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221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2006. 9. 6. 군산시에서 D제재소를 운영하는 J와 외환관계 여신거래약정(여신과목 : 수입신용장 지급보증, 여신한도금액 : 미화 200,000$, 여신기간 만료일 : 2007. 9. 5.인데 그 후 2008. 9. 5.로 연장되었다)을 체결하고, 미화 260,000$의 한도 내에서 D제재소의 모든 선하증권을 담보로 제공받기로 하는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2) 그 후 D제재소는 2008. 2. 29. 뉴질랜드의 P(이하 ‘수출회사’라고 한다)로부터 원목(Radiata Pine) 690개(이하 ‘이 사건 원목’이라고 한다)를 수입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취소불능화환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D제재소에게 이 사건 원목을 수입하는데 필요한 취소불능화환신용장(수익자 : 수출회사, 금액 : 미화 83,520$, 만기일 : 2008. 3. 31., 지급조건 : 일람 후 180일에 지급되는 기한부 환어음, 상품명세 : 라디에타 파인 에이등급 7.3 JAS 640개, 수량과 금액에 대하여 10%의 과부족을 허용함, 이하 ‘이 사건 신용장’이라고 한다)을 개설하여 주었다.

  (3) 수출회사는 2008. 2. 17. 이 사건 원목을 E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선적하였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을 대리한 A는 2008. 2. 18. 수하인은 원고, 통지처는 D제재소, 선적항은 뉴질랜드 타우랑가, 도착항은 군산항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데, 위 선하증권은 원고가 현재 소지하고 있다.

  (4) 한편, 이 사건 선박은 수출회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PBS(이하 ‘운송회사’라고 한다)가 용선한 선박으로서, 운송회사는 이 사건 원목의 도착항인 군산항에서 이 사건 선박의 입출항절차 등에 관한 업무를 국내에 있는 주식회사 POM에게 위임하였고, POM은 피고 A해운에게 그 업무를 다시 위임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 A해운은 이 사건 선박의 입출항 등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게 되었다.

  (5) 이 사건 선박은 2008. 3. 6. 15:30 군산항에 도착하였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은 피고 A해운을 통하여 원목의 하역을 담당하기로 한 피고 D통운에게 선박의 도착사실과 하역준비가 완료되었음을 통지하였으며, D제재소는 원목의 하역을 위하여 2008. 3. 6.경 군산세관장으로부터 군산시 소룡동 외항 제5부두 공용도로변(이하 ‘이 사건 장치장소’라고 한다)을 보세구역 외 장치장소로 허가받고 피고 D통운으로 하여금 이곳에 원목을 하역하여 줄 것을 의뢰하였다.

  (6) 이에 따라 피고 D통운은 2008. 3. 10.경 이 사건 선박에서 원목을 하역하여 이 사건 장치장소에 적치하였다가, 2008. 3. 21.경 D제재소의 의뢰에 따라 이를 반출하여 D제재소의 사업장 등으로 운송하여 주었다.

  (7) D제재소가 2008. 4. 15.경 원고와의 외환관계 여신거래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자, 원고는 이 사건 원목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실행하려고 하였으나 이 사건 원목이 원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반출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2008. 9. 4. 이 사건 신용장을 인수한 은행에게 인수보증대지급금으로 107,015,445원을 지급하였으나 D제재소를 운영하는 J의 파산 등으로 인해 그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다.
 

Ⅱ. 당사자의 주장
피고 D통운은 선하증권이 없는 D제재소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원목을 반출하면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D제재소의 의뢰를 받고 화물인도지시서 등도 없이 이 사건 원목을 하역하여 반출하였고, 피고 A해운은 선박대리점으로서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않은 채 피고 D통운으로 하여금 이 사건 원목을 하역하게 한 후 이에 대하여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여 피고 D통운이 반출해 가도록 함으로써 원고에게 피해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Ⅲ. 법원의 판단

1. 항소심
해상운송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수하인, 즉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다하는 것이 되고, 그와 같은 인도의무의 이행방법 및 시기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이를 정할 수 있다.

 만약 수하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하역업자를 고용한 다음 운송물을 수령하여 양륙하는 방식(선상도)에 따라 인도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수하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그 인도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 되고, 이 때 운송인이 선하증권 또는 그에 갈음하는 수하인의 화물선취보증서 등과 상환으로 인도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선하증권상 통지처에 불과한 실수입업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로 하여금 양하작업을 하도록 하여 운송물을 인도하였다면 이로써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는 이미 성립하는 것이다.
 

2. 대법원
선장이 선하증권 등과 상환하지 않고 수입업자인 D제재소의 하역 의뢰를 받은 D통운에 인도하는 때에 이미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인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되고, 그 후에 피고 A해운 이 사건 원목이 반출되는 것을 제지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
 

Ⅳ. CFR 조건과 운송물의 인도의무

1. CFR 조건
지정목적항 운임포함 인도조건(Cost and Freight)이란 매도인이 지정된 목적항까지 물품을 운반하는데 필요한 비용 및 운임을 지급하되, 물품이 선적항에서 본선의 난간을 통과한 때(passed the ship's rail)부터 그 물품에 대한 모든 책임과 추가비용을 매수인이 부담하는 거래조건을 말한다.
 

2. 운송증권에 따른 운송인의 인도의무
해상물건운송은 운송증권의 종류에 따라 운송인과 수하인의 권리와 의무가 결정된다.
 

가. 선하증권
선하증권(Bill of Lading)은 해상물건운송에서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였음을 증명하고 도착지에서 이를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유가증권이다.3) 해상운송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수하인, 즉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다하는 것이 된다.
 

나. 해상화물운송장
해상화물운송장(Sea Waybill)은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였음을 확인하고 양륙항까지 운송하여 지정된 수하인에게 인도할 것을 약정하여 발행하는 운송계약의 증거서류를 말한다.4) 해상화물운송장을 발행한 운송인은 해상화물운송장 소지인이 아니라 해상화물운송장에 명시된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한다. 그러나 해상화물운송장은 유가증권이 아니고 상환증권성이 없기 때문에 운송인은 계약상 수하인으로 지정된 자임이 확인되면 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면 되고, 선하증권처럼 운송장과 반드시 상환하여 인도할 필요는 없다.
 

다. 서렌더 선하증권
송하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받은 후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에 의한 상환청구 포기(surrender)를 요청하며, 운송인은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여 그 위에 '서렌더(SURRENDERED)' 스탬프를 찍고 선박대리점 등에 전신으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라는 서렌더 통지(surrender notice)를 보내게 된다. 이와 같은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L)’은 유가증권으로서의 성질이 없고 단지 운송계약과 화물인수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으로 기능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키는 의사가 합치됨에 따른 것으로서,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표시가 없다면 상환증권성의 소멸 외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내용에 따른 운송에 관한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라.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아니한 해상운송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아니한 해상운송에서, 수하인은 운송물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는 송하인의 권리가 우선되어 운송물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가 없지만(상법 제815조, 제139조), 운송물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수하인이 그 인도를 청구한 때에는 수하인의 권리가 송하인에 우선한다(상법 제815조, 제140조 제2항).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후에는 수하인은 운송계약상 송하인과 동일한 권리를 취득하고, 자기의 명의로 이를 행사할 수 있지만(상법 제815조, 제140조 제1항), 이 단계에서는 송하인은 운송물처분권을 행사하여 수하인의 운송물인도청구권의 행사를 저지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139조), 송하인의 권리가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3. 운송인의 인도의무

가. 총설
운송인은 양륙항에서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인도란 운송물에 대한 점유를 수하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 선상도
대법원은 선상도(船上渡)는, 수하인이 스스로의 비용으로 하역업자를 고용한 다음 운송물을 수령하여 양륙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선상도란 선박 위에서 인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FIO 계약조건에서는 수하인이 직접 하역인부를 수배하여 자신의 크레인 등으로 본선의 선창으로부터 운송물을 양륙하는 것이므로 선박의 선창을 떠날 때 인도가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8) 계약을 통하여 인도시점을 CY(컨테이너 야드)로 정하기도 한다. 수입화물의 경우 통관을 위하여 보세창고에 입고시키는 관행이 있고 일반 보세장치장에 운송물이 입고되는 경우에는 운송인이 여전히 점유를 하고,9) 자가 보세장치장에 입고한 경우에는 창고에 입고되는 순간에 인도는 이루어지는 것으로 본다.

 해상운송계약이 운송물의 인도시기 및 방법과 관련하여 수출자가 운임을 부담하되 운임이외의 운송과 관련된 비용과 하역비용은 수하인이 부담하는 소위 C&F, FO(Cost and Freight, Free Out) 조건으로 체결된 것이라면 운송물을 하역하는 것은 운송인의 의무가 아니라 수하인의 의무이다.
 

다. 양륙의무와 상법 제799조
(1) 운송인이 양륙도중에 과실로 운송물을 파손하게 되면 운송인은 상법 제795조 제1항에 의하여 자신에게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를 면하게 하는 약정은 상법 제799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가 된다. 이러한 의무를 반드시 운송인이 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가가 문제된다. FIO 계약조건은 운송인이 행하여야 할 양륙의무를 용선자인 화주가 행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판례12)는 양륙의무를 용선자가 부담하는 것이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운송물 양륙 중의 사고에 대한 책임은 용선자가 부담한다고 하였다.

  (2) FIO 계약조건에서 선상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인도의무는 양륙의무의 종료와 동시에 종료되고, 인도의무의 종료를 운송물의 사실상 지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운송인의 인도의 범위가 좁혀지는 것이 된다. 대법원은 선행 판결에서 선상도의 경우에는 수하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부두운영회사)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그 인도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즉 FIO 계약조건의 효력을 유효하다는 전제하에서 운송인의 의무는 선상에서 수하인에게 인도하는 순간에 종료되지 육상의 창고까지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선상도를 할 당시 운송인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바로 이 때 운송인은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운송인의 의무와 책임이 선상도의 경우에는 선상에서 수하인에게 운송물이 인도되는 시점에 종료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Ⅴ. 대상사안의 검토

1. 인도의무에 대한 계약자유의 원칙
대상판결은, “해상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수하인, 즉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상 의무이행을 다하는 것이 되고, 그와 같은 인도의무의 이행방법 및 시기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이를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해상운송에서 운송물의 종류에 따라 인도의무의 이행방법과 시기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긍정하였다.
 

2. 선상도에서 인도의무의 종료시점
수하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하역업자를 고용한 다음 운송물을 수령하여 양륙하는 방식(선상도)에 따라 인도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수하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그 인도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운송인(또는 선장)은 선하증권 또는 그에 갈음하는 수하인의 화물선취보증서 등과 상환으로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한다.

만약 운송인이 선하증권 또는 화물선취보증서 등을 상환받지 아니하고 임의로 선하증권상 통지처에 불과한 실수입업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로 하여금 양하작업을 하도록 하여 운송물을 인도하였다면 이로써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는 이미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역업자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내지 피용자가 된다거나 그 이후 하역업자가 실수입업자에게 운송물을 전달할 때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별도로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Ⅵ.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인도의무의 이행방법과 시기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긍정하고, 해상운송에서 운송물의 인도와 관련하여, (i) FIO 계약조건 등 선상도에서는 수하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그 인도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고, (ii) 유류화물은 유조선의 파이프 라인과 육상 저장탱크의 파이프 라인을 연결하는 유조선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Vessel's permanent hose connections)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iii) 자가 보세장치장에 입고되는 경우에는 입고 당시에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종료되고, (iv) 일반 보세장치장에 입고되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여전히 점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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