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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해운, 그 상생의 조건은?
[527호] 2017년 07월 27일 (목) 11:37:36 윤민현 Penb46@naver.com
   

윤민현
(경영학 박사, Penb46@naver.com)

해운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해운의 재건책으로 거론되는 단골메뉴중 하나가 상생론이다. 선주와 하주가, 해운과 조선산업이 서로 도와가며 상생하자는 이야기이니 실현될 수만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다. 현 시장 하에서 해운과 조선의 상생이 이루어지는 방식에는 ⓐ업계간 자발적 의사에 의한 협력 ⓑ그룹경영을 통한 자의반 타의반의 상생 ⓒ양 업계의 이해관계를 제 3자가 조정 등 세 가지 방안으로 정리해볼 때 그중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역시 그룹경영으로 생각된다. 만일 그룹경영에서도 상생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나머지 두가지 방안은 더 더욱 현실성을 결여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룹경영 사례-1>  S그룹
기업집단 혹은 그룹의 입장에서, 그룹경영의 다각화와 안정 차원에서, 각 그룹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그룹사 전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통제할 수 있는 Control & Command 기능을 갖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해운과 조선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그룹의 경우 자회사에 선박을 발주하면 선사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조선소 역시 도크를 채우기 위해 전세계 선주를 상대로 과도한 수주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조선과 해운산업이 동반성장하는 이른바 Upcycle 시에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Downcycle시에는 강점보다는 오히려 상호 발목을 잡는 역효과를 초래해 동반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01년 쌍용중공업은 상호를 STX로 개칭하고 2010년까지 상위 재벌그룹으로 부상하겠다는 의욕적인 성장전략을 수립하였다. 수년간 지속되었던 해운시장의 침체가 다행히 2002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2003년 하반기부터 반전하더니 기록적인 해운의 Super Boom 시대가 한동안 이어졌다. STX는 조선과 에너지 중공업부문을 분사(spin off)시키고 곧 Pan Ocean을 인수하면서 일약 한국최대 벌크선사와 조선소를 운영하게 됐다. 2006년에 약 10억 달러를 투입, 중국에 STX Dalien 조선소를 설립하여 한때 직원수가 한국인 800여명을 포함 2만 7,000명에 이를 정도로 대형화되었다. 이어 2008년에는 노르웨이 Aker Yards의 지분 88%를 매입,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조선산업을 확장하였으나 곧 이어진 Downcycle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은 곤두박질했고 선박발주도 실종상태에 이르면서 STX Offshore & Shipbuilding은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게 되었다.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Pan Ocean으로 하여금 2009~2010년 사이에 5만7,000 dwt급 Bulker 20척을 그룹소속의 조선소에 발주토록 했다. 그러나 당시 일시 반등했던 시장이 공급과잉을 버티지 못한 채 반짝경기로 끝나게 되자 선방을 하고 있던 Pan Ocean마저도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국 STX 그룹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STX Corp의 부채총액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말 기준 US$ 9억 9,700만달러에서 2011년 말 29억달러($2.9bn)로 대폭 확대됐다. 고육지계로 STX Energy와 STX OSV의 주식을 처분해 1조 1,000억원 상당의 원화자금을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국내에서 STX O&S와 Pan Ocean은 법정관리를 거쳐 2013년 6월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같은 해 STX Dalien도 중국 국영조선소인 CSSC의 법정관리를 거쳐 도산했고 STX 유럽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2013년은 STX 그룹이 해운과 조선을 함께 잃어버린 역사상 가장 힘겨운 한해가 되었다
 

<그룹경영-2> H그룹
해운과 조선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어느 그룹사에 근무할 때 이야기다. “해운이 어려울 때 조선이 돕고 조선이 어려울 때 해운이 도와야 하는 것이야!” 임원회의에서 높으신 분의 당부였다. 실제 당시 해운회사는 선박발주 뿐 아니라 부산의 서부 어느 지역에 새로 건설 중인 컨테이너 터미널에 필요한 샤시Chassis를 대량 발주해야 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그분의 당부에 따라 선박과 샤시의 발주를 위해 그룹내 조선사와 협상에 들어갔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인식하에 협상에 들어갔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이미 잡아 논 고기’라고 생각한 나머지 경쟁적인 조건은 고사하고 시장의 표준보다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고집하며 단 한발자국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의 이해를 중시하며 회사의 입장을 관철하려했던 실무팀장은 그룹업무에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비판대상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해당 조선회사와 해운회사는 어떤 사유로 사실상 완전히 결별상태가 되었다. 가설적인 이야기이지만, 만일 그룹사였던 해운회사와 조선사가 그룹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생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더라면 2017년 현재 양사의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시 그룹사였던 해당 조선소는 지금도 부산과 필리핀에서 영업 중이지만 해운회사는 한국해운사에서 그 항적이 끊어진지 일년이 다돼간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양대 컨테이너선사와 대형 벌크선사가 모두 조선소를 자회사로 경영하고 있는 그룹사 소속이었지만 해당 선사들이 확보한 신조선들이 전량 그룹내 조선소에서 건조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해운과 조선의 상생을 통해 그룹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그룹총수의 의도는 이상적인 아이디어이다. 그렇지만 총수 자신이 단위기업의 경영에 일일이 개입할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사의 경영진이 총수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개별기업단위로 미래의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할만큼 그룹경영의 현실이 그리 이상적인 것만도 아니다. 동일 그룹에 속해 있는 해운과 조선사라고 하더라도 ‘할아버지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논리가 총수의 입맛에 맞는다는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총수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없는 한(실제 그러한 지시를 의도적으로 기피했을 가능성도 있음) 그룹사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계약을 몰아주기에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철저한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같은 그룹산하에 해운과 조선기업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 양측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완과 갈등 : Buyer vs Seller>
해운·조선상생 상호 뿌리친 사례

2004~2006년 당시 조선업계는 불황시 저가 수주한 선박의 건조에 매달려 있었지만 해운시장은 이미 슈퍼붐 시대에 진입하였다. 적자 수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시장의 용선료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기록적인 호황세를 보임에 따라 조선용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하는 등 이중고에 처하게 되었다. 조선업계는 갑작스러운 원가 상승으로 인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의 일부 분담 등을 포함하여 선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선주들은 야드측 탄원을 철저히 외면한 채 해운호황에 편승하여 저가시대에 발주, 건조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건조계약가격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이른바 입도선매立稻先賣 형식으로 팔아넘기면서 거액의 매각차익을 향유하였다. 선가가 급등했던 시기였기 에 건조중 선박의 선가도 치솟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화물은 넘쳐나는데 당장 투입할 선복이 부족하다보니 한때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보다 더 높이 거래되는 이상현상까지 나타났다. 호황에 힘입어 상승무드였던 5년산 Panamax의 중고선가는 2004년초부터 신조선가와 같은 값에 거래되기 시작하더니 2006년초부터는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앞지르는 현상이 2008년 초까지 지속되었다. Super Boom의 정점이던 2007년 연말부터 2008년 연초에 이르기까지 Panamax Bulker의 신조가격은 $5,5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당장 운항이 가능한 동급 5년산 중고선 선가는 9,100만달러(Clarkson)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조선업계의 SOS를 묵살한 채 “계약대로..”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출혈로 건조된 선박을 인도도 하기전에 선매각을 통해 목전에서 막대한 선가차익을 챙기는 선주들의 냉혹함에 조선업계는 깊은 실망과 함께 원자재 상승에 따른 추가부담을 고스란히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운계를 향한 조선업계의 상생 요청이 묵살된 샘이다.

세상은 새옹지마인가? 설마 리먼브라더스 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세계 제2의 보험그룹인 AIG가 도산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일거에 국제금융시장이 붕괴함에 따라 L/C(신용장)개설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2008년 10월에는 불과 2주 사이에 용선료가 Panamax급이 42%, Capesize가 60% 하락하는 기록적인 폭락사태가 발생했다. UNCTAD의 ‘Review of Maritime Transport 2008’에 의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의 무역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4조달러($14trillion)였다. 그중 90%가 신용거래임을 감안하면 신용경색이 국제 하동량의 흐름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화물이 없고 운임도 바닥시세로 떨어진 상황 하에서 비경제선을 처분하려해도 신용위기에 놀란 선주들이 인도, 방글라데시 등 해체업자들의 현지 은행의 보증을 거부한 채 런던등 일급은행의 보증만 요구함에 따라 사실상 선박 해체도 길이 막혀버린 상태였다.

이처럼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조선소에는 선주들이 호황의 정점에서 고가로 발주해둔 선박들이 대량 건조 중이거나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2002년 당시 발주량(orderbook)은 1억 1,500만톤으로 현역선단의 14%였으나 2008년말 기준 발주량은 현역선단의 51%에 육박했다. 2009년 2월 전 세계 조선소가 보유한 오더북은 총 9,653척에 572.7m톤으로 가액기준 5천 330억 달러($533bn)에 달했다. 이중 약 65%(톤수기준)가 2010년말까지 인도될 예정이었다. 발주량의 51%가 벌크선이었고 그중 발주가 몰린 캐이프사이즈는 현역의 106%였다. 이를 감안하면((Marine Plus/Newbuilding Broker : 2009년 초 뉴욕, Capital Link Invest in International Ship
ping conference에서) 오늘 벌크선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신용위기로 인해 국제간 해상하동량은 급락하였고 운임시장이 폭락했다. 이에따라 취항중인 선박들도 화물이 없어 계선을 고려해야 할 처지인데 2008년 말 당시 발주 선복의 규모가 현역선단의 50%에 이를 정도였으니 설상가상의 상황이었다. 운임시장의 폭락과 선가의 급락, 그리고 통제 한계를 벗어난 선박의 공급과잉등 사면초가에 둘러쌓인 선주들의 처지는 2004년 당시의 조선업계가 경험했던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번에는 선주가 조선업계에 매메달려야 하는 정반대의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조선업계의 총 수주물량은 대략 2,000억 달러. 그중 재협상의 주대상인 2008년도 수주분량은 595억 달러(Clarkson) 정도였다. 2009년 연초부터 궁지에 몰린 해외 대형선주들의 한국방문이 줄을 이었다. 호황시 고가로 발주, 건조중인 선박의 계약 취소, 선가조정(인하) 내지는 인도 연기 등을 조선소와 협의하기 위해 내방한 선주들이 일시에 대거 몰려 당시 서울 시청앞 L호텔은 해외선주들을 위해 조선소와의 회의장소를 주선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선주의 기대와 달리 한국 조선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선계약의 일부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경우 야드 전체의 공정을 재조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급격한 원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후유증도 조선소들의 입을 무겁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당시 조선업계는 전체 선가에서 원자재 확보용 약 30%를 제외한 나머지의 90% 정도(전체의 약 63%)를 환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이미 선물환 거래를 끝냈기 때문에 만일 해약하게 되면 그만큼 달러를 사서 환불하여야 할 상황이었다. 따라서 해약은 물론 선가 감액이나 공정 연기는 조선업계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청이었다.

당시 한국의 5개 조선소에 발주된 선박만 40척에 달했던 CMA CGM을 필두로 방문 선주들은 한 목소리로 조선중단과 함께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취소나 인수 연기는 대부분 성사되지 못했다. 1만~1만 2,600teu급 13척 전체에 대해 2~5년의 인도연기를 요청했던 이스라엘의 Zim line 역시 삼성과 현대로부터 아무런 양보도 얻어내지 못한 채 되돌아갔다. 2010년 부산 영도에 있는 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6,500teu급 4척에 대해 선주(CMA CGM)가 인수연기, 가격인하 등을 요구하며 조선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조선소는 선수금의 몰수에 이어 인수를 거부한 선박을 시중에 매각 조치하는 등 조선소와 고객인 선주 간에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정도로 양측의 대립은 도를 넘었던 적이 있다. 물론 그 이후 동 선주가 해당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을 만큼 커다란 앙금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생을 제안하며 내밀었던 해운계의 손을 이번에는 조선업계가 뿌린 친 샘이다.
 

오덴세와 결별한 Maersk 그룹
조선과 해운의 상생과 관련, 그 한계를 노출한 사례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덴마크 GDP의 20%를 점하고 있는 AP Moller Maersk 그룹은 세계 제1위 선사인 Maersk 라인과 함께 Odense에 대형 조선소와 Baltic에 3개의 조선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동조선소는 90년 역사를 가진 조선소로 주로 Maersk그룹의 대형선 건조를 담당해왔으나 아시아 조선소와의 경쟁, Steel 가격의 인상 등 여파로 고전하다가 1만 5,500teu급 Emma Maersk 호 등 14척 건조를 마지막으로 2010년 도크를 패쇄했으며 곧 이어진 T-E 급 20척은 전량 한국에 발주하였다. 만일 오덴세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Maersk 라인이 아시아권 조선소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오덴세 조선소를 통해 선단을 재편했더라면 Maersk 라인이 현재와 같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세계 해운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도 2010년 비슷한 사유로 142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의 간판 조선소인 VT(전 Vosper Thornycroft)의 폐쇄를 선언한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머스크 그룹이나 영국의 간판 조선소의 폐쇄에 그치지 않고 해운과 조선산업의 이해관계의 충돌과 상호 역학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유럽조선산업의 현주소와 전 세계 조선산업의 축軸이 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상생의 조건 - 결론>
과거 해운산업이 선진국들의 점유물이던 시절에는 수요와 공급이 시장의 순리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되었지만 금융의 국제화와 함께 해운산업이 글로벌화함에 따라 지금의 시장은 기성 선주와 조선소의 노력만으로 수급이 조절되기에는 외적 변수가 너무 많다. 과거에는 해운이 호황기에 접어들면 조선이 잠시 시차를 두고 뒤따라오는 후행산업이었으나 21세기 현재 두 산업의 역학관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현재는 해운시장이 공급과잉이라는 이유로 조선업계가 해운시장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며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그러한 시대가 아니다. Upcycle시에는 해운시장의 활황과 함께 곧 대량 발주가 뒤따르며 동반상승 현상을 보였지만 그 기간은 잠시에 그쳤다. 곧 이어 발주물량의 감소로 선가가 바닥에 도달하게 되면 선가 상승을 겨냥한 투기자본의 유입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조선업계의 생존을 위한 공격적 마켓팅이 선주들의 탐욕을 자극, 결국 대량발주로 이어져, 해운시장을 다시 불황의 늪으로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상에서 보았듯이 Downcycle로 해운시장이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든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신조선의 인도는 침체이후 2~3년간 계속되면서 해운시장의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키는가 하면 해운시황이 바닥을 탈출할 조짐을 보이면 이번에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주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과 해운산업의 글로벌화와 함께 규모 면에서 소수 대형화되어감에 따라 조선과 해운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이해가 상반되는 관계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동반상승 혹은 하락은 일시적 혹은 단기적 현상일 뿐 현 시장하에서 조선과 해운은 상호 의존관계라기 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이 활황일 경우 이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해운이 호황일 경우는 조선수요를 부추겨 해운의 Upcycle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실상이다.
그룹내에 조선소가 있더라도 그 조선소가 경쟁력이 없으면 사업의 성격이나 규모면에서 볼 때 대부분 그룹내 해운사의 도움(이른바 상생)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소의 규모를 그룹해운사의 수요에 맞추어 스케일 다운(Scale down) 하지 않는 한 경쟁력 상실로 이미 수명이 다한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해운회사까지 동반추락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한 사실상 선택의 폭이 없다.

 선박의 소유와 운항형태가 바뀌고 있다. 최근 상위 20대 선사의 선단구성을 살펴보면 소유선박이 약 40%, 용선선박이 60% 정도를 점하고 있다. 금융상의 어려움과 선박의 소유에 수반되는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선주들이 지배하는 선단중 소유비중은 점차 하락하고 용선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해운자산의 리스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선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주요 고객이 선박을 운항하는 해운회사Operator에서 선박을 소유만 하는 NOO(Non-Operating Owner) 혹은 리스사(leasing company)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선이나 해운산업 공히 지금은 원가경쟁, 국제경쟁시대다. Maersk 그룹의 Odense 폐쇄나 영국 조선업의 상징인 VT의 철수 사례에서 보았듯이 국가이든 그룹이든 결국 경쟁력이 미치지 못하면 철수하고 자국 혹은 그룹사의 조선소보다 더 경쟁력 있는 타 조선소를 택하여 그룹내 해운사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다.
한국조선소가 최근 글로벌 조선시장의 Market share 34%를 확보, 세계 제1위 조선국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국가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해운계 입장에서는 반드시 낭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면 그만큼 선복유입이 감소하게 되므로 해운시장의 회복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초부터 조선산업이 오랜 침체기를 지나 이제 저가수주시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저선가를 겨냥하여 실기하지 않으려는 현찰 선주들로 인해 불원 발주행렬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곧 선복공급의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 조선산업이 점하고 있는 글로벌 Market share 34% 가운데 한국 선사의 발주가 얼마나 될까? 현재 한국해운의 글로벌 선복점유율은 4% 수준이다. 해외수주량이 절대적인 한국의 조선산업과 사실상 발주 정지상태인 한국해운이 상생을 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 한국 해운이 한국 조선산업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해운은 조선산업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남남끼리 해운과 조선의 상생을 기대한다는 것이나 상생을 명분으로 양 산업부문을 단일부처의 관리하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대형 컨테이너선박의 발주는 이런 저런 사유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규 발주를 한다면 중소형 컨테이너선박과 Bulker, Tanker 정도가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이들 선종들도 이미 과포화 상태다. 만일 한국해운사에게 자금(정상금융)이 마련되고 자율적으로 발주여부와 조선소를 결정하라고 한다면 어디에서 어떤 선종을 발주할 것인지... 당연히 선가, 인도시기, 지불조건 등 계약조건의 내용에 따라 좌우될 것이고 한국 조선소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쟁을 통한 수주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할 때 해운과 조선의 상생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 질수 있을지...

조선계약도 엄격한 의미에서 조선소와 선주 간에 체결되는 사적계약임이 분명하다면 정부나 제 3자가 계약에 간여할 명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만일 경쟁에서 중국조선소가 선주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였다면 어찌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선주와 조선소의 자유로운 의사를 배제하고 조선계약을 좌우할만한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제 3자라도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

혹자는 그래서 양 산업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정이 가능하다면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누가 그 조정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이다. 어떤 경우일까? 일감에 목말라하는 조선소에는 일감을,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자금난에 허덕이는 선사에게는 자금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일시적이겠지만 이른바 조선과 해운의 상생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런 당근과 채찍을 쥐고 있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제 3자는 누구인지 전혀 짐작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그것이 해운과 조선의 상생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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