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인도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Liquidated Damage), 법인세법상 선주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두47123 판결1)-
 

△박용안 교수
△박용안 교수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석유시추선, 유조선 등을 건조하는 회사)는 2005. 9. 16. 및 2006. 2. 7. 두 곳의 외국법인(이하 ‘제1선주’)과 사이에 석유시추선 각 1척(선박명: H**19, H**20 이하 ‘제1선박’)을 건조하여 2008. 3. 31.(H**19) 및 2008. 7. 31.(H**20) 각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제1계약’)을 체결하였고, 2006. 3. 28. AAA와 BBB에 있는 네 곳의 외국법인들(이하 ‘제2선주’, 이 사건 제1선주와 함께 이하 ‘선주’라고 한다)과 사이에 LNG 운반선 각 1척씩(선박명: H**55, H**56, H**57, H**73, 이하 ‘제2선박’, 제1선박과 함께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을 건조하여 2008. 9. 30.(H**55), 2008. 11. 30.(H**56), 2008. 12. 31.(H**57) 및 2011. 1. 31.(H**73) 각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제2계약’, 제1계약과 함께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제1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제2계약서는 이와 일부 다른데, 그 내용은 뒤에 관련된 부분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Ⅱ. 계약가격 및 대금지급 조건
1. 계약가격

본건 선박의 계약금액은 건조자가 수령하는 순 금액 기준으로 미화 000달러이며, (중략) 계약가격은 본 계약에 규정된 바에 따라 증액 또는 감액된다.

Ⅲ. 계약가격의 조정
계약가격은 이하에 규정된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조정된다.

1. 인도의 지연
본건 선박이 인도일의 자정(한국시간) 이후에 본건 조선소에 인도되는 경우, 건조자는 구매자에게 제8조 제2항에 따라 본건 선박을 이용하지 못한 손실에 대하여 아래 금액을 Penalty의 방식이 아닌 Liquidated Damage(이하 ‘L/D’라고 한다)의 방식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a) 본건 선박을 인도함에 있어 인도일 이후 지연되는 첫 30일간은 계약가격이 조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지연 30일째 자정(한국시간)에 종료됨]
(b) 본건 선박의 인도가 건조자의 귀책사유로 인도일 이후 30일 이상 지연되는 경우, 계약가격 조정의 수단으로서 L/D는 인도일 이후 30일째 되는 날 자정부터 시작하여 아래와 같이 본건 선박의 실제 인도일까지를 기한으로 한다.

-지연일수가 31일부터 90일인 경우 일당 미화 000달러
-지연일수가 91일부터 150일인 경우 일당 미화 000달러
-지연일수가 151일부터 210일인 경우 일당 미화 000달러
단 L/D의 총액은 위에 명시된 감액률로 계약 인도일 이후 30일째 되는 날의 자정으로부터 지연일자가 180일이 되는 날까지 계산되는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c) 본건 선박의 인도 지연이 건조자의 과실로 인하여 31일째 되는 날부터 180일간 또는 그 이상 지속되는 경우, 해당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에 구매자는 본 계약 제10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자신의 선택으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Ⅶ. 인도일과 인도
4. 소유권과 위험

선박의 소유권과 위험은 인도가 완료된 시점에 매수인에게 이전된다. 인도가 효력을 발생시키기 전까지, 선박의 소유권과 위험은 선박건조자에게 남아 있다.


(3) 원고는 제1선박을 인도일보다 193일 및 169일 늦게 제1선주에게 인도하였고, 이에 제1선주는 원고에게 L/D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인도 지연이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절하여 국제중재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4) 원고는 제1계약서상 분쟁 발생 시의 즉시지급조항에 따라 제1선주로부터 제1선박대금을 일단 지급받았고, 이후 원고는 국제중재절차에서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여 제1선주에게 L/D, 이자 및 중재비용으로 합계 미화 000달러를 지급하였다.

(5) 한편 원고는 제2선박도 위 인도일보다 76일, 32일, 59일, 18일 늦게 제2선주에게 인도하였고, 이에 원고는 제2선주로부터 제2선주가 요구한 L/D를 2선박의 대금에서 공제한 잔액만 지급받았다.
(6) 원고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선주에게 지급하거나 선박대금에서 공제한 위 L/D, 이자(L/D와 이자를 합하여 이하 ‘이 사건 금액’) 및 중재비용에 대하여 기타 소득의 세율 20%를 적용한 후 제1선박에 관하여 2012. 2. 10., 2012. 6. 11. 및 2012. 9. 10. 합계 000원을, 제2선박에 관하여 2009. 12. 10. 및 2011. 4. 10. 합계 000원을 각 원천징수하여 피고(통영세무서장)에게 납부하였다.
(7) 원고는 피고에게 위 각 원천징수금액에 대하여 환급결정을 받기 위해 2012. 10. 23. 및 2012. 12. 7. 피고에게 각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2013. 1. 18. 제1선박에 관하여 원고에게 위 중재비용에 관한 원천징수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원천징수금액 000원에 대하여 경정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제1처분’)을 하고, 2013. 2. 13. 제2선박에 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금액 전액인 000원에 대하여 환급을 거부하는 처분(제1처분과 함께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8) 원고는 2013. 2. 6. 및 2013. 5. 7. 조세심판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2014. 6. 30. 및 2014. 6. 24.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Ⅱ. 관련 규정 및 당사자의 주장요지
1. 관련 규정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1호 (나)목 및 법인세법 제93조 제10호 (나)목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하나로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이나 배상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을 들고 있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 12. 30. 대통령령 제225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은 이를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 또는 기타 물품의 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원고의 주장요지
이 사건 금액은 선박대금에서 차감된 것으로 선박의 취득원가에서 공제되어야 하고,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서 인도라는 공급조건에 따라 당시의 통상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주의 소득이 되지 아니함에도 이 사건 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피고의 주장요지
이 사건 계약서상 관련 조항들의 내용 및 구조, 특히 L/D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해석되는 점, 그러한 조항을 둔 목적, 당사자 간 이익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금액은 손해배상의 예정을 약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선주가 원고로부터 받은 이 사건 금액은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기타 소득’에 해당한다.
 

Ⅲ. 소송의 경과
(1) 제1심2)은 이 사건 금액은 이 사건 선박가격에서 차감되는 금액에 해당하므로, 법인세법 제93조 제10호 (나)목에서 정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가 2013. 1. 18. 원고에게 한 법인세 원천징수세액 합계 000원의 경정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2013. 2. 8. 원고에게 한 법인세 원천징수세액 합계 000원의 경정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하였다. 항소심3)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도 선주에게 지급하거나 선박대금에서 공제된 대금감액분과 이자는 선박가격에서 차감되는 금액이므로 각 선주의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Ⅳ. 영국법상 지체상금(Liquidated Damage)의 법리
1. L/D 조항의 기능4)
(1) 손해배상기능으로 손해액의 증명곤란으로 분쟁이나 소송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양자의 법률관계를 간단하게 해결하도록 한다.
(2) 이행확보기능으로 L/D 조항은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주어 채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기능을 한다.
(3) L/D 조항은 계약을 위반한 채무자가 자신이 배상할 손해액을 줄이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다.
 

2. 위약벌(penalty)과의 구별
위약벌이나 채무불이행시 채무자에게 상당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심리적 경고를 주어 채무이행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영미법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기준은 다음과 같다.5)
(1) 약정된 금액이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라고 가정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최대의 손해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많고 비양심적인 경우 그것은 위약벌이다.6)
(2) 위반의 결과가 정확한 사전평가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고, 이에 더하여 약정된 금액이 발생개연성 있는 위반의 결과와 합리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 그것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3) 조항이 서로 다른 액의 손해를 야기하는 여러 개의 위반들 중 하나 또는 여러 개에 대하여 같은 금액을 지급하기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것은 위약벌로 추정한다.7)
(4) 확정된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계약위반으로 되는 경우, 이러한 계약위반에 대비하여 확정된 채무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위약벌로 취급된다.
 

3. 선박건조계약에서 L/D 조항
국제적으로 선박건조계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AJ 양식8)에 의하면, 계약가격(Contract Price)은 계약에 규정된 바에 따라 증액 또는 감액된다고 규정한 후, ‘계약가격의 조정(Adjustment of Contract Price)’이라는 제목 하에 “다음과 같이 우발적인 사고가 생긴 경우에는 선박건조가액은 (i) 인도의 지연 (ii) 속력 (iii) 연료소모량 (iv) 중량톤수에 관하여 계약서에 규정하는 바와 같이 조정되고, 양 당사자는 선박건조계약가액의 어떠한 감액도 손해배상예정액이지 위약벌의 성격이 아님을 인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인도일 후 30일 이내로 지연된 경우에는 계약가격이 조정되지 않고 유지되며, 30일 이상 지연되는 경우에는 계약가격 조정의 수단으로서 지연일수에 따라 L/D 금액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9)

L/D는 영미법에서 일반적으로 일방 당사자가 약정을 위반하였을 때 실제 손해를 추산하여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액으로 이해되고, 이는 우리나라 법제에서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는 영미법상 국가만이 개인에게 Penalty를 부과할 수 있어서 사인간의 계약에서 Penalty를 약정할 경우 그러한 약정은 무효로 되기 때문에 선박가격의 조정수단이 Penalty 방식으로 해석되어 계약이 무효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박건조계약에서는 관행상 L/D라는 표현을 사용한다.10) 영국 판례는 L/D 조항이 상사적으로 정당하다(commercially justifiable)고 판시하여,11)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Ⅴ. 대상사안의 검토
1. 당사자의 의사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12) 이 사건 계약서는 선박의 인도가 지연된 경우 ‘계약가격이 조정’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문언대로 당사자들 사이에 인도지연의 경우에는 계약가격을 조정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2. 인도지연에 따른 효과
이 사건 계약서는 선박의 인도가 지연되더라도 매수인이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인도일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나도록 인도가 지연될 경우에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 기간 인도가 지연된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선박가격의 감액만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 해제의 경우에 매수인에게 L/D에 대한 권리가 없음을 규정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사건 계약서는 해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도지연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서에 정해진 L/D 금액만큼 선박가격을 감액하되 매수인이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고, 장기간의 인도지연이 있어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뿐 계약의 유효를 전제로 선박가격을 조정하는 수단인 L/D를 통해 해결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3. 이 사건 계약에 의한 선박대금의 조정
(1) 제1계약의 경우에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인도지연인지 여부에 관하여 제1선주와 다툼이 있어 국제중재절차를 거치게 되었고, 그럼에도 제1계약서상 분쟁 발생 시의 즉시지급조항에 따라 원고가 일단 선박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후 국제중재절차에서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인도지연으로 인정이 되어 지연된 기간만큼의 L/D 금액을 제1선주에게 반환하였다. 이는 비록 원고가 제1선주에게 L/D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기는 하였지만, 사후 중재 결과에 따라 L/D 금액만큼 차감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즉시지급조항 때문에 부득이하게 선박대금 전부를 지급함으로써 빚어진 결과로서, 제1선주는 결국 계약서에 따라 지연된 기간만큼 감액된 대금을 지급하고 선박을 취득한 것일 뿐이므로, 제1선주에게 별개의 소득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제2계약의 경우 원고는 원래의 선박대금에서 지연인도에 따른 L/D금액을 뺀 나머지만을 제2선주로부터 지급받았을 뿐, 원고가 선박대금을 모두 받은 후에 따로 L/D 금액을 제2선주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다.
 

4. L/D의 가격조정수단으로서 성격
선박의 인도가 지연된 경우 선주가 약정 인도일에 인도받아 운행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를 고려하여 선박가격을 감액하는 것이기는 하나, L/D가 선주의 손해를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앞서 본 바와 같은 가격조정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 선주가 본래의 급부를 넘어서 취득한 별개의 소득으로 볼 수는 없다.
 

5. 소결
  선주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조정된 선박대금을 지급하고 선박을 취득한 것일 뿐, 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이 규정한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금액은 이 사건 선박가격에서 차감되는 금액으로 선주의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금액이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11호 (나)목 및 법인세법 제93조 제10호 (나)목에서 정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Ⅵ.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선박건조계약에서 자주 사용되는 L/D 조항에 의하여, 선주가 원래의 선박대금에서 선박인도가 지연된 기간만큼 감액된 대금을 지급하고 선박을 취득한 사안에서, 원래의 선박가격에서 차감된 금액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이 규정한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법인세법상 선주의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최초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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