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194 판결
[판결요지]
영국법의 적용을 받는 영국 적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갑판유실(甲板流失, Washing Overboard)’이란, 해수의 직접적인 작용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휩쓸려 배 밖으로 유실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제한적인 개념이므로, 악천후로 인한 배의 흔들림이나 기울어짐 등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멸실되는 이른바 ‘갑판멸실(甲板滅失, Loss Overboard)’은 갑판적재 약관의 담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판결전문]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15다5194  보험금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D
피고, 피상고인  A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2. 9. 선고 2013나80674 판결
판결선고 2016. 6. 23.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국제사법 제25조는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서,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6조 제1항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에서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에 그 해당 부분에 관하여는 당사자가 선택한 법이 준거법이 되지만, 준거법 선택이 없는 부분에 관하여는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

그리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3항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제4항이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따라서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는 2012. 6. 14. 터키의 코자 폴리에스터 사나이 베 티카렛 에이 에스(Koza Polyester Sanayi Ve Ticaret A.S., 이하 ‘코자 폴리에스터’라고 한다)에게 폴리머리제이션 라인(Polymerization Line) 1세트 4포장(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을 미화 350만 달러에 매도한 다음, 2012. 6. 22. 미합중국 법인인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부보금액 미화 385만 달러로 하는 적하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영국 런던 보험자협회(Institute of London Underwriters)의 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 이하 ‘영국 적하약관’이라고 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 WAIOP 조건(With Average Irrespective Of Percentage, 일정한 해상고유의 위험을 해손의 종류나 규모와 상관없이 보상하는 조건)으로 체결하였다.

2) 피고는 대한민국에 영업소를 설치하고 따로 대표자를 두면서 이를 등기한 후 대한민국에서 영업행위를 하고 있고, 이 사건 보험계약도 대한민국에 있는 피고의 대리점을 통하여 대한민국에서 체결되었다.
3) 이 사건 보험계약에는 ①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의 법률과 관습이 적용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는 내용의 준거법 약관(이하 ‘이 사건 준거법 약관’이라고 한다)과 ② 원고가 피고에게 부보화물의 갑판적재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범위는 ‘투하(投下, Jettison)와 갑판유실(甲板流失, Washing Overboard)’ 이외의 일반 분손(分損)은 담보하지 않는 분손부담보[分損不擔保, Free from Particular Average(F.P.A.)] 조건으로 축소된다는 내용의 ‘갑판적재(甲板積載) 약관’(On-Deck Clause, 이하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이라고 한다)이 포함되어 있다.

4) 원고는 중국 상하이 항부터 터키의 이스켄데룬 항까지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을 주식회사 글로벌카고솔루션에 의뢰한 다음, 2012. 6. 14. 위 회사로부터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을 교부받았는데, 위 선하증권에는 ‘이 사건 화물은 송하인·수하인의 위험부담으로 갑판에 적재되는데, 그 손실·손상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 또는 선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운송인 면책약관(이하 ‘이 사건 운송인 면책특약’이라고 한다)이 기재되어 있다.
5) 이 사건 화물은 2012. 6. 14. 중국의 상하이 항에서 선박 레이스 지(MV Reis G)호의 갑판 위에 선적되어 운송되던 중 2012. 7. 7. 오만 앞바다에서 이 사건 화물 4포장 중 한 포장인 보일러 1대(이하 ‘이 사건 보일러’라고 한다)가 해상으로 떨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6) 코자 폴리에스터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청구권을 양도하고 2013. 4. 3. 이를 피고에게 통지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준거법 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 전부에 대한 준거법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한정하여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한 것이므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닌 사항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의 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사항은 약관의 내용이 계약내용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 참조), 이에 관하여는 영국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

2)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은 영국 적하약관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약관으로서 해상적하보험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해상보험시장의 국제적 표준약관이다.
②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은 이 사건 보험증권의 표면 및 이면에 기재되어 있고, 원고와 피고가 2007년경 체결한 ‘수출입적하 포괄보험 약정서’에도 보험조건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③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업무를 담당하였던 원고 측 실무자 조훈희는 2003년부터 약 10년간 해상적하보험계약 체결 업무에 종사하여 왔고, 2007. 4.경부터 2013. 3.경까지 원고의 수출화물에 관한 해상적하보험계약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피고와 월 30건 내지 50건 가량의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④ 원고가 피고와 해상적하보험을 체결한 위 기간 동안 사용한 보험증권의 표면과 이면에는 모두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이 기재되어 있었다.

⑤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의 갑판적재 사실을 피고에게 고지하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원고 측 실무자인 S의 진술서에는 ‘통상적으로 갑판적(甲板積)이 되면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음에 비추어, 원고는 피고에게 갑판적재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추가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고 갑판적재 운송을 하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3)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는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가 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나, 원고가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은 약관규제법이 정하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피고가 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본 원심 판단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규제법의 적용 및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할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갑판적재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그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에 의한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그리고 영국법의 적용을 받는 영국 적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갑판유실(甲板流失, Washing Overboard)’이란, 해수의 직접적인 작용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휩쓸려 배 밖으로 유실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제한적인 개념이므로, 악천후로 인한 배의 흔들림이나 기울어짐 등으로 인하여 갑판 위에 적재된 화물이 멸실되는 이른바 ‘갑판멸실(甲板滅失, Loss Overboard)’은 갑판적재 약관의 담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갑판 위에 적재되어 운송되던 이 사건 보일러가 황천(荒天, Heavy Weather) 시 유입된 해수의 작용으로 유실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에서 부보하는 위험인 ‘갑판유실‘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즉, ① 악천후에 선박이 요동치거나 갑자기 기울어져 화물이 멸실된 경우는 갑판유실에 해당하지 않고, ②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지역의 기상은 강한 남서풍을 동반한 몬순기후였지만 이는 그 지역에서 통상적인 것으로 특이한 상황은 아니었으며, 당시 중량 54.5톤에 달하는 이 사건 보일러를 휩쓸고 갈 정도의 심한 파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사진을 보아도 파도의 직접적인 작용으로 이 사건 보일러가 유실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④ 영국의 법률사무소 클라이드앤코(Clyde&Co)가 ‘이 사건 보일러의 고박(固縛)은 부적절하였다. 이 사건 보일러는 갑판유실된 것이 아니라 악천후에 선박이 요동하여 미끄러져 떨어진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가 ‘갑판유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영국법상 갑판유실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운송인 면책특약을 피고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은 영국 해상보험법상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이러한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 취소의사가 원고에게 도달함으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은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가정적·부가적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갑판적재 약관의 부보위험인 갑판유실로 인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위와 같은 가정적·부가적 판단의 당부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한 상고이유는 더 살펴 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2.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6. 6. 23. 선고 2014가합1336 판결
[판결요지]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매절차의 수행을 확실하게 하고 경매할 선박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경매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선박의 감수와 보존에 필요한 처분으로 선박에 대한 소유자의 점유를 풀고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보관할 것을 명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취하하면 집행관은 채권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보관하고 있던 선박을 원상대로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되고, 그 반환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관하여야 하며, 이러한 법리는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법원의 감수보존처분으로 집행관 이외의 자가 선박을 점유·관리하던 중 경매신청이 취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판결전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제1민사부
판결
사건 2014가합1336  손해배상(기)
원고 J운수 주식회사
피고 1. 주식회사 Y
  2. 한국해운조합
피고들 보조참가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6. 6. 2.
판결선고 2016. 6. 23.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10. 8.부터 2016. 6. 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그 나머지 부분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 1/2은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주식회사 Y는 440,000,000원,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피고 주식회사 Y와 공동하여 위 돈 중 432,4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1. 10. 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5. 9. 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와 감수보존결정
1) 원고는 2002. 11. 18. 피고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유류대금 등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한국해운조합에게 원고 소유의 84톤급 선박인 F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60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2)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2010. 7. 15. 피고 주식회사 Y(이하 ‘Y’라 한다)의 전신인 Y종합경비 주식회사(2012. 7. 9.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고, 이하 일괄하여 ‘피고 Y’라 한다)에게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 관리 업무를 위임하는 계약의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의 주요 내용>
제1조 (목적)
이 사건 선박(의장품 포함)에 대하여 피고 Y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감수보존 선박 관리 업무를 관계 규정에 따라 확실하게 수행하고, 이에 상응하는 적정한 비용과 수수료를 수수하는데 있음.
제2조 (감수보존 기간)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요청에 의한 선박 접수일로부터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해지요청일까지로 한다(단,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계약을 해지하고 할 때에는 최소한 해지일 7일 전에 피고 Y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3조 (업무의 범위)
피고 Y는 선관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래의 업무를 일괄 수행한다.
1. 이 사건 선박의 안전한 보전과 의장품 및 일체 비품을 인수 이상 없이 유지 보존하는 업무
2. 선박 의장품 및 선용품의 도난 및 화재 등 의 사고를 예방하여 선박의 훼손과 멸실을 방지하는 업무
3. 감항능력 유지에 부수되는 선용품의 공급 및 수리 업무 등의 대행업무
4. 관리인의 통솔, 지휘감독(비상연락망 유지)
5. 기타 감수보존 선박 관리 업무에 수반되는 일체의 업무

제4조 (보고의무)
① 피고 Y는 매월 1회 감수보존 관리 업무의 수행사항을 피고 한국해운조합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고장, 조난, 기타 관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피고 한국해운조합 또는 관계인에게 즉시 보고함과 동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2010. 7. 20.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0타경11386호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같은 날 위 지원에 2010타기1374호로 피고 Y를 감수보존인으로 선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감수보존처분을 해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2010. 7. 21.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고(이하 위 결정에 의하여 개시된 임의경매절차를 ‘이 사건 경매절차’라 한다), 같은 날 채권자인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위임을 받은 피고 Y를 감수보존인으로 선임하여 이 사건 선박을 원고로부터 인도받아 감수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이라 한다).
 

나.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감수보존 개시
1)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집행관은 2010. 7. 29. 원고와 피고들 소속 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하여 원고로부터 피고 Y로 이 사건 선박의 점유를 이전하는 인도집행을 하였고, 피고 Y는 같은 날부터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인으로서 목포시 죽교동 620-230 소재 북항 선착장에 이 사건 선박을 정박시키고 점유·관리하기 시작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한 인도집행 당시 기관실 전·후 선저외판 리벳이음 틈새와 너울성 파도로 인하여 선체 중앙으로부터 앞쪽 우현 수선상 외판의 파공부위를 통해 선내로 해수가 유입되고 있는 상태였고, 원고 소속 직원들이 1주일에 1회 정도 휴대용 잠수펌프를 사용하여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배출하면서 관리하고 있었다. 원고 측은 위 인도집행 당시 피고 Y의 선박관리자에게 이러한 사정을 설명해주었고, 그에 따라 피고 Y는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주기적으로 배출해가면서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였다. 그 후 선내에 유입되는 해수의 양이 증가하자 피고 Y는 2~3일에 한 번씩 해수를 배출해가며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였다.
 

다. 경매신청 취하 이후의 상황과 이 사건 선박의 침몰
1)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2011. 4. 5. 경매신청을 취하하고,1) 2011. 4. 28. 원고에게 ‘이 사건 경매절차가 중단되었으니 이 사건 선박을 매각하는데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나, 위 내용증명은 ‘폐문부재’를 이유로 원고에게 송달되지 못하고 반송되었다.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2011. 5. 11. 및 2011. 8. 29.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다시 발송하였으나, 모두 ‘폐문부재’를 이유로 원고에게 송달되지 못하고 반송되었다.
2) 피고 Y는 이 사건 경매절차가 신청취하로 종료된 이후에도 종전과 같이 계속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다가 선박관리비용이 점차 증가하자 피고 한국해운조합에게 이 사건 선박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해도 되는지 문의하였다.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담당자는 피고 Y에게 ‘원고에게 연락했으니 걱정 말고 철수하라’고 회신하였고, 피고 Y는 2011. 9. 26.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하였다.
3) 피고 Y가 철수한 이후 이 사건 선박은 관리자 없이 선착장에 방치되어 선내에 해수가 계속 유입되었고, 그 결과 2011. 10. 7. 22:07경 침몰하였다. 침몰 직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선박의 감정평가액은 440,000,000원이다.
[인정근거]  (생략)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고 Y

중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매절차의 수행을 확실하게 하고 경매할 중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경매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중기의 감수와 보존에 필요한 처분으로 중기에 대한 소유자의 점유를 풀고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보관할 것을 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취하하면 집행관은 채권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보관하고 있던 중기를 원상대로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되는 것이고(대법원 1990. 7. 27. 선고 90다카10244 판결 등 참조), 그 반환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관하여야 하며, 이러한 법리는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법원의 감수보존처분으로 집행관 이외의 자가 선박을 점유·관리하던 중 경매신청이 취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Y는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인으로 선임되어 2010. 7. 29.부터 이 사건 선박을 점유·관리하던 중 2011. 4. 5. 경매신청이 취하되었으므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 선박을 원상대로 인도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Y는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하지 아니하다가 2011. 9. 26.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따른 인도집행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피고 Y가 철수한 때까지 주기적으로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배출해주어야 하는 상태였는데, 피고 Y는 이 사건 선박을 원고에게 인도하거나 제3자에게 맡기지도 아니한 채 해수배출 등 선박의 유지·관리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여 위 선박을 방치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은 피고 Y가 철수한 날로부터 11일 후인 2011. 10. 7. 선내 해수 유입으로 인하여 침몰하고 말았다.
따라서 피고 Y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한국해운조합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경매신청 전부터 피고 Y와 사이에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피고 Y에게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업무를 위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 제3조, 제4조에 의하면, 피고 Y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의 멸실을 방지하고 그 가치를 유지할 의무와 함께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 상황에 관하여 정기적으로 보고할 의무 및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고장이나 조난 그 밖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즉시 보고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 제2조가 감수보존기간의 종기를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해지요청일까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Y는 경매신청 취하 이후에도 피고 한국해운조합에 의해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에 대하여 위와 같은 관리의무 및 보고의무 등을 계속 부담한다. 위와 같은 계약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 Y가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하기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실제 피고 Y가 2011. 9. 26.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에 앞서 피고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철수해도 좋다는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나아가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관계자들은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한 선박인도집행 당시 현장에 입회하여 이 사건 선박의 현황을 살펴보았고,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에 따라 피고 Y로부터 이 사건 선박의 관리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으므로, 이 사건 선박이 주기적으로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배출해주어야 하는 상태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경매신청 취하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원상대로 인도하여야 하는 감수보존인인 피고 Y로부터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해도 되느냐는 문의를 받았을 때 이 사건 선박을 직접 관리하거나 제3자에게 관리를 맡기는 등의 조치를 취함이 없이 이를 허락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이 해수배출 등 필수적인 유지·관리 작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방치되도록 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은 피고 Y가 철수한 날로부터 11일 만에 선내 해수 유입으로 침몰하였다.
따라서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이 사건 선박의 침몰 당시 감정평가액이 440,000,000원인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을가 제24호증의 3, 을가 제2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매각기일에서 이 사건 선박이 모두 유찰되었고,2) 마지막 4회 매각기일(2011. 5. 2.)에서의 최저매각가격으로 219,508,000원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 전에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2011. 4. 5. 경매신청을 취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한 것에 대한 주된 책임은 감수보존인으로서 이 사건 선박을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철수해버린 피고 Y와 이를 사전에 허락한 피고 한국해운조합에게 있다고 할 것이지만, 원고도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이자 이 사건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 이후에도 이 사건 선박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이 사건 경매절차의 진행추이를 살펴보면서 경매신청이 취하되는 등으로 자신이 이 사건 선박을 다시 인수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서류를 실제 송달받을 수 있는 장소가 변경된 경우에는 그 취지를 집행법원에 바로 신고(민사집행법 제14조 참조)하여야 하는 등의 최소한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이를 소홀히 하였고, 그 결과 경매신청이 2011. 4. 5. 취하되어 2011. 4. 7.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의 말소등기까지 경료된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6개월이 경과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이 사건 선박은 원고가 관리하던 때부터 이미 선저외판 리벳이음 부분의 틈새와 수선상부 외판의 파공 부분이 수리되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어 이를 통해 선내에 해수가 계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태였고, 피고들의 철수 이후 결국 침몰하였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평의 원칙상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의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침몰 당시 가액인 440,000,000원에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곱한 220,000,000원(= 440,000,000원 × 0.5)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 침몰 다음날인 2011. 10. 8.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6.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하여
가) 수령지체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경매신청을 취하한 후 원고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그 밖에도 전화를 하거나 직접 원고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라고 통보하려고 하였으나, 원고는 일부러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연락을 피하다가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자 그 다음날 곧바로 위 선박을 인양하여 고철로 처분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경매신청을 취하하여 자신이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인도의무에 대한 이행의 제공을 하였으나 원고가 고의적으로 그 수령을 지체하다가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들은 민법 제401조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침몰에 관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나) 관리중단의 불가피성
원고는 경매신청이 취하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선박인수 요청을 거부하였고, 그 사이 6개월이 넘는 기간이 경과하면서 피고 Y가 부담해야 하는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간다는 기약도 없이 과도한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고 Y에게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를 계속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고,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에 따라 피고 Y에게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비용 상당의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 Y의 관리중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가)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설령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은 침몰 무렵에는 사실상 고철덩어리에 불과하여 원고가 인양업체로 하여금 이 사건 선박의 잔해를 처분하도록 허락하고 그로써 인양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였을 정도이므로, 이 사건 선박의 침몰 당시 가액이 440,000,000원에 이른다는 감정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계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이 사건 선박 침몰일을 기준으로 원고에 대하여 445,978,500원의 유류대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위 채권액에서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이 사건 선박 침몰 전날인 2011. 10. 6. 원고 소유의 다른 선박인 S고속훼리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148,458,518원을 법정충당순서에 따라 공제하면 197,519,982원의 유류대금 원금채권이 남는다. 나아가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 가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면 이 사건 선박의 잔해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물상대위권의 객체가 되는데, 원고는 이 사건 선박 침몰 직후 위 선박의 잔해를 인양업체에 넘겨버리고 인양대금의 지급에 갈음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고철가인 60,000,000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였으므로, 피고 한국해운조합에게 같은 금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이 사건 2015. 9. 25.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원고에게 대한 위 유류대금 잔액 및 이 사건 선박의 고철가를 합산한 257,519,982원(= 197,519,982원 + 60,000,000원)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
 

나.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하여
가) 수령지체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은 피고들이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임치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법원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인으로 선임된 피고 Y가 경매신청 취하 이후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 선박을 원상대로 인도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피고 Y와의 내부적인 계약관계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업무에 관하여 피고 Y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위와 같은 피고 Y의 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함으로써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에 해당하므로, 채권자지체 중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채무자의 면책을 규정한 민법 제401조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으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와 감수보존인인 피고 Y 또는 피고 Y에게 감수보존업무를 위임한 피고 한국해운조합 사이에 임치계약과 유사한 법정채권채무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아 민법 제401조가 유추적용된다고 해석하더라도,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경매신청을 취하한 이후 원고에게 3차례에 걸쳐 ‘경매신청을 취하하였으니 이 사건 선박의 임의매각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나 모두 원고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반송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며, 그 밖에 피고들이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원고에게 우편 또는 전화를 통하거나 직접 방문하여 ‘경매신청을 취하하였으니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라’고 통보함으로써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인도의무에 대한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거나, 원고가 고의적으로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연락을 피하였다거나, 이미 원고가 다른 경로로 경매신청이 취하된 사실을 알고 있어 피고들이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이행의 제공을 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채권자지체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으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임치계약과 유사한 법정채권채무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아 민법 제401조가 유추적용되고, 이에 더하여 피고들의 주장대로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이 사건 경매신청 취하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라고 통보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인도의무에 대한 이행의 제공을 하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를 수령하지 아니하여 채권자지체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피고 Y는 이 사건 선박의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주기적으로 배출해주지 않으면 얼마안가 위 선박이 침몰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선박의 유지·관리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함으로써 고의로 이 사건 선박의 인도의무를 불이행하였고, 피고 한국해운조합도 위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Y로 하여금 선박의 유지·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하도록 허락하여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도록 방치함으로써 고의로 이 사건 선박의 인도의무를 이행불능상태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채권자지체 중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채무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민법 제401조에 의하여 면책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관리중단의 불가피성
피고들은 원고가 연락을 피하는 상황에서 피고 Y가 기약 없이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어 불가피하게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피고 Y가 감수보존인으로서 이 사건 선박을 유지·관리하는 동안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주장·입증이 없다.
나아가 설령 피고 Y가 감수보존인으로서 이 사건 선박을 유지·관리하면서 얼마간의 비용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권자인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감수보존처분 신청을 할 때 법원에 감수보존비용으로 예납한 돈으로 우선적으로 보전 받을 수 있고, 만약 채권자가 감수보존신청을 할 때 예납한 돈으로 실제 발생한 감수보존비용을 보전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법원이 채권자에게 추가로 감수보존비용을 납부하도록 명하여 이를 보전해준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권자와 감수보존인 사이에 직접 감수보존 위임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그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채권자가 직접 감수보존인에게 감수보존비용 상당의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특히 경매신청이 취하된 경우에도 그때까지 소요되었던 경매절차의 비용은 경매신청인이 부담하여야 하므로, 피고 Y는 이 사건 경매신청 취하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할 때까지 발생한 유지·관리비용에 관하여도 법원에 감수보전비용으로 예납된 돈으로 보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은 이 사건 경매절차의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위 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피고 Y가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를 계속하여야 하고,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그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Y는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에 근거하여 피고 한국해운조합에게 경매신청 취하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할 때까지 발생한 유지·관리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피고 Y에게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비를 상환할 자력이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Y가 과도한 비용발생으로 부득이하게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비용을 법원에 예납하거나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에 따라 감수보존인인 피고 Y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고, 나중에 이 사건 경매절차의 배당기일에서 이를 집행비용으로 우선적으로 상환 받을 권리가 있으나,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경매신청을 취하함으로써 이 사건 경매절차가 종료되었으므로, 결국 피고 Y가 이 사건 선박을 원고에게 다시 인도할 때까지 발생한 유지·관리비용은 경매신청인인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궁극적으로 부담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들의 주장처럼 원고가 경매신청이 취하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지 아니하여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비용부담을 증가시켰다면,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원고에게 그로 인하여 증가된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청구할 수 있을 것이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한국해운조합 또는 법원으로부터 경매신청이 취하되었으니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라는 통보를 받고서도 위 선박을 인수해가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설령 원고가 피고 한국해운조합이나 법원으로부터 경매신청이 취하되었으니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해가라는 통보를 받고서도 위 선박을 인수해가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한국해운조합은 원고에게 그로 인하여 증가된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비용 상당의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자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원고로부터 원고의 인수지연으로 인하여 증가된 유지·관리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피고 Y로 하여금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하도록 허락하여 고의로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신의칙상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가) 이 사건 선박의 가액

갑 제5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1. 10. 8. J에게 이 사건 선박의 인양작업을 맡겼고, 이 사건 선박의 인양과 해체에 관한 모든 처분권을 J에게 넘기는 것으로 그 대금지급에 갈음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선박  이 침몰하여 그 가치가 급감한 이후의 사정이므로, 위 인정사실과 그 밖에 피고들이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선박이 선내 해수유입으로 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기 직전의 가액이 고철가격에 불과한 수준이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상계
피고 한국해운조합이 해수배출 등 유지·관리 작업을 중단할 경우 얼마안가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할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Y로 하여금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하도록 허락하여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도록 방치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처럼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496조), 원고에 대한 유류대금채권과 이 사건 선박의 고철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겠다는 피고 한국해운조합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석(재판장), 김유신(주심), 황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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