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 동안 ‘유럽의 물류 심장’ 역할
함부르크(Hamburg)는 항구도시 특유의 터프함과 분주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숲과 호수가 어우러져 도시 어디에서나 낭만과 여유가 넘쳐난다. 함부르크가 손꼽히는 항만으로서 뿐만 아니라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브람스의 고향이자, 독일 최초로 ‘오페라좌’가 들어섰던 예술의 도시로 각광받는 것도 함부르크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무관치 않을 듯 싶다.   

 

2,600여 다리있는 ‘교량의 도시’ 많은 운하 異彩
함부르크에는 2,600여개의 다리가 놓여 있을 만큼 `교량의 도시’로 불린다.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크고 작은 다리 아래로 수많은 운하들이 엘베강의 본류와 연결되는 풍경 또한 이채롭다.


1189년 바바로사 황제가 엘베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이래 13세기 들어 뤼벡이 중심이 된 ‘한자동맹’에 가입하면서 교역중심지로 급부상한 함부르크. 함부르크항은 816년의 장구한 역사속에 비록 느리지만 10세기 가까이 ‘유럽의 물류 심장’으로 힘찬 박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철도로, 도로로, 수로로, 바다로 전세계의 화물을 모으고, 분배하는 ‘물류의 심장’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독일인들의 뚝심과 근면함, 한결같은 일관성이야말로 세계 유수항만이 정체되는 동안에도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려온 함부르크항의 진면목이다.

 

조수간만차 적고 파도 없어 연중무휴 안전조업
함부르크항은 바다가 아니라 북해에서 엘베강을 거슬러 올라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바다와 떨어져 있어 조수간만의 차가 적고, 파도와 같은 장애물도 없이 연중무휴 안전한 조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엘베강을 따라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액체화물, 곡물, 목재, 과일, 야채, 냉동화물, 식품,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화물을 양하역할 수 있는 유니버설 항만(Universal Port)이다. 연간 항부르크항을 오가는 선박만 1만 2,000여척. 25개 컨테이너 선사가 세계 80여개국을 연결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동유럽, 서유럽 등과 연결되는 기가 막힌 지리적 잇점은 함부르크항을 유럽의 물류의 중심항으로 각광받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함부르크 배후지역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폴란드·체코·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오스트리아·스위스·이탈리아 북부 등의 중유럽, 심지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환적항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항만을 정점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철도망과 도로망, 수로망 등 연계수송체계는 함부르크 항만의 경쟁력을 배가시킨다.

 

화물고속열차 ‘블록 트레인’이 하루 150편 운행
‘블록 트레인(Block Train)’이라는 화물고속열차가 하루 150편 사방으로 쉴새없이 화물을 나르고 있다. 중간경유지가 없는 논스톱 운행으로 가장 빠른 서비스를 보장한다. 함부르크 철도램프에 저녁 7시 이전까지만 도착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남부 독일 내륙에서 화물을 찾을 수 있다.

 

독일내 공업지대와는 1일 수송권으로 이어지며, 유럽 각국은 물론 중앙아시아까지 뻗어나간다. 특히 동구권 국가로는 70km 떨어진 발틱해의 뤼벡항으로 옮겨 피더선으로 운송하는 시스템을 갖춰 화주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이 ‘블록 트레인’은 개인기업 형태로 운영돼 운영사간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완벽한 서비스의 품질을 담보받고 있다.   


철도뿐만이 아니다. 항구 전역에서부터 최단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E3 혹은 E4 고속도로망이 유럽 전역을 지름길로 커버하며, 엘베강의 수로를 이용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 각국은 물론 멀리 동구권 국가들과 연결하는 한편, 피더선 운항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과의 연계운송체제도 완벽하다.

 

지난해 처리한 총 화물량 780만teu 추정
2004년 함부르크항의 총 화물 처리량은 1억1,445만톤으로 전년대비 7.7% 증가했다. 컨테이너는 전년보다 15.4% 증가한 700만TEU를 처리해 세계 9위, 유럽에서는 로테르담에 이어 2위권이다.


2005년은 상반기 동안 전년동기에 비해 12.4% 늘어난 380만TEU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렸다. 이런 추세면 올 연말까지 770~780TEU를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부르크항은 지난 1999년 엘베강을 준설한 후 어디든 수심이 12.8미터를 넘어서면서 초대형선 기항이 늘어나는 등 고속 성장의 단초가 되었다.


함부르크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총 8개. 가장 최근에 지어진 CTA 터미널 위쪽에는 유로게이트(Eurogate)와 CTB 터미널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유로게이트와 HHLA가 각각 운영하고 있는 두 터미널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물동량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 컨터미널 CTA 무인자동화 터미널
가장 대표적인 컨테이너 터미널은 CTA. 함부르크시가 약 20억 마르크를 투입해 2003년 준공했으며, 연간 190만TEU의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는 무인 자동화 터미널이다.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에서 내려진 컨테이너는 레일 위를 오가는 자동 트랜스터 크레인(Transfer Crane)으로 옮겨진 뒤 무인 운반차량에 의해 지정된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무인자동화 시스템과 다른 점은 트랜스터 크레인이 2대가 설치돼 있다는 것. 로테르담항에서는 트랜스퍼 크레인이 고장나면 화물 하역작업이 중단될 수 있으나 함부르크항은 레일 위에 설치된 또 다른 크레인이 화물을 옮길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 또 원격 조정을 통해 외부 트럭과 직접 연계되면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CTA 터미널은 터미널 면적당 생산성이 다른 기존 터미널과 비교해 최대 6배 이상 높으며, 장비 생산성의 경우 시간당 평균 32개를 처리하고, 피크타임에는 시간당 41개까지 처리한다.

 

성장 견인차는 아시아국, 새성장축은 동구권
지금까지 함부르크항 성장의 견인차는 아시아 국가의 수출입 화물 처리량이 유럽항만 가운데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아시와와 유럽을 잇는 25개의 정기항로가 함부르크 항만을 거쳐간다. 특히 중국의 수출입 화물 급증이 눈에 띈다. 전체 컨테이너화물 처리량중 중국의 비중이 24.2%로 성장세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함부르크항의 미래를 밝게 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축은 동구권이다. 동구권과 가장 인접한 항만인데다, 연계 수송망이 확대정비되면서 주요 허브항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발틱해 연안의 에스토니아, 체코, 헝가리 등 8개국이 EU(유럽연합)에 가입함에 따라 함부르크항은 이들을 통해 더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항이다. 총 6,506ha 가운데 1,620ha를 자유항으로 지정해 세관을 통과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상수송과 화물이송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항 1,620ha 규모
특히 중개항으로 이용할 때 자유항지역을 활용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자유무역항내에서는 국제무역, 원양해운, 통과무역 및 운송에 수반되는 업무를 간소화 시켜주며, 편의를 제공한다. 모든 화물이 기간과 수량의 제한없이 선적, 하역, 보관, 수송이 이루어지며, 세관 통관 절차없이 보관기간중 언제든지 검사할 수 있고, 견본발췌가 가능하며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화물이 자유항 구역을 떠날 때나 독일 영토내로 반입될 때 딱 한번 통관절차를 거친다. 이때 비로소 그 내용에 따라서 세금부과 등의 절차가 발생한다.


함부르크항만의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독자적인 정보소통시스템 ‘DAKOSY’.  ‘DAKOSY’를 통해 항만내 터미널 운영사, 복합운송업체, 하역회사, 선박대리점 및 내륙 하주간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진다. 불필요한 서류수속절차가 생략되고 빠르고 정확한 연계수송과 물류관리가 가능하다. ‘DAKOSY’는 또 유럽내 주요선사들이 함께 구축하여 운영중인 포탈 사이트인 ‘INTTRA’와도 연계돼 있어 ‘DAKOSY’를 이용하는 해운기업 및 복합운송업자, 항만서비스 제공업자들이 ‘INTTRA’의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보시스템 ‘DAKOSY’ 서비스지원 키워드
함부르크항은 철저히 민관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 시 당국은 항만사업자에게 필요한 토지를 빌려주고, 대지 조성, 접안시설 등 기본적인 시설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건물, 창고, 크레인 등 각종 건축물에 대한 투자는 터미널 및 창고, 하역회사 등의 민간기업이 각각 맡아서 시행하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함부르크항은 세계 어느 항만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설계는 ‘실속과 균형’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우선 지난 10월 함부르크시 당국의 100% 출자로 항만운영 등을 담당할 ‘함부르크항만공사(HPA)’를 출범시킨 점이 주목된다. 시 직원과 민간 전문가가 대거 합류하는 등 항만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독일 경제노동부는 향후 10여년간 함부르크항에 7억4,600만유로(9,928억원)를 투자, 시설을 확충해 유럽의 허브항으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발표했다.

 

독일정부 향후 10년간 시설확충에 투자 계획
물동량 예측 결과 2015년까지 함부르크항의 전체 화물처리량이 2억2,2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설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총 7억4,000여만유로의 투자액 중 7,890만유로는 2012년까지 기존 커미널의 개보수와 서부 및 중부의 항만 건설에 투입한다. 1억3,700만유로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자유무역지대 조성에, 4,000만유로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석유터미널을 짓는데 투자한다. 이밖에 8,000만유로를 들여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수로를 더 준설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집행될 경우 2017년까지 함부르크항의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현재의 2배가 넘는 1,800만TEU까지 확충된다.


 몇년전 함부르크항만을 방문했을 때 항만 관계자들이 우리일행을 항만내의 아담한 맥주바로 안내해 생맥주를 마시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정중하면서도 꾸밈없고, 실속있는 독일인들의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소박함과 진중함이 바로 함부르크항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지금껏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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