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한국 서울 여의도에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 국회가 있다. 대의정치의 산실인 이곳에서 독도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H’의원은 “독도에 이순신 동상과 거북선 모형을 건립하자”. ‘P’의원은 “독도에  이사부와 안용복의 공적비를 세우자”. ‘J’의원은 “군병력을 동원하여 독도를 무조건 사수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해병대 군가에 ‘귀신잡는 용사 해병”이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해양대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군 또는 해병대 장교’로 임관된다. 교정에서는 이들 젊은 학생들의 군사훈련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학생 시절 필자도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에 가서 짧은 병영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가 지금도 귀에 남아 있다. 해방이 된 이후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외교상으로 독도 영유권 분쟁이 최초로 발생한 것은 1952년이다. 이때는 북한이 한국을 공산화(共産化)시키기 위해 일으킨 6.25한국전쟁 기간 중이었다.

 

1950년 8월 제주도에서 약 3천명의 해병대원을 모집하였는데 126명의 여성대원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국가위난에 여성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해병대와 관련하여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있다. 이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는 해병대들이 조국수호를 맹세하며 배에 오르는 데서 시작된다.

 

‘해병대의 끈끈한 전우애’를 잘 나타내어 커다란 흥행을 일으켰고, 최근 유행한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상시켜 준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미해병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한 한국 해병대(ROKMC)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독도에 해병대를 파견한다’고 일본측의 독도망언(妄言)을 중단시킬 수 있을 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약 40명의 독도경비대가 상주하고 있는 독도의 총면적은 ‘187.453㎡’(56,705평)에 지나지 않는다. 등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해양수산시설은 동도(73,297㎡)에 있으며, 서도는 사면경사가 급하여 사람이 거주하기가 곤란하다. 이러한 독도에 ‘귀신잡는 용사’가 상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상주시킬 수 있다고 ‘독도에 해병대 파견’을 주장하는 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를 않는 발상이라고 본다.

 

일본의 군사비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자위대 대원은 약 25만 명으로 알려져 있어, 60만명의 한국에 비교하면 적은 숫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발생할 전쟁에서는 인간을 대신하여 무인(無人) 로봇’이 등장한다는 뉴스가 있다. 따라서 누가 첨단무기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가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있다.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독도 탈취기도에 대해 한국 해병대를 파견하여 지킬 수 있는 상황 정도라면 현재 상주하고 있는 독도경비대의 전투력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해병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상황이라면 제2의 임진왜란이라는 한일 전면전으로 보아야 한다. 뒤에는 북한, 앞에는 일본, 분단된 한반도에서 일본의 무력침략에 과연 한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지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독도에 해병대를 보내라’는 발언은 ‘만화영화에 심취한 초등학생들이나 주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2007년 12월 19일은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이번 대선 후보자들 중에 이러한 인식에 동의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필자의 선택은 분명해 진다.

 

독도와 같은 국가안보의 근본적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가를 심사 숙고해야 할 시기에 ‘폭탄주 골프’를 치고, 역사 속 인물의 조형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을 도대체 누가 선출했는지를 생각하면 우리 자신 모두가 냉철해 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해병대원(ROKMC)들 전부가 ‘영화007제임스 본드’일 수는 없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군인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숫자가 수 천명이 된다는 뉴스 보도가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해병대에 자식을 보낸 한국의 부모들 중에 ‘국회의원 자식들부터 독도에 보내라. 그러면 내 자식도 독도에 보내겠다’라고 말하면, 그때 일부 국회의원들이 ‘무자식이 상팔자여’라고 유식하게 훈계(?)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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