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해운업계 ‘재취업’, 500여명 실직자 전락 우려

 
 

1,469명 중 SM상선·현대상선 등에 782명(53%) 채용

타 선사들 “채용계획 검토 중”, 150여명 추가채용 예정


한진해운이 2월 17일자로 법원의 최종 파산선고를 받은 가운데 한진해운 직원들은 저마다 새 출발 지점에 서 있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한진해운 직원 총 1,469명 가운데 782명(53.2%)이 타 선사로 재취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인력은 육상직원이 284명, 해상직원이 403명이다. 추가채용이 진행 중인 150여명을 제외하더라도 한진해운의 537명(36.5%)은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다.

한진해운 퇴직자들이 재취업에서 냉각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5개월 여만에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최종파산을 선고받기까지 한진해운 직원들은 실직과 해고라는 고용불안의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한진해운 출신 인력들이 대거 인력시장에 쏟아지면서 해운물류업계는 절반 가량의 인원을 흡수했으나 장기 해운불황으로 최소 500명 이상의 한진해운 인력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취업인 만큼 20-30대 보다는 40대 이상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1월 운수업 고용시장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운수업 취업자 수는 140만 1,000명으로 전년 보다 3만 7,000명(2.6%)이 줄어들었다. 한진해운 파산과 해운업 불황이 운수업 고용시장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 파산선고일인 2월 17일에는 사외이사(노형종, 정우영, 이경호)들이 중도퇴임했다. 법정관리인으로 있던 석태수 사장은 이후 한진그룹으로 복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해상보다 육상직원 재취업률 더 높아

해수부 및 금융위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한진해운 직원 총 1,469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782명(53.2%)이 타 선사 등에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 수에는 해외법인 현지직원이나 외국인 선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육상직원 711명 중에는 427명(60%)이 재취업에 성공했으며, 해상직원 758명 가운데는 355명(46.8%)이 재취업된 것으로 나타나 육상직원들의 재취업률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인력은 나머지 46.7%인 687명(육상직원 284명, 해상직원 403명)이다. 현재 추가채용이 진행 중인 150여명을 제외하면 여전히 537명(36.5%)의 직원이 미취업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육상직 퇴직자 647명 중 427명이 SM상선(210명), 현대상선(56명), 기타(161)에 재취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직 퇴직자 750명 중에는 355명이 유수SM(118명), 현대상선(34명) 등에 재취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 파산선고로 관련업계의 대량실직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등에서는 협력사와 관계사 등을 합치면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영향을 받는 고용인원 규모는 적어도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KMI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직후 내놓은 분석에서는 파산에 따른 실직자는 전국적으로 최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파산선고 전 한진그룹 20여명 고용승계

한진해운 직원들의 이직과 재취업은 파산시점을 전후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고용승계가 확정된 해운선사에서 새 출발을 하거나, 개별적으로 타 선사나 물류업체에 이직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중 20여명은 한진그룹에 채용됐다.

2월 7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화물 영업과 재무, 홍보 업무 등을 담당했던 한진해운 직원 20여명을 채용했다.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과 화물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수입관리부 등에 8명을 배치했고, ㈜한진은 물류사업본부(해운·항만 터미널 부서), 글로벌사업본부 등에 10명을 채용했다. 한진칼은 재무 관련 업무를 맡는 직원 2명을 채용하고, 다른 계열사들도 일부 직원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진해운 존속법인에 남아 파산선고까지 청산작업 및 장학재단사업 업무를 맡은 인력도 5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의도 본사를 떠나 염창동에 사무실을 두고 파산선고 이후 퇴직될 예정으로 있다. 한진해운 노조 관계자들과는 파산선고 시점 전후로 불확실한 거취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한진해운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9월 30일 기준 한진해운의 총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1,356명이었다. 육상 남직원이 523명, 육상 여직원 148명, 해상 남직원 657명, 해상 여직원이 28명이었다. 평균근속연수는 육상 남직원이 15년, 육상 여직원 12년, 해상 남직원 7년, 해상 여직원 3년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육상 남직원이 4,834만원, 해상 남직원이 5,405만원으로 전체 평균 4,979만원이었다.

한진해운 선원 1:1 맞춤형 채용지원 등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한진해운 인력들의 재취업을 위한 고용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 근로자가 타 선사에 신속히 고용될 수 있도록 노사정 TF 및 지방고용관서를 중심으로 현장 고용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부산시와 함께 ‘고용안정특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는 한진해운 퇴직선원들에 대한 실직적인 재취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센터는 한진해운 퇴직선원의 재취업 관리 및 상담을 위해 전용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전문취업상담사를 배치하여 1:1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 운영 중인 선원취업정보망을 활용하여 개인별로 유선을 통한 일자리 안내, SMS전송 등 구직희망 선원을 지속적으로 관리, 지원할 예정이다.

해운업계에서도 한진해운 우수인력들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11월 동종 해운물류업체들에게 ‘한진해운 인적자원 채용 협조 요청’을 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당시 서한에서 “우리 직원들은 40년의 역사를 가진 국적 선사의 각 분야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내외로 신뢰받는 네트워크를 쌓아왔다”며 “해운업 불황 속에서 이같이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적자원들이 우리나라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귀사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하며 “당사의 인재들이 귀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어 대한민국 해운업과 귀사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고용을 건의한 바 있다.

SM상선 210명 고용승계, 3월 본격 출범

한진해운 인력이 가장 많이 승계된 곳은 오는 3월 출범하는 신생 컨테이너 선사인 SM상선이다. 대한해운이 SM상선을 통해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노선 인수를 완료하면서 SM상선으로 승계된 한진해운 인력들은 현재까지 210명이다. 이들은 3월 출범을 앞두고 이미 본격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SM그룹은 초기에 한진해운 육상직원 293명과 해외직원 281명 등 총 574명을 승계하기로 했으나 컨테이너사업 일부만 인수키로 하면서 결국 고용승계 규모가 축소됐다. SM상선은 오는 3월 9일부터 VTX(태국-베트남) 서비스(부산-상해-호치민-방콕-람차방-호치민-연티안-부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컨테이너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90명 재취업, 채용인력 220명까지 확대

현대상선에 재취업이 확정된 한진해운 인력은 현재까지 90명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인력의 채용규모를 최대 220여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본사 및 해외 현지직원, 선박관리 및 해상직원 등 총 131명을 1차로 채용 확정했으며 해상직원을 포함해 41명을 추가 선발해 2월 중 발령할 예정이다. 현재도 채용이 계속 진행 중이며 2월 15일 기준 최종 재취업이 확정된 인원은 육상 56명, 해상 34명 등 90명이다.

현대상선은 첫 출근한 한진해운 경력직원 60여명을 대상으로 ‘CEO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현대상선 유창근 대표이사는 “직접 1:1 면접을 통해 최고의 해운 인재들을 확보한 만큼, 우리 현대상선 기업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각 개인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향후 선박 확보에 따라 최대 40~50여명의 해상직원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고려해운, SK해운 등 “해상직원 일부 채용, 채용 검토”

고려해운, SK해운 등 타 국내 선사들에 새 둥지를 튼 직원들도 있다. 국내 선사들은 한진해운 퇴직자 중 해상직원 일부를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채용규모나 채용계획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선원들은 위에 언급된 선사들로 재취업을 확정했거나 구직활동을 진행 중이다. 일부 외국선사로 옮긴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인 통계는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향후 한진해운 퇴직자의 채용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선사들이 꽤 있어 나머지 실직자들을 흡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해운 측은 “한진해운 퇴직자 중 해상 직원을 공개채용방식으로 일부 채용했다”고 밝혔다. 고려해운 측은 “한진해운 퇴직자 중 해상직원 18명을 채용했고, 육상직원은 채용인원이 없다”면서 “공개적인 채용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도 채용계획은 있으나 채용인원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장금상선 관계자는 “현재 한진해운 퇴직자 중 당사 채용인원은 없다”면서도 “채용방식과 향후 채용진행 사안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흥아해운과 팬오션 측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혀왔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한진해운 인력이동 현황과 관련해 당사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혔으며 팬오션 역시 “한진해운 인력의 채용은 계획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류 및 포워딩업계로도 스카우트 이직

공식통계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인력들의 일부가 물류 및 포워더 업계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형 물류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 현대글로비스, 범한판토스 등으로 이직하거나 신생 물류IT기업의 창립멤버로 합류한 인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해운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였던 만큼 물류 및 포워더업계의 ‘인력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선사출신 임원들이 포워딩 업계에 사실상 많이 스카우트되어 오기 때문에 우리 업계에도 한진해운 인력들이 상당수 넘어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한국해운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지만 한진해운 직원들은 사실상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절반의 인원만 관련업계로 재취업되었고, 최소 500여명 이상의 퇴직자들은 실직자로 전락해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에서도 한진해운 퇴직인력들의 선사 재취업을 돕고 있으나 장기화된 해운불황에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의 우수한 인적자원이 사장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고용지원정책과 동종업계의 채용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롱비치터미널
미국 롱비치터미널

한진해운 주요 자산 매각도 마무리

美-亞 노선 SM상선 인수, 현대상선은 터미널 4곳 확보

한진해운의 인력 뿐 아니라 주요 자산에 대한 매각절차도 2월 17일 파산선고 직전 마무리됐다. 해수부 및 금융위에 따르면, 한진해운 최대 영업망인 ‘미주·아시아 노선’의 영업망은 SM상선이 인수하여 3월 중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매각된 한진해운 터미널 대부분도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국내선사가 인수 완료했거나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서안의 주요 터미널인 TTI터미널(롱비치, 시애틀 터미널 보유)은 현대상선이 20%의 지분을 확보했고, 국내의 경인 광양 터미널은 SM상선이 인수했다. 유럽의 요충지에 위치한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은 현대상선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어 인수를 위한 협상 중에 있다. 일본 도쿄터미널과 대만 카오슝 터미널도 현대상선이 약 15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2월 16일 법원 승인과 계약체결이 완료됐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운영했던 터미널 중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20%, 알헤시라스 지분 100%(진행중), 한진퍼시픽(도쿄터미널/카오슝터미널) 지분 100% 등 터미널 4곳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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