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현대부산신항만, 벌크선사업부 매각, 유조선사업부 추가 매각 검토
구조조정 불구 유동성 확대, 경쟁력 저하 우려도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과 유조선사업부 추가매각 검토 등 7월 이후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고강도 자구안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동사는 3월 31일 보유하고 있던 현대증권을 공개매각해 KB금융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 KB금융지주는 4월 1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 2,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이 승인됐다고 공시했다. 현대상선과 KB금융은 이후 정밀실사와 가격조정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내에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당장 돌아오는 만기 채무 상황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매각대금 전액은 산업은행과의 협의 하에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3월 25일에는 벌크선전용사업부를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했고, 같은날 현대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40%+1주)을 싱가포르 항만운영회사인 PSA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상선은 자산매각 이외에도 현정은 회장이 300억원을 사재출연했고, 현대아산 등 보유주식 매각을 통해 700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3월 29일에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용선료 인하 및 비협약채권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사는 외국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비협약채권의 채무조정은 올해와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전체공모사채들을 대상으로 일괄 사채권자 집회를 올 6월경 개최해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벌크전용선사업부, 부산신항만 지분, 현대증권 매각으로 확보되는 유동성을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운영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4월 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유례없는 최악의 해운시황 속에서 회사가 계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Operation’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안정적인 ‘Operation’이 바탕이 될 때, 용선료 인하, 채무조정 등 지금의 자구노력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4월 4일부로 현대상선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해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


현대상선 측은 “산은과 맺은 자율협약은 선주 및 사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비협약 채권자의 공평한 재무조정을 전제로 맺은 조건부 협약이기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공평한 손실 분담을 통한 채무조정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면서, “회사(주주), 선주, 채권자의 예외없는 고통분담만이 회사 정상화의 유일한 방안인 만큼 각 이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상선은 추가적으로 유조선사업부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동사는 4월 4일 유조선 사업부 매각 추진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유조선 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본 건과 관련하여 추구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답변했다.

금융권 채권 4,800억원 육박, 회사채 원리금 미지급
주가 폭락 1년만에 1만원대→1천원대로

현대상선이 강도 높은 자구안을 통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금융권 채권은 총 4조 8,000억원대로 이 중 올 7월까지 바로 갚아야 할 회사채는 5,500억원이다.


현대상선은 4월 7일 공시를 통해 약 8,100억원 상당의 사채 원리금을 미지급했음을 알렸다. 채무이행자금부족으로 인해 회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했으며, 만기가 돌아온 무보증 공모사채 1,200억원에 대한 기한이익도 상실했다. 기한이익이란 빌린 돈을 만기 전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이다.


공시에 따르면, 176-2회차 무보증사채가 만기시점(16.4.7)에 원리금 미지급 발생으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하였고, 이로 인해 177-2, 179-2, 180, 186회 사채도 사채모집 위탁계약서 및 사채관리계약서에 따라 기한의 이익이 상실하게 돼 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했다. 같은날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D로 강등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대상선의 주가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2012년 3월 30일, 2만 8,225원이었던 현대상선 주가는 2013년 3월 29일 1만 3,677원, 2014년 3월 31일 9,820원, 2015년 3월 31일 9,040원으로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4월 18일 현재 현대상선의 주가는 1,895원이다.

현대重, 현대상선 주식 평가손실 1,000억원 넘어
현대산업개발, 240억원 손실 처리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가로 인해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 및 현대중공업그룹의 피해도 크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은 2,342만 4,037주로 현대상선 주가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2015년 재무제표상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더해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지분 처분권이 묶여있는 상태로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 주식을 팔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도 현대상선의 투자 주식 출자금 중 약 240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현대산업개발의 2015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 투자 주식 출자금 중 약 24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투자원금 321억원의 약 75%에 달하는 비중으로, 현대상선이 올 들어 심각한 경영환경에 직면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4월 15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면서, “해운사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에 들어갈 수 없다. 해운은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지목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평 “구조조정 불구 유동성 위험 확대, 사업 다양성 포기”
현대상선이 고강도 자구안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향후 기업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익성이 높은 벌크 전용선 사업부와 항만터미널 등을 처분함에 따라 중장기적인 경쟁력이 더욱 저하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3월 25일 발행한 ‘양대 컨테이너 선사의 어렵고 힘든 구조조정, 바람직한 방향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의 구조조정이 대규모 구조조정 이행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험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용선 사업부 등 캐시카우(Cash Cow) 매각과 사업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포기한 구조조정이 시행돼 향후 실적가변성을 도리어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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