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10일 아테네 90개국 해운·조선인 2만명 집결
밸러스트수·LNG선·선박투자 등 이슈, 신조계약도 성사

세계 최대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POSIDONIA) 2016’이 6월 6일부터 10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전 세계 2만여명의 해운·조선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며 그 어느 때보다 성황을 이뤘다. 극심한 불황에 처한 해운·조선업계의 선박공급과잉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신조발주 계약이 일부 성사됐으며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통해 위기 극복의 의지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1969년 첫 개최 이래 올해 24회째를 맞은 ‘포시도니아 2016’에는 전 세계 90개국에서 1,825개 업체들이 전시에 참여했으며, 역대 최고 인원인 2만 2,366명의 참관객이 몰렸다. 아테네 메트로폴리탄 엑스포에서 열린 전시회의 총 면적은 3만 1,700㎡(9,589평)였으며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관련 컨퍼런스도 40여개나 열렸다. 다양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프로그램과 함께 사전 행사로는 포시도니아 마라톤, 골프, 축구 등의 이벤트도 진행됐다.

특히 이번 포시도니아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그리스 해운의 신뢰감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자리로 평가받았다. 극심한 불황에 처한 전 세계 해운·조선시장에서 신규 선박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그리스는 세계 최대 선박 발주국으로 참가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올해도 전시회 기간 그리스 선주들과 아시아 조선소들 간 신규 발주협상과 계약이 여러 건 성사됐다.

그리스 선대 가치 900억불, 세계 해운업 1위
그리스는 해운불황과 국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해운업의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베셀벨류(VesselsValue)에 따르면, 그리스의 선대 가치는 900억달러로 글로벌 선대의 15%를 차지하며 선박 톤수로서는 20%를 차지한다. 그리스 선주가 운항 중인 선대 규모는 3억 3,300만dwt이고 발주중인 선복량은 4,000만dwt에 달한다. 지난해는 69억달러 규모의 신규선박을 발주했으며 gT 기준 벌크선(47%)과 탱크선(35%)에 집중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선주는 중고선 매매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1년간 10억달러의 선박을 사들였으며 이는 후발 바이어들보다 3배 이상의 규모이다.

다음회 포시도니아 전시회는 2018년 6월 4일부터 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포시도니아 공식 뉴스레터 ‘포시도니아 투데이(Posidonia Today)’를 통해 4박 5일간의 행사 소식을 들여다본다.

 
 
개막식에 그리스 총리·IMO 임기택 사무총장 참석
6월 6일 전시회 첫날 뉴스레터의 제목은 ‘Shipping comes home’이었다. 그리스와 유럽 등 해외 거물급 선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그리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IMO 임기택 사무총장, 유럽운송위원회 Matej Zakonjwek 운송담당 등 주요 인사들이 개막 테이프 커팅식을 가졌다.

그리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개회사에서 “그리스의 외항해운업은 그리스 전체 GDP의 7%에 기여하는 등 직간접적인 상당한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그리스 경제는 위기 상황이지만 해운업은 경쟁력을 잃지 않았고 그리스 선주들은 여전히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IMO 임기택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한 해운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임 총장은 6월 7일 트레이드윈즈 선주포럼의 연사로 나서 해운업이 처한 어려움을 진단하고 동시에 해운업계가 직면한 기술적 변화, IMO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했다. 임 총장은 “IMO의 핵심 목표는 해양안전과 보안을 강화하고 해양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IMO는 규제의 실행 및 개발도상국 지원과 커뮤니케이션 등을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운은 도전적인 시기를 맞고 있으나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집행위원회 Matej Zakonjwek 운송담당은 “유럽의 발전을 지원하는 해운의 잠재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면서 “함께 힘을 모아 현재 해운업의 위기를 이겨내자”고 언급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그리스 경제위기와 관련해 그리스 해운업의 세금인상에 압력을 가한 바 있다.

2천여개 조선업체 홍보, 한-그리스 해양포럼
이번 포시도니아에는 전 세계 2,000여개에 달하는 조선소 및 조선기자재 업체가 부스를 운영하며 각자의 제품과 기술을 홍보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덴마크, 브라질 등 19개국에서는 국가관으로 대규모 참가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과 기자재업체 8곳 등은 한국관에서 290㎡(88평) 규모의 공동부스를 운영했으며 이밖에 개별적으로 참가한 조선소와 기자재업체들도 있었다. 부대행사로는 ‘한-그리스 해양포럼’이 열렸다.

전시회와 동시에 트레이드윈즈, DNV GL, INTERTANKO, 바르질라, IACS, 현대중공업, 인텔리안, 선박기자재회사 등 다양한 해운조선단체들이 주최하는 각종 포럼이 열렸다. 선주들은 해운위기 원인과 공급과잉 실태를 진단하고 선박투자 시점에 대해 논의했으며 각국 선급은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스마트선박, ECDIS, 밸러스트수, LNG선박, MRV 등에 대한 기술 세미나도 열렸다.

LNG선과 밸러스트수
LNG선과 밸러스트수에 관한 이슈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한 포럼에서 로이드선급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선박톤수는 인도와 중국의 증가하는 중산층 인구로 인해 2배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규제요건과 환경우려, 화석연료의 이용가능성과 에너지 안보 등의 측면에서 현재 디자이너, 선주, 장비제조업체와 LNG와 관련된 특수프로젝트를 발틱해와 지중해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60여곳의 밸러스트수 처리 전문업체들이 참여했다. 업체들은 올해 안에 밸러스트수 협약이 발효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주들은 신규 기술투자의 결정이 쉽지 않아 관망하는 자세로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밸러스트수 처리시스템의 급증하는 수요를 보지 못했으나 일단 규제가 시행되면, 신조 및 기존 선박들의 업그레이드 의무화 등 강제성이 생길 것이므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박구입 적기 ‘의견 분분’
선주들 사이에서는 선박을 구입할 시점에 대한 의견이 갈리었다. 트레이드윈즈 선주포럼에서 선박구입 시점과 관련해 토론자 7명 중 3명은 ‘지금 사야 한다’, 나머지 3명은 ‘아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1명은 기권했다.

캐피탈마리타임의 Marinakis씨는 “바로 지금이 진입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드라이와 컨테이너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시점이므로 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리즈버리탱커스의 Burke씨도 “모두가 선박을 내다팔고 있으므로 우리는 싸게 살 수 있다”고 동의했다. 나비오스의 Frangou씨는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매입선박이 기존 선대 포트폴리오와 적합하다면 지금이 사야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이스턴 메디테리안의 Thanassis Martinos씨는 “드라이는 역사상 최저점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낮은 상태가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투자해서 리스크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Louis Dreyfus그룹의 Philippe씨도 “지금 선박을 투자하는 것은 시기에 맞지 않다”고 말했으며 유로나브의 Paddy Rodgers씨는 “유로나브의 주식 말고는 아무것도 사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냈다. 기권한 차코스그룹의 Nikolas Tsakos씨는 “시장에 너무 많은 선박들이 나와 있다”면서 “중고선 매매거래는 유지해야 하나 신조발주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드라이 벌크선 투자는 지금이 적기?
그리스 선주들은 신조선에 투자하기 보다는 중고선을 사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자금이 있다면 30년 역사상 최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드라이벌크선에 투자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보았다. 일부 선주들은 “분석가들을 무시해라. 그들은 항상 틀렸다”면서 “지금이 싸고 좋은 중고선을 살 적기”라고 의견을 밝혔다.

Capital Link Forum에서 그리스 선주 Gerrge Procopiou씨는 “사람들은 해운은 변동성이 있는 사업이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운업은 가장 안정적인 산업이다. 불안정성 속에 산업의 안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야말로 수익을 내는 방법이고 타이밍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Synergy Maritime Holdings의 Stamatis Tsantanis CEO는 “우리는 현재 30년 역사상 최저점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자본은 퀄리티 있는 선박들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면서 “일일 벌크시장은 몇 년전 끝났다고 여겨졌던 탱커시장에 벌어진 일처럼 다시 반등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Anangel maritime Service의 John Platsidakis씨는 “유동성이 있다면 드라이벌크선이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선박시장은 장기적 관점과 해운업의 지식으로 자금이 들어올 때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조발주의 감소와 선박해체의 증가를 지적하면서 시장회복에 대한 일부 긍정적인 지표들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Pioneer Marine의 Pamkaj Khanna CEO는 “현재 드라이벌크선 10척 중 7척은 중고선 시장에서 자금력이 매우 좋은 그리스 선주들에게 팔리고 있다”면서 “금융측면에서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거의 없다. 이는 조선소에 발주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해운업계에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스타벌크캐리어의 Hamish Norton 회장은 “선주들은 요즘 더욱 낙관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나비오스의 Gerge Achniotis CFO는 “자금력을 가진 선주들은 지금이 구입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ryship의 George Economou CEO는 “내가 최초로 구입한 선박은 7년된 중고선이었다”고 자전적 경험을 얘기하면서 “7년된 중고선을 사라. 그러면 선복량 과잉은 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컨테이너 선주인 다나오스의 John Coutas CEO는 선주들의 경기대응에 대한 책임성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신조발주는 중고선을 구입하는 것 보다 더욱 쉽다”면서 “바로 문제는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해운 회복 시간 걸릴 것”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불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Capital Link Shipping Forum’에 참석한 컨테이너분야 패널들은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터널 끝의 빛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폭락한 컨테이너 운임과 용선료는 역사상 저점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다나오스의 Evangelos Chatzis씨는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현재 시장을 비교하면서 “오늘날 문제는 수요이다. 2016년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2017년 봄에는 더 나은 시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PO Holding의 Hermann Klein COO는 “현재 5,500teu급 선박 용선료가 일일 5,500불, 8,500teu급은 일일 8,500불”이라며 “이는 용선료가 일일 teu당 1달러인 셈이다. 25일 항해에서는 teu당 25불로 진토닉 2잔 값”이라고 토로했다. 1만teu급 6척을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선사 Euroseas의 Aristidis Pittas CEO는 “공급은 넘쳐나는 반면 수요는 정체돼 있어 올해에 이어 2017년에도 시장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 공급과잉, 각자 책임감 가져야
해운의 침체와 운임폭락, 선박공급과잉 현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해운시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려면 각 플레이어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선주들은 극심한 해운시장 불황의 원인으로 ‘선박공급 과잉’과 ‘과거 초과발주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지적했다. 또한 최근 신조발주 규모가 줄고 있기는 하나 과거의 습관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주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이 붕괴된 이후 2년간 사이클 패턴이 지속되면서 시황이 상승하는 만큼 신조발주가 재빨리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llied Shipbroker는 "해운성장의 사이클은 다시 나타날 것이나 운임상승을 드라이브하려면 적절한 신조 선복량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각 플레이어들이 자가공급진단을 통해 초과 신조 선박공급을 억제해야 하고 선대의 성장을 시장의 실제 필요와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조협상 활발, 실제 계약은 ‘미적’
포시도니아는 선주국 그리스에서 열리는 만큼 유럽지역 선주들과 조선소 및 해양플랜트 업체들이 대규모로 참관해 신규발주 물량의 협상이 가장 활발한 전시회로 유명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소들도 CEO들이 직접 참여해 열정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에서 각국 조선소들의 수주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으나 실제 계약으로 성사된 사례는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로컬 해운 및 조선사들의 정치적·재정적 불안정성 위기가 커짐에 따라 전시회장에는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선박 브로커들에 따르면, 전시회 기간 신조선가와 중고선가의 가격 차이로 인해 선주들의 발주가 지연됐으며, 수주가 다급한 조선소들과 잠재력 있는 바이어 선주들 간에 신조선가 협상 줄다리기가 계속됐고 탱커분야에서는 일부 발주계약이 체결됐다.

 

 
 
심각한 수주부진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이번 포시도니아에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친 결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몇 건의 수주계약을 성사시켰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8일 그리스 선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와 마란탱커스로부터 17만 3,400㎥ LNG 운반선 2척과 31만 8,000dwt급 VLCC 2척을 각각 수주했다. 이는 사실상 올해 첫 수주이기도 하다. 선박의 총 계약 규모는 약 5억 8,000만달러로 LNG선은 척당 2억불, VLCC는 척당 9,000만불이다.

이들 선박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VLCC는 오는 2018년, LNG선은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4척에 대한 추가 옵션도 체결됐으며, 동 선박들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IMO의 티어3(선박 배출 질소산화물을 1㎾당 3.4g 이하로 규제)을 충족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들로 알려졌다.

성동조선해양도 올해 첫 수주를 포시도니아에서 성사시켰다. 6월 9일 7만 4,500dwt급 LR1 탱커 2척(옵션 2척 포함)을 그리스의 차코스(Tsakos Energy Navigation)로부터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인도기일은 2018년 1분기이다. 총 계약 규모는 1억 7,600만달러로 척당 가격은 4,400만달러 수준이다. 이번 포시도니아에 참가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의 경우 박람회 기간 체결된 수주 계약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컨테이너분야에서는 중국의 Jinling 조선소가 중국 선주인 Shanghai Zhoggu Xinliang Shipping으로부터 2,500teu급 4척과 옵션 2척의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기일은 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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