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선박회사로 하주가 전화를 한다. “김과장님 우리가 ○○로 가는 컨테이너 10개가 있는데 운임은 얼마에..?”, 전화 받은 김과장은 즉시 하주를 찾아가 운임을 제시한다. 제시된 운임은 당연히 이어질 협상을 예상하고 제시된 임시 요율이다. 그 사이 하주는 또 다른 몇몇 선사를 더 접촉해서 동일한 구율(quotation)을 한 후 2차 밀당을 거친 최종안을 상사의 승인을 거쳐 엄선된(?) 선사와 북킹(Booking)을 확정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물량규모에 따라 커피숍, 레스토랑 등에서 협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양측 모두 상사의 승인을 득하여 진행을 하다보니 협상이 마무리 되기까지는 최소 하루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해운에서의 디지털 혁신은 크게 두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선박의 운항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의 집계, 분석 등 해기적 측면이라면 다음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관한 것으로 이는 운임결정과 관련된 플랫폼(Freight pricing)과 선박과 화물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Tracking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일 하주가 디지털화된 온-라인 세일스 플랫폼에 들어가 선박의 일정과 스페이스, A항에서 B항에 이르는 운임수준 등을 확인후 즉시 북킹을 확정하고 물류 플랫폼을 통해 운송선박의 동정과 자신의 화물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처럼 선사에 전화하고 E-메일을 보내서 구율한 다음 다시 협상을 통해 운임을 조정하는 기존의 아나로그 방식에 의존했던 대립적, 흥정적인 선·하주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선사가 밀당을 염두에 둔 운임이 아니라 반드시 적용할 운임을 확정 공시하게 되면 해상운송서비스도 문자 그대로 온라인 정찰제 판매가 되는 것이며, 이 경우 해운동맹폐기 이후 강화되고 있는 선사들의 운임관련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당국의 감시 필요성도 사라지게 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되면 한진해운 사태에서 경험하였듯이 하주의 입장에서 자신의 컨테이너가 어느 선박에 선적되어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복잡한 과정과 조회를 통해 어렵게 화물의 소재를 파악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 메가-얼라이언스 구축, 운임전쟁, 시장 점유율 싸움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동의 제 1위선사 머스크 그룹이 작년에 그룹사업영역을 재편하고 12월에 Hamburg Sud의 인수를 확정한 후 미래의 투자전략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즉 그룹이 수송과 물류부문에 집중하되 적어도 2~3년 안에는 신규 발주, M&A, 터미널 확장 등에 나서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미래의 투자는 디지털 기반의 구축으로 그 핵심은 디지털화된 고객단위의 맞춤형 솔류션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디지털화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이미 선적서류의 약 50% 정도가 웹사이트에서 처리되며 하루 약 25만건의 거래가 이루어질 만큼 디지털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있는 머스크 라인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Alibaba와 손을 잡고 지난 12월 23일부터 Alibaba 온라인 플랫폼에 자사의 운임을 공시하였다. 일차적으로 중국발 유럽향 화물을 상대로 주당 약 50개(feu) 정도를 한도로 해서 고객과의 직접거래를 위한 디지털화의 시험가동에 나선 것으로 시험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항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추이로 살펴볼 때 금년 하반기 정도가 되면 디지털화의 파동을 시장에서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디지털화의 충격이 60년 전 일개 트럭 운전사였던 말콤 맥크린씨가 창안한 컨테이너화에 버금가는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부동의 제 1위 선사가 한발 앞서 디지털화에 성공할 경우 고객확보를 위한 디지털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며 그 완성시기와 질(quality)에 따라 전 세계 간선(Trunk line)과 지선선사(Feeder)들의 경쟁구도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주력선사들이 주도하는 디지털화 행진에서 뒤쳐지는 선사는 당연히 하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것이고 일단 디지털화를 통해 구축된 대 고객관계는 특별한 예외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단절되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화는 곧 e-BL로 이어질 수 있다. 비즈니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에 수천건의 B/L을 발행하고 있는 컨테이너 선사들의 경우 북킹에서 B/L이 발행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여전히 상당부분 아나로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B/L의 법적성격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e-BL로 전환될 수 있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 그리고 B/L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UNCTAD의 통계에 의하면, 국제무역에서 작성되는 서류의 종류만 36가지이며 그 비용이 자그만치 무역거래 총액의 7%에 상당한다고 한다. 

결국 북킹과 트랙킹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되면 선사와 하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으로 디지털화가 될 경우 인력수요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곳이 무역분야라고 하니 하주들도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 하주 자신이 선사가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가 단한번의 터치로 끝낼 수 있는데도 굳이 얼굴을 맞대고 협상을 해야 할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1:1로 이루어지므로 중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으며 하주가 선사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의미함으로 프레이트 포워더들에게도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갑의 입장에서 밀당하기를 선호(?)하는 하주는 기존방식을 택할 것이고 글로벌 대형하주는 당연히 디지털화된 프로세스를 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주가 어느 선사의 플랫폼에 제일 먼저 접촉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하주는 당연히 크고(big) 강하며(strong) 재정적으로 안정된 선사를 최우선적으로 찾을 것이며 현시장의 분위기와 구도로 볼 때 당연히 안정권에 있는 선두주자가 되기 십상이다. 머스크 라인이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안정된 운송을 바라는 하주들의 심리다. 자신이 가장 크고 강하며 안정된 Carrier라는 자신감과 이에 대한 하주들의 확고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규모가 대략 200조($190bn)라고 한다면 물류 공급체인은 1,100조($1.0trn)에 달한다고 하는 바 머스크 라인의 목표가 컨테이너 정기해운을 넘어 글로벌 물류 시장 전체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장은 점차 투명해지고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누구나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Technology, Data, Capital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될 것이며 고객은 더 이상 테이블에서, 다방에서 혹은 식당에서 협상할 대상이 아니다. 향후 경영의 Key는 Smart technology, Smart data, Smart capital, 그리고 Smart People이 될 것이며 경영의 성패는 이들 가운데 Smart People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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