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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대오와 전열이 정비되고 있는데...
[528호] 2017년 08월 30일 (수) 15:23:09 윤민현 Penb46@naver.com
   

윤민현
(경영학 박사, Penb46@naver.com)

중국발로 점화된 해운시장의 수퍼붐(Super Boom) 시대가 5년만에 막을 내리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어진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글로벌 해운시장에 전대미문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Boom & Burst’로 표현되는 지난 10여년간의 파동은 글로벌 해운시장의 기존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와 함께 해운산업이 지정학적, 경제적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20~30년전만 하더라도 전통선주들은 선복량의 증가세와 향후 세계 경제전망을 기초로 시장의 수급관계를 예측, 대처해왔고 전망은 크게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국제금융시장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거나 Cash-rich 투자자들에게 해운시장이 그렇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RoI(Return on Investment)비율을 무려 두자리 숫자까지 끌어올린 수퍼붐 시대를 맞이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대문을 활짝 열었고 해운시장은 한동안 투기자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도를 넘다보니 시장은 이미 수퍼붐에서 밀려나 퍼펙트스톰 권에서 사투를 하고 있는데도 호황기에 발주해둔 고가의 대형선박들의 인도행렬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5년여에 걸쳐 투기자본들이 해운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은 극심한 공급과잉을 초래하였고 그 여파로 시장은 승자보다는 패자들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주체가 선주와 하주에서 투기자본과 조선산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승자가 호황기에 높은 배당률을 챙긴 소수의 선주라면 패자는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진퇴양난에 처한 금융권들이었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경험한 유럽의 선박금융은행들이 철수를 개시하면서 금융의 문턱이 다시 높아졌고 이번에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취약한 선주들은 벼랑끝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인구증가율 둔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기지의 이동, 점증하는 환경규제 비용 등 국제경제환경의 변화로 인해 국제무역량의 증가율이 글로벌 GDP 증가율을 하회하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하면서 해운산업의 바로미터라 할수 있는 톤-마일 증가율이 둔화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시장은 공급과잉과 물동량 감소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 것이다.

수급의 변화로 인한 리스크(market risk)는 사업규모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운임전쟁을 주도한 주체는 대형선사들이다. 컨테이너 해운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포함하여 상위 5대 선사가 점하는 선복량의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서고 있다. 불황의 늪이 길면 길수록 그들의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는 선두주자들의 입장에서 무작정 손을 놓고 수요가 되살아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다가오는 리스크가 너무나 거대한 것이다. 결국 고질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이 꺼내든 카드는 인위적 공급축소였고 그 타깃은 한때 얼라이언스에 편승하여 동고동락했던 하위권 선사와 호황시 확정한 고율의 용선료를 향유하고 있는 용선선주(Non-operating Owner)였다. 10위권 이하의 하위선사 일부를 항로에서 퇴출시키고 고율의 용선선박을 반선과 동시에 재용선의 길목을 차단하여 공급과잉을 5~10% 개선한다면 이는 운임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년에 걸친 시장의 재편은 상위 20개 선사를 11개 선사로 소수 대형화시켰으며 톱-10의 NOO인 Rickmers의 도산과 한진해운의 도산이라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연초부터 가시적인 반전모드로 전환 중이다.
투명성과 책임, 그리고 정도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제 1위선사 머스크 라인이 부진했던 실적에서 벗어나 금년 상반기 흑자를 시현했다. 일전 Capital Day에 나타난 그룹회장 Soren Skou씨는 금년 수요증가는 3% 정도에 공급증가는 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며 계약을 통해 확인된 전체항로의 평균운임이 전년대비 2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매년 연초 발표했던 전망치를 중간에 하향조정해왔던 IMF도 금년에는 연초 전망을 그대로 재확인하였으며 Drewry는 금년도 상위 20대 선사의 이익(Operating Profit) 규모가 1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 라인에 의하면 10년전 60%대 였던 선복대비 오더북 비율도 금년 7월 기준 12.5%에서 2018년 말 7%, 2019년 후반에는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이 수치는 현상태에서 추가 발주가 없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지금 발주를 하더라도 인도시기가 2018년 이후가 될 것인 바 적어도 내년까지의 전망은 신뢰할 만하다고 할수 있다.

과거 항공업계가 공급과잉으로 고전하다가 안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Boeing과 Airbus 양사가 항공기 제작의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6개에서 4개, 다시 3개로 재편된 얼라이언스는 사실상 Top-7선사가 주도한 재편이며 공급조절(Capacity management)은 정착단계에 들었다고 자평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2년여에 걸쳐 행하여진 컨테이너 해운의 공급관리의 내용은 우선 발주억제와(선두주자들은 장래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필요선단을 이미 확보) 기존선복의 인위적 퇴출이었고 이를 통해 Top-7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8월 15일 기준 76%에 이른 만큼 시장은 이제 그들의 통제권 안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10년에 걸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정기선 해운계의 최우선과제는 어렵게 확보한 수급균형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국제하주 단체들은 벌써 Top-7의 과점화 폐해를 지적하고 있고 규제 당국역시 소수 대형화로 인한 경쟁환경 저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공급과잉을 빌미로 밑도 끝도 없이 싸게, 싸게 만을 강조해왔던 하주들의 일방적 압박이 정기선 해운계를 벼랑끝으로 내몰았고 Cost down의 벽에 직면한 선사들의 비상탈출책이 소수선사에 의한 시장의 과점현상을 초래하면서 이번에는 오히려 하주들을 압박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정기선 시장의 과점화가 스마트 쉬핑과 맞물리면서 그 여파가 해운시장과 주변산업의 일대 전환을 이끌어내는 제 2라운드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선 정기선 시장의 진입장벽이 크게 강화될 것이다. 한진해운사태가 초래한 글로벌 물류대란 이후 FMC는 얼라이언스 체제 하에서 제2의 한진사태가 발생할 경우 얼라이언스에 공동 연대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얼라이언스 하에서 어느 회원사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장에는 아직도 운임을 덤핑하지 않으면 항로 유지가 어려운 하위선사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들에 의한 공급증가가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ULCs의 소석율을 높이기 위해 그들에게 동맹에 편승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지금은 수급균형이 안정권에 들어와 있고 물량증가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는 상황 하에서 선두주자들이 자위책(self-protective)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하위선사들이 더 이상 Scale economy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도록 동맹의 빗장을 단단히 잠그는 것이다.

다음 시장의 3분 현상이 정착될 전망이다. 이는 3대 얼라이언스라고 하는 외형에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의 지배 구도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강점으로 하는 강력한 가족경영 체제의 유럽권 선사(2M과 CMA-CGM), 중화권 선사그룹(Cosco, EMC) ,그리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 (Hapag Lloyds, ONE)의 3가지 유형의 지배구도가 시장을 과점하며 그들만의 각축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경쟁환경의 변화에 따라 Main-port, Out-port 공히 항만 간의 공조와 통합을 포함하여 역내 항로(Regional Trader) 재편도 시간표상에 이미 올라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과거에는 선적지에서 Hub & Spoke 개념으로 지선과 모선의 연계 운송이 이루어졌으나 향후에는 변형된 Hub & Spoke 체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ULCs의 기항지 축소와 함께  Cascader가 될 6,000~8,000teu급 선박을 활용하기 위한 대안으로, 예를 들어 선적지와 양하지 중간에 위치한 적정 Hub Port를 선정하여 그곳에서 ULCs와(to & from) 연계하는 방안이다.  한국은 유럽항로의 경우 항해의 시종始終지에 위치해 있는 만큼 만일 종래의 Hub and Spoke 개념이 변형될 경우 부산은 어느 항구보다 더 민감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은 격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일년전 실종된 동서간 주력항로의 부활보다는 Intra_Asia 항로의 재편에 더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내환경과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전개상황에 미루어 보건데 전기한 3가지 유형의 지배구도 가운데 어떤 형태, 아니면 제 4의 변종구도가 한국에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유형이든 그 씨앗이 태동하기 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침내 어두웠던 터널의 끝이 보이고 밖에서는 제 2라운드를 향한 주자들의 대오隊伍와 전열戰列이 정비되어가고 있는데 우리의 주자는 언제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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