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브라질 경제 불씨 살아날까?

 
 
2년 연속 마이너스…내년 플러스 성장 기대
아-남미동안 선복량 감축효과, 운임 420% 급등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브라질이 8월 리우 올림픽 이후 경제회복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브라질의 장기침체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 내년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브라질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남미동안 항로는 선사들의 선복량 조절에 힘입어 최근 눈에 띄게 운임이 급등했다.

2016 리우 하계올림픽 개최국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브라질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3.8%로 2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마이너스 3.3%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흥 투자국이자 자원수출국으로 유래 없는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던 브라질은 2010년 이후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중국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내수 경기침체, 환율 상승, 높은 인플레이션, 주요 수출산업 부진, 국가 신용등급 강등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역성장을 지속했다.

또한 경기침체 뿐 아니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혼란과 지카바이러스·H1N1바이러스와 같은 악재에 시달리면서 8월 하계 올림픽은 현지 경찰의 파업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주요 품목의 수출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기회복 신호가 보이면서 브라질 경제가 사상 최악의 침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과 컨설팅 회사들은 브라질 경제가 2·4분기를 고비로 최악의 국면을 지나 서서히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경제성장률 내년 0.5% 상향 조정
국제통화기금IMF은 8월 세계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3.8%에서 마이너스 3.3%로, 내년은 0%에서 0.5%로 상향 조정했다. IMF가 브라질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IMF는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지수가 거의 바닥을 쳤다고 분석하면서 브라질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크지만, 올해 말부터 서서히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브라질 경제의 침체 국면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 역시 올해 브라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마이너스 3.8%에서 마이너스 3.3%로 조정했으며 내년 0.7%에 이어 2018년에는 2%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았다. 브라질 재무부는 8월 17일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2%에서 1.6%로 높였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마이너스 3.1%에서 마이너스 3.0%로 약간 높였다.

남미 최대 인구 2억명, ‘브라질 코스트’ 단점
브라질은 인구 약 2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남미 최대의 국가이며, 남미 10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최적의 남미 진출 거점으로 꼽힌다. 방대한 자원 보유국인 동시에 발달된 제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 기업에게 매력적인 투자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조세부담과 금리, 노무관리부담, 인프라 부족, 관료주의 등을 일컫는 소위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는 브라질 경제의 고질적인 장애물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교역액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대브라질 수출은 54억 9,489만달러로 38.4% 감소했고, 수입은 49억달러로 17.3% 감소했다. 대브라질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부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이며 수입품목은 철강, 식물성물질, 곡식류 등이다.

올림픽 인프라 투자, 경제 악영향 우려도
브라질은 남미에서 개최되는 첫 올림픽을 위해 총 375억헤알 규모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올림픽 준비기간인 2009-2015년간 인프라 투자액은 120억달러(약 13조원)로 알려졌다. 스포츠 인프라를 비롯하여 교통, 통신, 숙박, 보안장비 등 올림픽 관련 각종 투자 프로젝트가 시행됐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올림픽 예산도 대폭 삭감되고 여러 공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올해 브라질은 고속도로, 철도, 공항 및 항만 건설에 700억헤알을 투자하여 21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공항 인프라에는 69억헤알, 항만 인프라에는 15억헤알, 고속도로에는 306억헤알, 철도에는 304억헤알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동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상황이 전년보다 악화되어 실질적으로는 투자액의 약 20%만 집행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리우 올림픽이 브라질 경제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016년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연이어 개최함으로써 경제 부흥보다 브라질의 채무만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투자와 지출로 올림픽 이후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8월말 예정인 대통령 탄핵문제의 최종표결 결과도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리우관광공사Riotur은 이번 올림픽 기간 국내 관광객 65만명, 외국 관광객 35만명이 리우시를 찾아 56억 4,000만헤알(약 1조 9,7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우 올림픽 3천만개 물품, 70% 해상운송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16 리우 올림픽에는 스포츠 장비와 일용품 등 3,000만개 이상의 물품들이 전 세계에서 보내졌다. 6,000대의 컨테이너가 해상, 항공, 육상을 통해 브라질로 운송됐으며 이중 70%는 컨테이너선, 25%는 비행기, 나머지는 트럭을 통해 운송됐다.

특히 올림픽 승마와 근대5종에 출전하기 위해 300마리의 말들이 특별 전세기를 통해 리우에 도착했으며, 중국에서는 4만개의 침대와 매트릭스가 올림픽 선수촌으로 운송됐다. 사격에 쓰이는 총기류 역시 항공을 거쳐 빠른 통관으로 운송됐다.

CMA CGM은 리우 올림픽을 위해 1만 7,000톤의 관련화물을 브라질로 운송했다. CMA CGM에 따르면, 206개 국가의 1만 500명의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 선수촌에 1,400대의 컨테이너를 운송했다. CMA CGM의 올림픽물류 운영은 2015년말부터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시작하여 2016년 6월 리우데자네이루항에서 마무리됐다. 프랑스 항만에서 선적된 200대의 컨테이너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 상해, 난샤, 연태항에서 선적됐다. 회사 측은 남녀 육상 싸이클 경기를 위한 안전장벽도 운송했다고 덧붙였다. CMA CGM은 2003년 이후 브라질 내 물류사업을 확장시켜왔으며 본사는 상파울로에 두고 있다.

높은 물류비, 열악한 인프라, 도로 의존도 커
브라질의 물류비용은 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남부와 북부 등 지역별로 물류인프라 구축의 차이가 크며 열악한 인프라로 곳곳에서 운송의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물류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브라질의 운송시스템은 도로망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도로는 총 운송 물동량의 60%를 처리한다. 철도운송의 경우 2만 9,000km의 네트워크가 있으나 궤간 차이와 연결성 부족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브라질의 항만은 낮은 수심, 도로와 철도 연결 미비, 처리 시설 부족, 훈련된 전문인력 및 트럭야드 부족 등으로 적체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 항만에 비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운송시장은 1990년대말 이후 광범위한 통합작업이 진행됐으며 현재 다국적 유럽대형 물류업체들이 시장입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물류센터들은 주로 남부지역, 특히 상파울로, 리우데자네이로 등 경제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산토스항 364만teu 처리, 중남미 1위
브라질의 주요 항만은 산토스항, 리오그란데항, 이타자이항, 리우데자네이루항, 빅토리아항, 파라나구아항 등으로 대부분 남부 및 동남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UN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에 따르면, 2015년 중남미 항만물동량은 4,800만teu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이는 3년 연속 증가한 수치이나 2012년의 5.9% 보다는 하회한 수치다. 특히 브라질 항만 물동량은 수출입 둔화로 전년대비 2.1% 하락했다.

상위 40개 항만이 전체의 물동량의 90%를, 중소 98개 항만이 나머지 10%를 처리했다. 항만별로는 브라질 산토스 항만이 2015년 전년대비 2.1% 증가한 364만 5,448teu를 처리해 중남미 항만 중 3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브라질 교통부 산하 항만청은 산토스항을 비롯해 마나우스항, 산타나항, 리우데자네이루항, 파라나구아항 등에서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 설립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2015년 브라질 항만의 처리물량은 10억톤으로 2014년보다 3.9% 늘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물은 벌크화물(62.75%), 그 다음이 액체화물(22.37%), 컨테이너(9.87%) 일반잡화(5.01%) 순이었다.

머스크, 브라질 해운항만사업 투자 강화
머스크는 1977년 이후 브라질 내 사업 확대를 위해 해운, 항만운영, 오프쇼어 오일분야에서 50억달러 규모를 투자해왔다.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 컨테이너 선박, 내륙운송 및 교육훈련사업을 추진해왔으며, 특히 16척의 ‘SAMMAX’ 선박들을 운항함으로써 브라질 항만의 생산성과 무역잠재력을 높이고 있다.

머스크에 따르면, 브라질 항만의 얕은 수심과 컨터미널의 부족으로 인해 대형 컨테이너선이 원활하게 기항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항만은 소형선박들로 붐비고 선박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머스크라인은 8,600teu급 일명 ‘SAMMAX(South America Max)’를 투입하면서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동 선박은 기존 남미와 유럽을 오가는 머스크 선박들보다 2배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브라질 항만의 얕은 수심과 제한된 항만캐파를 극복하도록 맞춤형으로 디자인됐다. 산토스항의 경우 SAMMAX선들로 인해 무역잠재력 가치가 매년 14억달러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머스크그룹의 자회사인 APM터미널은 브라질 항만인프라에 상당한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브라질 컨테이너 항만은 지난 10년간 3배 이상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신규 컨터미널의 수요가 높아져왔다. 남미 최대항만인 산토스항은 대기하는 컨테이너 선박이 계속 증가했으며 2012년 상반기 선박 평균 대기시간은 16시간으로 기록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산토스항에서 지연된 화물의 추가 비용은 연간 7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지난 2013년 산토스항에서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 ‘BTP(Brasil Terminal Portuario)’가 개장했다. APM터미널과 TIL의 10억달러 합작투자로 개발된 동 터미널은 산토스항의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최대 40%까지 늘렸으며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2%까지 증가시켰다.

인터지스, 글로비스 등 브라질 물류사업 강화
국내 물류기업에서는 인터지스와 현대글로비스 등이 브라질에서 활발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동국제강의 물류계열사인 인터지스는 2014년 5월 CSP(Companhia Siderurgca do Pecem) 일관제철소의 판매 물류 수주와 운영을 위해 브라질 현지 물류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CSP는 동국제강이 포스코 등과 합작해 설립한 브라질에 있는 고로제철사다.

인터지스는 대대적인 투자로 브라질 물류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며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브라질 물류사업은 2017년 목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현대글로비스는 2011년 2월 브라질 법인을 설립하고 중남미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동사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의 물류 뿐 아니라 브라질 진출기업과 현지기업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산업군 외에 중남미 국가간 물류를 비롯해 중장비, 일반 소비재, 원자재 등 타 산업군으로의 물류 수주에 힘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브라질 내 물류사업을 활성화해나가고 있다.

아-남미동안 1-6월 운임 420% 증가
브라질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남미동안 항로는 올해 들어 선사들의 선복량 감축 노력으로 인해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상해발 산토스향 스팟운임은 컨물동량의 28% 감소에도 불구하고 4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류어리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남미동안 항로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의 선복량 감축을 통해 높은 소석률을 보이며 운임상승 효과를 이끌었다. 올 6월 기준 아시아-남미동안 서비스는 주당 3편으로 축소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교해 절반이 줄었다. 동 노선에는 7,500-1만 500teu급 9척이 배선되고 있다.

이 같은 선복량 감소에 따라 상해발 산토스향 운임은 올 초 teu당 278달러였으나 4월말부터 급상승했다. 5월에는 1,000달러를 넘었고 7월초에는 2,543달러까지 급등해 상반기 중 9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물동량 회복 기대, 육류 수출 증가
브라질은 1·2분기를 기점으로 컨테이너 수출의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은 2015년 3분기 수출이 14.5% 하락했고 수입은 30% 하락했으나 올 1월에는 전년대비 21% 증가했고 2월에는 16% 증가했다. 아직 수입은 여전히 30% 가량 감소한 상태다.

특히 브라질의 육류, 가금류, 농산물 등의 수출물량이 늘고 있다. 1분기 브라질의 육류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닭고기는 중동의 수요확대로 12% 늘었고, 돼지고기는 중국의 견조한 수요와 신시장 개척으로 67%까지 급증했다. 장기침체된 브라질 자동차 시장도 2분기 이후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라인 남미법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이 작년에 4%의 역성장으로 바닥을 쳤으나 이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하며 “수출경제의 회복에 따라 물동량 증가에 따른 사업기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머스크 측은 “그러나 브라질 수입 선복량이 급감하면서 여전히 시장의 수요보다 선복량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아시아에서 브라질로 오는 컨테이너 주간 서비스를 6개에서 3개로 줄이는 등 선복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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