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큰 혼란 없으나 화물중량 신뢰성은 ‘갸우뚱’

 
 

화주·포워더 대부분 e-VGM 데이터 전송, 실제 계측 빈도는 낮아
현장검사 없어 ‘주먹구구식’ 지적도, 해수부 “9월 관계기관 회의”

컨테이너화물 총중량 검증제도(VGM, Verified Gross Mass)가 도입 1년째를 맞은 가운데 초기 예상됐던 물류시장의 큰 혼란은 없었으나 여전히 실제 화물중량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컨화물 총중량 검증제는 IMO의 SOLAS 개정안에 따라 선박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화주가 컨테이너의 검증된 총중량을 선사와 터미널에 사전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화주는 수출 컨테이너 화물의 총중량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선적선박의 접안 예정 24시간 전까지 선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총중량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된 화물 총중량 정보가 오차범위(±5%)를 초과할 경우 해당 컨테이너의 선박적재가 금지된다.

대부분 컨테이너+화물 합산 ‘계측방법 2’ 활용

지난해 컨화물 총중량 검증제의 도입을 앞두고 이행 주체인 화주와 포워더 업계는 준비과정에서 상당한 혼선을 빚어왔다. 이들은 동 제도의 도입으로 수출입 물류활동의 저해 우려 뿐 아니라 계측비용과 책임성이 부과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향후 물류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았다. 특히 터미널 계측소의 부재, 계측비용, 책임소재, 정보제공시점, VGM 정보 미제공 업체의 컨선적 거부 우려 등이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초기 예상처럼 시장 대혼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및 해수부에 따르면, 화주와 포워더들은 동 제도의 도입 이후 선사들에게 수출 컨테이너에 대한 e-VGM 정보를 제공하면서 달라진 시스템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컨테이너 내 수압된 모든 개별화물, 화물고정장비 등과 컨테이너 자체의 중량값을 합산하는 ‘계측방법 2’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주와 포워더들은 새롭게 구축한 ERP시스템이나 선사의 자체 전산망을 통해 컨테이너와 화물의 합산한 VGM 정보를 전자문서에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포워더·터미널 “도입 전후 사업운영 별 영향 없어”

실제로 계량증명업소나 검정된 계측장비로 총중량을 측정하는(계측방법 1) 화주들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가정보 입력을 제외하면 동 제도의 도입 전후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화주와 계측소, 터미널 가운데 컨테이너 중량 검증을 위해 새롭게 계측장비를 들여온 곳은 많지 않으며 여전히 계측장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국내 중소 화주들 대부분이 두 번째 계측방법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컨화물 중량제의 도입 후 e-VGM 데이터는 추가 생산되고 있으나 기존 방식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제물류협회 관계자는 “포워더들은 화주에게 전달받은 화물의 중량정보를 ERP시스템을 통해 입력시키는 작업을 한다”면서 “포워더들의 경우 아직까지 동 제도에 대한 특별한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신항의 한 터미널 운영사도 “동 제도가 도입이 됐으나 현재까지 터미널 운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다”면서 “기존부터 터미널 내 계측기는 설치돼 있었으나 중량검증 목적은 아니다. 화주가 선사측에 직접 중량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VGM 정보 미제공으로 컨테이너가 반입되지 못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500만원 과태료 법안 통과…실효성 논란

그러나 동 제도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것처럼 비춰지나 실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행 주체인 화주들은 현재 프로세스의 진행상황에 대한 점검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 5월 통과된 선박안전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화주가 수출용 컨화물의 총중량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선장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미제공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선장이 해당 컨테이너의 선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했다. 이에 향후 현장검사 등을 통해 VGM 오차범위 5%를 위반한 업체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동 법안이 통과되면서 컨화물 총중량 검증제의 실효성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으나 7월 현재까지 실제 해수부의 현장검사가 이뤄져 과태료가 집행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주들은 동 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경될지 알 수 없으며, 현장검사 이전에 동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사실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지금 생성되는 정보가 맞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면서 “후에 무작정 현장검사를 해서 패널티를 매기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동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가 실제 계측상황을 점검할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주들은 이외에도 현장검사시 허용 오차범위 문제, 개별적인 선사 ERP시스템과 업무 비효율성 문제, 일부 선사의 VGM Fee 문제, 오차발생시 선적거부 문제 등을 동 제도의 애로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e-VGM 제공정보 얼마나 정확한가

컨화물 총중량 검증제의 도입 취지는 과잉 선적으로 인한 선박안전도 미확보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선박운항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화주가 선박에 컨테이너 화물을 선적하기 전 선사에 컨테이너 총중량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재 제공되고 있는 e-VGM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숙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화주와 포워더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된 컨테이너 무게 값인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인 시행 흐름에 맞추어 국내에도 동 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으나, 법안 도입에만 급급하다보니 시장상황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고, 도입 전과 다를 바 없는 ‘주먹구구식’ 추진으로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컨화물 무게의 정확성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동 제도가 전 세계적인 규제인 만큼 실제 각 나라와 항만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융통성 있게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해수부 “9월 관계기관 회의, 현장검사 시점 논의”

지난해 7월 1일 동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관련법안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돼왔다. 특히 미국은 컨테이너 중량 정보제공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수출화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치며 시행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7월부터 동 제도를 도입, 시행했다.

현재 컨화물 총중량 검증제는 각 나라마다 시행되고 있기는 하나 엄격하게 집행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율성을 띄고 도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의 해사당국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상황을 주시하며, 동 제도의 집행에 강제성을 띄기 보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가시적인 시장의 충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JOC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의 경우 VGM 제도의 도입 이후 화주가 컨테이너 무게를 실제 보다 낮게 측정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선사 측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항만에서의 정확한 컨테이너 무게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작업은 심각한 컨테이너 지연을 발생시키고 화주들에게 상당한 비용 손실이 야기돼 실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역시 우리나라만 제도의 추진에 강제성을 띌 경우 전체 물류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선박안전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 물류 지연 등이 발생하므로 다른 국가들의 이행 동향을 충분히 파악하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수부 해사안전기술과 관계자는 “현재 동 제도의 시행 1년을 맞아 업단체별로 의견조회를 진행 중이다. 이후 문제점을 파악한 후 필요시 9월 중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어느 시점에 현장검사를 할 것인지 등을 재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의 무게에 대한 정확성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정책동향을 파악해 검사 수준을 조정할 예정”이라며 “관련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동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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