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해운업…디지털 경쟁 막 올라

 
 

보수적 산업 옛말, ‘빅데이터·IoT·블록체인·AI’ 도입, 2030년 무인선박 상용화

ICT 투자인식 변해…유럽선사 선제적 도입, 국내 업계는 ‘사실상 답보상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해운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시대에 진입하면서 해운업계도 첨단 ICT 신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오는 2030년경 무인선박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럽선사를 중심으로 O2O 온라인플랫폼 서비스와 빅데이터 및 IoT를 활용한 컨테이너 트랙킹 솔루션 등이 선제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반면 국내 해운업계는 실제 신기술 도입은 전무하며 관련투자도 몇 년 째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랫동안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던 전통적인 해운업도 ICT 핵심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딩 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점점 도입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경쟁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전통적인 해운업의 역할은 점점 약화될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ICT기술 융복합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기반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해운업은 일반적으로 신기술에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보여 왔다. 해운업은 전 세계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을 운송하고 있지만, 고정자산의 투자비중이 큰 산업이어 실제 디지털 관점에서는 다른 물류업종 보다 길게는 수십 년간 기술이 뒤쳐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해운시장에서의 성공과 경쟁력은 어떻게 선박과 화주, 화물을 확보하는데 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호황기를 지나 선박공급이 과잉되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이를 극복할 생존전략으로 빅데이터, IoT 등 ICT 투자를 통한 가시성 확보와 선박운항 효율성 개선을 통한 운영비 절감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최근 해운시장의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통 해운산업에 ICT를 접목시켜 새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기존처럼 선박에 화물을 가득 채우는 사업으로 수익성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ICT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하팍로이드의 선대 지원센터 부문장인 Joern Springer씨는 한 선박 세미나에서 “해운업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이 바뀌는 추세”라면서 “이제 선사들은 단순히 선상에서 뿐 아니라 전체 공급망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인선박 개념도>                                                                     출처 : 롤스로이스
<무인선박 개념도>                                                                     출처 :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무인선박 10-15년 내 상용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무인차’의 등장과 이로 인한 운송혁명이라 할 수 있다. 육상에서는 무인자동차가 2020년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운업계에도 무인선박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영국의 무인선박 개발사인 롤스로이스는 최초의 육상기반 원격 조종 무인선박이 오는 10-15년 내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롤스로이스는 선박설계업체, 해운업체,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인선박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동 컨소시엄은 민간항공사들이 활용하는 기술이나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확보된 기술이 선박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무인선박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며 연료 절감을 포함한 운항의 최적화가 기대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인선박은 선박의 완전 자동화 기능으로 선원 없이 장시간 자율운항할 수 있다. 최적의 항해를 위해서는 선박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의 수집,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 세계 해양사고의 대부분이 인적과실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계로 미뤄보아 무인선박의 최대 이점은 안전성 확보이다. 또한 느린 ‘반응시간(reaction times)’과 교대근무 피로도, 장비 유지보수의 실패 등 복합적인 요소들로 점점 높아지는 인적과실 비용은 해상 P&I보험업자들에게도 우려사항이 되고 있다. 무인선박의 또 다른 이점으로는 선원비용의 절감, 선내 캐파 증가, 운영 간접비 절감, 해적공격 및 인질위험 감소 등이 있다. 특히 운영비의 절감은 불황에 시달리는 선주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인선박이 상업적으로 운항되려면, 기술적인 효과 뿐 아니라 관련 법적, 제도적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IMO의 SOLAS 규제에는 선원이 없는 선박 운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보험업자들에게도 무인선의 도입은 아직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무인선박의 사이버 보안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 탑 트렌드 ‘빅데이터’

해운조사기관인 IHS가 발행한 ‘Global Maritime Trends 2016’ 백서는 오는 10년간 글로벌 해운업계를 이끌어갈 5개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선정했다. 동 백서에서는 빅데이터로 선사들은 최적화된 항로와 연료를 선택하고 운항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빅데이터는 리스크 노출을 줄이면서 사업운영의 가시성은 확대시킨다. △빅데이터는 해운업의 시황 싸이클이나 석유금수조치와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래 전망에 대한 확신 가운데 도전을 기회로 바꾸게 돕는다 고 정리돼 있다.

선사들 뿐 아니라 화주들도 정보의 이용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시성이 강화돼 생산성이 높아지는 수혜를 입게 된다는 지적이다. IHS Maritime & Trade의 트레이드 분석가 Andrew Scorer씨는 “해운업계의 빅데이터 도입과 가속화 추세는 선사와 화주들이 미래 계획에 대해 더 정확한 전망과 함께 생산성이 높아지게 되는 시장 변화를 알려주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IT기술은 지난 수십년간 창고나 수배송시스템 등에 적용되어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왔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기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빅데이터는 정형화된 데이터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비정형화된 데이터(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등)를 포함한다. 이는 기존의 방식이나 도구로는 저장, 관리, 분석하기 어렵게 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지난 5월 상해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운송된 물동량은 얼마인가’에 대한 단순한 수치 통계 데이터가 아니라 선박운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정보들을 수집, 분석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연료비, 트랜짓 타임, 선원임금, 보험, teu당 운임과 매출 등 운항의 수익성을 결정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분석하여 최종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선박에서 수집되는 비정형화된 데이터로는 날씨, 트래픽, 항만 파업, 예기치 않은 고장이나 사고 등이 있을 수 있다. IoT 센서 기반으로 항해 데이터, 기계 데이터, AIS 데이터, 날씨 데이터, 비즈니스 데이터 등이 실시간으로 중앙센터로 전송된다. 이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문제를 분석, 예측하고 사고를 예방하여 수익성을 위한 비용절감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오너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불경기에 대응하고 수리유지 보수비용을 절감토록 돕는다. 오퍼레이터에게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항로와 기항지를 선택하도록 도와 에너지 효율적인 운항을 가능하게 한다.

롤스로이스 해양분야 혁신 부회장인 Oskar Levander씨는 “ICT 혁명은 해운업계의 경쟁 풍경을 빠르게 바꾸어 놓을 것”이라며 “빅데이터는 현재 해운산업의 서비스 방식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다른 기술을 가진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들을 시장에 등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에릭슨 IoT 컨테이너 화물 트래킹 개념도
머스크-에릭슨 IoT 컨테이너 화물 트래킹 개념도

머스크, MSC, CMA 등 IoT 적용

컨테이너 트래킹으로 ‘대화주 서비스 강화’

특히 빅데이터와 IoT가 적용된 실시간 컨테이너 화물 트래킹은 최근 1-2년새 유럽선사들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수출입 화물의 90% 이상이 해상으로 이동하고 있으나 대다수 컨테이너에 대한 추적이 쉽지 않았고, 화주들은 온도 및 컨테이너 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머스크, MSC, CMA CGM 등은 선도적으로 ICT기술이 접목된 컨테이너 화물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추적기술을 현업에 도입하고 있으며, 후발 선사들 역시 대화주 서비스 강화라는 차원에서 동 기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2016년 7월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Ericsson과 손잡고 선박 및 컨테이너 트래킹 솔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에릭슨은 머스크라인의 40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솔루션 분석, 운영 컨설팅을 포함한 이동통신/VSAT 기반 컨테이너 트래킹 솔루션 설치 및 시스템 통합작업을 수행 중이며 오는 2018년까지 전 선대의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CMA CGM 역시 지난 2015년 1만 8,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에 실시간 컨테이너 모니터링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 솔루션은 프랑스의 해운스타트업 기업인 ‘Traxens’와 협력으로 진행 중이며, CMA CGM에 이어 MSC도 2016년 4분기부터 Traxens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선대에 도입하기로 했다.

KT, IoT기반 컨 위치·상태 ‘컨 관제 서비스’ 출시, 현대상선 ‘컨추적 시스템’

파일럿 진행 검토 중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KT에서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해상에서도 컨테이너의 위치와 상태를 알려주는 ‘컨테이너 관제서비스’를 출시해 관심이 모아진다.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차량이나 컨테이너에 통신기기를 설치하면 관련 정보가 KT 통신망을 통해 ‘GiGA IoT Vehicle’ 플랫폼으로 전송된다. 이동 중인 컨테이너의 위치와 온·습도 관제는 물론 원격에서 출입 통제도 가능한 서비스로 위성통신을 통해 육해상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국내 업계에서는 대형선사 위주로 동 기술의 현업적용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아직 상용화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IoT 기반의 ‘컨테이너 추적 시스템’의 파일럿 진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머스크·CMA CGM, ‘O2O플랫폼’ 새 비즈니스 진입

아마존 중국 해상포워더 등록, 해운물류사업 진출

빅데이터를 활용한 온라인플랫폼이 구축되면서 해운업계의 비즈니스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디지털 혁신 선도기업들은 모든 정보를 축적하고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초국경적인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플랫폼 방식의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구축은 앞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며, 해외 주요 제조 및 물류업체들은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의 알리바바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강화하고 고객분석을 정교화하며 배송처리의 정확도를 제고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사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온라인 금융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 정보의 저장과 관리를 위해 클라우드 방식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빅데이터 정보를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2015년말 중국의 해상 포워더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해운물류사업에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머스크라인, CMA CGM은 연달아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머스크라인은 지난해말 알리바바와 협력을 통해 온라인 컨테이너 부킹 시스템을 선보였다. 소량화물 화주들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알리바바의 온라인 물류플랫폼인 ‘원터치(OneTouch)’에서 포워더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선복 스페이스 예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상해, 닝보를 포함한 중국 8개 항만과 유럽 및 아시아 도착항만까지 특정항로와 항만에서 온라인 부킹이 제공되며, 기존 원터치 사용자들에게는 기지불된 디파짓(deposit)을 통해 고정운임이 가능하다. 머스크는 앞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더 확대도입하여 맞춤형 온라인 서비스를 화주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CMA CGM 역시 올 2월 알리바바와 협력 MOU를 맺고 원터치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지중해 및 아드리아틱해 수출 선적의 부킹은 CMA CGM의 MEX1과 BEX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 MEX1는 아시아-지중해를 연결하며 청도-상해-닝보-연태-바르셀로나-발렌시아를 기항한다. BEX는 아시아-아드리아틱을 연결하며 상해-닝보-치완-리예카-코퍼-트리에스테-베니스를 기항한다.

원터치는 인터넷상에서 선복예약과 B/L, 결제, 통관 등의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화주들이 중간 포워더를 거쳐 선복을 예약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화주들이 직접 운임의 투명성과 서비스 스케줄, 선박 가시성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선사들이 참여하는 온라인플랫폼은 향후 수출입 물류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해운시장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기미가 없어 큰 차이는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참여 선사들에게 상당한 물동량의 공급채널을 확보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 기존 ERP 수준…

불황에 비용부담 “빅데이터 검토”

유럽선사들 위주로 빅데이터와 IoT의 활용이 적극적인 반면, 국내 해운업계는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기술적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2년 전 본지 취재(2015년 5월호 500호 특집-‘해사산업계와 ICT’) 당시와 크게 달라진 상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1-2년새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겪으며 전반적인 한국 해운시장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지속되는 해운불황과 투자비용 부담으로 인해 여전히 빅데이터나 IoT 등 신기술의 도입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해운선사들은 기존에 구축해온 IT 업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자동화, 원격제어, 실시간 화물관리, 선박 위치 추적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아직까지 데이터 공유와 접근성이 떨어지며 관련 전문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일부 선사들의 경우 ICT기술의 도입을 검토 중인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의 IT부서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계는 IC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나 요즘의 기술적 트렌드를 반영한 것은 아닌 ‘협의狹義의 IT”라면서 “과거 ERP 수준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운분야는 육상의 제조업 설비에 비해 기술 적용이 늦는 편”이라며 “아직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이지 정리된 시점은 아니고, 업황도 좋지 않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은 투자비용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해운의 ICT기술 도입에 따른 혜택이나 부가가치가 ‘물량 및 화주 증가 요인’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 빠르게 IT 관련기술을 연구하고 현업에 적용시켜 온 대표적인 해운선사는 파산한 한진해운이었다. 한진해운은 물류IT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 등과 함께 400억원을 투입하여 2010년 ‘알프스ALPS 물류시스템’을 자체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투자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SM상선이 옛 한진해운의 알프스 시스템을 이어받아 그대로 활용하고 있긴 하나 동사는 지난 3월 첫 개시한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 안정화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한 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의 경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향후 빅데이터·블록체인·AI 등 최신기술 검토 로드맵을 수립하여 도입 검토 여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냉동 컨테이너에 IoT 장비를 부착하여 실시간 추적 및 모니터링을 통한 화주 서비스 향상과 비용절감 가능 여부를 위한 파일럿 진행 여부를 검토 중이다. 빅데이터의 경우 2013년도 ‘DW 어플라이언스’ 도입을 통한 장기간 실적 및 화주 데이터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IoT는 냉동컨테이너 추적 시스템 파일럿 진행을 검토 후 방향성을 수립할 예정이고, 클라우드는 부분적으로 적용된 ‘Private Cloud’에서 ‘Public Cloud’로 확대 적용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해운업계의 빅데이터 트렌드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장기간의 게임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아직 빅데이터가 상용화되고 있지 않으나 향후 빅데이터 활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당장의 물량확보와 자산 투자도 중요하지만 불황 속 생존과 시황회복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ICT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머스크라인, 에릭슨과 선박 IoT 도입…

연료비 절감, 선박생산성 향상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은 선도적으로 ICT 기술을 해운업에 적용시키며 시장의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머스크는 2016년부터 전 컨테이너 선대의 디지털화 전략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말 중국 알리바바와 협력을 맺고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컨테이너 부킹 서비스를 첫 선보였다. 올초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 CEO 출신이자 ICT 전문가인 짐 스나베(Jim Snabe)를 임명했으며, 3월에는 IBM과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공급망 솔루션 개발을 발표했다.

머스크라인은 선대 디지털화를 위해 매년 수천만달러를 투자해왔으며 오는 2018년까지 모든 선박이 디지털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2016년 7월 스웨덴 에릭슨과 함께 선박 및 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박연료 절감을 위한 최적 항로를 계산하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에릭슨은 머스크라인의 40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솔루션 분석, 운영 컨설팅을 포함한 이동통신/VSAT 기반 컨테이너 트래킹 솔루션 전반의 설치 및 시스템 통합 작업을 수행해 왔다. 이를 통해 머스크라인은 모바일 네트워크의 개선과 육·해상 간 이동통신의 혁신적인 통신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특히 에릭슨이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컨테이너 트래킹 솔루션은 기존의 단일 GSM 안테나 설치만으로도 음영지역 없이 선박 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효율적인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냉동 컨테이너에 부착된 RCD(Remote Container Device)에서 발생되는 실시간 정보를 선박 내 대부분의 지역을 효과적으로 커버하도록 설계된 GSM 기지국을 통해 수집해 해상-육상간 실시간 통신을 제공한다. 또한 향상된 선박간 연결성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선제적으로 도출하고 고객과의 실시간 정보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머스크는 실시간 정보에 기반한 항로 최적화, 냉동 컨테이너 유지비용 및 운영재고 최소화, 반복 작업의 자동화 및 데이터 품질 개선, 해상 운송 보험료 절감, 대고객 실시간 운송 정보 제공 및 선원 복지 개선 등 다양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CMA CGM, 1만 8천teu급 컨선에 ‘Traxens’ 첫 도입

CMA CGM은 2012년부터 프랑스의 해운스타트업 기업인 ‘Traxens’와 손잡고 빅데이터를 비롯한 R&D 투자를 강화하면서 고부가가치의 혁신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15년 10월 Traxens의 실시간 컨테이너 데이터 모니터링 기술을 1만 8,000teu급 ‘CMA CGM BOUGAINVILLE’호에 첫 도입했다. 선박에 장착된 스마트화된 컨테이너는 연결된 안테나를 통해 선박의 통신 인프라와 연결되고, 컨테이너에서 수집된 모든 데이터는 Traxens의 데이터 센터를 통해 마르세이유에 있는 CMA 본사로 전송된다. 각 컨테이너로부터 수집된 광범위한 정보들은 위치·장소 뿐 아니라 온도, 습도, 진동, 충돌, 절도 시도, 세관통관 상태를 아우른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의 상태와 운송 상황을 육해상 전역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신선화물의 냉동운송에 상당한 고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선사 뿐 아니라 화주와 보험업자, 세관 당국에도 가시성 개선의 효과가 기대된다. CMA CGM 측은 “컨테이너에서 발생하는 방대하고도 소중한 정보들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면서 “이번 솔루션은 컨테이너 온도의 원격조절과 최적화된 항로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의 글로벌 디지털화 전략”이라고 밝혔다.

CMA CGM에 이어 세계 2위 선사 MSC도 2016년 4분기부터 Traxens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선대에 도입하기로 했다. MSC 측은 “컨테이너 모니터링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혁신이자 고품질의 서비스”라며 “선사들은 서비스 경쟁과 동시에 기술과 혁신분야에서는 협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Traxens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제조사인 CIMC와 스마트 컨테이너 개발 사업에 돌입했다. 이는 글로벌 컨테이너 모니터링 개방(open) 시장의 스탠다드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CIMC는 CMA CGM과 MSC의 신규 제작된 컨테이너에 Traxens 장치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하팍로이드, XVELA와 클라우드 플랫폼 파일럿 진행

하팍로이드의 경우 2016년 2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개발업체인 XVELA와 파일럿 프로그램을 최초로 진행했다. 동 프로그램은 XVELA의 클라우드 기반 협력과 실시간 정보공유 솔루션으로서 하팍로이드의 운송공급망이 한층 투명해지고, 공급망 참여자들의 자산과 자원 투입 결정에 있어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홍콩선사 OOCL의 경우 IT전문인력을 대폭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OCL은 “실리콘밸리 출신을 포함한 IT전문가들의 영입과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선박과 운항 패턴, 운항 스케줄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소스로부터 빅데이터를 ‘운송데이터 저장소’로 수집하여 모니터링 분석 뿐 아니라, 예측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컨 3사, 빅데이터로 선박 탄소배출 절감 효과

일본 컨테이너 3사도 발 빠르게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하며 현업에 적용하고 있다.

NYK, K라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CO2 배출을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양사는 2015년 선박의 에너지 절감기술과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CO2 절감목표 그 이상을 달성했다. NYK는 2011년 세운 목표치인 10%를 뛰어넘는 14.3%의 탄소배출을 절감했다. NYK는 2008년부터 자사선박에 SIMS(ship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해 왔으며 빅데이터를 적용하여 연료절감을 이루었다. SIMS는 2015년 12월 기준 총 148척에 적용돼 있다. NYK는 오는 2018년까지 15%의 연료효율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NYK는 서비스 경쟁력 개선 차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R&D 자회사인 MTI(Monohakobi Technology Institute)와 1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박들에 대한 빅데이터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동 선박들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수집, 분석하여 조선소인 JMU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MTI 측은 “SIMS 경험에서 해운업계에 IoT와 빅데이터의 컨셉이 적용가능하고 더 큰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발견했다”면서 “IoT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정보공유를 통한 공개협력이 요구된다. 현재 IoT 데이터 수집의 표준화 및 정보공유를 위한 오픈 플랫폼을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K라인은 에너지 절감기술과 빅데이터로 2015년에 13.6%의 탄소배출 절감을 이루었다. 이는 2019년 절감목표 10%를 초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동사는 오는 2030년까지 25%, 2050년까지는 50%의 탄소절감 목표치를 세웠다.

MOL는 요코하마 국립대학교와 2016년 9월 해상운송의 빅데이터 분석과 사용에 관한 공동연구 협력을 맺었다. 해운 빅데이터 개발, 분석과 더불어 AI의 활용 가능성 등을 연구해 향후 해운시황 및 벙커유 전망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같은 해 2월에는 일본선급(Class NK)과 빅데이터 프로젝트 협력에 들어갔다. 선박운항 최적화 및 선상 시스템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진행하는 것으로, 일본선급의 자회사 ‘Ship Data Center’는 일본선사들로부터 다양한 선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항해 및 선체구조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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