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부가 해운과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섰다. 이에 한진해운이 4월 25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그간 추진해온 자구안에 더해 고강도의 추가 자구안 및 경영 정상화 방안도 이행키로 했다. 
정부는 4월 26일 금융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기재부, 산업부, 해수부, 금감원, 고용부, 산은, 수은 관계기관이 참여한 ‘제3차 산업경쟁력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가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을 관련부처가 함께 공감하고 구조조정체계 구축방안과 경기민감업종의 추가 구조조정방안,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보안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특히 경기민감업종의 구조조정은 악화일로에 있는 해운과 조선 2개 업종에 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날 회의에 앞서 정부는 방송과 일간지 등 일부 언론을 통해 위기에 몰려있는 해운업종의  구조조정 압박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으며 이같은 일련의 상황은 한진해운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신청하도록 이끌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신청과 동시에 용선료 조정 및 선박금융, 금융기관 차입금 및 공모 회사채 상환유예 등 채무조정방안과 사옥 및 보유지분 매각, 터미널 등의 유동화를 통해 약 4,1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 자구계획(39P 참조)을 공표했다. TTI와 HPC, 광양터미널 등 터미널 유동화를 통해 1,750억원을 확보하고 런던과 아틀란타, 부산 등 사옥 유동화로 1,022억원을, 벌크선과 H-line 지분매각, 상품권 유동화를 통한 1,340억원 등을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용선료 감액을 위한 선주와의 협상과 공모 회사채 유예를 위한 사채권자 집회 등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기업구조조정 추진체계’의 트랙1에 제시된 경기민감업종의 구조조정체계는 ‘구조조정협의체’와 ‘채권단’, ‘기업’이 관련법령 및 자율협약을 통해 실현해나가는 것이 골자이다. 협의체가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면, 채권단이 채무조정 및 엄정한 사후관리를 맡고, 기업체는 자구계획을 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추진된 구조조정의 내용은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구조조정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현안을 조정하는 것이 전체적인 밑그림이다.

정부의 이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르면, 해운업은 현대상선및 한진해운의 개별기업 차원과 산업전반 차원에서 추진되고, 조선업은 대형 3사와 중소형 조선사, 그리고 산업전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조선업에서 대형 3사의 구조조정은 대우조선의 경우, 당초 계획대비 인력감축이 추가로 추진되고 급여체계 개편, 비용절감 등이 추가 자구계획으로 수립된다. 5월말까지 경영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상황별로 인력과 임금, 설비, 생산성 등 전반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자구계획을 징구하고 선제적 채권보전 차원에서 자구계획 집행상황 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STX조선은 당초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에 경영정상화 또는 회생절차 전환 등 손실 최소화방안을 마련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영협력 상태에 있는 성동조선은 신규수주 저조가 지속될 경우 근본적인 대책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SPP조선과 대선조선은 채권단과 기업의 합의에 따라 기수립된 통폐합, 매각 등 단계적인 정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선업 산업전반 차원에서는 업계를 중심으로 선종별 수급을 전망하고 국내 조선업 전반의 미래 포트폴리오 및 업체별 최적의 설비규모, 협력업체 업종전환 방안 등을 제시하는 컨설팅이 추진된다.
해운업의 경우, 이미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고강도의 추가 자구안을 이행해온 현대상선이 추진해야할 경영 정상화 방안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 채권자 조건부 자율협약 3개 과정이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에 성공하면 정상화를 지원하고 실패할 경우 원칙에 따라 처리(법정관리)할 방침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동일한 방식의 경영 정상화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채권단은 실무협의를 통해 자율협약 개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일부 채권자의 이탈조짐과 한진 회장일가의 부적절한 주식거래 내용이 알려져 사회적 여론이 악화됐으며, 채권단은 자율협약의 자구안 구체성을 요구하며 추가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구조조정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원칙과 과정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산업 전반 측면에서 해운기업별 정상화 방안 성공과 얼라이언스내 잔류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추진 중인 정상화 방안이 성공할 경우 해운기업들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대 개편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해수부와 금융위, 산은 등 관계기관이 공동 TF를 구성, 얼라이언스 재편 논의동향을 파악해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초대형 컨선 10척 신조지원을 위한 12억불 규모의 금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상화방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원활한 물동량 처리대책 등도 사전에 검토 준비한다는 방침도 부연했다.

금융위원회는 구조조정의 대상 해운기업들에게 5월중 ‘용선료 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실제 한진과 현대의 연간 장기용선 선박에 대한 용선료 지급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어 용선 당시보다 훨씬 떨어진 운임으로 계약 용선료를 지급하는 것은 전세계 어느 선사라도 어려운 환경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올초 선주들에게 용선료 감액을 요청해놓고 있으며 한진해운도 향후 용선료 감액 협상에 적극 나서게 됐다.

정부는 용선료 협상은 해운의 장기불황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인만큼 오퍼레이터는 물론 선주도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용선료 협상이 잘 안될 경우 해당 해운기업은 법정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구조조정의 수순을 명확하게 천명하며 용선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실 현 해운시장에서 오퍼레이터의 용선료 인하협상 요구는 국내 해운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싱가포르의 PCL이 연초 40% 안팎의 용선료 인하를 선주들에게 요구하고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그리스선사인 Navios와 네덜란드 선사인 Gear Bulk사도 선주에게 용선료 감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파산절차에 들어간 노르웨이 Bulk Invest사는 선주가 용선료 감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파산에 이른 사례로 꼽힌다.

이렇듯 현 해운시장에서는 장기해운불황으로 인해 용선료 감액 요청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용선료 협상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선사인 두 선사의 위기에 그간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던 정부가 이들 선사의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천명한 것은, 늦었지만, 해당선사는 물론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향후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한국해운의 구조조정 향방은 쉬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급물살을 타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전세계 해운관계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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