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박 중 사고예방 주의사항 및 앵커유실 사고 대응방안”

서론
앵커는 선박이 엔진을 멈춘 상태에서도 조류에 이끌려가지 않고 지정된 정박지에 안전하게 머물러 있게 해주는 중요한 항해 장비이다. 다수의 해양사고가 묘박 중 또는 묘박과 관련하여 발생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이와 관련한 사고 사례 및 주의사항을 알아보고자 한다.

 
앵커링 방법 

앵커는 선박의 선수에 2개가 장착되어 있으며, 앵커를 내리고 끌어올리는 장비인 윈드라스 (Windlass / 투묘 및 양묘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앵커의 크기, 앵커체인의 굵기 및 길이는 선박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선급에서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앵커체인 27.5미터를 한 개 단위의 샤클shackle이라고 표현하는데 통상 수심 (depth of water) 대비 시 1.5 X  의 샤클 수 또는 수심 대비 6~10배의 길이로 앵커 체인을 바다에 내려 놓으며 파주력 (선박을 고정시키는 힘)을 얻는다. 묘박의 방법은 한 개의 앵커만을 사용하는 단묘박과 두 개의 앵커를 사용하는 이묘박 및 쌍묘박이 있는데, 대부분 해저면의 상태가 앵커를 고정시키기에 무난하고 선박이 앵커를 기준으로 회전하는 것을 감안하여도 정박 공간에 여유가 있는 경우 단묘법을 사용한다. 단묘법을 사용하는 경우 선박은 앵커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앵커가 끌릴 수 있는 위험도 있으나 앵커를 놓는 작업이 용이하고 선박의 비상 상황에서 대응도 쉬운 장점이 있다. 반면, 이묘박은 조류 또는 바람을 마주하고 120도 이내의 각도 범위로 일정한 거리 양쪽에 앵커를 두는 방법으로 바람이나 조류와 같이 선체에 적용되는 외력이 큰 상황에서 안정된 파주력을 얻기 위해서 사용한다. 쌍묘박은 좁은 수역에서 다수의 선박을 정박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묘박법으로 두개의 앵커를 120도가 넘도록 양쪽으로 벌리어 고정하여 선박의 회전반경을 줄이는 묘박법으로 바람 및 조류에 선박이 회전하면서 앵커체인이 꼬일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묘박 중 사고 및 주의사항   
묘박 중인 선박의 앵커가 선박이 받는 강풍이나 조류의 외력으로 밀리며 인접 선박과 충돌하거나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강풍 등 악천후 상황에서 윈드라스등 본선의 장비결함에 기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선장 및 선원이 당직 중 앵커가 끌리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대응의 기회를 놓치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고 발생 시, 인접 선박과의 가벼운 접촉 등으로 사고가 마무리 되는 경우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충돌 및 좌초에 따른 기름 유출 및 난파물 제거단계로 상황이 악화되어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은 묘박 중 외력에 따른 앵커 끌림으로 발생한 사고 사례이다.
 

※2007년 5월 호주 뉴캐슬항, Pasha Bulker호 사건
76,000dtw 크기의 벌크선은 공선 상태로 묘박지에서 석탄을 선적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는데, 강풍이 예보되자 항만은 묘박지의 선박들에게 대양으로 피항할 것을 권고하였다. 약 50척의 대기 선박 대부분은 피항하였으나 본 선박을 포함하여 10여척은 피항하지 않고 묘박지에서 상황에 대응하였다. 본 선박은 35미터 깊이의 묘박지에서 9개의 샤클을 놓으며 대응했으나 초당 40knots 의 바람 및 높이 8미터의 파고에 배가 끌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적시에 엔진작동을 통한 대양으로 피항조치를 하지 못해서 최종적으로 인근 해변에 좌초하였다. 다행히 해변의 바닥이 모래여서 별도 유류오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선박의 구조 작업에 약 15억원 (호주 달러 1.8Mil)의 비용이 발생하였다. 

※2016년 4월 부산항, “A”호
2016년 4월 부산 남외항 묘박 중이던 “B”호 선박이 강풍에 앵커가 끌리며 인접해있던 3500gt 급 “A” 선박과 충돌하였다. 이에 “A”선박의 앵커가 끊어지며 선박이 빠른 속도로 육지로 밀려 암초로 둘러싸인 인근 해안에 좌초되었고 선체의 파공으로 기름이 유출되었다. 그 결과, 인근 지역에 상당한 유류오염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방제비용, 선박의 난파물제거 및 유류오염배상에 약 2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2016년 12월 부산항 “A”호
2016년 12월 공선으로 부산 외항에서 묘박 중이던 88,000dtw (6,655teu)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법원의 압류명령 및 감수보존조치에 따라 선박감수업체 직원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었다. 대략 8 샤클 길이의 좌현 앵커를 놓고 묘박 대기 중이었는데 초속 40노트의 강풍이 불자 배가 밀렸으며 본선에서는 엔진 추진력을 통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선박이 인근 김양식장까지 밀려 양식장을 손상시키고 약 5억원의 어민 클레임을 발생시켰다.
상기 사고를 고려했을 때 아래와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묘박 장비의 한계성 인식 
앵커는 선박의 일시적인 정박을 도와주는 장비로 정박하는 곳 수심의 6~7배 길이로 1개의 앵커를 놓았을 때 초속 25미터 이하의 풍속 및 초속 2.5미터 이하의 조류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두 개의 앵커를 사용하거나 추가적인 앵커체인의 설치를 통해 더 큰 파주력을 얻을 수 있으나 묘박 장비는 여러 상황에서 선박의 완벽한 정박을 제공하는 장치는 아니므로 본선의 선장 및 선원은 항시 선박의 긴급 상황 시 엔진을 작동하여 대양으로의 피항하는 등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묘박 장비의 유지관리 
묘박 중 발생하는 사고 중 다수는 윈드라스의 고장 등 장비의 결함으로 발생한다. 비상 시 윈드라스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본선의 피항이 불가능할 수 있고, 제동장치의 결함이 있는 경우 앵커가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앵커가 유실되거나 윈드라스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선박의 평형수 관리
공선 상태에서는 선박이 바람을 받는 면적이 증가하여 화물을 만재했을 때 보다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상기에 언급된 호주의 Pasha Bulker호 사고 및 2016년 12월 발생한 부산 컨테이너 선박의 사고도 공선 상태에서 강한 바람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공선상태에서는 선박의 프로펠러도 완전히 잠기지 않을 수 있으며 선박의 조타장치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이 악화되는 경우 선박은 충분한 평형수를 적재하여 배가 잠겨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고 조타장치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묘박 중 당직
묘박 중 강풍 및 높은 파고가 나타나는 경우 선박이 바람에 끌려 움직이는지 예민하게 확인하여야 한다. 넓은 바다에서는 선박의 이동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므로 항해장비 (레이더 및 ECDIS: Electronic Chart Display and Information System)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동 여부를 확인하여야 비상 시 엔진 추진력을 통해 피항이 가능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앵커의 장력 상태를 확인하고, 풍향 및 조류가 바뀌는 상황을 확인하며 비상 시 즉각적인 선박 보고 체계로 엔진 추진력을 통한 피항을 대비하여야 한다. 또한, 타선박의 움직임을 같이 살피며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앵커 유실사고 및 주의사항  
상기와 같이 앵커의 끌림에 따른 사고와 별도로 정박 중 앵커가 유실되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앵커가 유실되는 사고는 앵커체인과 앵커의 고정장치(D-Shackle 연결고리)가 스스로 이탈하거나, 앵커를 놓고 다시 거두는 과정에서 과도한 장력 또는 해저의 물체와 걸리며 앵커가 이탈하는 경우 등이 있다. 항구 내 정박 중 앵커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항만 당국은 유실된 앵커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선주에게 해당 앵커의 제거를 명령하며 관련 제거 작업이 완료되거나 충분한 보증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 선박의 출항을 제한하기도 한다.  한편, 앵커 유실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선주의 P&I 클럽은 보험계약규정 상의 난파물 제거책임에 관한 조항에 따라 앵커를 찾고 제거하는 비용을 담보한다. 경우에 따라 유실된 앵커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서 제거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 될 수 있고 특수 탐지기를 통원하는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수년간 Korea P&I Club 가입 선박이 앵커를 유실하는 사고가 총 14건이 발생하였는데 관련 비용이 적게는 US$10,000 에서 많게는 US$150,000 이 발생하였다. 이와같이 사건마다 발생비용에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은 유실된 앵커의 수색작업 난이도에 따라서 그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유실된 앵커의 위치가 불확실한 경우 ROV (Remotely Operated Vehicle) 등 특수탐지장비의 동원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앵커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 시 해당 선박의 선장 및 선원이 즉각적으로 선박의 현재 위치 및 및 추정되는 앵커의 위치를 기록한다면 앵커를 찾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 및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앵커유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앵커 및 앵커체인의 장력에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앵커의 설치 시 (투묘/양묘) 과도한 장력을 받지 않도록 선박의 속력을 조절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깊이가 40~50미터 이상이 되는 심해에서 앵커를 놓을 경우 윈드라스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하여 앵커가 급격히 깊은 바다로 떨어지며 발생하는 장력을 피해야 하며, 윈드라스는 통상 3 샤클 (82.5미터) 의 체인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으로 제작된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앵커와 앵커체인이 연결되는 D-shackle (U자로 만들어진 철근에 I 자형 핀을 끼어 고정시키는 장치) 연결고리의 탈락이 빈번한 앵커 유실사고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으므로 해당부위의 주기적인 점검도 앵커유실 사고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앵커 유실사고 및 용선분규  
한편, (정기/항해) 용선된 선박과 관련하여 앵커가 유실되는 경우 관련한 시간손실과 앵커 제거 비용에 대해서 선주와 용선자간 책임의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용선자의 입장에서는 앵커의 유실은 선박의 관리 및 항해와 관련된 사항으로 선주의 책임사항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NYPE 1946 표준양식 정기용선 계약서에 따르면 선주는 용선자에게 충분히 준비된 선박을 인도하고 (line 22) 용선기간 동안 선박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1조). 또한, 항해와 관련한 책임은 선주에게 있으며(26조), 장비의 고장으로 시간손실이 발생하면 off-hire 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다(15조). 따라서, 앵커 유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시간이 off-hire 에 해당함을 주장할 것이다. 반면, 선주의 입장에서는 앵커 유실이 해당 항구의 특성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용선자가 안전항 지정의무를 위반했음을 주장할 수 있다(line 27). 영국법 상 안전항의 정의는 해당 선박이 신뢰할 수준의 항해기술로 해당 항구에 안전하게 입항하여 작업 후 출항할 수 있는 상태이며 해당 항구의 특성으로 선박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용선자는 안전항 지정의무의 위반으로 그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한다(“Eastern City” 1958 판례). 필자가 진행한 정기용선계약 관련 런던중재 사건에서 앵커가 중국 상해항의 바닥 진흙에 깊이 박혀 올라오지 못해 3일간의 시간손실이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선주는 용선자를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하였는데 중재부는 관련 증거 상 앵커가 올라오지 않은 이유가 상해항의 해저 진흙상태에 기인하며 선박의 장비에 문제가 없었음을 인정하여 선주의 안전항 위반 주장을 인정해 주었다. 관련 판례에 비추어 앵커 유실사고에서도 앵커 유실의 원인이 별도 선박의 장비문제나 선원의 과실이 없이 온전히 해당 항구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면, 앵커의 제거 및 교체비용과 시간손실에 대한 용선자 상대 선주의 클레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항해용선계약에도 특정 지정항구를 명시적으로 안전항이라고 언급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 (즉, 선주가 해당 항구의 안정항 위험을 부담함)를 제외하고 상기의 안전항 법리가 정기용선계약과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용선자를 상대로 한 선주의 클레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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