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채권에 대한 양도와 가압류 경합으로 인한 혼합공탁시의 법률관계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119443 판결1)-
 

 
 

Ⅰ. 사안의 개요
(1) A는 B(파나마 법인)에게서 선체용선한 선박을 다시 C에게 용선하는 연속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연속항해용선계약과 같은 날 체결되어 그 일부로 첨부되어 있는 부속서 에이(Appendix A) ‘탱커항해용선계약(TANKER VOYAGE CHARTER PARTY)’ 제30조는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해석 및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는 런던에서 용선계약 당사자들에게 적용되는 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 제1조는 부속서 에이가 이 계약에 삽입되어 그 일부를 이룬다고 규정하고 있다.
(2) A는 용선료 채권을 B를 거쳐 D은행에게 순차 양도하는 양도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C에게 통지하였다. 한편 이 사건 양도약정서 제14.01조는 이 사건 양도약정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고 있다.
(3) 그 후 A의 채권자들(피고)이 용선료 채권을 가압류하자 C는 채무액을 혼합공탁하였고, D(원고)는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시사항
  이 사건 용선료채권은 양도약정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D에 양도되고 A와 B가 이를 C에 통지한 이상, 그 후 용선료채권에 대하여 피고들에 의하여 가압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D에 대항할 수 없고, D가 C에 이 사건 수취계좌 변경통지를 한 때에 비로소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Ⅲ. 용선료 채권의 준거법
1. 인정사실

(1) 이 사건 양도약정의 당사자에는 D와 A 외에도 파나마국 법률에 따라 설립되어 파나마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B가 포함되어 있고, D의 경우에도 국내지점이 아니라 홍콩지점이 직접 관련되어 있다.
(2) 이 사건 양도약정의 대상이 된 이 사건 용선료채권 등은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을 원인으로 발생하였는데, 연속항해용선계약은 국제화물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선박의 용선에 관한 것으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서는 이 사건 용선료채권 이외에도 체선료채권, 임금채권, 각종 손해배상채권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이들 채권의 발생지는 외국일 수 있다.
(3) 당사자들이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 및 양도약정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2. 준거법의 결정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34조 제1항은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의 법률관계는 당사자 간의 준거법에 의한다. 다만 채권의 양도가능성,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고, 따라서 곧바로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기보다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비록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본문에 준거법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사실관계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는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 자체도 부속서 A에서 합의한 바와 같은 준거법에 의하여 규율되도록 할 의사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는 그 준거법을 영국 런던에서 적용되는 법인 영국법으로 선택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용선료채권의 성립이나 소멸 등에 관한 준거법은 영국법이 된다.
 

Ⅳ. 영국법상 채권양도의 법리
1. 영국법상 채권양도의 종류
가. 절대적 양도(absolute assignment)

영국재산법(Law of Property Act 1925) 제136조 제1항에 따르면, 양도인이 자신이 서명한 서면에 의하여 금전채권(위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는 ‘debt’는 금전채권으로 해석된다) 또는 기타 채권적 권리를 절대적으로 양도하고 이를 채무자 등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 그 금전채권 또는 기타 채권적 권리는 양수인에게 법률상 유효하게 이전된다. 이에 따라 양수인은 이를 자신의 이름으로 소구할 수 있다. 절대적 양도의 경우에는 양수인의 새로운 통지가 없는 한 당초의 채권양도의 통지만을 믿고 양수인에게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그 변제가 절대적으로 유효하게 된다. 
 

나. 형평법상 양도
채권양도가 오로지 담보의 목적으로만 이루어진 경우나 해제조건이나 정지조건에 걸려있는 양도라면 절대적 양도라고 할 수 없고 형평법상 양도에 해당한다. 형평법상 양도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채권양도의 통지를 받았더라도 그 양도의 효력이 발생하였는지 또는 존속하고 있는지 등을 양도인에게 확인한 후에 변제하여야 하고, 이러한 확인을 하지 않고 양도의 효력이 미발생하였거나 소멸하였음에도(또는 담보권이 소멸하였음에도) 양수인에게 변제한 경우에는 그 변제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다. 영국의 판례
(1) 영국 법원은 담보 목적의 양도라고 하더라도 이를 모두 비절대적 양도로 보는 것은 아니어서,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채무가 변제될 때까지 채무자로 하여금 그 채무를 변제하도록 약정한 경우에는 비절대적 양도로 해석하나,2)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채무를 모두 변제하는 경우 양수인이 양수받은 채권을 양도인에게 재양도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재양도의 통지를 받기 전까지는 안심하고 양수인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므로 절대적 양도로 취급한다.3) 채권의 이중양수인 사이의 우열관계는 양도 통지의 선후에 따라 결정되고(Dearle v. Hall 원칙4)), 통지에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는 없다. 

(2) 영국은 확정담보(fixed charge)와 부동담보를 구별하고 있는데, 담보채권자가 장부상 채권에 따른 수익금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장부상 채권에 관한 담보는 확정담보라고 보고 있다.
(3) 확정담보와 구별되는 부동담보의 주요 특징은 미래의 어떤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담보의 대상인 자산이 대상 채무의 변제를 위한 담보로서 확정적으로 충당되지 않고, 미래의 특정 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담보설정자는 자유로이 담보가 설정된 자산을 사용할 수 있으며 담보목적물로부터 제외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5) 부동담보는 확정담보와는 달리 고정화(crystallisation) 전까지는 달리 담보의 목적물이 확정되어 있지 아니한 채 변동이 가능하고 한편으로 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데 그 본질이 있다.

 2. 이 사건 양도약정이 절대적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이 사건 양도약정 등 각 계약이나 채권양도통지의 각 문언 및 내용, 당사자들이 이 사건 각 계약에 이른 경위나 동기, 이 사건 각 계약에서 이루고자 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용선료채권은 이 사건 양도약정으로 확정적이고 절대적으로 D에게 이전하는 것이지만, D는 A나 B의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C로부터 지급받은 용선료를 A로 하여금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되 다만 그 용선료를 D가 C로부터 지급받아 다시 A에게 지급하는 형식이 아니라 편의상 A가 C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형식을 택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용선료채권은 이 사건 양도약정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D에게 양도되고 A와 B가 이를 C에게 통지한 이상, 그 후 이 사건 용선료채권에 대하여 피고들에 의하여 이 사건 각 가압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D에게 대항할 수 없고 D가 C에게 이 사건 수취계좌 변경통지를 한 때에 비로소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3) 설사 이 사건 양도약정이 영국법이 말하는 형평법상 양도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영국법원은 형평법상 양도의 경우에도 서면에 의한 양도통지를 한 이후에는 양수인이 완전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그 이후 양도인의 다른 채권자가 양도목적물을 가압류하더라도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6)
 

3. 치환의 법리의 적용 여부
영국의 1985년 회사법(Companies Act 1985)은 영국에 영업소를 둔 외국법인이 영국 내에 소재한 재산에 설정한 담보를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2006년 회사법(Companies Act 2006)은 외국에 소재한 재산에 대한 담보설정이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확인된 담보설정 관련 계약서 사본을 등기소에 제출하는 행위는 본 장에서 규정한 목적을 위하여 계약서 원본을 등기소에 제출하는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7)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 이외의 국가에 소재한 재산에 대한 담보설정을 영국 이외의 국가에서 행하는 경우 영국에서 등록을 하지 아니하면 담보 취득의 효력이 없다거나 제3자에 대항할 수 없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국 회사법의 규정을 들어 영국에서 이 사건 양도약정의 등록을 하거나 적어도 치환의 법리8)에 따라 대한민국법상 위 등록과 등가성을 가진 확정일자 있는 양도통지가 필요하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Ⅴ. 혼합공탁의 법률관계
1. 의의

(1) 채권양도와 압류명령이 경합하는 경우에 제3채무자가 1회의 공탁으로 양수인과 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자기의 면책을 주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공탁을 하여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이러한 경우에 제3채무자에게 이중지급의 위험을 부담시키지 않고 1회의 공탁에 의하여 면책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는 공탁이 공탁실무상 인정되고 있는데, 이와 같이 민법 제487조와 민사집행법 제248조의 쌍방을 공탁의 근거조문으로 하여 하는 공탁을 혼합공탁이라고 한다.

(2) 특정 채권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통지가 있었으나 그 후 통지가 철회되는 등으로 채권이 적법하게 양도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있어 민법 제487조 후단의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는 변제공탁 사유가 생기고, 그 채권양도 통지 후에 그 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 또는 채권압류 결정이 발령됨으로써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의 집행공탁의 사유가 생긴 때에, 제3채무자가 민법 제487조 후단 및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을 근거로 하여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는 변제공탁과 압류 등을 이유로 하는 집행공탁을 아울러 하는 경우가 혼합공탁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9) 이러한 공탁은 변제공탁에 관련된 채권양수인에 대하여는 변제공탁으로서의 효력이 있고, 집행공탁에 관련된 압류채권자 등에 대하여는 집행공탁으로서의 효력이 있다.10)
 

2. 법적 성질
혼합공탁은 공탁의 성질과 내용을 달리하는 민법상의 변제공탁과 민사집행법을 근거로 하는 집행공탁의 성질을 모두 가진 것이므로 공탁절차와 배당절차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혼합공탁으로 인한 경우에는 사건기록의 표지에 ‘혼합공탁’이라고 표시함이 상당하다. 제3채무자가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4항에 따라 당해 공탁에 관한 공탁서를 붙여서 집행법원에 공탁사유신고를 하면 일반적인 집행공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심사를 하고, 문제가 없으면 채권 등 집행사건의 배당사건으로 수리하게 된다.
 

3. 집행법원의 처리
가. 절차의 정지

혼합공탁을 전제로 하는 사유신고를 받은 집행법원은 채권양도의 유효, 무효가 확정되지 않는 이상 그 후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고, 따라서 확정될 때까지는 사실상 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11) 다만, 이러한 혼합공탁의 경우라도 어떤 사유로 배당이 실시되었고 그 배당표상의 지급 또는 변제받을 채권자와 금액에 관하여 다툼이 있으면, 이를 배당이의의 소라는 단일의 절차에 의하여 한꺼번에 확정하여 분쟁을 해결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경우에도 공탁금에서 지급 또는 변제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 또는 변제를 받지 못하였음을 주장하는 자는 배당표에 배당을 받는 것으로 기재된 다른 채권자들을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12)
 

나. 공탁사유신고에 의한 배당가입 차단효의 부존재
민사집행법 제247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배당가입 차단효는 배당을 전제로 한 집행공탁에 대하여만 발생하므로, 집행공탁과 변제공탁이 혼합된 혼합공탁의 경우 변제공탁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제3채무자의 공탁사유신고에 의한 배당가입 차단효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제3채무자가 혼합공탁을 하고 그 공탁사유신고를 한 후에 채무자의 공탁금출급청구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는 집행공탁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배당가입차단효로 인하여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나 변제공탁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적법한 배당요구를 한 것이므로 집행공탁에 해당하는 부분으로부터 배당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고, 변제공탁에 해당하는 부분으로부터 배당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있다.13)
 

다. 혼합해소문서
(1) 집행법원이 배당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압류의 대상이 된 채권이 채무자에게 귀속하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를 집행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를 실무상 혼합해소문서라고 한다. 대표적인 혼합해소문서는 채무자에게 공탁금출급청구권이 있는 것을 증명하는 확인판결의 정본과 그 판결의 확정증명서나 그와 동일한 내용의 화해조서정본, 양수인의 인감증명서를 붙인 동의서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단지 집행채권자가 압류전부명령에 기한 전부금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그 확인판결의 제출로 집행법원이 공탁금의 배당절차를 개시할 수 없으므로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14)

(2) 한편, 혼합공탁에서 피공탁자(양수인)는 공탁물의 출급을 청구할 때 다른 피공탁자(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공탁물출급청구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면을 갖추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집행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공탁물출급청구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면을 구비·제출하여야 한다.15) 양수인은 위 서류를 집행법원이 아닌 공탁소에 제출하여 공탁금을 지급받으면 된다. 양수인이 이와 같이 공탁금을 지급받아 버리면, 당해 사건에 관하여 배당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되고, 당해 사건은 종료된다.
 

Ⅵ. 대상사안의 검토
 이 사건 용선료채권은 이 사건 양도약정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양도되었고 A와 B가 이를 C에게 통지한 이상 그 이후 이 사건 용선료채권에 대하여 이 사건 각 가압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D에게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탁금 출금청구권은 양도담보권자인 D에게 있고 피고들이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D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법상 채권양도가 다른 채무의 담보조로 이루어졌으며 또한 그 채무가 변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권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문제일 뿐이고, 양도채권의 채무자는 채권 양도·양수인 간의 채무 소멸 여하에 관계없이 양도된 채무를 양수인에게 변제하여야 하고 그 피담보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양도채권의 채무자는 양수인의 청구를 거절할 수 없으며,16) 양수인이 그로 인하여 피담보채무 이상의 이익을 얻는다면 이는 부당이득반환의 문제로 해결하여야 한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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