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국 아닌 국가에 선체용선등록된 선박의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준거법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71507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당사자 및 이 사건 선박

(1)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 소재 법인으로서 2011. 2. 10. 이 사건 선박(총톤수 3,078t)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중국선적을 취득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2011. 11. 20. PGL에게 선체용선이 되었고, 이후 다시 PFS에 정기용선이 되었으며, 현재 캄보디아국 국제선박등록청에 선체용선등록이 되어 캄보디아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운항 중이다.
(3) 피고 1, 피고 2는 대한민국 법인이고, 피고 3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소재 법인이지만 그 대표자는 한인으로 대한민국에 주로 거주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2. 유류공급계약 체결
(1) 피고 1은 PFS의 주문에 따라 2012. 4. 2.부터 2012. 9. 19.까지 총 4회에 걸쳐 이 사건 선박에 미화 191,825달러 상당 유류를 공급하였다.
(2) 피고 2는 PFS의 주문에 따라 2012. 10. 19., 2012. 12. 1. 총 2회에 걸쳐 이 사건 선박에 미화 81,750달러 상당 유류를 공급하였고, 2012. 11. 18. 유류대금 중 일부로 미화 9,850달러를 지급받았다.
(3) 피고 3은 PFS의 주문에 따라 2012. 8. 14. 이 사건 선박에 미화 33,585달러 상당의 유류를 공급하였다.
 

3.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신청
(1) 피고 1은 이 사건 선박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3. 1. 4.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부산지방법원 2013타경422). 이에 원고는 미화 220,061.38달러(지연이자 28,236.38달러 포함)와 그 중 미화 191,825달러에 대한 지연손해금 및 집행비용을 공탁하고, 위 임의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2) 피고 2는 이 사건 선박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3. 1. 7.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부산지방법원 2013타경545). 이에 원고는 미화 71,900달러와 집행비용을 공탁하고, 위 임의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3) 피고 3은 이 사건 선박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3. 1. 16.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부산지방법원 2013타경1746). 이에 원고는 미화 36,562.87달러(지연이자 2,977.87달러 포함)와 그 중 미화 33,585달러에 대한 지연손해금 및 집행비용을 공탁하고, 위 임의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선박은 캄보디아국에 편의치적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피고들의 선박우선특권의 존부에 관한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인 대한민국의 법이다. 대한민국 상법 제777조에 따르면 피고들 주장의 유류대금채권에 관하여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2. 피고들
국제사법 제60조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적국법인데,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은 현재 선체용선등록이 되어 있는 캄보디아국이다. 2002년 제정된 캄보디아국 ‘상선등록에 관한 결의안’ 제52조 (1)(e)항 ⑥호에 따르면, 피고들의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에 해당한다.
 

Ⅲ. 법원의 판단
1. 제1심 판결1)의 요지 (원고 패소)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는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은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의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사항은 선적국인 캄보디아국법에 따라 판단함이 원칙이고, 이 사건 선박이 편의치적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캄보디아 ‘상선등록에 관한 결의안’ 제52조 (1)(e)항 ⑥호는 ‘선박에의 공급, 보수유지 및 운항을 위하여 발생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기초가 되는 유류공급계약 등의 당사자를 선박 소유자 등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선박 용선자 PFS와의 유류공급계약에 따른 피고들의 유류대금채권은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된다.
 

2. 항소심 판결2)의 요지 (원고 승소)
이 사건 선박은 캄보디아국에 선체용선등록이 되어 있으므로 캄보디아국법이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의 ‘선적국법’에 해당한다. 캄보디아국은 이 사건 선박이 편의상 선체용선이 된 국가일 뿐 피고들이 주장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원인이 된 유류공급계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대한민국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법을 적용하여야 한다.3)
대한민국 상법 제777조에 따르면, 피고들의 유류대금채권에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피고들의 위 유류대금채권을 담보하는 선박우선특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
 

 3. 상고심 판결4)의 요지 (상고 기각)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의 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한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 것이고(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3961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선박이 선체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선체용선등록이 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이 사건 선박의 ‘선체용선등록국법’인 ‘캄보디아국법’이 아니라 ‘소유권등록국법’인 ‘중화인민공화국법’이라고 할 것인데, ‘중화인민공화국 해상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법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과 같은 유류대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아니다.
 

Ⅳ. 대상판결의 검토
1. 국제사법 제60조의 선적국의 개념

선적船籍은 선박의 국적(the nationality of a ship)을 의미하는데, 각국은 저마다 선박에 국적을 부여하는 요건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국 국내법의 해석문제이다. 선박의 국적은 선박이 어느 국가에 소속되는가라는 문제인데, 준거법의 결정 이외에도 국제법상·행정법상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즉 국적은 (i)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 준거법 결정의 기준이 되어 해상법의 적용에 영향을 미치고, (ii) 기국법旗國法에 의하여 공해상 선박에는 본국법이 적용되며,5) (iii) 포획·해적·중립 등의 처리에서 기준이 되고, (iv) 항세부담의 표준이 되기도 한다. 국제사법 제60조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선적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박법 제2조는 선박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한국인’ 또는 ‘한국적 실체를 갖춘 법인’이 그 선박을 소유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다. 이처럼 선박의 소유권을 기초로 한 등록을 근거로 국적을 부여하는 경우에는 선적국은 기국(旗國, country of flag)이라고 하기 보다는 등록국(country of registration)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6) 그러므로 국제사법상 ‘선적국법’이란 등록항,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하고 선박국적증서를 교부받은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을 의미한다.7)
 

2. 선체용선등록제도
가. 의의

‘선박등록요건에 관한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ditions for Registration of Ships)’ 제12조는 외국 선박을 선체용선(bareboat charter)할 경우 이를 자국에 등록하는 법제를 가진 나라는 그 선체용선기간 동안 등록과 자국국기 게양권을 허가할 수 있고, 그러한 선박은 그 등록국의 완전한 관할권과 감독권에 따르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선박을 A국에 등록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B국에도 등록하여 그 국가의 국기를 게양하고 그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을 ‘이중등록(dual registration)’이라 한다.8) 이중등록이 되면 선체용선기간 중 A국의 선박등록의 효과는 일시 정지되고, B국의 등록이 실효하는 경우에 A국의 선박등록의 효과가 자동적으로 복구되며, 이 경우 A국은 flag out되는 국가, B국은 flag in되는 국가가 된다.
 

나. 외국의 입법례
독일의 경우 자국선박의 타국에서의 선체용선등록(charter out) 및 타국선박의 자국에서의 선체용선등록(charter in)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9) 독일은 ‘선박등기부’에 선박명, 선박명세, 소유권 및 저당권 등을 등록하되, 이와 별도로 선박이 다른 나라에 선체용선되고 그 나라에서 선체용선등록제도를 두고 있는 경우 독일 ‘연방 해양 및 수로청(Bundesamt fur Seeschiffahrt und Hydrographie)’에 신청하여 그 나라의 국기를 게양할 것을 승인받을 수 있다[독일 선적국법(Flaggenrechtsgesetz) 제3조 제1항].
이 사건 선박의 원등록국인 중국은 선박이 ‘중화인민공화국 해선등기규칙’에 따라 선박등기를 마치면 소유권증서를 교부하고, 다음으로 기등록을 마치면 선박국적증서를 교부하는데, 중국에서 위와 같이 기등록된 자국선적이 선체용선되면 기등록이 일시정지된다.10)
 

다. 선체용선등록의 법적 효과
선체용선등록의 경우 선박등록의 공법적 효과만 선체용선등록국에 이전되므로, 선박등록의 공법적 효과와 사법적 효과가 분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11) 따라서 선체용선등록으로 자국기를 게양하는 국가는 선박등록의 공법적 기능을 행사하고, 소유권등록국의 법령은 선박에 대한 사법상 재산권의 효력 및 그 우선순위를 규율하게 된다.12) 선박우선특권 역시 선박의 교환가치의 환가를 통한 우선변제를 목적으로 하는 실체법상 담보물권인 이상 선박저당권 등 다른 담보물권과 달리 취급할 근거나 이유가 없다.13) 또한 선박이 소유권등록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선체용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당해 선박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이나 저당권의 성립과 순위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국제적 거래관계가 많은 선박의 사법적 법률관계의 안정성에 비추어 부당하다.14) 따라서 소유권등록국과 별도로 선체용선등록으로 인한 선체용선기국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선박과 관련한 사법적 권리관계에 대하여는 소유자선적을 기준으로 준거법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15)
 

3. 선행 판례
선박이 독일 선박등기부에 소유권 등록된 후 선체용선등록제도에 따라 마샬아일랜드에 선체용선등록되었는데, 국제사법 제60조에서 정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인 선적국법은 소유권등록국법인 독일법인지, 아니면 선체용선등록국법인 마샬아일랜드법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16)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의 법,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한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고, 이는 선박이 선체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적국이 아닌 국가에 선체용선등록이 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4. 피고들의 신의칙 위반 주장의 정당성
피고들은 설령 이 사건 선박이 캄보디아국에 편의치적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캄보디아국에 선체용선등록하는 것에 동의하고도 이 사건에서 편의치적을 주장하면서 선적국법 적용의 배제를 구하여 피고들의 선박우선특권행사를 회피하려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선적국인 캄보디아국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준거법의 결정은 해당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법률을 정하는 문제로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됨이 없이 국제사법의 규정과 관련 법리에 따라 해당 법률관계를 둘러 싼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정한 준거법을 그 법률관계에 적용한 결과가 단순히 어느 당사자에게 유리하다거나 혹은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그 준거법을 배제할 수는 없다.17) 이는 편의치적된 선박의 선적국법이 아닌 다른 국가의 법률이 준거법으로 적용됨으로써 편의치적에 책임이 있는 선박의 소유자나 선체용선등록자에게 유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피고들의 신의칙위반 주장은 이유 없다.18)
 

Ⅴ.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한 나라에 소유권등록을 한 선박이 다른 나라에 선체용선등록된 경우, 선행 판례와 동일하게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서 규정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되는 ‘선적국법’은 ‘소유권등록국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함으로써, 선체용선등록된 선박은 선박등록의 공법적 효과와 사법적 효과가 분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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