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근해선사간 협력을 통한 상생방안 긴요-

금융위기와 장기 해운불황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며 선전해온 국내 중소 중견선사들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겨나는 악영향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관련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추진 중인 양대 원양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국내 해운업 전체가 문제인 것처럼 비춰지면서 양호한 실적의 선사들에 대한 금융여건마저 크게 악화돼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양선사의 중형 규모 선복이 아시아역내항로에 본격 배선되며 저운임으로 인한 경쟁심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동 항로의 시장질서가 크게 흐트러지고 있다. 여기에 파나마운하의 확장 개장에 따른 캐스케이딩 여파로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아시아역내항로를 무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정기선사들의 해운경영 환경은 앞으로 더욱 복잡다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중소 중견선사 및 중소형 포워더에 대한 갑 행세도 시장질서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진행 중인 원양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조속히 합리적으로 진행돼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한편, 이 두 선사의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시아역내항로에서 국적 중소선사들과의 지나친 경쟁상황을 해소하는 데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아시아역내항로는 중견 중소선사들과 글로벌 선사들이 함께 서비스하는 시장이어서 그동안에도 ‘국적 원양선사와 중소 근해선사들 간의 상생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았다. 양대 원양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4-5,000teu 중형급 선박 수십척이 아시아역내항로에 대거 전배되어 운영될 경우, 아시아역내항로에서 국적선사들이 점유해온 시장이 비정상적인 저운임 경쟁상황으로 치닫고 건실했던 중견선사들마저 경영난을 겪게 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적선사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관련업계는 국적선사간 선복공유, 운임공표제 강화, 서비스합리화 등 가능한 협력방안이 모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원양선사의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수익을 우선한 선복 배선과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거나 예고돼 있어 업계의 자체노력만으로 협력의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조정자 역할이 긴요한 이유이다.

원양선사와 중소 근해선사들 간의 상생방안은 원양선사의 캐스케이딩 선박을 근해선사가 용선해 배선하고 선복량을 공동관리 하는 등 협력 의지에 따라서 필요한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적 중소 컨테이너선사들은 이미 일부항로에서 공동배선 등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걸어온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시아역내항로에서 국적선사들 간의 협력을 통한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중요한 요소이다.

해운업계가 겪고 있는 또다른 어려움은 금융여건이 더욱 악화된 현실이다. 원양선사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대외로 지나치게 알려지면서 해운기업 모두가 어려운 것으로 오인돼 건실한 국적선사마저도 신규대출이 중단되고 대출연장시 만기연장이 안되거나 금리가 인상되며 담보물에서 선박이 제외되는 등 해운기업에 대한 대출조건이 크게 강화됐다. 선박도입시에도 신조 및 중고선 모두 자담비율이 확대되고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금융기관의 RG 발급 거부로 국내조선소에 신조 발주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관련업계는 실적이 양호한 중소 중견선사에 대한 금융거래의 정상화가 긴요하며 원활한 RG 발급으로 국내조선소 신조를 지원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해운의 미래를 위해서 원양선사의 재정적 문제에 묻혀 등한시 되고 있는 중소형 선사에 대한 맞춤형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2015년 한국선주협회 회원(151개사)의 매출은 총 39조 772억원, 영업이익은 1조 5,868억원, 4,583억원의 당기손실로 기록됐으나 이중 구조조정 중인 3개선사의 경영실적을 제외한 148개사의 총 매출액은 25조 7,018억원, 영업이익 1조 8,772억원, 당기순이익 5,991억원, 평균 부채율 211%선이었다. 같은 기간 선주협회 회원사중 흑자기업은 99개사였고 52개 적자기업 중 50개사가 벌크선사이며 컨테이너선사는 2개사를 제외한 11개사가 흑자경영을 실현했다.

구조조정의 부정적인 여파로 야기되고 있는 아시아역내 및 근해항로에서의 국적선사간 과열경쟁과 금융여건 경색은 해양수산부가 나서서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 구조조정이 금융권 시각에 기반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한 방지와 시장의 균형잡기는 해운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주무부처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불황기에도 줄곧 명맥을 이어온 중소 중견선사들이 양대 원양선사의 구조조정 와중에 애먼 피해를 입어 우리해운 전체가 휘청거리는 일이 없도록 잘 살피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정책포럼에 참석한 해수부 차관은 ‘서제막급(噬臍莫及)’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해운위기 극복 등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 한국해운에는 합리적이고 조속한 원양선사의 경영 정상화와 동시에 건실한 중견선사에 대한 지속가능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며,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역할은 더욱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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