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화물의 부실고지

I. 서론
컨테이너 운송에서 적입된 화물에 관한 고지는 송하인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컨테이너 운송은 다른 운송에 비하여 화물의 종류나 상태를 운송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관계로, 송하인의 화물 고지에 대하여 운송인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으며, 따라서 선하증권 발행시 송하인의 고지에 따라 화물명세를 기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운송인은 송하인의 부실고지로 인하여 위험물 혹은 선하증권과 중량이 다른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송하인이 악의로 매매계약과 다른 화물을 제공하여 대금 수취 후 잠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래와 같이 컨테이너 화물의 부실고지의 양태를 살펴보고 각각의 운송인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살펴서 운송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고려하고자 한다.
 

II. 위험물의 부실고지
1. 위험물 선적

발화성 혹은 폭발성이 있는 화학물의 컨테이너 선적시, 송하인이 IMDG code1)와 다른 명세 및 취급방법을 제공할 경우, 운송 중 화물의 화재 혹은 폭발과 같은 사고 위험이 발생한다. 이러한 운송이 이루어지는 배경은, 컨테이너 반입 혹은 반출시 검사과정이 주로 무기나 밀수품을 중점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화학물의 폭발성이나 반응성을 검사하는 것에는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운송이 금지된 화물을 운송하려는 목적 혹은 운임절감을 위하여 송하인이 위험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화물인 것으로 고지하여 일반화물 운임으로 운송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로 항차당 운송하는 콘테이너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선박이 운송하는 화물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물의 폭발, 화재 등으로 인하여 해난에 이르게 되는 경우 운송인은 다른 화주로부터 배상청구를 받을 우려가 있으며, 이 청구금액은 높은 수준이 될 것이다.
 

2. 운송인의 책임- Hague-visby rules을 기준으로
선하증권에 Hague-visby rule이 편입된 경우라면 운송인은 이러한 화재나 폭발사고에 대한 운송인의 면책을 고려해 볼 수 있다.2) 이 경우 운송인은 우선 자신이 발항시 선박의 감항성을 유지하는데 있어 충분한 주의의무(due diligence)를 했다라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입증하여야 한다.
주의의무 입증을 위한 주요 고려 대상은 화재예방 혹은 화재진압을 위한 선원 훈련이나 관련 장비가 선박에 충분히 구비되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법원은 운송인에게 다소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The Eurasian Dream”3) 판례에서, 자동차운반선에 선적된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모든 화물이 전손되었는데, 원고인 화주는 화재진압 장비가 충분하지 않았고 진압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선박은 화재에 대응하는 장비와 인원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감항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하였으며, 피고인 선주측은 화재예방 및 진압에 대하여 선박은 SOLAS 및 ISM에 적합한 수준의 장비와 인원을 갖추고 있었음을 근거로 방어하였다.

법원은 단순히 SOLAS 및 ISM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선박이 감항성을 유지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사실조사결과 최초 화재가 크지 않아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진압할 수 있었음을 근거로 해당 선박은 감항성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화주는 선박이 출항 전 위험화물을 미리 선별 및 차단할 장비를 구비하지 못했으므로 선박의 불감항성을 근거로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운송인은 해당 화물의 선별 및 운송차단의 물리적 어려움을 근거로 운송인 면책을 주장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는 이미 “The Kapitan Sakharov”4) 판결에서 법원은 운송인의 감항성 주의의무는 이미 고지된 화물의 확인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이 판단은 운송인의 위 면책 주장에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3. 운송인의 송하인 상대 구상청구 가능성
해당화물이 위험물로 분류되어 화재 또는 폭발하는 경우, Hague-visby rule이 적용된다면, 운송인은 화재나 폭발로 인한 손실을 송하인에게 구상받을 수 있다.5) “The Aconocagua” 판결에서 1심 법원6)은 송하인이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폭발성이 있는 Calcium hypochlorite 화물을 운송인에게 고지할 당시, 정상보다 높은 온도의 화물을 제공하여, 운송과정에서 자체 발화하였고 폭발에 이른 것으로 보아 송하인에게 운송인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며, 이는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졌다.7)
다만, 송하인을 상대로 하는 구상청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박의 화재 혹은 폭발사고는 화물 및 선체에 큰 손상을 미치게 되므로, 배상액이 상당하며, 규모가 크지 않은 송하인인 경우 충분한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운송인은 화물에 의심이 드는 경우, 송하인의 배경을 살펴서 거래당사자로서 충분한 지위에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III. 중량의 부실고지
1. 부실고지된 중량물 선적의 위험성

중량이 잘못 기재된 경우, 송하인의 고지를 근거하여 화물의 적부계획을 수립한 운송인은 선박이 운송할 수 있는 총중량을 초과하여 운송하게 되며, 이는 해당 화물의 고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선박의 안전운항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항해 중 컨테이너가 추락하거나 혹은 잘못된 중량으로 인하여 적양하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대개 원 중량보다 적은 중량을 고지하게 되므로, 운송인은 송하인의 고지만을 신뢰하여 적부계획 작성시 실제로는 무거운 화물을 상단에 배치하게 된다. 따라서 운송과정에서 무거운 화물이 하단에 적재된 가벼운 화물에 영향을 미치거나, 컨테이너 고박상태를 악화시켜 해당 화물이 바다로 추락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선박의 복원성에 영향을 주게 되어 항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고 발생시, 송하인에게 관련 손해를 구상 청구하기 위해서는, 운송인은 송하인이 잘못된 화물 중량정보를 제공하여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초과중량화물의 적부로 인한 사고는 일반적으로 해당 화물이 바다에 추락하여 멸실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입증이 어렵다. 따라서 운송인이 선적 전에 화물명세 및 고지된 중량에 의심을 품는 경우,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2. SOLAS 규정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 변경된 SOLAS 규정8)은 검정총중량 양식에 기재된 컨테이너의 중량을 검증할 의무를 송하인에게 부과하고, 해당 양식을 선적서류에 포함시켜 운송인에게 제공할 것을 의무화 하였다. 또한 단순히 컨테이너의 중량을 추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국가 인증을 받은 장비로 콘테이너 및 내품을 정확히 측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증된 기관 및 장비로 측정된 중량이 선적서류에 포함되어야 하므로, 해당 규정으로 이러한 중량의 부실고지로 인한 사고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IV. 화물명세의 부실고지
1. 화물명세 부실고지의 위험성

송하인이 일종의 사기행위로써 A라는 화물을 매매하기로 수하인과 약정한 후, 실제로는 다른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는 것으로, 선하증권상 A 화물을 고지하여 운송인 및 수하인을 기망하는 경우이다. 이는 일종의 사기행위이므로 송하인은 민사상 청구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 운송인의 위험
이 경우 운송인은 매매계약의 문제로 치부하여 크게 고려하지 않을 수 있고, 부지약관이 유효한 경우 운송인은 컨테이너 내품 변경에 대하여 방어할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경우 운송인도 불필요한 비용 및 책임에 노출될 수 있다.
첫번째로 수하인이 매매계약의 대상 화물이 아님을 근거로 인수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 해당 화물은 장기체화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해당화물이 가치가 없다고 판명이 되더라도 소유권은 운송인에게 있지 않으므로 운송인은 상당한 시간을 들여 해당 화물을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확보하여 화물을 처분하여야 한다. 또한 수하인이 화물을 인도하지 않으므로 발생하는 보관료 등 비용은 운송인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송하인은 이익을 편취한 후 잠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운송인은 해당 비용의 구상청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두번째로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제공한 Seal 번호와 다른 Seal을 컨테이너에 부착하는 경우이다. 무고장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상 Seal 번호와 콘테이너의 Seal 번호가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수하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요구받게 된다.
실제로, 중국에서 선적되는 컨테이너 화물에서, 송하인이 수하인을 초빙하여 적입하고 Seal을 붙이는 작업현장을 보여준 후, 터미널에 입고시키기 전 화물과 Seal을 변경하거나, 운송인에게 Seal 번호가 바뀌었다고 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운송인으로 하여금 선하증권 작성시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사건이 접보되고 있다.

비록 송하인의 사기행위에 대한 심증적 정황은 있으나, 수하인은 운송인의 책임구간에서 Seal이 훼손되었거나 혹은 화물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근거로 운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무고장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으로서는 해당 화물의 변경이 송하인의 사기행위이며 운송인의 책임구간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님을 입증하여야 하나, 대부분의 경우 사기행위를 한 송하인은 잠적하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고, 또한 이를 입증하였다 하더라도 운송인의 운송구간 내에서 화물 검수가 미흡한 책임을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운송인은 배상위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 운송인의 주의사항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운송인은 다음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Seal의 검수를 터미널에 요청하게 되나, 운송인 스스로 검수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고는 대개 단발성인 경우가 많으므로 운송인은 이전에 거래관계가 없는 송하인의 화물 선적시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선하증권 발행 전 송하인이 Seal 번호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실제 컨테이너에 부착된 Seal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선 및 일정의 촉박함을 이유로 송하인의 변경사항에 대해 실제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송하인의 요청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으나, 그 결과로 운송인이 책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터미널 혹은 관련 인원을 통하여 컨테이너의 실제 상태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선하증권 발행 후 송하인이 Seal 번호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반드시 운송인은 해당 선하증권을 회수한 후 송하인의 요청을 들어주어야 한다. 송하인에게 LOI등을 받는 방법도 있겠으나, 대부분 사기행위에 연관되어 있고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송하인이 잠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LOI의 유효성 및 집행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V. 결론
송하인의 부실고지는 해당 화물에 대한 손상 뿐 아니라, 다른 화물 더 나아가서는 선박의 운항에 막대한 지장을 끼치므로 운송인은 송하인의 고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 보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경우 반드시 사실확인을 통하여 해당화물을 운송거절 하거나 송하인으로 하여금 정상적인 고지를 하게끔 요청하여야 한다.
또한, 부실고지로 인하여 화물인수 거절 혹은 운송계약 위반에 대하여 운송인이 완전한 면책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송하인 상대로 구상청구의 현실성이 떨어지므로, 운송인은 사전에 이러한 문제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부실고지에 대한 효과를 기재하여 운송인의 권리를 확보할 것이 권고된다.9) 이면약관에 부실고지에 대한 조사 혹은 조치사항을 기재함으로써 운송인은 송하인으로 하여금 해당 증빙을 제출하거나 운송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제함으로서 부실고지에 대한 예방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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