대립성을 가지고 있다. 해양력의 구성요소에 대해 학자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크게 나누어보면 해양력은 해군력, 해운력, 해양자원개발능력, 그리고 해양관련 법과 제도 등 글로벌 해양규범의 설정 및 조정 능력 등의 결합체로 볼 수 있다. 글로벌화의 촉진으로 무역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21세기에는 해양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해운력이라 할 수 있다. 해운력은 선박보유량과 운영능력, 선박건조기술 및 능력, 해운조선 전문인력 보유, 항만경쟁력 등의 결정체로 볼 수 있다. 유럽과 같이 국가 발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조직적인 해양력을 가진 국가들은 국민의 의식 속에 해양력 수준의 의미가 뿌리 깊게 각인되어 있지만, 짧은 기간에 신흥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 속에는 해양력의 중요성이 각인되지 못하였다. 이런 경우 선각자들이나 정부가 나서 자국 해양력을 강화시키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노력과 전략 없이는 높은 수준의 해양력을 가진 국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해양력을 건설하고 강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해양력
다행히 한국은 해양 전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가지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의 국정과제로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 해양영토 수호와 해양안전 관리 등을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선박 보유량과 운영능력 측면에서 보면, 외항운송업 운임 수지의 43%를 담당했던 양대 컨테이너 정기선사 가운데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오랜 해운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파산하였고, 현대상선 또한 심각한 경영난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구조적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는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산업 기반을 재건하기 위해 정부는 중점 추진과제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 등 재건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무너진 해운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전술된 바와 같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추진력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

세계 1위의 수주실적을 영위하던 조선산업도 해운 불황과 선박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주 절벽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는 조선 3사(대우해양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날렵하게 한 후, 해운·조선 상생 기금으로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국내 조선소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7년간 공적자금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대우해양조선은 구조조정으로 재무 건전성이 확보되면, 해양플랜트와 방위산업에 특화된 조선소로 성격을 규명하고 범용 선박 건조 부문은 분할 매각을 추진하여 신조시장의 과당경쟁을 줄이는 것이 요구된다. 불황의 늪을 잘 견디면 호황의 시기가 오기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아 좋은 나무에 과실이 덜 열렸다고 뿌리를 베어낼 수 없듯이 어려울수록 해운·조선 산업의 뿌리가 되는 전문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과 전문인력의 양성과 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해운인력의 경우, 부족한 초급해기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확대하여 안정적으로 상선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승선근무예비역 인원을 연간 1,300명 규모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잘 훈련된 상선사관은 해운력 강화에 필수적인 요소인 동시에, 유사시 준 해군인력으로 해상안보를 지킬 수 있는 핵심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의 경우, 어려운 시기에 숙련노동자들이 조선업을 떠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현재 숙련노동자 파악되고 있는 약 3만 5,000여명의 기술자와 조선 설계인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전문인력의 체계적인 관리 없이는 미래 조선시장을 열어갈 Eco-ship과 해양플랜드 건설 등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연구한 국가해양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만경쟁력 지표는 비교 대상국 46개국 가운데 6위로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글로벌 해양규범을 설정하는 IMO내의 지윈 평가는 1위로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된 바, 해운과 조선 경쟁력의 회복이 한국 해양력 평가의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무역대국의 해운력
한국의 2017년 교역규모는 1조 521억 달러로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역규모 1조 달러 클럽으로 복귀했다. 교역규모로 볼 때, 한국은 세계 9위의 무역국가로 무역흑자 958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2017년 1~9월 누적 수출규모로는 한국은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다. 한국이 세계의 무역강국이자, 수출대국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역의 최종단계에서 거래의 완결을 지원하는 운송 경쟁력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거대한 수용소 군도로 변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담당하고 있는 해상운송로의 안정적 관리는 국가경제발전과 생존의 근간이 된다.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상 글로벌 해상물류통로의 지배력을 보여 주는 해운력이 없다면,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의 달성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세계 수출대국 1~5위 가운데 해운력 기반이 약한 국가는 세계 1위의 해군력을 가진 미국밖에 없다는 사실이, 왜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해운력을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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