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대한민국 동쪽 끝에 있는 독도가 무엇이기에 태평양 건너 미국 오리건주 면허국(DMV)에서 한국인의 편의를 위해 공식 개설한 ‘자동차 운전면허 쉽게 따기’ 홈페이지 한글안내 섹션이 완전 폐지되었을까? 독도 물골에서 잠을 청해 본 사람들은 그곳에 귀신이 산다고 말하는 데,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내용인 즉, 미국 오리건 주 한글사이트의 안전거리 확보에 관한 삽화에 “독도는 한국땅, 독도사랑”이라는 홍보문구가 들어 있었는데, 포틀랜드 주 일본영사관이 항의와 관련부분 삭제를 요구한 결과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가? 주민등록증 같은 별도의 신분증명서가 없는 미국 사회에서 운전면허증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오리건 주가 불법체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히스패닉계 소수인종이 그 시행을 연기해 달라고 수백명의 탄원서를 가지고 오리건 주 청사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운전 드라이버 매뉴얼 소동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미국 오리건 주에서 운전면허증을 이미 취득한 분들은 제외될 것이다. 다만, 한-미 FTA 체결 등으로 인해 교역 투자가 활발해 지면, 오리건 주로 이주하려고 하는 신생 이주민의 일시적 고통이 예상된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땅 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등하교 및 주부들의 시장보기에도 자동차가 필요하다. 운전면허증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지만,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에서 전 재산을 처분하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입국심사가 끝나고 나면 당장, 어떤 비즈니스가 가장 적합할까? 주택은 렌트할까? 대출을 받아 사는 것이 좋을까? 아이들 교육은 어디가 좋을까? 등으로 받는 신생 이주민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국가시험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운전면허 시험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미국에서의 운전면허 시험은 외국인 심사관이 동승하여 실기 운전테스트를 한다는 그 자체가 한국인에게는 정신적 고문이다. 그러나 우수한 한민족이 미국에서 운전면허증 발급 정도의 장애물에 겁을 먹고 물러설 정도라면 서울 인천공항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리건주 교통국 한글판 운전자 안내서. '독도는 한국 땅' 등의 문구가 보인다.
오리건주 교통국 한글판 운전자 안내서. '독도는 한국 땅' 등의 문구가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 오리건 주 정부가 취한 행정조치에 대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우선, 오리건 주 주지사가 만약 한국계라면 일본 총영사관이 “독도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이다. 운전과 직접 관련이 없으니 삭제해야 한다”고 항의할 때 “웬 그런 망언”을 하고 묵살시킬 수 있었을까? 혹은 독도는 일본땅이 아니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그 항의를 봉쇄할 수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는 후쿠다 일본정부와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유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하고 있어, 종래 “조용한 외교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인 오리건 주지사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보다는 훨씬 이득이 되는 일본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독도는 한국땅”을 열람시켜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보다 중요한 점은 일본정부는 독도문제 해결의 상대방을 한국이라고 여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자기들의 일방적 논리로 홍보하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고립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가사의 “세종실록 지리지, 신라장군 이사부”로 일본측의 국제적 망언을 종식시킬 수 있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일본정부가 미국을 향해 항의할 때, “우산도가 바로 독도”거든이라는 논리 하나로 무너질 정도의 수준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날조했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커다란 착각이요 오산일 뿐이다.


독도에 땅 한평 살 일이 없고, 오리건 주에서 운전면허증 하나 취득할 일이 없는 우리에게 왜 이런 사실이 중요할까? LA 오렌지카운티 한 쇼핑센터에서 미국 경찰의 총을 맞고 숨진 20대 한국계 젊은이의 희생과 관련해 “정말 총격을 가해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나?”라고 묻고 있다. 독도문제, 인권문제는 한민족이 살아가야 할 터전의 문제이고, 고귀한 후손의 생명문제이다. 언제까지 피해를 보거나 희생되는 사람이 나의 일가친족이 아니었기에 천만다행이라는 자조적 안위에 머물고 살아갈 것인지를 두고 한민족이 지혜를 모을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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