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극동항로는 16세기에 시작된 가장 오래된 정기선 항로다. 여기서 극동(far east)은 극동 3국을 포함해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까지 이르는 동서간 5,000마일, 남북간 2,000마일의 방대한 지역을 의미하지만 초기 교역의 대상은 주로 중국이었다. 육로는 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이르는 여정에서 이용했던 이른바 Silk Road이었고, 해로는 15세기 포르투칼의 항해사 Vasco da Gama가 발견한 인도항로였다. 16세기 중반(1557년) 포르투칼 상인들이 중국에 처음 상륙하여 한동안 대 중국교역을 독점하다가 이어 영국, 스페인(필리핀), 네델란드(자바와 인도네시아), 프랑스(베트남)등이 아시아로 진출하였고 이들이 17세기초 설립했던 동인도회사는 19세기에 해산되기까지 극동항로를 통해 인도에서 중국에 이르는 방대한 시장을 독점해왔다.

그중 가장 활발했던 영국의 주종 수출품은 모직물과 인도의 면화류들로 이들은 중국남부지방에서는 비인기 품목인 반면 수입품은 향료, 차, 도자기, 비단 등 영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불가피했다. 이를 해소키 위해 무역확대를 원하였으나 중국 측의 규제로 이 또한 벽에 부딛히자 영국이 동원한 편법이 인도산 아편의 대 중국 수출이었다. 아편 유입이 급증하면서 아편중독이 사회 문제화되자 중국 측이 아편 금지령과 함께 아편 몰수, 영국 상인의 체포, 추방이 이어지고 1840년 신사의 나라(?) 영국은 자국민보호를 이유로 최신 함포로 무장한 함선과 군대를 동원하여 세계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으로 기록되는 아편전쟁을 일으킨다. 청조말까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상 속에 군신관계, 형제의 나라 혹은 속국 등의 이름하에 주변국가를 상대로 종주국을 자처해왔던 중국의 패전과 함께 광동조약, 남경조약으로 봉합된 아편전쟁은 서구세력들이 무력으로 중국을 반 식민지화시킨 주권 침해행위이자 종이 호랑이로 만든 사태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치욕스러운 과거라 할 수 있다.
 

※최근 20여년동안 개혁개방, WTO 가입등을 계기로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오늘의 중국 어떤 나라인가 ;  2004~2015까지 글로벌 무역성장의 41%를 점하는 국가이자 현재 해상수입물량의 20%를 점하는 세계 최대 하주국, 전세계 선박인도물량의 33%를 점하는 최대 조선국이자 글로벌 선단의 10%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해운국이다. 현재 112개 국영기업의 재편이란 큰 틀하에 조선, 해운, 금융의 삼각편대를 발판으로 한 창조적 파괴가 진행되는 가운데 Super Cosco가 현재 보유한 선단은 953척으로 AP Moller의 821척을 앞서고 있으며 여기에 Sinotrans & CSC 222척, CMG 113척이 합세할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 1위의 선사가 된다.

중국이 조선-해운-무역을 연계하는 주 목적은 조선산업의 고용 유지다. 해운기업의 경우는 적자개선, 경쟁력 강화 등 상사적 목적보다는 강력한 해운력 유지이며 손익은 부차적 문제다. 최근 수년동안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중국 국영선사들에 대해 중국정부가 문책한 기록은 없다. 해운기업의 흑자도 중요하지만 세계 최대 하주국인 중국의 입장에서는 해운기업의 흑자보다 수송비 절감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0여년동안 물자수송을 아웃소싱에 크게 의존하면서 글로벌 선주들에게 그야말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엄청난 보너스를 안겨준 나라 중국이 최근에는 원자재 수송로 확보와 수송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자유무역을 통해 제2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는 자국만을 위한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해운시장의 경쟁구도가 유럽과 아시아의 대결,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럽의 선두주자 대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한 중국계 선사 간의 대결구도로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브라질의 발레Vale가 발주한 40만톤급 VLOC 선단은 중국의 설계와 금융하에 대부분 중국조선소에서 건조될 만큼 양국의 끈끈한 공조 하에 출발하였지만 약속(?)과 달리 발레 선단은 사실상 중국의 통제 하로 들어갔고 중고·신조 합해서 2018년까지 74척의 발레막스Valemax 선단이 완성되면 중국은 사상 최대규모의 Industrial Carrier로 부상하게 된다. 중국이 발레로부터 철광석 수송권을 회수한 목적은 자국 물량을 수송할 대 선단을 직접 발주하여 수주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일감을 주고 건조된 선박을 국영해운사에 배정, 종래 아웃소싱에 의존해왔던 물량을 자국선에 집중 배정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중국은 Yamal Project를 통한 LNG부문, Carnival사의 Cruise선 건조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또 국영선단의 재편을 통한 해운력 강화와 수송권 회수 내지는 확보에 이어 Cosco-Pacific 명의로 해외 터미널 및 거점확보, 선박관리(V.Ship 인수시도), 선용품전문업체 및 세계 해운거래소 등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 이제는 이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One Belt One Road(OBOR, 일대일로)’라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OBOR의 핵심은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육로, 즉 실크로드를 복원하고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진주목걸이 벨트라 칭하는 해로의 확보를 의미한다. 주권국이 분명한 육로와 달리 문제는 국제법상 공해(Open sea)로 되어있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다. 엄연히 공해통항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 해양법(UN Law of the Sea)의 존재뿐 아니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도 부인하고 있다.

자신들의 선조인 송나라시대 설정했다고 하는 9단선(None-dash line)을 근거로 남중국해를 그들의 바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중국의 역사기록은 세계인들이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닌지? 고구려를 중국민족이 세운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 같은 맥락의 서북공정, 서남공정들을 9단선 논리와 연계해서 유추해보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중국의 OBOR은 순수한 물류촉진을 위한 것인가? 198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연안해군에 불과했던 중국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부상하였고 이제는 서태평양에서 주변국가와 미국에 정치, 군사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 OBOR 전략을 통해 세계 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중국이 글로벌 해운세력으로 부상할 경우 주변국가, 특히 중국의존도가 큰 국가들에게는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강해지면 주변국들이 힘들었고 중국내부가 부산(?)할 때 주변국가들은 비교적 평온했다. 중국은 과거 글로벌 해운산업의 기여자, 공로자의 위치에서 이제는 그 주역이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아편전쟁이 서방세력의 중국을 겨냥한 동진정책이었다면 OBOR은 서구를 향한 중국의 서진정책이자 그들이 주장하는 땅과 바다에서의 기득권 회복을 위한 제 2라운드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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