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물의 보세창고 입고 및 통지 발송에 따른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의무 완료 간주

-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1. 15. 선고 2015나3819 판결1)-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섬유류 제품의 제조, 임가공 및 수출을 하는 한국 법인(서울 마포구 소재)이고, 피고는 해상화물 운송, 해운대리점, 복합운송주선 및 무역대리점을 하는 한국 법인(서울 강서구 소재)이다.
(2) 원고는 2013. 9. 30.경 미국에 있는 뉴캐슬 패브릭스(NEWCASTLE FABRICS, 이하 ‘뉴캐슬’이라고 한다)에 별지 목록 [제1화물] 기재 원단(이하 ‘제1화물’이라 한다)을 본선인도조건(F.O.B.)으로 판매하기로 하고 피고에게 이 사건 제1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고, 피고는 2013. 10. 2. 이 사건 제1화물을 부산항에서 선적하여 위 화물이 2013. 10. 25. 미국 뉴욕항에 도착하였다.
(3) 원고는 2013. 10. 18.경 뉴캐슬에 별지 목록 [제2화물] 기재 원단(이하 ‘제2화물’이라 한다)을 본선인도조건으로 판매하기로 하고 피고에게 제2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고, 피고는 2013. 10. 23. 제2화물을 부산항에서 선적하여 위 화물이 2013. 11. 15. 미국 뉴욕항에 도착하였다.
(4) 제1화물은 2013. 10. 25.경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상의 통지처인 Myletex International Inc.에 의하여 통관되어 2013. 11. 1. 피고의 미국 파트너사인 Riverside Warehouse 창고로 옮겨졌는데, 원고는 그 무렵 뉴캐슬과의 물품대금 정산문제로 피고에게 제1화물 및 제2화물(이하 ‘이 사건 각 화물’이라고 한다)의 인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5) 이후 이 사건 각 화물의 수하인인 뉴캐슬이 위 각 화물의 수령을 거절하여 제2화물은 통관되지 못하고 미국 세관에 보관되었다.
(6) 피고는 다음과 같이 이 사건 각 화물의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Ⅱ. 판시사항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각 화물을 보관하고 있다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각 화물의 인도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에게 위 화물의 인도를 청구한다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1) 원고가 이 사건 각 화물의 인도청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수하인 또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는 운송계약 또는 선하증권의 취지에 따라 운임·부수비용·체당금·체선료 등을 지급하여야 하고, 운송인은 운송물의 운송으로 인한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운송물을 유치할 수 있는바(상법 제58조, 제807조), 원고가 제1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화물의 운송 및 보관으로 인한 운임, 보관료 등을 지급하지 않는 한 피고가 제1화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제1화물에 관한 운임, 보관료 등의 부수비용을 지급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제1화물에 대한 인도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2) 상법 제803조는 “① 수하인이 운송물의 수령을 게을리한 때에는 선장은 이를 공탁하거나 세관이나 그 밖에 법령으로 정한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체 없이 수하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② 수하인을 확실히 알 수 없거나 수하인이 운송물의 수령을 거부한 때에는 선장은 이를 공탁하거나 세관이나 그 밖에 법령으로 정한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하고 지체 없이 용선자 또는 송하인 및 알고 있는 수하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운송물을 공탁하거나 세관이나 그 밖에 법령으로 정한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한 때에는 선하증권소지인이나 그 밖의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을 제9, 10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제2화물은 수하인 측에서 통관을 신청하지 않아 미국 세관에 인도되었고, 피고가 2013. 12.경 원고에게 이를 통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제2화물의 인도는 완료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고의 화물 인도청구는 이유 없다.
 

Ⅲ. 수하인의 운송물 수령의무
1. 수하인의 운송물 수령여부에 관한 의사표시
가. 제3자를 위한 계약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송하인(요약자)과 운송인(낙약자)이고, 수하인은 제3자를 위한 계약상 수익자에 해당한다.
 

나. 계약 이익의 향수여부에 관한 확답의 최고
운송물의 도착통지를 받은 수하인은 선장에게 운송물의 수령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데, 이는 제3자를 위한 계약과 관련하여 민법 제540조에서 “채무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계약의 이익의 향수 여부의 확답을 제3자에게 최고할 수 있다. 채무자가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받지 못한 때에는 제3자가 계약의 이익을 받을 것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과 그 취지를 같이 한다. 운송물의 도착통지는 수하인에 대한 계약이익의 향수여부에 대한 확답의 최고에 해당하므로, 운송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하인은 상관행상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령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다. 수하인의 의사표시 부존재
수하인이 선장의 통지를 받고서도 상당한 기간 내에 수령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운송인으로서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통지를 받을 날로부터 7일(free time or free detention period) 이내에 수령여부에 관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민법 제540조에 따라 운송물의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라는 내용 등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수령 시기와 장소
상법 제802조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때와 곳에서 지체 없이 운송물을 수령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령 시기와 장소는 당사자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하여 결정된다.
 

마. 수하인의 수령거부
상법 제803조 제2항은 수하인의 수령거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수하인은 수령을 거부할 수 있다.
 

2. 수하인의 수령의무 성립
민법 제539조 제2항은 “제3자의 권리는 그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계약의 이익을 받을 의사를 표시한 때에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하인이 운송물 수령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수하인은 운송물 수령권 및 그에 따른 수령의무가 발생한다.
 

3. 수령의무의 불성립
수하인이 수령거부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상당한 기간 내에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수하인은 운송물을 수령할 의무가 없다.
 

Ⅳ. 상법 제803조의 새로운 해석론
1. 의의
가. 상법의 개정 과정

수하인의 운송물 수령 해태·거부 시 운송인의 권리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은 개정과정을 거쳤다(밑줄은 개정된 부분임).
 

 
 

나. 문제의 소재
1993년에 시행된 개정상법 제803조에서는 종전의 규정과는 달리 선장이 운송물을 “세관 기타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한 경우에도 선하증권소지인 기타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신설하였다. 기타 관청의 허가란 검역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검역장소, 격리시설 등에 운송물을 반입하는 경우도 포함되지만, 해상운송에서 인도의무가 문제되는 것은 주로 관세법상 보세창고2)를 의미하므로, 이 글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보세화물관리에 관한 고시’ 제4조에 의하면, 세관의 허가3)를 받은 곳이란 보세창고 등을 의미한다.
만약 해상운송인이 보세창고에 운송물을 입고하고 수하인에게 통지를 발송한다면, 상법 제803조에 따라 선하증권소지인이나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견해의 대립
가. 미국
(1) 부정설

미국 연방법원의 일부 판례4)는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면제될 수 없는 의무로서, 세관 기타 항만당국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경우에는 본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완료된 것으로 본다”(where at the place where the Carrier is entitled to call upon the Merchant to take delivery of the Goods . . . the Carrier is obliged to hand over the Goods into the custody of any customs port or other authority such hand-over shall constitute due delivery to the Merchant under this bill of lading)는 규정은 Harter Act에 규정된 운송인의 책임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긍정설 : Ace Bag Burlap v. Sea-Land Service5)
원고(Ace Bag and Burlap Co., Inc.)는 방글라데시로부터 운송물(Hessian jute bag6) 180 꾸러미)을 수입하여 ADECAFE7)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운송인(Sea-Land Service, Inc.)과 사이에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운송인은 M/V SINTRA호를 이용하여 운송물을 방글라데시 Chittagong항에서 온두라스 Puerto Cortes항까지 운송하였다(1995. 7. 29.경 도착). 운송인은 온두라스 세관의 지시에 따라 운송물을 ALMACAFE 보세창고에 입고하면서, 선하증권의 반환을 받지 아니하였다. 당시 선하증권(운송인이 발행한 original B/L)은 온두라스 은행이 소지하고 있었는데, 물품대금 90,000달러를 지불하여야 할 ADECAFE가 이를 지불하지 못하였고, 결국 온두라스 은행은 선하증권을 운송인에게 반환하였다. 수하인(Ace Bag and Burlap Co., Inc.)은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의무를 완료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은 온두라스 관세법8)에 의하면, 수입화물은 반드시 보세창고에 입고하여야 하고, 관세를 납부하고 선하증권의 제시 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출고가 가능한데, 입고부터 출고 시까지 수입화물은 전적으로 세관의 통제 하에 있다는 이유로,9) 운송인이 운송물을 보세창고에 입고한 것은 적법한 인도의무의 이행이라고 판시하였다.
 

나. 영국
The Sormovsky 3068 사건10)에서는 설탕 6,000포대가 Antwerp에서 네덜란드 Viborg항으로 FIO 조건으로 운송되었고, 도착 후 항만당국은 화물을 점유하고 선하증권의 제시 없이 화물을 양륙한 후 A에게 인도하였다. 그러나 A는 선하증권을 소지하지 않았고, 화물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없었다. Clarke 판사는 비록 항만당국이 화물을 양륙하는 것이 양륙항의 관행(practice)이라 하더라도 선하증권의 제시없이 항만당국에 화물을 인도하고 운송인의 인도의무를 완료한다는 관습(custom)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항만당국에 화물을 인도한 운송인은 부당인도에 따라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 Maersk line사의 B/L Terms for Carriage11)
22.3 If the Carrier is obliged to discharge the Goods into the hands of any customs, port or other authority, such discharge shall constitute due delivery of the Goods to the Merchant under this bill of lading.
 

3. 검토
가. 수입화물의 인도관행

현재 수입화물의 인도관행은 다음과 같다. 운송물이 도착한 후 운송인이 통지처에 도착사실을 통보하면, 통지처로 표시된 실화주는 하역업자를 정하여 운송물을 하역하여 이를 보세장치장에 입고하고, 그 후 선하증권상의 수하인으로 표시되는 신용장개설은행으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받아(또는 보증장을 받아) 운송인에게 제시하고 운송인으로부터 인도지시서를 받아 이를 세관에 제시하고 통관절차를 완료한 후 화물을 출고하는 방법으로 화물을 인도받고 있다.12)
종래의 판례에 의하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운송인 보세창고에 운송물을 입고하는 것은 관세법에 규정된 공법상 의무의 이행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보세창고 입고만으로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나. 보세창고 입고의 법적 성질에 관한 판례
판례는 기본적으로 보세창고 입고는 관세확보라는 관세행정목적을 위한 것이고, 사법상의 권리의무와는 무관하다고 본다.
“자가보세장치장에 반입된 물품은 화주의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서 그 보관책임은 화주에게 있고, 다만 관세확보라는 관세행정목적의 범위 내에서 세관장의 감독을 받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13)
“타소장치란 거대·중량 등의 사유로 보세구역 내에 장치하기가 곤란한 물품을 세관장으로부터 허가를 얻어 장치하는 장소로서 보세구역은 아니나 외국물품이 있는 동안은 보세구역의 성격을 띠게 되어 보세구역에 관한 일정한 규정이 준용되는 곳인데, 기본적으로 국가는 관세채권의 확보와 통관질서의 확립이라는 행정적 목적을 위하여 제한된 범위 내에서 타소장치에 반입되는 물품에 대하여 허가·승인권을 행사하거나 세관공무원 파견, 화물관리인 지정을 할 수 있을 따름이고, 거기에 반입된 물품에 대한 사법상의 보관 책임은 화주 또는 반입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타소장치에 반입된 물품이 정당한 권리자 아닌 자에게 무단으로 반출되어 버렸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유만으로 국가가 위 타소장치를 관리함에 있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수는 없다.”14)
 

라. 상법 제803조의 해상운송계약상 의미
(1) 세관의 직접점유

생각건대, 관세법상 수입화물은 반드시 보세창고에 입고되고 관세채권이 확보된 이후에만 관세선을 넘어 국내에 적법하게 반입이 가능한 점, 관세법·보세화물관리에 관한 고시 등의 규정에 따르면 보세창고에 입고된 운송물의 관리·통제권은 세관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운송인이 운송물을 보세창고에 입고하는 순간 운송물에 대한 직접점유는 세관에게 이전되고, 보세창고업자는 공무수탁사인公務受託私人으로서 점유보조자의 지위에서 운송물을 점유하게 된다.
 

(2) 입고 통지의 발송
선장은 보세창고 입고 후 이를 지체 없이 수하인에게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발송으로 충분하므로 반드시 도달할 필요는 없다.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통지수령인에게 운송물에 관한 통지를 한 때에는 송하인, 선하증권소지인, 수하인에게 통지한 것으로 간주된다(상법 제853조). 이로 인하여 운송인은 민법 제190조 소정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하여 운송물의 점유를 인도한 것이 된다.
 

(3) 효과
관세청은 보세창고업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통하여 운송물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선장으로부터 보세창고 입고를 통지받은 수하인은 통관절차를 이행하고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다. 그 결과 보세창고 입고(직접점유의 이전)와 보세창고 입고 통지의 발송(목적물인도청구권의 양도)로 인하여,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의무는 완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15)

(4) 적용범위
위에서 본 판례에 의하면, 상법 제803조에 의하여 보세창고 입고 및 통지의 발송으로 인하여 운송인의 운송물인도의무가 완료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는 국제사법에 의한 운송계약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상법이거나, 양륙항이 대한민국 항구인 경우로 한정된다.
 

4. 소결
그렇다면 상법 개정으로 세관의 허가를 받은 곳에 운송물을 인도하고 통지를 발송하는 경우 운송인의 운송물인도의무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므로, 보세창고에 운송물을 인도하고 이를 수하인에게 통지하는 것만으로 선하증권소지인이나 수하인에게 운송물인도의무가 완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보세창고에 입고된 운송물에 대한 통제권이 여전히 운송인에게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판례는 상법 개정의 취지와 어긋나므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본다.
 

Ⅴ.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수하인이 운송물의 수령을 해태 또는 거부한 경우 선장은 운송물을 세관의 허가를 받은 곳인 보세창고에 인도하고, 지체 없이 수하인에게 통지를 발송하면 선하증권소지인 기타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것으로 본다는 상법 제803조의 규정을 최초로 적용하여 그 취지를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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