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개띠의 해에, 기저에서 움직이던 해운시장이 바닥에서 벗어나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보면서 ‘원탁’의 문을 두드린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글로벌 물류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던 한진해운이 장기 해운불항의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고 파산하였고, 그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한국해운의 재건과 생존의 틀을 짜는 일에 정부당국과 해운인들이 힘을 합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한 해였다. 그러나 해운기업, 화주인 수출기업, 터미널운영업체, 하역업체, 복합운송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한번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다행히 정부는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자본금 5조 규모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자본금 1조원의 한국선박해양과 자본금 5,500억원의 한국해양보증보험을 통합하고 정부의 추가 출자를 통해 3조 1,000억원 규모로 출범한 후, 시장상황에 따라 5조원 규모로 자본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 공사는 해운산업 전담기관으로 해운금융 뿐만 아니라 해운거래 및 선사운영지원, 해운시장정보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몸집불리기 경쟁
그러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가장 큰 수혜기업이 될 한국 유일의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사인 현대상선의 생존환경은 녹녹치 않다. 현대상선은 2016년 1.5조원의 금융지원을 받았지만 2010년 이후 연속된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세계 1위의 선사인 머스크사는 2017년 12월 기준 414.6만TEU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현대상선은 머스크사의 8.6%의 수준인 35.8만TEU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경쟁열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박량 100만TEU 이상을 보유한 컨테이너 선사는 6개로 대만의 Evergreen Line이 106.5만TEU로 6위에 위치하고 있다. 올 4월에 출범하게될 일본의 통합선사 법인인 ONE(Ocean Network Express)은 보유선박 147만 TEU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과 경쟁할 만한 규모를 갖추었다. AT커니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2022년까지 약 10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5년동안 초대형 선박 40척의 발주에 5조 6,000억 정도를 투입하여 100만 TEU 정도의 선박을 보유하여야만 현대상선의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다. 현재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은 얼라이언스를 통해 서비스의 질은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시장인 동시에 수익이 가장 낮은 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2014년 전세계 컨테이너 해운산업의 평균수익률은 3.1%에 불과한 실정으로 당분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국적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이 재건되어야 하는가?
민간기업의 사업 영역인 듯 보이며 수익률이 타 산업에 비해 낮은 산업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재건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책입안자들에게 설득이 필요하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컨테이너 정기선 기업의 존재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만 장기적인 전략 하에서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체계적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의 원자재인 석탄, 철광석, 곡물, 원유 등의 운송에 활용되는 부정기선 해운은 시장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스럽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적인 운송분야이다. 반면에 수출제품 및 반제품을 주로 운송하는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은 고가의 선박 여러 척을 투입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수출기업 누구나 정해진 운임률로 운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적인 성격이 강한 운송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간 주 1회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기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의 진입도 힘들 뿐만 아니라 퇴출시에 업계에 미치는 파장 또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컨테이너의 운송은 특성상 다수의 이해관계인(다수의 화주, 터미널운영업자, 복합운송업자, 하역업자 등)이 협력적으로 연계되어 글로벌 물류통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물류통로의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이다. 더욱이 2017년 무역규모 1조달러에 재진입한 한국경제의 특성상 잘 갖추어진 물류통로를 갖추는 것은 수출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상 잘 갖추어진 글로벌 물류통로가 없다면 수출 1조달러를 넘어 2조달러의 달성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 재건의 전제 조건
그러나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의 단계적 재건과 지속성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 번째로 글로벌 해상물류 통로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과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여야 한다. 일본 해운 3사가 해운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하여 컨테이너 사업부를 통합한 ONE을 출범시키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일본 정부는 산업정책에 해운분야를 포함시킴으로서 해운기업의 채무상환 연기는 물론, 이자율 인하, 폐선보조금 지원 그리고 중앙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의 채무를 보증하는 DIP(Debtor-in Possession Finance)제도를 마련하여 통합선사의 출범을 가능하게 하였다. 두 번째로 선사와 선박의 대형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장은 과거와 같이 서비스의 질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정형화된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운송 단위당 원가를 최소화하며 IMO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대형 컨테이너선박을 보유함으로써 원가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요구된다. 세 번째로 조밀한 항로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운항 및 상생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의 14개 컨테이너 선사의 동맹체로 2017년 8월 8일 출범한 한국해운연합(KSP: Korea Shipping Partnership)을 더욱 활성화하여 선사간 협력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동맹체 조직이 형식적이고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운명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참여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물론, 장기적인 상생협력이 가능하도록 공동운항과 운영의 틀을 빠른 시간내에 갖추어야 한다. 네 번째로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공적 운송기업인 글로벌 해운기업의 경영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관찰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곧 출범하게 될 한국해양진흥공사와 민간 기업인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가 지분 구조의 조정을 통해 호황기에는 수익을 배분하고 불황기에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으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와 협력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우려가 깊었던 부산항 처리물동량이 2,000만TEU를 달성되었고, BDI는 2017년초 953에서 출발하여 연말에는 1,588로 안정된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다. IMF는 2018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전년 보다 약간 높은 3.7%로 추정하였고,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도 2%이상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BDI의 상승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함부르크수드사를 인수해 세계 최대 선박량을 보유하게 된 머스크사의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 Transpacific Stabilization Agreement) 탈퇴가 이 항로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무술년 해운업계에도 무슨 일이든지 술술 풀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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