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선박에 적재된 선박용 유류가 운송 중 오염된 경우 선박소유자의 용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부산지방법원 2017. 4. 26. 선고 2015가합49296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해상급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1은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로서 Y해운이라는 상호로 내항 화물 운송업을 하는 자이며, 피고 2는 피고 1의 배우자이다.
(2) 원고는 2014. 9. 11. 피고 1과 사이에 원고가 정유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선박용 유류를 각 선박에 공급하는 데에 피고 1이 이 사건 선박을 제공하고, 원고로부터 이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는 용선계약(이하 ‘이 사건 용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용선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 (감항능력)
피고 1은 이 사건 선박이 선체 견고하고 의장품 및 기타 속구가 완전하며 필요한 예비부속품과 설비가 구비 유지되고 적절한 선원이 배치되어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 취급할 수 있음을 보장하여야 한다.

제10조 (책임의 이전)
화물에 대한 피고 1의 책임은 화물이 적하지의 적하장비와 이 사건 선박의 인수장비의 연결점을 통과함으로써 개시되며, 이 사건 선박의 양하장비와 양하지의 인수장비의 연결점을 통과함으로써 종료된다. 그러나 위 양하지의 인수장비를 통과한 후일지라도 피고 1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된 원고의 손해에 대하여는 피고 1이 배상하여야 한다.

제16조 (손해배상)
1) 피고 1은 이 계약에 의한 본선의 운항, 하역 기타 이에 수반되는 모든 역무에 관하여 책임을 지며, 자기 또는 선장 기타 피고 1의 고용원이 이 계약을 위반하거나 기타 이 계약상 이 사건 선박의 역무 수행에 있어서 원고 또는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이를 피고 1의 부담으로 즉시 배상함으로써 원고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3) 전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오염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거나 원고가 원고의 거래처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을 경우 피고 1은 명백한 피고 1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함이 아님을 증명하지 않는 한 원고 및 원고의 거래처를 포함한 모든 제3자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3) 피고 2는 2014. 1. 10. 원고에게 이 사건 용선계약과 관련하여 “이 사건 선박을 운영함에 있어 사고, 문제 발생 시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주었다.
(4) 원고는 2015. 1. 27. S오일 온산공장으로부터 공급받은 유류(이하 ‘이 사건 유류’라 한다)를 이 사건 선박에 적재하였고, 이 사건 선박은 2015. 1. 29. 이 사건 유류를 선박 V호에 공급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선박에 이 사건 유류가 적재된 직후 채취된 유류 샘플은 정상제품이었던 반면, 그 이후 이 사건 유류가 오염되어 이 사건 선박에서 V호에 급유하는 과정에서 채취된 유류 샘플에 대한 시험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5) 이에 V호의 선사는 S오일에 대체 연료 구매 비용 등 281,707.82달러(한화 333,964,620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S오일은 2015. 9. 17. 원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원고는 같은 달 23. S오일에 333,964,620원을 지급하였다.
 

Ⅱ. 관련 규정
제794조(감항능력 주의의무)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다음의 사항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
2. 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艤裝)과 필요품의 보급
3. 선창·냉장실, 그 밖에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운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합한 상태에 둘 것
제795조(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 ①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운송인은 선장·해원·도선사,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행위 또는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 다만,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841조(준용규정) ① 제134조, 제136조, 제137조, 제140조, 제793조부터 제797조까지, 제79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제800조, 제801조, 제803조, 제804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제805조부터 제808조까지와 제810조부터 제813조까지의 규정은 항해용선계약에 준용한다.

Ⅲ.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선박에 적재된 이 사건 유류의 오염으로 인하여 원고가 그 거래처인 S오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고, 그 금액 상당액을 S오일에 배상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1은 원고에게 이 사건 용선계약 제16조 제3항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2는 피고 1의 이 사건 용선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보증 내지 연대보증책임을 부담한다.
 

2.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유류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고 자신들은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였으므로 귀책사유가 없다.
 

Ⅳ.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
1. 의의

선박소유자(운송인)의 용선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는 용선계약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운송인의 채무불이행책임에는 운송인의 과실이 추정되므로, 운송인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무과실을 증명하여야 한다(상법 제794조, 제795조, 제841조 제1항). 그러나 해상법은 운송인의 과실을 상사과실[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한 과실]과 항해과실[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과실]로 구분하여, 항해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2)
 

2. 감항능력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가. 의의

감항성 또는 감항능력이란 선박이 자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능력으로서 일정한 기상이나 항해조건에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성능을 말한다(선박안전법 제2조 제6호). 어떤 선박이 감항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확정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특정 항해에서의 구체적·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3) 이러한 감항능력은 선체나 기관 등 선박자체, 항해에 필요한 서류·장치 등 선박의장,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의 수와 능력 등이 특정 항해에서 통상의 해상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만 완전히 갖추어진다.4)
 

나. 미국 판례
선박소유자의 감항능력주의의무는 선체,5) 화물선적장치,6) 선상에 있는 연장,7) 밧줄 및 삭구,8) 기타 선박에 속하거나 하역업자가 선상에 반입한 장비9)에 적용되며, 선박의 비품인 식량·식수·가구·의복·비품의 포장용기까지 포함된다.10) 화물 자체는 감항능력주의의무의 대상은 아니지만,11) 화물적재방법, 화물컨테이너의 상태, 화물포장에 대하여는 감항능력주의의무가 적용된다.12) 그러나 선박에 설치된 장비가 아닌 육상에 설치된 장비에 대하여는 감항능력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13)
감항능력주의의무가 절대적이고 과실책임과는 무관하지만, 단지 사고가 발생한 것만으로는 선박이 불감항(Unseaworthiness)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감항능력의 판단기준은 선박·속구·장비가 목적에 적합한지 여부이다.14) 선박소유자는 설비가 최상의 상태가 아니더라도 목적에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승소할 수 있다.15) 그러나 선박소유자는 반드시 완벽한 선박을 제공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16) 선박소유자는 최신식·최고의 장비를 갖출 의무는 없으며, 선박이 반드시 무사고선일 필요도 없다.17)
 

3. 상사과실이 있는 경우
가. 과실의 추정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795조 제1항). 이러한 운송인의 책임은 민법상 채무자책임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과실책임이며(민법 제390조, 제391조),18) 과실이 추정되기 때문에 운송인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운송인 측에 상사과실이 없음을 운송인이 증명하여야 한다.
대상사안에서 법원은,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그 불이행의 귀책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는바,19) 피고들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유류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데에 피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자
상법 제795조 제1항은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운송인 자신과 선원, 그 밖의 선박사용인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예시에 불과하고 육상의 사용인과 독립적 계약자도 이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실제운송인, 하역업자, 부두경영자, 창고업자 등과 같은 독립계약자나 이행보조자의 상사과실에 대하여도 책임을 부담한다.
 

Ⅴ. 대상사안의 검토
1. 계약의 성질

이 사건 계약은 특정한 항해를 할 목적으로 선박소유자가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물건의 운송에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하여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항해용선계약에 해당한다(상법 제827조 제1항).
 

2.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가. 선박소유자(피고 1)의 책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에 적재된 이 사건 유류의 오염으로 인하여 원고가 그 거래처인 S오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고, 그 금액 상당액을 S오일에 배상하는 손해를 입었다. 이 사건 유류의 오염은 적부(積付)·운송·보관 중 운송물이 훼손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선박소유자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운송물의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795조 제1항).
 

나. 보증인(피고 2)의 책임
피고 2는 피고 1의 이 사건 용선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보증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보증 내지 연대보증책임을 부담한다.
 

다. 지연손해금의 기산일
(1) 원고는 위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선택적으로 손해배상금 상당액의 구상금 청구도 하면서 원고가 S오일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날 다음날인 2015. 9. 24.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2) 그런데 구상권은 타인을 위하여 변제를 한 사람이 그 타인에 대하여 가지는 반환청구의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20) S오일과 피고들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원고가 S오일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것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여 이로 인하여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지게 된다고 할 수 없다.

(3) 결국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용선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만을 부담하는데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로서 원칙적으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고, 별도로 정함이 없는 이상 원고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21)
(4) 이 사건에서 별도로 변제기를 정하였다거나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들에게 송달되기 이전에 원고가 피고들에게 위 손해배상금을 청구하였다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2015. 9. 24.부터 소장 부본이 피고들에게 송달된 2015. 11. 26.까지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부당하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S오일에 지급한 손해배상금 333,964,62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5. 11. 2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Ⅵ.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선박소유자가 항해용선계약에 따라 선박에 정상제품인 선박용 유류를 적재하고 항해하다가 다른 선박에 유류를 공급할 무렵 위 유류가 오염된 것이 발견된 사안에서, 선박소유자의 상사과실이 추정되므로 선박소유자가 선박소유자 측에 상사과실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선박소유자는 용선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여, 항해용선계약에도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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