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IMO 선박평형수 관리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Control and Management of Ship's Ballast Water and Sediments, 이하 “협약”)이 체결된 지 13년 만인 2017년 9월 8일 발효된다. 2016년 9월 핀란드가 비준서를 IMO에 기탁함에 따라 협약 발효요건(전 세계 선복량 35%이상, 30개국 이상의 비준)이 충족되어, 협약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후 파나마와 뉴질랜드가 추가로 비준서를 기탁하였고, 2017년 1월 10일 현재 전 세계 선복량의 53.3%, 54개국이 협약에 가입한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어려운 국내 조선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대체로 이를 환영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해양수산부는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40조원 규모의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올해 선박평형수처리설비 수주액을 3,000억원, 2020년까지 1조원 달성을 목표로 120억원의 기술개발비를 투입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관련 설비를 선박에 설치하여야 하는 선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약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선종, 선령, 가용공간, 처리규모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척당 구매 및 설치비용은 대략 80만~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비용은 어려운 해운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는 중소형 선사들에게는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IMO의 형식승인(type-approval)을 받은 국내 업체들이 많아 선사들의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협약 발효가 확정된 현 시점에서 관련 설비를 아직 설치하지 않은 선사들은 IMO의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를 선정하여, 그저 장치를 설치하면 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에 기항하려는 선박들에게는 이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II. 선박평형수 관리의 도입배경

IMO에 따르면 선박은 매년 30억에서 50억톤의 선박평형수를 전 세계적으로 이동시킨다. 이러한 평형수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양 운송에 필수적이지만, 평형수와 함께 유입된 유해수중생물들은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고, 해당 지역에 경제적, 환경적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 1980년대 미국 오대호에 얼룩줄무늬 담치가 유입되어 연간 피해액이 약 50억달러에 달했으며, 1998년 호주는 북부 다윈지역에 유입된 검은줄무늬 담치를 통제하기 위하여 2백만 호주 달러(약 16억원)을 지출하였고, 이로 인해 1,008억원 규모의 진주양식산업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사실 과학자들은 북해에서 아시아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발견된 1903년부터 비토착 유해수중생물의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들의 유입으로 환경 문제를 경험한 캐나다와 호주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였고,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국제연합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는 문제 해결을 국제해사기구(IMO)에 촉구하였다. 이에 1997년 IMO는 유해 외래종의 유입을 통제하고 최소화하는 선박평형수 통제 및 관리 지침을 발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2004년 선박평형수 관리 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국내에서도 2007년 선박평형수 관리법이 제정되었고, 미국도 연방 정부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신설하여 2012년 6월부터 이미 시행 중에 있다.
 

III. 선박평형수 관리 규정

1. IMO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2017년 9월 8일부터 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2017년 9월 8일 이전에 건조된 총톤수 400톤 이상의 대부분의 국제항해선박은 2017년 9월 8일 이후 첫 번째로 도래하는 국제기름오염방지(International Oil Pollution Prevention, 이하 “IOPP”) 증서 정기 갱신 때까지 관련 설비를 선박에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설비 설치 여부와는 별개로 협약 발효일 이후부터 평형수 관리와 관련된 선박·승무원의 안전 절차 및 평형수 배출 절차가 포함된 평형수 관리 계획서(Ballast Water Management Plan)가 본선에 비치되어 있어야 하고, 최근 기록일로부터 2년간의 평형수 작업 사항이 기록된 평형수 기록부(Ballast Water Record Book)도 본선에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주들은 관련 설비를 설치하기에 앞서, 본인들의 선박이 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형수를 적재하도록 설계 또는 건조되지 않은 선박이나 밀봉된 탱크에 영구적인 평형수를 갖춘 선박, 선박으로부터 배출된 평형수가 인접국 혹은 다른 국가의 환경, 재산 등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협약 당사국이 결정한 선박, 한 국가의 관할내에서만 운항하는 선박들은 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IMO의 위험평가 기준을 충족하고 특정 지역만 기항하는 선박들은 최대 5년간 적용이 면제될 수 있다. 다만 협약 대상선박이 아니거나 면제 선박이라 하더라도 선박의 기국 혹은 주로 운항하는 국가가 관련 내용을 국내법으로 입법화하여 시행할 수도 있으므로, 관련 국가의 입법 사항 및 요건들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IMO가 형식승인한 평형수 처리장치 및 관련 업체 목록은 IMO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미국의 선박평형수 관리규정

미국에서 배출되는 선박평형수는 연방정부차원에서 미국 해안경비대 (United States Coast Guard, 이하 “USCG”)와 미 환경보호국 (US Environment Protection Agency, 이하 “EPA”)이 관할하고 있다. USCG는 「National Invasive Species Act 1996」으로부터 선박평형수 관리 권한을 부여 받아, 2012년 6월부터 「Standard for Living Organism in Ships' Ballast Water Discharged in US Waters(이하 "Final Rule“)」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오락용 선박(non-recreational ships)은 Final Rule에 따라 USCG에 의해 승인된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를 설치하여야한다. 다만 2013년 12월 1일 이전에 건조된 선박 중 평형수 용량 1,500~5,000㎥인 선박은 2014년 1월 1일 이후 첫 번째로 예정된 입거(Dry-Docking)일까지, 그 외의 선박은 2016년 1월 1일 이후 첫 번째로 예정된 입거일까지 설치가 유예된다.

문제는 Final Rule이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었지만, 시행 3년이 지난 2016년 12월이 되어서야 USCG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Optimarin AS(Norway), Alfa Laval Tumba AS(Sweden), Ocean Saver(Norway))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그 동안 관련 설비를 설치할 수 없었던 선사들은 일정 조건하에서 규정 적용 면제 승인을 받거나, 타기관이 승인하고 USCG가 수락한 장치(Alternate Management System)를 준수일로부터 5년 시한으로 사용하거나, 미국 공용수 시스템으로부터 평형수를 공급받거나, 육상설비에 평형수를 배출하거나 아예 평형수를 배출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가 생겨남에 따라, 앞으로 선사들의 규정 적용 면제 심사가 더욱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USCG는 2016년 12월 2일 「Marine Safety Information Bulletin 14-16」을 발행하여 규정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류로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면제를 부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고, 면제가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필요최소한도에 머물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따라서 미국에 자주 기항하는 선박들은 USCG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은 장비의 탑재를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PA 역시 「Clean Water Act」를 근거로, 「Vessel General Permit for Discharges Incidental to the Normal Operation of Vessels(이하 “VGP”)」를 통하여 평형수를 관리하고 있다. 2013년에 제정된 VGP 2013는 USCG와 동일한 배출 요건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뉴욕 항소 법원에서 VGP의 배출 요건이 임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다고(arbitrary and capricious) 판단하여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VGP는 5년마다 업데이트되어야 하므로 이 같은 결정을 반영할 새로운 VGP가 2018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평형수 관리는 연방정부와 별도로 주 단위에서도 이루어진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USCG보다 강화된 요건을 부과하는 「Interim Performance Standards」를 2020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이보다 더 강력한 규정 「Final performance Standards」을 203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국내 입법적으로 그리고 기관 간 협의를 통하여 중복 규제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는 있겠으나, 중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선박평형수 규정을 둘러싼 이슈

기본적으로 USCG와 협약의 형식승인을 통과하기 위한 “수치”기준은 동일하다. 그러나 승인 절차 및 검증 방법에 있어서 USCG가 더욱 엄격한 요건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USCG는 IMO가 승인한 선박평형수 장치들을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평가·승인하고 있다. 특히 IMO의 형식승인 가이드라인(Guideline for Approval of Ballast Water Management Systems, 이하 “G8”)에는 “생존가능한 유기체 (viable organisms)”를 살아있는(living) 유기체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협약 회원국들은 생존가능성(viability)을 번식능력(reproductive ability)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즉 일부 회원국의 입장에서는 살아있더라도 일정한 처리를 통해 생식 능력이 제거된 유기체는 G8 평가목적상 생존가능하지 않은(non-viable) 것으로 간주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생존 가능한(viable) 유기체로 간주되게 된다. 이 같은 해석차이에서 검증방법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이유로 USCG는 IMO가 형식승인한 설비들을 신뢰하지 못한다. 또한 미국은 실험실 조건에서 번식할 수 없게 된 유기체라 하더라도 다양한 압력과 온도의 자연 상태에서는 번식할 수도 있고, 일부 유기체는 자가치유 능력이 있어서 제거된 번식 능력을 복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IMO와 USCG는 이러한 차이들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 2016년 10월에 개최된 70차 해양환경 보전위원회(Maritim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에서는 IMO의 형식승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고 까다롭게 한 G8 개정안이 채택되었지만, 두 규정의 차이가 아직까지 완전히 좁혀지지는 않고 있다.

미국 내부를 들여다보면, EPA는 적용 면제를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EPA는 정책 집행 우선순위에서 평형수 관할 문제를 후순위에 두어 관할 중복 문제를 실무적으로 해결해 왔다. 그러나 USCG와 EPA 모두 선박평형수 관할권을 여전히 행사할 수 있고, 미국내 환경단체들이 EPA를 통한 평형수 관리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내년에 발표될 VGP 2018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V. 결론

협약이 발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베리아, 인도 등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설비를 설치할 관련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협약 이행을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해운 업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노르웨이와 마샬아일랜드 등은 협약이 발효되는 2017년 9월 8일 이전에 IOPP 증서 정기 갱신을 앞당겨 실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국 선사들이 사실상 5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약이 체결된 지 오랜 시간이 경과되었고 대다수의 국가들 사이에 협약 이행에 관한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협약 이행이 유예될 것 같지는 않다. 설사 회원국 간 유예가 합의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입항하거나 입항 계획이 있는 선박들은 USCG의 형식승인을 받은 설비가 등장함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USCG와 IMO의 기준을 충족하는 설비의 설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즉 선박의 선령, 선박 내 가용 공간, 미국 입항계획과 Final Rule의 적용 유예 조건 및 그 밖의 방안 등을 감안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 설치할 설비가 USCG의 기준 혹은 추후 향상된 IMO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설비 제조사와 미리 협의하여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 및 비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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