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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테마기획/해양도시와 섬...여수, 통영, 거제
엑스포이후 해양관광 다양화한 여수, 이국적 해양관광지 거제
[527호] 2017년 07월 27일 (목) 11:04:13 이인애 komares@chol.com
   

바람의 언덕

최근 주기적으로 국내여행을 떠나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지의 자연과 유적, 음식과 문화를 즐기며 식재료와 특산품의 쇼핑까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경험하는 여행의 소소한 재미가 붙는 즈음이다. 이른 여름휴가를 작정하고 온가족이 4박 5일의 일정을 맞추어 남해안의 해양도시와 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출장차 가본 적은 있지만 휴양을 위해 찾아본 적이 없기에 기대반 염려반 심경으로 남해안에 위치한 여수와 통영, 거제를 목적지로 도로여행을 떠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4명이 한몸처럼 움직이기 어려운 이동거리가 상당히 먼 여행방경이다. 그래서 용감하게 자차 이용을 결정하고 여행일정을 짰다.

 

   

소쇄원

첫날, 전주와 담양을 들러 여수로 향하다

첫날은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 중심일정이었다. 첫 목적지인 여수로 가는 도중 전주와 담양에 들러 식사와 함께 일부 명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예정대로 아침 일찍 출발해 점심경 전주에 들러 국제적인 명소로 부상한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전주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담양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소쇄원과 명옥헌 원림 등을 관람한 뒤 떡갈비로 저녁을 하고 여수 돌산도에서 여장을 푸는 여정이었다.

한국 최고의 원림으로 불리는 담양에 소재한 ‘소쇄원’은 1530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민간정원의 최고봉으로 칭송된다. 양산보가 조영한 별서(은거생활하던 곳을 지칭) 원림인 소쇄원은 정원과 달리 교외에 동산과 숲의 자연스런 상태를 그대로 조경대상으로 삼아 적절한 위치에 인공적인 조경을 삼가면서 집과 정자를 배치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선호한 정원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 대나무 조경이 인상적이며 조촐한 조경과 정자 등 소박하면서도 기품있는 원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바람부는 날은 대나무의 사각사각 흔들리는 소리가 정취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날은 마침 보수기간이어서 밖에서만 넘겨다볼 수 있어 아쉬웠다.

소쇄원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명옥헌 원림’이 위치해 있다. 조선중기 후산마을에 정착한 명곡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자연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숲을 가꾼 곳으로, 이 곳 정자의 정원이 명옥헌 원림이다. 명옥헌 왼편으로 시냇물이 흐르게 조성돼 있는데, 바위를 두드리는 물소리가 마치 구슬 부딪치는 소리같다고 해서 명옥헌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날은 그간의 가뭄 끝이어서 시냇물은 말라있었다. 그러나 정자아래 연못은 적당한 물을 담고 있다. 연못과 배롱나무 등 조경이 고즈넉한 정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옥헌은 찾는 이들이 자유롭게 오를 수 있게 개방돼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옛조상의 풍취를 흠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소쇄원 부근 담양의 맛집으로 이름난 떡갈비 전문점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 유년기에 여행길에 먹어봤던 떡갈비의 맛을 늘 잊지 못했었다. 담양의 떡갈비는 많이 달지 않은 담백한 맛이 별미다.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 재료별 떡갈비를 취향별로 먹어볼 수 있다. 담양에서 1시간 30분 정도 내달려 여수에 도착했다. 미리 바닷가 펜션을 이틀간 숙소로 정해놓았다. 이른 여름휴가인데도 우리가 묵은 펜션은 만실이었다.

둘째날, 여수는 5년전 2012년 여수엑스포 시절 취재를 위해 두어번, 광양항 취재를 위해 한번 정도 경유한 적이 있다. 여수 엑스포 취재시 바다 풍취가 좋아 언젠가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얼핏한 바 있고 엑스포이후 현장이 궁금하기도 하던 차에 여수는 반가운 여행지였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여수는 흐리다 개는, 여행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여수 케이블카

여수 해상케이블카 여수해안, 다도해 관람

여수에서 첫 여행은 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해 돌산공원(섬)과 자산(육지)를 바다위로 연결한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이자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해양도시 여수해안의 자연과 이 지역인의 삶과 일터를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는 여정이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탑승비용이 차별화돼 있다. 일반캐빈과 바닥이 강화유리로 돼 있는 크리스탈캐빈으로 나뉘어 있다. 짜릿한 스릴감이 부가가치를 더해 크리스탈캐빈비용은 어른 기준 왕복 2만원이다. 비싸지만 바다를 발밑에 두는 경험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크리스탈캐빈을 선택했다. 발이 저릿저릿해 공포감이 들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가 마을과 소규모의 조선소들과 어선, 돌산대교 등 여수의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이다. 여수 앞바다에는 크고작은 상선들이 떠 있었다. 산업단지가 많은 여수는 관련선박들의 출입도 잦은 해양도시이다. 양하역을 위해 대기하는 선박인지 계선중인 선박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많은 배들이 여수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케이블카로 건너간 자산공원 정상에서 오동도와 다도해를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오동도를 가려면 도보로 내려가든지 주차타워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오동도는 육지와의 사이에 768m의 방파제가 놓여져 있어 도보나 동백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탑승료는 어른 기준 편도 800원이다. 오동도는 여수앞바다 동쪽으로 1km 거리에 있으며 오동나무가 많아 이름지어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동나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오동도는 대부분 동백열차로 들어가 방파제를 따라 한번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보통의 코스다.

다시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돌산공원으로 돌아오니 얼추 점심시간이 다 됐다. 다음은 여수 바다와 해안풍경을 크루즈선을 타고 둘러보기로 했다. 크루즈선의 탑승터미널은 2012년 여수엑스포가 열렸던 엑스포장 내에 있다. 엑스포 부근에서 여수의 별미인 서더회무침과 장어구이로 점심을 했다. 서더회무침은 막걸리에 숙성시킨 회를 무친 요리인데, 부드럽고 맛이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반찬이나 술안주로 제격이다.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크루즈운항은 이미 마감이 되었고 저녁 크루즈 일정만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엑스포내 스카이 타워에 올라 주위를 관람하고 레일바이크를 타기로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코스이지만 탁트인 해양을 끼고 타는 레일바이크는 힐링하기에 좋았다.

엑스포터미널서 크루즈 ‘미남호’ 1시간 40분 야경투어

저녁 7시 30분 여수밤바다와 여수야경을 즐기기 위해 여수엑스포 여객터미널을 다시 찾았다. 그날 여객터미널 한쪽에는 여수와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정박해있었고. 우리는 엑스포에서 돌산대교까지 1시간 40분 가량 항해하며 해상에서 여수를 둘러볼 수 있는 크루즈선 남해안크루즈관광(주)가 운영하는 ‘미남호’에 승선했다. 낮보다는 야간 크루즈가 더 좋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별것 있겠나 싶었다. 그러나 주말이어서인지 엑스포의 상징 빅오를 비롯해 엑스포 주변의 랜드마크인 호텔의 인상적인 네온 사인, 끊임없이 오가는 해상케이블카의 곤돌라, 해상 곳곳에 떠있는 선박들, 육지를 알리는 부표와 등대의 불빛 등 돌산대교에 이르자 최근 명소로 떠오른 낭만포차 거리를 중심으로 한 여수해양공원 부근의 야경이 기대 이상이었다. 미남호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 팥빙수 등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도 있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김광석의 노래를 감칠맛나게 부르는 싱어와 함께 작은 콘서트의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돌산대교 앞 알래스카 이글루와 같이 생긴 수상에 떠있는 일단의 펜션이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영화 ‘섬’에서 본 낚시꾼들의 바다낚시를 위한 부유시설인줄 알았는데, 규모가 꽤 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수상 펜션이었다. 미남호에서 본 여수 해양공원과 낭만포차, 버스킹 장소에 모인 많은 이들, 이들을 품은 상점들이 여수의 밤을 빛내고 있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돌산대교 즈음에서 회항한 미남호는 다시 엑스포 터미널로 천천히 돌아왔다. 회항길은 어둠이 짙어 야경이 화려하지 않지만 터미널에 가까워지니 엑스포의 빅오에서 화려한 쇼가 펼쳐지고 있어 야경 크루즈의 대미를 장식해주는 듯했다.

저녁 9시에 미남호에서 하선해 늦게라도 준비해줄 수 있다는 횟집을 찾아갔다. 마침 크루즈에서 보았던 화려한 해양공원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는 장소에 음식점이 있었다. 10시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주인의 말에 급히 식사를 하고 우리도 여수의 야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해양공원을 찾아 커피한잔 하면서 둘러보았다. 일요일 저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음식점이 있어서인지 이곳의 바다내음은 더욱 비릿하고 습했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서피랑공원, 충렬사, 삼군수군통제영

아침 9시가 좀 넘어서 여수를 출발해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에 먼저 도착했다.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동피랑 마을은 언덕을 따라 들어선 집과 벽에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곳에서도 통영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벽화마을이 아니라면 통영의 속살과 같은 일반 주택가를 타지 여행객이 찾을 일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일상의 터전을 관광상품화한 벽화마을에 대한 이러저러한 상념을 해보았다. 동피랑의 맛집으로 이름이 난 짬뽕집에서 홍합과 전복이 가득한 해물짬뽕과 까르보나라짬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바닷가 요리여서인지 해물의 잔맛이 없는게 아주 시원했다.

동피랑 벽화마을을 잠시 벗어나 서피랑공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서장대로 불리는 서포루가 있으며 여기서 삼군수군통제영을 비롯해 통영시내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그 부근에 소설가 박경리의 생가가 있으며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서피랑공원은 사실 삼군수군통영제를 찾던중 불연듯 나타난 장소였다. 이곳에서 삼군수군통영제의 위치와 규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 3도를 통괄하던 전남 여수의 삼군수군통제영은 한산도로 옮겨졌다가 임란이후 구 충무시로 통제영을 이전했고 1995년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합되면서 통영시가 됐다. 통영이라는 지명도 통제영의 의미가 담긴 지명이다. 통영은 이순신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과 탄신제, 기신제를 올리는 통영충렬사가 위치해 있다. 1606년 선조의 명으로 제7대 통제사 이운룡이 창건했다고 하며, 정조대왕이 내린 제문과 충무공전서의 원본이 소장돼 있다. 이 곳의 400년생 동백나무는 세월의 두께를 느끼게 한다.

통영 앞바다를 굽어보는 지형에 위치한 ‘삼군수군통제영’은 임진왜란때 군사상 취약점을 고려해 만든 통제사의 본영이 있던 터로, 통제영, 통영이라 약칭했단다. 통제영은 1593년 삼도수군통제사 직제를 신설하고 전라좌수가가 겸임한 것에서 비롯됐으며, 왜란시 초대통제사로 제수된 전라좌수사 이순신의 한산진영이 첫 통제영이다.

선조때(1603년) 제 6대 통제사인 이경준이 통제영을 현 두룡포로 정하고 세병관과 백화당, 정해정 등을 창건했다. 이후 병영과 수영이 폐영될 때까지 290여년을 존속하며 209명의 통제사가 체임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민족정기 말살정책으로 인해 지금은 세병관만 남아 있다. 나머지 백화당, 운주당, 중영, 공방, 후원, 관아건물 등이 복원돼 있다. 세병관에서 시야가 탁 트여 통영시를 잘 관망할 수 있다.

15년도 넘은 과거 해운조합이 주관하는 ‘가보고싶은 섬’ 행사의 일환으로 통영의 소매물도 동행취재를 온 적이 있다. 당시에는 소매물도가 주 목적지여서 통영에 들러볼 유적이, 그것도 우리민족의 자부심이자 영웅인 이순신 장군 관련 유적이 있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못했기에 흥미로왔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미륵산 정상 운무로, 루지 스릴도

통영에서 한나절을 보내기로 한 우리는 늦은 오후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탑승비용은 왕복 1만1,000원. 미륵산 정상을 이은 1.975m 연장의 케이블카 경로이다. 탑승권 소지시 삼도수군통제영 입장료와 루지 이용료가 할인된다.

흐리고 비가 가끔 흩뿌리는 날씨로 인해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풍광을 관람하고 싶었던 바람은 미륵산 정상의 짙은 운무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구름안에 우리가족만 둥둥 떠있는 듯한 조금은 두렵고 짜릿한 특별한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정상에서도 운무의 수분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구름속의 산정상 길을 산책하고 나서 휴게실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 한잔이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더하고 날씨가 더 악화돼 곤돌라가 위험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도 가라앉게 했다.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정상부를 지나자 언제 그랬냐 싶게 구름이 가시고 통영시와 해안 풍경을 시야에 소개했다. 특히 통영의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카이라이드& 루지 시설이 눈길을 끈다. ‘하늘에는 케이블카, 지상에는 루지’라는 구호로 루지는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청년의 아들을 대동하고 떠난 여행이니 우리도 케이블카에서 내려 바로 루지를 타러 갔다. 루지 비용은 1회에 1인당 1만원, 3회 연속 티켓은 1만 8,000원이다. 케이블카 할인이 적용된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속이 후련해지는 스릴과 통쾌함을 즐길 수 있어서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관광코스다. 우리 애들도 한번 더 추가로 탔다. 1회 추가에 5,000원이 더해진다.

통영-미륵도 동양최초 1931년 건설 해저터널

다음으로 찾은 곳은 1931년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한 동양 최초의 바다밑 터널인 길이 483m의 해저터널이다. 이 해저터널이 생기기전 미륵도는 밀물 때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 도보로 왕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곳에 일본 어민의 이주가 늘면서 이동의 편의를 위해 해저터널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터널의 입구에는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도로 입구라는 뜻의 ‘용문달양龍文達陽’이 새겨져 있다. 현재 차 진입은 차단되고 있으며 관광명소들에 대한 소개 판넬이 내부에 전시돼 있다. 콘크리트 구조여서 음침한 분위기이지만 우리 역사의 애환을 간직한 장소이다. 해저터널이 필요했던 이곳은 지금 현재 측면에 나란히 다리가 놓여져 있다.

통영의 해저터널을 보고나니 어둑어둑 저녁이 내려왔다. 어선이 정박하는 포구인 그 부근에 통영의 별미라는 항아리 물회와 굴 탕수육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거제도의 서부권을 잇는 신거제대교를 건너 거제도 동남부권에 위치한 와현리에 정한 숙소로 향했다.

신거제대교를 지나서 한 40분을 차로 내달려 와현리 해변 동측에 위치한 숙소에서 이틀간의 여장을 풀었다. 새로 건축된 펜션이어서 깔끔하고 쾌적했고 바다와 주변 풍광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날은 밤새 비가 내렸다. 다음날 배를 타고 외도와 해금강을 관람할 계획이었기에 날씨걱정이 됐지만 비가 오면 오는대로 아름다운 거제를 느끼기로 했다.

비오던 끝이라 숙소에서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주변 풍광이나 즐겨볼 작정을 하고 있는데, 펜션 주인장께서 외도행 여객선의 할인권을 주며 가까운 여객선 터미널과 운항시간도 알려주었다. 그제서야 날이 개고 있음을 확인하고 외현리에 위치한 터미널에서 오후에 운항하는 여객선의 승선을 예약하고는 최근 거제도의 명소로 꼽히는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외도해 여객선 안전수칙 방송

바람의 언덕, 외도 620종 자생·아열대식물, 동백숲 해상식물원

전날밤 비가 온후 개인 하늘은 더욱 청명하고 구름마저 아름다웠다. 바람의 언덕은 거제도의 남부면 도장포 마을에 있다.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에서는 외도와 해금강 관광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고 그곳을 낀 육지의 잔디로 덮여있는 민둥산에 풍차가 우뚝서있다. 그곳에서 바다가 시원하게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명소이다. TV드라마에서도 여러번 촬영장소로 이용돼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외도 여객선 승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바람의 언덕을 급히 내려와 도장포 부근에서 거북손 해물된장찌개와 성게 비빔밥으로 점심을 했다. 거북손이라는 갑각류는 처음 보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처음엔 음식점 이름이 거북손인줄 알았다. 자루형의 따개비류로 몸길이 4cm 정도이며, 거북의 손을 닮았다고 거북손으로 불린다고 한다. 해물요리는 역시 산지에서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숙소가 있는 외현리로 다시 돌아와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더한 외도와 해금강 관광에 나섰다. 외도보타니아, 해금강 관람을 위한 여객선은 7개항로에서 34개 선박이 운항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와현포유람선을 타고 외도로 향했다.

여객선 승선을 위해서는 탑승자의 신분확인이 필수다. 세월호 사고이후 승선자의 신분을 사전에 꼭 확인하고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이 있어야 티케팅이 된다. 여수의 야경 크루즈선에 탑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승객이나 선사 모두 번거로운 일일 수 있지만 안전과 관련 탑승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도 아들이 신분증을 숙소에 두고 와서 다시 숙소를 다녀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안전관련 절차의 개선이 소형 여객선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목격한 현장이다. 승선이후에는 구명조끼의 위치와 착용방법 등 간략한 안전수칙에 대한 동영상이 제공되기도 했다.

여객선은 먼저 ‘갈도’라고도 불리는 ‘거제 해금강’으로 먼저 갔다.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이곳은 수억년 파도와 바람에 씻긴 형상이 갖가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거제해금강을 둘러보고 최종 목적지인 외도로 향했다. 거제 해금강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항이 안된다는데 전날의 악천후 끝에도 다행이 날이 좋아 십자동굴 초입까지 여객선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선장은 너스레를 떨며 운이 좋은 여행객들이라고 기분까지 추켜세워주었다.

외도는 천연 동백숲과 수많은 종의 아열대 식물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기암괴석이 신비한 곳이며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돼 학술적 가치도 높은 섬이라고 한다. 외도는 개인 소유의 섬으로, 아주 잘 꾸며진 식물원과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해상 식물공원으로 일컫어지고 있다. 외도보타니아의 설립자는 1960년대 낚시하러 들렀던 인연으로 이 섬을 매입해 귤감농원 등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 섬을 식물정원으로 꾸며 놓았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이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우리나라 5대 관광지중 한 곳이다. 자생식물 620여종과 다양한 아열대식물, 천연동백숲 등이 정성스럽게 잘 가꾸어져 있고 다양한 조경물도 배치돼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이 섬은 50여명의 관리자가 관리를 하고 있으며, 입장료는 여객선을 탑승할 때 미리 선박승선료와 함께 지불해야 한다. 과거 외도 현장에서 입장료를 받았는데, 방문객이 많을 경우 많은 혼잡과 지체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객터미널에서 입장료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외도 입장료는 11,000원. 사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외도를 다 돌아보고 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입장료 중 일부는 지역사회를 위한 비용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여객선을 통해 외도에 도착하면 1시간 30-40분 동안 산책을 할 수 있다. 관람로는 일방으로 되어 있으며, 관람로 방향으로 1시간여를 산책하고 즐길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꿈의 정원과 같은 외도를 빠져나왔다.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우리 분단역사의 산 교육장

거제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국내 조선업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과거 6.25 전쟁과 관련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우리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기도 하다. 외도 관람을 마치고 늦은 오후 5시경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찾았다. 이 곳에 전쟁 중에 늘어난 포로를 수용하기 위해 1951년부터 거제도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포로 수용소가 설치됐다. 인민군 포로 15만명, 중국군 포로 2만명 등 최대 17만 3,000명의 포로를 수용했었다. 이 포로수용소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에 유혈살상이 빈발했으며 1952년 5월에는 수용소 사령관 돗드준장이 포로에게 납치되는 등 냉전시대 이념갈등의 축소현장이었다고 한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조인으로 수용소는 폐쇄됐으며 1983년 경남 문화재 자료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현재 일부 잔존건물과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 사진,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 등을 바탕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조성돼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이자 관광명소가 됐다. 이 공원은 전쟁존과 포로존, 복원존, 평화존 등 4개 테마존으로 나뉘어있으며 규모가 꽤 넓어 다 돌아보는데 1시간이 훨씬 넘게 소요된다. 관람코스의 마지막 평화존에서는 돗드준장의 납치사건을 영화화한 영상을 30분가량 관람할 수 있다. 그밖에 다양한 체험관이 준비돼 있다. 평소 관심이 없었던 우리역사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시공간이었다. 거제도에서의 온종일은 그렇게 보냈다.

 

   
거가대교

8.2km 거가대교 건너 부산신항, 합천 해인사로

여행 5일째 상경하며 경유지 한두군데를 들리기로 했다. 거제와 부산을 잇는 8.2km의 다리, 거가대교를 거쳐 부산을 경유해 김해를 거쳐 합천 해인사를 들러 서울로 올라왔다. 거가대교는 침매터널로 4.5km 구간은 사장교와 접속교 및 육상터널로 건설됐다. 거가대교 개통으로 부산과 거제간 거리는 140km에서 60km로 단축됐다. 특히 가덕도-중죽도-대죽도를 잇는 3.7km 구간의 침매터널은 건설과정에서 세계적인 여러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술의 결과물이다.

우리도 거가대교를 통해 통영에서 거제로 거제에서 부산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여러 관광지를 돌 수 있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드라이브하는 낭만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특히 가덕도에서 김해로 가는 길은 부산신항만 부근을 지나게 된다. 수십개의 갠트리 크레인이 즐비하게 늘어선 세계적인 항만의 위용을 자랑하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터미널을 지나 항만배후단지를 지나 김해로 갈 수 있으며 여기서 합천까지 쭉 내달려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를 들렀다. 대장경을 보관하는 전각인 장경판전에 들러 고려시대 만들어진 8만여장의 대장경판을 문짝 틈새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해인사는 굽이굽이 산골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임진왜란때도 피해를 입지 않아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통풍을 위한 창의 크기와 위치가 다르고 흙바닥 속에는 숯과 횟가루, 소금을 모래와 함께 넣어서 습도를 조절하도록 한 보관법을 갖추고 있는 장경판전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4박 5일, 길지 않은 기간 남해안의 주요 해양도시를 돌아보면서 여러 곳을 가보고 느끼며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곳, 가볼만한 곳이 많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됐다. 중국 등에 비해 작은 나라지만, 지방 요소요소의 다양한 풍광과 문화, 역사를 둘러보면서 나와 우리의 위치를 다시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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