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回顧錄) ‘묵암제해록(默庵濟海錄)’을 냈습니다.
나의 생애를 기술한 전기 형식이기에 자서전(自敍傳)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회고록을 내는데 무척이나 망설였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나는 세상에 내세울만한 업적이나 명성을 쌓지 못했고,
둘째,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서술하다 보면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 쉽고,
셋째,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자기자랑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집요한 요청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 표시와 함께 나의 인생 역정(歷程)이 행여 누군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러나 정작 책이 나온 후에 찬찬히 읽어보니 쑥스럽기도 하고
구술한 것을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도 보여 괜한 짓을 했나 하는 후회도 됩니다.
나의 회고록으로 인해 내가 망설였던 사유가 혹여 발생하였다면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바다를 정말 좋아했고, 해운입국(海運立國)을 위해서라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보려고 애썼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지지 않은 열악한 시대에 태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데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이 일을 이루기까지에는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수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며 차제에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런 뜻에서 나의 기력이 남아있고 기억력도 아직 어려움이 없을 때
이 일을 마쳤다는데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논어의 “七十而 從心所欲 不踰矩”는 일흔 살에는 마음이 완성되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도 법에 어긋남이 없다는 공자님의 말씀입니다.
나의 생애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선, 해양대학에 진학한 것이요, 
훌륭한 은사들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요, 좋은 친구와 동료들, 그리고
고비마다 도와주신 지인들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분들의 은덕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지난 50년간 로타리클럽을 통해 실천한
이웃사랑과 봉사의 삶을 계속 살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보람있는 일들이 많았지만, ‘해양한국’의 발행인으로서
유익한 해사전문지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도 빼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부족하지만, 종심불유(從心不踰)의 마음으로 해양한국이 정론을 펴는데 계속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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