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임차인이 임차한 부선을 반환하기 전에 선체를 손상시킨 경우 손해배상책임

-인천지방법원 2017. 9. 5. 선고 2016나57468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2013. 6.경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그 무렵 HS해운 주식회사로부터 임차한 부선艀船 제○○호(이하 ‘이 사건 부선’)를 피고에게 이용기간 2013. 6. 23.부터 같은 달 27.까지로, 용선료 990만 원(부가세 포함)으로 하여 이용하게 하는 용선계약(이하 ‘이 사건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2013. 6.경 주식회사 W선박과 울산에서 인천북항까지 기자재를 운송해 주기로 하는 물품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물품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물품운송계약에서의 기자재를 실은 이 사건 부선은 피고가 송○○으로부터 별도로 용선한 예인선 ○○호(이하 ‘이 사건 예인선’)의 예인 아래 2013. 6. 27. 인천북항 검역묘지(선박이 입항 전에 검역관청에 소정의 신고서 등을 제출하고 검역을 받기 위해 닻을 내리고 대기하는 장소)에 도착하여 앵커를 투묘하였다.

(3) 이 사건 부선에 승선해 있던 선두 정○○은 위와 같이 이 사건 부선이 검역묘지에 앵커를 투묘해 있을 당시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에게 이 사건 부선 발전기의 냉각수통이 고장 난 사실을 알렸다. 이후 이 사건 부선은 냉각수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발전기를 가동하여 앵커를 양묘한 다음 같은 날 18:00경 인천북항에 이르러 다시 앵커를 투묘하고, 이 사건 부선 측면 모서리 부근의 계선줄(모야)을 부두에 묶어 접안하였으며, 그 상태에서 같은 날 19:00경부터 21:40경까지 사이에 하역작업이 마쳐졌다.
(4) 위와 같이 하역작업이 마무리될 무렵 고장 난 이 사건 부선 발전기의 냉각수통이 분리되어 수리에 맡겨졌다.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하여 투묘했던 앵커를 양묘할 수 없었던 이 사건 부선은 위에서와 같이 계선줄에 묶인 상태에서 썰물을 맞았고, 해수위가 하강함에 따라 그 선저가 그 아래의 부두 시설물 또는 해저에 닿으면서 선미 좌현 부분에 파공이 생겼다(이하 ‘이 사건 사고’).
 

Ⅱ. 판시사항
피고(임차인)가 임차한 이 사건 부선이 원고(임대인)에게 반환되기 전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그 선미 좌현 부분에 파공이 발생한 경우, 이는 임차인인 피고가 이 사건 용선계약상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Ⅲ.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1. 선박이용계약의 유형
가. 용선계약

타인의 선박을 빌려 쓰는 용선계약에는 기본적으로 선박임대차계약, 정기용선계약, 항해용선계약이 있는데, 이 중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임차인(이하 통칭하여 ‘선주’라 한다)이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항해에 사용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하여 기간으로 정한 용선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용선자가 선주에 의해 선임된 선장 및 선원의 행위를 통하여 선주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요소로 한다.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주에게 있는 점에서, 선박 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되어 선주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통상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박임대차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2)

선박의 이용계약이 선박임대차계약인지, 항해용선계약인지 아니면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제3의 특수한 계약인지 여부, 그 선박의 선장·선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이 이용권자에게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는 그 계약의 취지·내용, 특히 이용기간의 장단, 사용료의 고하, 점유관계의 유무 기타 임대차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3)
 

나. 선박임대차계약
선박임대차에는 선박만을 임차하는 경우(선체용선계약, bareboat charter)와 선원부 임대차의 2종류가 있는데, 선원법 제2조 제2호는 선체용선자만을 선박소유자로 규정하고 있다.4) 준국적선에 해당하지 아니한 외국 국적의 선박을 선체용선하여 선원을 고용하고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을 선원법으로 하기로 약정한 선체용선자도 근로계약에 기한 사용자책임이 있다.5) 선박소유자가 선박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선박을 임대하여 주고, 선박임차인은 다른 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여, 그 항해용선자가 재용선계약에 의하여 선복을 제3자인 재용선자에게 항해용선하여 준 경우에 선장과 선원에 대한 임면·지휘권을 가지고 선박을 점유·관리하는 자는 선박의 소유자가 아니라 선박임차인이다.6)

다. 선원부임대차
선원부임대차船員附賃貸借의 경우 선박임차인이 선원에게 노무지휘권을 전반적으로 행사하더라도 선원법상 선박임차인은 아니므로 선박소유자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7) 그러나 선박임차인이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으므로(상법 제766조), 선박임차인은 임차선박의 사용 도중 임대인이 고용한 선원의 과실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8)
 

2. 대상사안의 검토
이 사건 용선계약은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아래에서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선원부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
(1) 이 사건 부선은 스스로 기동할 수 있는 동력을 구비하고 있지 않은 바지선으로서 예인선의 예인에 의해서만 기동이 가능한 선박이다.
(2) 이 사건 사고 무렵 이 사건 부선에는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었고, 원고의 직원으로서 선두인 정○○이 승선해 있기는 하였지만 위 정○○의 임무도 이 사건 부선의 물리적 상태를 관리하거나 고장 부위를 정비하는 등에 그쳤다.

(3) 이 사건 용선계약에서 정한 이 사건 부선의 이용기간이 5일로서 비교적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부선에 실린 화물에 관한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은 전적으로 이 사건 물품운송계약의 당사자인 피고 또는 이 사건 예인선 선장에 의하여 지배되었고, 이 사건 부선의 항행 또한 이 사건 예인선의 예인과 그 선장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다. 반면 그와 달리 원고나 위 정○○이 위와 같은 사항들에 관하여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등을 지휘·감독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4) 이 사건 부선 발전기 냉각수통에 대한 수리가 원고의 의뢰에 따라 이루어졌기는 하지만, 이는 이 사건 부선을 피고에게 임대한 원고의 임대인으로서의 의무이행 과정(민법 제623조)으로 해석될 수 있다.

Ⅳ. 선박임차인의 주의의무
1. 피고의 임차물 반환의무

(1) 선체용선계약에 관하여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민법상의 임대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상법 제848조 제1항), 임차인인 피고는 이 사건 용선계약 종료 시에 이 사건 부선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진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임차인은 임차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하고,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그 이행불능이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아님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 이행불능이 임대차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할 임대인의 의무 위반에 원인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까지 임차인이 별도로 목적물보존의무를 다하였음을 주장·증명하여야만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9)
(2) 이 사건 물품운송계약의 실제 이행과정 거의 모든 부분이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에 의하여 주도되었으므로,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은 이 사건 용선계약의 이행에 관하여 피고의 피용자 또는 이행보조자 지위를 가진다.
 

2.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책임
가. 임차인의 선관의무

민법 제374조가 규정하는 선관주의의무란 거래상 평균인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말한다. 즉 채무자가 처한 구체적인 각 상황에서 동일한 직업, 연령, 지식, 경험 기타 사회적 지위를 갖는 자에게 거래상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말한다. 선관주의의무는 이처럼 일반적·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정하여지므로 객관적 주의의무에 해당한다. 이러한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는 것을 추상적 과실이라고 하고 이 경우 과실은 경과실을 말한다.10)
 

나. 피고의 채무불이행
피고가 임차한 이 사건 부선이 원고에게 반환되기 전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그 선미 좌현 부분에 파공이 발생하였다. 이는 선박임차인인 피고가 이 사건 용선계약상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390조, 제393조).
 

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검토
(1) 피고의 주장요지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부선의 발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아니한 원고의 선박관리상의 부주의와 조수간만의 차이에 부응하여 계선줄을 적절히 조절하지 아니한 원고 측의 전적인 잘못으로 발생하였다.
 

(2) 검토
예인선의 선장은 이 사건 부선이 검역묘지에 있을 당시부터 이 사건 선박의 발전기 냉각수통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던 사실, 이 사건 부선에서의 하역이 종료된 후 위 정○○이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에게 이 사건 부선을 부두로부터 이안시켜 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위 선장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던 사실, 비록 하역을 위해 접안한 이 사건 부선이 발전기 가동 불능으로 인하여 앵커를 양묘한 후 이안할 수는 없었지만, 이 사건 예인선으로 견인을 할 경우 이 사건 사고와 같은 파공을 방지할 정도의 이안은 가능하였던 사실 등이 인정되었다.
위와 같은 인정사실에 의하면, 예인선 선장의 위와 같은 행태가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부당하다.
 

3. 책임의 제한
가. 피고의 주장요지

이 사건 사고 발생에는 원고 측의 잘못도 개입되어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피고의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
 

나. 과실상계
(1) 민법 제396조에 규정된 과실상계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하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11)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상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이다.12)
(2) 과실상계는 법원의 소송상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그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고,13) 피해자의 과실 유무, 정도 등은 당사자의 주장과 달리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결정한다.14)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할 때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15)
 

다. 대상사안의 검토
(1)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 사건 부선에 앵커의 양묘 등을 위하여 설치되어 있던 발전기의 냉각수통 고장이었는데, 이와 같은 발전기 냉각수통의 이상은 이 사건 용선계약이 체결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인 점, 위 정○○이 원고에게 이 사건 용선계약 체결 이전부터 피고에게 위 냉각수통의 이상을 보고하였음에도 제때 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에는 이 사건 부선의 앵커를 양묘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점 등이 인정되었다.
(2) 이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용선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이 사건 부선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해야 할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민법 제623조)에 부응하지 못한 원고의 잘못으로서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3) 대상판결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과 경과, 원고 측과 피고 측 의무위반의 내용 및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책임 정도를 교량하여, 원고와 피고 각 50%로 정하였다. 
 

Ⅴ.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선박임차인이 임차한 부선이 임대인에게 반환되기 전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그 선미 좌현 부분에 파공이 발생한 경우, 이는 임차인인 피고가 선원부임대차계약상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평가하여, 피고는 위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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