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상황과 한국해운연합KSP 발족
폭염경보가 연속 발동될 정도로 유난히 무더운 올 8월, 날씨만큼이나 우리를 무덥고 숨 막히게 했던 것은 전쟁위기로 치닫는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이다. 북한 핵미사일의 소형화, ICBM급 개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인 레드라인까지 접근하자, 트럼프 미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본 적이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북한은 괌 포위사격과 함께 서울을 포함한 1,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종심에 대한 동시타격을 검토하겠다고 겁박하였다. 외신들은 한반도가 핵전쟁, 전면전에 휩싸일지 모른다고 연일 대서특필하여, 열대야에다 불바다 위협까지 겹쳐 종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참으로 뜨거운 8월을 보냈다. 전쟁은 곧 공멸을 뜻하기에 만일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해 불행한 사태가 터진다면 한반도는 아마 지구상에서 소멸될지도 모른다. 세계전쟁사를 살펴보면, 사소한 충돌과 돌발사태로 큰 전쟁이 시작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존심이 강하고 과시욕이 있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성향으로 볼 때, 극한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와 공포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이다. 북핵은 생존권의 문제이지 결코 이념 문제가 아니다. 국가안보에 관한 한, 반드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단합과 단호한 의지이다. 남한전역을 겨냥하는 핵무기 배치로 우리의 생존이 경각에 달려 있음에도 최소한의 방어조치인 사드배치마저 막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부도 “전쟁은 안된다.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안 없는 원론적인 주장으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청나라, 러시아, 일본에게 유린당하다가 망국의 길을 걸었던 구한말이 아주 먼 옛날이 아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과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8월의 폭염 속에 고뇌의 상념想念에 잠긴다. ‘한국인에게 고함’이라도 외치고 싶다.  

한국해운연합(KSP : Korea Shipping Partnership)이 8월 8일 발족됐다. KSP에는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 협의체에 가입한 14개 국적 컨테이너들이 참여하며, 금년 안에 운영규정과 구조조정 대상항로를 확정한 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3년간이며, 주요 구조조정 대상항로는 동남아와 한일 구간인데, 한중항로는 양국 정부의 인허가 절차가 필요한 항권 개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여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운매체가 보도했다. KSP를 결성하게 된 배경은 해운불황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고, 대형 원양선사들의 인트라 아시아 항로 진입과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으로 인한 대형선의 투입으로 인해 채산성 악화와 경영부실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다만, 사기업인 각사의 사업규모와 범위가 다른데다가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항로 개편과 선박투입 및 철수로 진통이 예상되며, 외국의 시선과 반응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참여 선사들은 각 항로의 절박함을 인식하고 있고, 항로운영 합리화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으므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규정을 정할 운영위원회의 운영의 묘를 기대한다. 1979년에 한국해사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용역 ‘한일간 컨테이너선 운항의 풀링 시스템’도 선례가 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KSP가 선사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결성되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사들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정부도 최대한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무쪼록 참여한 모든 선사들이 끝까지 웃을 수 있는 성공적인 해운연합이 되기를 바란다.
 

‘탈무드’
콤파스의 방학을 틈타 비즈니스 성공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린 ‘탈무드’를 읽었다. 평소에도 탈무드를 읽고 싶었으나 차일피일하다가 부의 역사를 만든 유대인의 비즈니스 철학, 유대인들이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사업비밀(Business Secrets)이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세계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들이 어떻게 장구한 세월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비결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많은 부분 해소됐다. 이 책의 저자 래리 캐해너는 언론인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로서 오랜 기간 탈무드를 연구하며 유대인들의 비즈니스 성공비밀을 파헤쳐 왔는데, ‘탈무드’는 그 연구 결과물이다.

 우선, 탈무드의 기본철학은 토라에 기초한 윤리적 경영이다. 1).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 2). 절대적인 소유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은 우주의 소유자이며 사람은 이를 잠시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에 불과하다. 3). 입힌 손해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진다. 4). 약자에게 동정심을 보여라. 불리한 위치에 있는 상대방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5).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이 신의 섭리 안에 예정되어 있지만,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6). 공동체의 관습을 따라라.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 7). 균형 잡힌 삶을 고수하라. 일의 노예가 되지 말고 일을 즐겨라. 과욕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모두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이다. ‘탈무드’는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법, 협상방법,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법, 상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는 법, 광고를 효과적으로 하는 법, 고수익을 올리는 법 등을 제시했다. 인간의 본성과 비즈니스의 기본은 자고로 변치 않았으며, 이러한 원리들은 유효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 또한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왜 비즈니스가 존재하는가?”, “돈은 얼마나 많이 벌어야 하는가?”와 같은 아주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우리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듯 ‘탈무드’는 현대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멋진 선물이 무엇인지를 예를 들며 소상히 가르쳐준다.
‘탈무드’의 목차는 11가지 소제로 이루어져 있다. 1). 돈이 없으면 영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즉, 가난은 미덕이 아니라는 것이다. 2). 노동은 거룩하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 3). 직원을 잘 대우해야 더 큰 이득을 얻는다. 여기에선 쥐와 쥐구멍을 비유로 들었다. 쥐 한 마리가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창고의 음식을 먹어치웠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쥐를 잡지 않은 사람일까, 구멍이 나도록 시공한 사람일까, 아니면 음식을 놓아둔 사람일까에 대한 토론을 통해 책임의 소재를 가려낸다. 기업의 리더는 비즈니스 상의 리스크에 대한 개연성을 예측하여 폭넓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 고용주의 돈을 낭비하지 마라. 근무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고용주의 시간을 훔치는 것이다. 5). 윤리적인 경영이 많은 이윤을 남긴다. 가격조작으로 폭리를 취하지 마라. 저울 조작은 간통죄보다 더 중한 죄다. 부록으로 5700년의 지혜의 원천인 탈무드의 역사와 6개의 주제 아래 총 63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탈무드의 구성과 함께 탈무드 속의 현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 “물고기는 입으로 낚이고 사람은 입으로 걸리어든다”, “책을 평생의 벗으로 삼아라.”.......탈무드가 주는 삶의 지혜들이다. 
 

‘바다의 명시’
세계적 해양명시 모음과 그 해설집이 최근 출간됐다. 그 책명은 영미 ‘바다의 명시(Great Sea Poem)-이해와 감상’이며, 저자는 소포(小浦) 이재우 목포해대 명예교수이다. 소포는 평생 바다를 사랑하며 가슴앓이를 한 로맨티스트 해양문학가다. 이 책의 서시序詩에서 그는 바다를 기쁨을 안겨주는 바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비의 바다, 생명의 바다로 보았고, 인간의 연인이요 꼭 안기고 싶은 어머니의 품 안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바다에서 삶을 누린 사람들의 공포와 환희, 절망과 희망, 그리고 영광과 승리의 소리가 담겨 있다. 끝없는 바다와 험한 뱃길, 노예선과 해상반란, 죽음으로 이끄는 암초와 침몰한 앙상한 배들, 여기서 살고 여기서 죽은 돌아오지 않는 슬픈 노래도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바다에 도전한 위대한 시인들은 인생과 바다를 노래하였기에 우리는 지금도 영원히 잊지 못한 이 시들을 소리 높이 읊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건강이 여의치 않다는 소문도 들리건만, 마지막 숨이 멈출 때까지 해양문학을 사랑하며 해양명시를 노래하는 소포의 소박한 마음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바다의 명시’에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중에 영국의 계관시인인 존 메이스필드의 대표적인 시를 소개한다. 이들은 해양한국 과월호의 권두시에 게재된 바 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바다의 시인(Poet of the Sea)’으로 널리 알려진 메이스필드는 1878년 영국의 레드베리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15세에 선원이 되었는데, 선원들을 양성한 항해실습선(School Ship)인 영국군함 콘웨이호(H.M.S. Conway)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세계 여러 곳을 다녀온 후 창작에 전념하여 시인, 극작가, 소설가, 역사가로서 활약하였으며, 그 공적을 인정받아 1930년 영국왕실이 내리는 계관시인(Poet Laureate)에 선정되었으며, 1967년 5월 12일, 28년간 살던 영국 애빙던에서 향년 88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올해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메이스필드야말로 바다를 제대로 그린 유일한 선원 시인(Seafaring Poet)이라고 후대는 평가하였다. 석탄을 때는 기선의 화부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선원들, 당김줄로 돛을 올리고 내리는 사람들, 뱃노래를 부르는 선원들, 꾸벅꾸벅 졸면서 키를 잡은 키잡이들...... 그는 심신이 지친 파수꾼들과 호흡하며 처절한 작업현장을 진솔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그의 작품들은 시혼詩魂이 담겨 있고, 우리의 기억 속에 바다와 함께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평가했다.
 

해수(海愁, Sea-Fever)
 

나는 바다로 다시 가련다, 저 호젓한 바다와 하늘을 찾아서,
내 바라는 것은 높직한 돛배 하나, 길 가려줄 별 하나,
그리고 파도를 차는 키와 바람 소리 펄럭이는 흰 돛,
바다 위의 뽀얀 안개 먼동 트는 새벽뿐일세.
 

나는 바다로 다시 가련다, 달리는 바닷물이 부르는 소리
거역 못할 거센 부름, 맑은 목소리 좇아서,
내 바라는 것은 흰 구름 흐르고 바람 이는 날,
흩날리는 물보라, 흩어지는 물거품,
그리고 갈매기 떼 우짖는 소리뿐일세.
 

나는 바다로 다시 가련다, 정처 없이 떠도는 집시의 삶을 찾아서,
갈매기 날고 고래 물 뿜는 곳, 매서운 칼바람 휘몰아치는 곳으로,
내 바라는 것은 껄껄대는 방랑자 친구들의 허풍 섞인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지루한 당직 끝에 늘어져 한숨 자며 꿈꾸는 달콤한 꿈이로세. 
 

여기 배가 있었다(I Saw Her Here)
 

거울 같은 만(灣)은 아주 고요한데,
해안 따라 투묘지(投錨地)는 비어 있고,
갈매기는 닻을 내린 물 위로 떠다닌다,
배들은 가 버리고 오지 않는데.
 
마을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들리는 건
부두를 맴도는 갈매기 울음소리뿐,
물 속의 그림자는 그림 같은데,
여기 배가 닿았던 옛날과는 사뭇 달라졌구나.
 

여러 날
요란스럽던 서풍은 해안 바위에 부딪치고,
물마루 밑에 파도는 해협을 타고 흘렀던 그때,
배는 여기 닿았었다,
상처 입은 백조는 험한 날씨를 피하고.
 

미친 듯 성난 파도는 내 곁에 물결쳤다,
여기 갈매기 나는 곳 평온한 곳에.

 

뱃짐(Cargoes)
 

니네베의 군선(軍船)은
머나먼 오빌에서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
백단향, 향나무 그리고
달콤한 백포도주를 가득 싣고,
양지바른 팔레스타인 항구로
노 저어 돌아온다.
 

장려한 스페인의 갈레온 무역선은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자수정, 황옥
그리고 석류석과 옛 금화를 싣고,
열대를 지나 야자수 푸른 해안 따라
잠시 잠기고, 파나마 운하를 거쳐서 온다.
 

칙칙한 꼴사나운 영국 연안 무역선은
짠바람에 굳어 버린 굴뚝을 우뚝 내밀고,
삼월 무서운 날씨에 영국 해협을 지난다.
타인 강에서 석탄, 길 울타리감, 납덩어리,
땔나무, 철물, 그리고 싸구려 양철 쟁반을 싣고서.


길(Roadways)
 

한 길은 런던으로,
한 길은 웨일즈로 달리네,
내 갈 길은 저 바다로
물에 잠긴 흰 돛배로 향하였어라.
 

한 길은 강으로,
강물은 천천히 노래하며 흘러가네;
내 길을 따라 가노라면 배가 있네,
거무튀튀한 선인(船人)들이 가는 곳일세.
 

이끌며, 꼬이며, 나를 부르네,
짭짤한 큰 파도 물결치는 바다로;
흙내 풍기는 먼지 일지 않는 길은
내겐 다시 없는 가야 할 길이로세.
 

갈매기 울음소리 거칠고,
물결치고 반짝이는 축축한 길은,
내 눈에 짠물 뿌려 물보라 날리고,
비린내 나는 사나운 바닷바람 부는 곳일세.


무역풍(Trade Winds)
 

항구와 섬, 그리고 스페인의 바다에는,
자그마한 하얀 집들, 오렌지 나무들이 있습니다.
밤낮으로 온종일,
서늘하고 상쾌한 산들바람 무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붉은 포도주, 향미 가득한 스페인 백주,
무희(舞姬)들의 춤추는 모습,
노련한 뱃사람들의 신나는 이야기,
바이올린의 삑삑거리는 즐거운 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돛폭에 살랑대며 무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밤에는 개똥벌레, 휘영청 밝은 달이 있습니다.
희미한 종려 숲 속에서 졸린 듯한 가락으로
나를 부르는 고요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길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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