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화물 매수인의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쌍무계약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는 경우 운임채권의 지위

-대법원 2012. 10. 11.자 2010마122 결정1)-
 

 
 

Ⅰ. 사안의 개요
(1) 재항고인은 신용장 개설은행으로서 2008. 2.경 수입업자 Y(매수인 회사)와 사이에 신용장대금 채권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입예정 물품인 중고기계 3개(이 사건 운송물)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2) 상대방(해상운송인)은 수출업자 S와 사이에 2008. 7. 11.부터 10. 24. 사이에 중고기계 3개를 폴란드 그디니와GDYNIA항에서 부산항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되, S와 Y가 본선인도조건(F.O.B.)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에 맞추어 운임후불조건의 약정을 하였다.
(3) 위 양도담보설정계약과 해상운송계약 등의 조건에 따라 중고기계에 관하여 송하인이 수출업자 S로, 수하인이 신용장 개설은행인 재항고인 또는 재항고인이 지시하는 자로, 통지처가 Y로 각 기재되고, 본선인도조건 및 운임후불조건이 기재된 지시식 선하증권이 각 발행되었다.

(4) 폴란드 그디니와항에서 중고기계를 선적한 선박이 2008. 8. 17.부터 11. 28.까지 순차로 양륙항인 부산항에 도착하였다. Y는 2008. 7. 23. 및 10. 6. 재항고인에 대하여 수입화물 대도신청을 한 후 그 무렵 중고기계 1, 2에 관한 선하증권을 재항고인으로부터 교부받았다. 그러나 중고기계 3에 관한 선하증권은 위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재항고인이 취득한 후 이를 계속 소지하고 있다.
(5) 부산지방법원은 2008. 11. 18. 11:00 Y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2008회합13)을 하였다.
(6) 상대방은 Y 및 재항고인에 대하여 운임 등의 미지급을 이유로 중고기계의 인도를 거절하며, 2008. 12. 1. Y와 재항고인의 주소지로 1일 192,000원의 체화료가 매일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지함과 함께 운임 등의 조속한 지급을 최고하는 내용증명을 각 발송하였다. 상대방은 2008. 12. 5. 부산지방법원에 중고기계에 관하여 상법 제807조의 유치권과 상법 제808조 제1항의 우선변제권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며 운송물경매허가신청을 하였다.
(7) Y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회생계획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거쳐 2009. 11. 26. 회생법원에서 인가되었다.
 

Ⅱ. 재항고인의 주장
중고기계는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은 Y의 재산으로서 상대방은 Y의 회생담보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고기계에 대하여 경매를 허가한 제1심 결정2) 및 항고를 기각한 원심 결정3)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위배되어 부당하다.
 

Ⅲ. 대법원의 판단
(1)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에 의하면,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지만,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다. 이 경우 관리인이 더 이상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게 된 이상 이행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은 제179조 제1항 제7호에 의하여 공익채권에 해당하게 된다.
(2) 상대방의 Y에 대한 운임채권 등이 중고기계에 관한 유치권(상법 제807조)4) 또는 우선변제권(상법 제808조 제1항)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위 운임채권 등은 회생절차개시 후 그 실행이 중지*금지되는 회생담보권이 아니라 채무자회생법 제180조에 의하여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익담보권에 해당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운송물경매허가신청의 불허를 구하는 재항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Ⅳ. 본선인도조건에서 운송계약의 당사자
1. 판례의 태도
(1) 운임포함조건(C&F)으로 체결된 수출입매매계약에서는 매도인이 선복을 확보하여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 운임을 부담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매수인에게는 선복을 확보할 의무가 없으므로,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매도인이다.5)

(2) 매도인과 매수인이 본선인도조건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매수인이 선복을 확보하지 않고 매도인이 수출지에서 선복을 확보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되, 운임은 후불로 하여 운임후불(FREIGHT COLLECT)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받아, 매수인이 수하인 또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화물을 수령할 때 운송인에게 그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자신을 대리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권한을 부여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이므로 그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해상운송인과 매수인이다.6)
 

2.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
중고기계에 관한 해상운송계약은 해상운송인인 상대방과 수출업자 S 사이에 체결되었지만, 수출업자 S와 수입업자 Y가 본선인도조건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에 맞추어 운임후불조건으로 체결되었고, 그 본선인도조건 및 운임후불조건이 선하증권에도 기재되어 있으므로, 위 해상운송계약은 S가 Y를 대리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그 계약당사자는 상대방과 Y이다.
 

Ⅴ. 회생절차에서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지위
1.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효력
가. 의의

쌍무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을 때, (i) 채무자가 그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였으나 상대방이 미이행 상태인 경우 관리인은 상대방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면 되고, (ii) 상대방이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였으나 채무자가 미이행 상태인 경우에는 상대방의 채권은 회생담보권 또는 회생채권으로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게 된다.7) 그런데 (iii) 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와 상대방 모두 미이행 상태인 경우, 관리인은 채무자의 회생을 위하여 유리한 계약은 존속되기를 원하고 불리한 계약은 종료되기를 원할 것이므로, 채무자회생법(이하 ‘법’)은 회생절차개시 당시 쌍방 모두 아직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쌍무계약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관리인에게 계약의 해제·해지 또는 이행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되 상대방 보호를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둠으로써 채무자 사업의 정리·재건을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양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고 있다.8)
 

나. 미이행 쌍무계약
(1)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법 제119조 제1항). 위 규정이 적용되는 ‘쌍무계약’은 쌍방 당사자가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으로서, 쌍방의 채무 사이에는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것을 가리킨다.9) 단순히 부수적인 채무에 불과한 경우에는 그 미이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에서 정한 미이행이라고 할 수 없다.10) 본래 쌍방 채무 사이에 법률적·경제적 견련관계가 없는데도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쌍방 채무를 상환 이행하기로 한 경우는 여기서 말하는 쌍무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11)
(2) 회생절차개시 당시 ‘유효하게 성립한 쌍무계약’이어야 한다. 따라서 일방의 청약만 있고 승낙이 없는 상태라면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12) 채무자의 청약이 있었으나 상대방이 승낙을 하기 전에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아직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행 완료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지만, 일단 효력이 발생한 청약의 의사표시는 절차개시 후에도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후 상대방이 개시결정 당시에 채무자와 상대방 모두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쌍방 미이행의 쌍무계약이어야 하고,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는 전부 불이행뿐만 아니라 채무의 일부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도 포함하며,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이유는 묻지 아니한다.13)
 

다. 관리인의 선택권
(1) 관리인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나 이행을 선택할 권한을 가지나,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관리인이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선택할 경우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법 제61조 제1항 제4호).14)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선택할 경우’를 허가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이행을 선택할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사항은 아니지만, 통상 관리인이 사후적으로 이행의 선택을 하였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15)
(2) 관리인이 쌍무계약에 대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 전 또는 채무자회생법 제240조의 규정에 의한 서면 결의에 부치는 결정이 있기 전까지로 제한된다(법 제119조 제1항 단서).16)

(3) 상대방은 관리인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거나 계약의 해제권이 포기된 것으로 간주되기까지는 임의로 변제를 하는 등 계약을 이행하거나 관리인에게 계약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17)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채무불이행에 빠졌다고 할 수 없으므로 상대방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18) 하지만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해제권을 취득하여 언제라도 해제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회생절차개시 후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19)
 

라. 상대방의 최고권
상대방은 관리인에 대하여 계약의 해제나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할 수 있는데, 이 때 관리인이 그 최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확답을 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관리인은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법 제119조 제2항).20) 법원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위 기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법 제119조 제3항).21)
 

마. 해제·해지 선택의 효과
관리인이 위 규정에 따라 쌍무계약을 해제·해지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도 그 성질상 해제·해지의 불가분성에 관한 민법 제547조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22) 관리인에 의해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상대방은 손해배상에 관하여 회생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법 제121조 제1항). 원상회복과 관련하여서는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며, 현존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가액의 상환에 관하여 공익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법 제121조 제2항).
 

바. 이행 선택의 효과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공익채권이 되므로(법 제179조 제1항 제7호),23) 상대방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사. 선택권 행사 전 상대방 청구권의 지위
관리인이 이행 또는 해제ㆍ해지를 선택하기 전에는 상대방의 청구권은 회생채권이나 공익채권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가,24) 관리인이 이행의 선택을 한 경우 공익채권이 된다.
 

2. 대상사안의 검토
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함

이 사건 해상운송계약은 쌍무계약으로서 Y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될 당시 상대방의 Y에 대한 중고기계의 인도의무 및 Y의 상대방에 대한 운임 등의 지급의무는 모두 쌍방 미이행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상대방의 Y에 대한 운임채권 등은 Y의 관리인이 이행 또는 해제를 선택하기 전에는 회생채권이나 공익채권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한 유동적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25)
 

나. 이행 선택권 행사 간주
Y는 회생절차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거쳐 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는바, Y의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의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까지 위 해상운송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Y의 관리인은 위 기한의 도과로써 위 각 해상운송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써 이행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의 법적 성질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공익채권이 되므로(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이행 선택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의 Y에 대한 운임채권 등은 법 제180조에 의하여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익담보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운송물경매허가신청의 불허를 구하는 재항고인의 신청을 배척한 원심 결론을 지지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Ⅵ.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관리인이 회생계획안의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까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인 이 사건 해상운송계약을 해제·해지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 관리인이 더 이상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없게 된 이상 이행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최초로 판시함으로써, 법령상 공백상태에 있었던 부분을 판례 법리로 명확히 설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